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상

아상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사람들에게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나라의 왕자가 한 사람의 가난한 사나이와 친히 지내고 있었다. 그 왕자가 항상 귀중히 생각하고 있는 정명도(淨明刀)에 대하여 친구인 가난한 사나이는 적지 않은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 후, 왕자는 그 칼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고 말았다. 평소부터 자나깨나 잊을 수 없었던 정명도를 볼 수가 없게 된 가난한 사나이는 칼, 칼 하고 매일밤 잠꼬대를 하는 것이었다. 사나이의 잠꼬대를 들은 사람은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를 묶어서 국왕에게 사정이야기를 하였다.

국왕은 그를 끌어내놓고,

『너는 칼, 칼 하고 잠꼬대를 한다는데 칼이 있으면 내놔 보아라.』

『임금님, 저는 칼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설사 임금님께서 저의 몸을 찢고 손발을 잘라 보신다 하여도 칼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왕자님과 친구였기 때문에 궁중에 놀러 왔을 때 가끔 본 일은 있습니다. 만져 보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칼을 가졌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정녕 그렇단 말이냐? 그렇다면 네가 보았다는 칼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느냐?』

『임금님, 그것은 마치 양의 뿔 같았습니다.』

국왕은 가난한 사나이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웃었다.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의 창고에는 그런 칼은 한 자루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왕자의 방에서 본래 없는 것을 보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국왕은 참고삼아 대신들에게 물어 보았다.

『누가 창고 안에서 이 사나이가 보았다는 칼을 본 일이 있느냐?』

신하들은 입을 모아,

『확실히 본 일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지만, 그 말이 진실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그 후, 국왕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 도망갔던 왕자가 귀국하여 왕위에 올랐다. 신왕(新王)은 대신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정명도를 본 일이 있느냐?』

『네, 저희들은 모두 본 일이 있습니다.』

『어떠한 모양이던가?』

『전하, 수련(睡蓮) 같았습니다.』

『전하, 양의 뿔 같았습니다.』

『전하, 불덩어리 같은 아주 새빨간 것이었습니다.』

『전하, 검은 뱀 같았습니다.』

대신들의 대답은 제각기 달라서 어느 것이나 정명도의 참된 모양과는 거리가 멀었다.

범부우인(凡夫愚人)이 「아(我)있다」라고 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아(我)의 상(相)을 물어 보면,

『엄지손가락만하다.』

『쌀알 만큼이다.』

『피(稗)알만한 정도다.』

『아(我)라는 것은 마음속에 있으면서 불과 같이 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대답은 십인십색(十人十色)으로서 어느 것이나 아(我)의 실상(實相)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마치 여러 신하들이 칼의 형태를 모르는 것과 같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진아(眞我)는 불성(佛性)이라고 이름 지어지는 것으로서 그것은 정명도 같은 것이다.

<大般湟槃經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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