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별리고(愛別離苦)
석존께서 탄생하신 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몇 만년이나 살고 있던 시대에, 선유(善柔)라는 왕이 있었다. 아직 태자로 있을 때부터 천하를 다스리고, 뒤이어 왕위에 오른지 八만 四천년의 세월이 지났다.
어느 때, 이 선유왕의 머리 위에 혹이 하나 생겼다. 그 혹은 홍합처럼 물렁물렁 하였는데, 날이 감에 따라 그 혹은 점점 커졌지만 별로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열달이 지나니 그 혹은 저절로 입을 벌리고, 속에서 한 사내아이가 나왔다.
그 얼굴 모습은 참으로 예쁘고, 인간세계에서 둘도 없는 미남자였다. 아버지 선유왕은, 정수리에서 나왔다고 해서 그 아이에게 정생(頂生)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뒤, 부왕은 모든 일을 태자에게 맡겼으므로 정생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나라의 정사를 맡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부왕은 궁전, 처자, 친척들을 모두 버리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기 시작하여 八만 四천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편, 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정생왕은 우연히 금윤보(金輪寶), 상보(象寶). 마보(馬寶), 여보(女寶), 마니보(摩尼寶), 주장신(主藏臣), 주병신(主兵臣)이라는 칠보(七寶)를 얻게 되었다. 그 인연은, 보름달이 밝은 밤에 목욕 재계하고 높은 누각에 올라가 보니 동쪽에서 금윤보(金輪寶)가 나타났다. 그것은 천개의 바퀴살을 갖춘 자연의 윤보로서 물론 이 세상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에 왕은 생각하였다.
(옛날, 신선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왕이 보름밤 만월에 높은 누각에 올라가 천개의 바퀴상을 가진 금륜보를 얻게 되면 그 왕은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옛날 신선의 가르침을 생각하자, 왼손으로 윤보를 받들고, 오른손에 향로를 들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맹세를 하였다.
『이 금륜보가 진실이라면 과거의 전륜성왕 때와 같이 기적의 힘을 나타내십시오.』
그랬더니, 금륜보는 높이 공중에 올라가 시방(十方으로 자유로이 날아다니다가 얼마 후에 왕의 왼손으로 돌아왔다.
이에 왕은 크게 기뻐하여 「나는 확실히 전륜성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빛났다. 그 뒤 얼마 아니하여 상보(象寶)가 손에 들어왔다. 이어서 마보(馬寶)가 나타났다. 이 코끼리와 말도 이 세상의 그것과는 달랐다. 또한, 전에 신선에게서 들은 바와 같이 전륜성보가 되는 왕만이 받는 특별한 물건이었다. 그 뒤에 또 여보(女寶)가 나타났다. 그 여인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아리따우며, 온 몸의 털구멍에서는 전단향( 檀香)을 내고, 입안에서는 푸른 연꽃에서와 같은 향기를 내고, 그 방울 같은 눈을 유순(由旬) 앞까지도 내다볼 수가 있을 정도였다. 또 귀의 청각도, 코의 후각도, 또한 1유순에 미치었다.
혀는 매우 넓고 커서 입에서 내면 넉넉히 얼굴을 덮고, 게다가 총명, 예지의 주인공으로서 말씨에서 태도까지 우아한 미인이었다.
이 여인의 손이 왕의 옷에 닿으면, 왕의 몸의 안부, 병의 유무에서 왕의 마음 속까지 곧 알게 되는 것이었다. 또 그 뒤, 마니주보(馬尼珠寶)를 손에 넣었다.
이 구슬은 새파란 빛깔의 유리로서 크기는 수레의 바퀴통 같고, 어두움 속에서 1유순 사방을 비추며, 억수같이 큰비가 퍼부을 때에는 이 구슬은 큰 우산 구실을 하여 1유순 사방에는 한방울의 비도 안 내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뒤에 주장신(主藏臣)이 저절로 나타났다. 그이 재보는 무진장일 뿐 아니라, 땅속의 매장물까지도 꿰뚫어 보고, 어떤 물건이든 왕의 마음대로 그것을 구할 수가 있었다.
어느 때 정생왕은 바다에 배를 띄어 주장신의 힘을 시험하였다.
『나는 진귀한 보물이 필요한데, 어떻게 안 되겠느냐.』
하였더니, 주장신이 곧 두 손을 바다 속에 넣자마자 열손가락 끝에 열가지 보물이 붙어 나왔다.
『대왕께서 원하시는 보물을 가지십시오. 나머지는 도로 바다에 넣어 두겠습니다.』
그 뒤, 용맹과 책략에 뛰어난 주병신이 저절로 나타났다. 예기하였던 일곱 가지 보배가 갖추어졌으므로 정생왕은 이제 전륜성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어느 때, 여러 대신을 모아 놓고 자기가 전륜성왕이 될 자격을 얻었다고 알리었다.
『나는 너희들이 알다시피 칠보를 얻게 되었다. 또한 천 명의 아들도 생겼다. 그리고 지금이 염부제(閻浮提)는 안락하고, 인민은 모두 삶에 만족하고 있다. 이 위에 더 할 일 무엇이냐?』
『대왕이시여, 염부제는 대왕의 힘으로 안락합니다마는 아직 왕이 덕화를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한번 가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이에 왕은 칠보를 비롯하여 많은 종자(從子)들을 데리고 공중을 비행하여 그에게로 가서 덕화를 베풀어 인민을 크게 기쁘게 하였다.
다음에는 차례로 여러 나라를 비행하여 덕화를 베풀었다.
『수미산 사방에 잇는 四주(州)의 인민은 이미 모두 덕화를 받았다. 다시 또 무슨 일이 생겼느냐.』
『성왕이시여, 삼십삼천의 목숨은 지극히 길며, 그리고 안락하고 즐거움에 차 있습니다. 천인(天人)의 몸매가 단정하고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궁전에서 침구에 이르기까지 모두 칠보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하늘의 행복에 만족하여, 성왕의 덕화를 받고자 하지 않습니다. 하오니 삼십삼천에 친히 납시어 토벌하는 것이 옳을까 합니다.』
정생 전륜성왕은 신하의 건의를 받아들여, 칠보를 비롯하여 모든 신하를 거느리고 공중을 날아가서 도리천에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우선 성왕의 눈에 띈 것은 한 그루의 나무와 흰구름같이 보이는 궁전이었다.
이에 성왕은 신하에게 물었다.
『저 청록색 큰 나무는 무엇이냐?』
『저것은 호수입니다. 도리의 제천은 여름 석달 동안 저 나무 아래서 오락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고, 저기 높이 보이는 저 흰구름같이 보이는 것은 무엇이냐?』
『저것은 선법당(善法堂)이온데, 도리 제천이 저 안에 모여서 천하의 일을 의논하는 곳이옵니다.』
도리천주의 제석천(帝釋天)은 아까부터 정생왕이 하늘에 올라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지체없이 선법당으로부터 마중나와 왕의 손을 붙잡고 선법당으로 인도하여, 자리를 절반 나누어 나란히 앉았다. 이 때, 두 왕의 얼굴 모습에는 아무런 차별도 없었다. 그 때, 정생왕은 생각하였다.
(나도 왕위를 물러나 이 선법당 안에서 살며 도리천의 왕이 될까.)
그러나 제석천은 본래부터 대승경전A(大乘經典)을 외우며, 그 깊은 교리에까지는 통하지 못하였으나, 남을 위하여 대승겨의 뜻을 설명해 들려준 일도 있다.
이「외어서 널리 설명한」공덕으로 말미암아 제석천은 큰 위덕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정생왕은, 제석천에 대한 이 나쁜 마음 때문에 도는 염부제에 떨어져, 도리의 천인과 이별하여 커다란 괴로움에 시달리고, 그뿐인가, 나쁜 병에 걸려 죽어 버렸다. 애별리고(愛別離苦)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제석천은 지금의 가엽불(迦葉佛)이며, 정생 전륜왕은 석가모니이시다.
<涅槃經 第十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