붉은 노을에 빛을 본 돌대가리

붉은 노을에 빛을 본 돌대가리

노방거사와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발심한 사람이 있다. 단하 천연(丹霞天然)이다.

단하 천연은 처음 노방거사와 함께 관이가 되기 위하여 시험 치러 갔다.

서울로 가는 길에 형주(荊州)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거기서 한 객승을 만나게 되었다.

함께 차 한잔을 마시다가 객승이 물었다.

「어디로 무엇하러 가는 사람들이오?」

「과거 시험 보러 갑니다.」

「헛수고 많이 하십니다. 어찌하여 선불(選佛)할 생각은 갖지 않습니까?」

「부처는 어느 곳에서 가려냅니까?」

스님은 차 한잔을 들어 올렸다.

「알겠습니까?」

「높은 뜻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강서의 마대사(馬大師)를 찾아가 보십시오. 도에 통달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지 이 이야기를 듣고 장안행을 단념하고 강서로 갔다.

마조가 물었다.

「너희는 무엇을 하러 왔느냐?」

단하가 두건을 밀어 올렸다 마조는 그 소식을 이해하고 있었다.

「너희는 석두(石頭)문하에 들어가거라. 여기서 남악으로 3백리를 가면 천장로(遷長老)가 계신다.

너희는 거기서 출가하라.」

단하는 출발하였다. 석두가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마조스님께서 왔습니다. 」

「무엇 하러 왔느냐?」

단하는 앞에서와 같이 모자를 밀쳤다.

석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간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 하였다.

잡역에 종사한 지 2년. 스님이 나타나 말했다.

「내일 아침에는 불전 앞에 한줌의 잡초를 제거 하리라.」

제자들은 이튿날 아침 삽과 괭이 호미 등을 들고 불전 앞으로 모였다.

그런데 오직 단하만이 물통을 들고 노사(老師)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세발(洗畿)하였다.

그 때 스님은 미리 준비하신 삭도로 머리를 깎아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위에서 밤톨만한 흑이 툭 튀어나왔다. 스님은 그것을 어루만지시며,

「천연(天然)이여.」

하고 말하였다. 삭발이 끝나자 단하는 출가와 명명의 예를 행하였다.

노사가 힐책하였다.

「내가 너에게 무슨 이름을 점지하여 주었느냐?」

「천연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석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놈이―?」

하고 다시 말하려 하니 천연은 두 말 하지 않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귀찮습니다.」

하고 일어났다. 갑자기 당중(堂中)의 문수보살 앞으로 갔다.

문수보살이 갑자기 고개를 내밀었다.

단하가 문수보살의 목에 올라타니, 석두스님이 놀라서 말하였다.

「이놈아, 부처님을 깨뜨리겠다.」

이로 인하여 그 뒤 나무부처님을 태워 불을 쪼이는 이변이 일어났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니감소상불(泥龕型像佛)은 이미 불타 없어졌는데도 그의 도행은 푸른 하늘에 무지개처럼 빛나니 말이다. 그러나 흉내는 금물이다. 단하가 그러하거든 나는 다른 사람이냐 하면 그는 잘못 흙덩이를 쫓아가는 강아지에 불과할 것이다.

단하는 그때부터 손바닥에 구슬 하나를 굴리며 3계에 유희한다.

옷깃에 숨어 있던

진주를 발견하고

무명(無明)의 일순간(一瞬間)에

긴긴 잠에서 깨어났네.

무수한 뼈 마디

사방으로 흘어지면

거기에 무엇인가 영원한 신비 드리우네

형태 있는 건 모두 내 아닌데

진주를 찾고 보아도 모양이 없네.

깨달으면 그대로 삼신(三身) 불타(佛陀)

미혹하면, 만권의 경에 허덕이네.

마음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어찌 헤아리리

귀라 할지라도

귀에서는 그 음색을 분별할 수 없네.

뒤에 사람들은 이것을 단하의 원주음(圓珠吟)이라 불렀다.

<傳燈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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