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사 경주 남산설화
『아주 오래 전 쇠벌이라 불리던 경주는 맑은 시내가 흐르는 푸른 벌판이었다. 평화로운 쇠벌에 두 신이 찾아왔다. 맑은 시냇가에서 빨래하던 처녀가 두 신을 보았다.
강한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신과 부드럽고 고운 얼굴의 여신이었다. 두 신은 아름답고 기름진 쇠벌의 경치를 둘러보더니 남신이 입을 열어 “우리가 살 곳은 바로 이 곳이로구나!” 하고 외쳤다.
이 때 강가에서 빨래하던 한 처녀가 너무 놀라 “저기 산 같은 사람 봐라!” 해야 할 것을 “산 봐라” 하고 소리를 질려버렸다.
비명에 놀란 두 신이 발길을 멈추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는 발을 옮길 수 없었다. 처녀의 외침으로 두 신이 산으로 변화게 된 것이다.
여신은 남산 서쪽에 아담하게 솟아오른 망산이 되었고, 남신은 장엄한 남산이 되었다.
두 신이 변해 이루어졌다는 남산과 망산은 지금도 나란히 정답게 솟아있다. 망산 곁에는 젊은 산인 벽도산과 선도산 등이 있다.
이들은 젊음을 힘으로 해서 얌전한 망산을 쉴새 없이 유혹한다. 그래도 망산의 머리는 언제나 남산 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망산의 절개가 변치 않는 한 쇠벌 처녀들의 순결도 변치 않는다고 딸을 가진 쇠벌의 부모들은 언제나 망산을 바라보면서 한시름 덜고 살아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