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왕이 사람의 머리를 팔게 하다

아쇼카왕이 사람의 머리를 팔게 하다

아쇼카왕은 삼보(三寶)를 깊이 존경하고 섬기며 수도자를 볼 때마다 반드시 말에서 내려서 그들 발에 절을 하였다.

그때 야시야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사견(邪見)을 가지고 불교를 안 믿으며 왕이 늘 수도자들에게 경배하는 것을 보고 마음 깊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왕에게,

『폐하, 그들 중은 어떤 종족들도 출가 할 수 있으므로 크사트리야족과 바라문족은 얼마 없고 비천한 바이샤 족이나 슈드라족 출신이 많습니다. 가죽을 만드는 사람, 천을 짜는 사람, 기와를 굽는 사람, 이발장이 그리고 가장 비천한 센다라족(인도 종성의 하나로 어업, 사냥 도살 등을 업으로 삼는 최하의 종족. 우리 나라의 백정에 해당함)도 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천한 사람들에게 적어도 일국의 대왕이신 폐하께서 경배하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왕은 야시야의 말을 듣고 그 때에는 아무 대꾸도 안했다.

그 후 여러날이 지나서 왕은 대신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한 다음,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을 죽여서 그 머리를 자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물로 죽은 것의 머리를 자르는 것은 무방하다. 그대들은 지금부터 각자 다른 동물의 머리를 하나씩 잘라 오도록 하라. 단 종류가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각자가 얻은 동물의 머리는 시중에서 팔아서 돈으로 가지고 오라.』

이와 같이 참으로 이상 야릇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특히 야시야에게는,

『그대는 자살한 사람의 머리를 구해서 그것을 팔아 오라.』

하고 명령을 했다.

왕의 명을 받든 대신들은 제각기 시중에 나가서 자기가 구한 머리를 팔아서 모두 돈을 가지고 왔지만 유독 사람의 머리를 가진 야시야는 아무리해도 팔 수가 없었다. 그뿐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은 그를 보고,

『당신은 센다라냐? 아니면 저 무서운 야차(夜叉-사람을 잡아먹는 악귀)냐? 어째서 죽은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다니느냐?』

하고 욕을 퍼붓는 것이었다.

야시야는 하는 수 없이 돌아와서 사연을 말씀 올렸다. 왕은,

『팔리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돈을 안받으면 가지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 아무에게나 그냥 주고 오라.』

야시야는 왕의 명령대로 다시 시중에 나가서,

『그냥 줄 터이니 누구든지 이 머리를 가질 사람은 없습니까?』

하며 거리로 돌아 다녔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으며 오히려 야시야를 욕하며 창피를 주기만 했다. 야시야는 모욕만 당하고 왕궁으로 돌아와서 합장하며 왕에게 말씀 드렸다.

『소 당나귀 코끼리 말, 산돼지 염소의 머리는 이를 모두, 사람들이 다투어 사가서, 안팔리는 것을 하나도 없는데, 사람의 머리만은, 한푼의 돈을 안받는다 하여도, 오히려 욕설만 퍼붓고,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야시야, 어째서 사람의 머리는 안팔리는가?』

『폐하, 모두가 두려워하고 미워해서 사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읍니다.』

『그렇다면 오직 그 사람의 머리만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가 아니면 모든 사람의 머리를 미워하고 싫어하는가?』

『그것은 물론 모든 사람의 머리를 싫어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머리도 역시 사람들이 미워하겠지?』

야시야는 어찌 대답할 바를 몰랐다. 미워한다고 하면 왕을 모욕하는 것이 되고 미워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된다. 그는 묵묵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왕은 야시야의 심중을 알아 차리고 그에게 대답하기를 재촉하였다.

『나는 지금 그대의 무례함을 용서하는 것이니 주저말고 솔직히 말해 보라.』

야시야는 왕의 허락을 받고 비로소 입을 열었다.

『폐하의 머리도 역시 싫어합니다.』

왕은 그제야 야시야의 대답이 예기한바 대로 나옴을 듣고 이렇게 설득을 시키는 것이었다.

『잘 들어 보라, 인간의 머리는 귀천(貴賤)을 막론하고 종족을 불문하고 모두 다 혐오(嫌惡)를 받는 것이다.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다른 점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귀족으로 태어남을 자랑삼아 스스로를 높이며 내가 스님에게 경배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하고 있다. 그대의 생각이 그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야시야는 도리에 맞는 왕의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인간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서 선심(善心)을 얻었다고 한다.

<大莊論經第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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