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사 부어도 부어도 차지 않은 바랑
원효스님이 중국에서 온 1천명의 제자와 함께 원적산 내원암에 자리를 잡은 뒤였다. 그런데 워낙 많은 대중이라 식량이 부족하여 지금의 상북면 대석리 ‘모래불’이라는 동네에 거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원효스님은 쌀 한 되 가량 들어갈 수 있는 바랑을 가지고 시주를 구하러 갔다. 하인이 쌀 한 되를 가지고 나와 바랑에 부으니 반도 차지 않았다.
이상히 생각한 하인은 또 한 되를 넣고 이를 거듭하여도 여전히 차지 않아, 너무도 이상한 사실을 주인에게 고하게 되었다.
주인은 범상치 않은 도사임을 깨닫고 허리 굽혀 그 소원을 물은 즉, 원효스님은 1천명 제자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말하였고 주인은 쾌히 해결해 줄 것을 승낙하였다.
그로부터 화엄벌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 산을 1천명의 성인들이 산다하여 천성산(千聖山)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또 그곳에 절을 짓고 원효암이라 일컬었다고 한다.
지금도 천성산 일대의 칡덩굴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짧은데, 그 이유는 스님이 제자와 더불어 수도할 그 당시 한 제자가 마을에 동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만 칡덩굴에 걸려 넘어지자 쌀과 밥이 모두 쏟아진 일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이튿날 그 제자에게 흰 종이 한 장을 주면서 그 자리에 버리고 오도록 하였는데, 그 이후부터 칡덩굴이 길게 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또한 화엄벌에는 지금도 큰 책 한 권 정도 크기의 풀이 나지 않는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는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강독한 장소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