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곡사 오방불 출현 연기
봉곡사의 요사 뒤쪽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공터의 중앙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듯한 5개의 커다란 바위가 서 있거나 누운 자세로 있는데, 안내판에는 이들 큰 바위가 오방불(五方佛)이라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오방불이 나타나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1998년에 주지스님은 대웅전 뒤가 협소해 다니기도 불편하고 습기가 차서 중장비를 동원하여 축대를 뒤로 물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를 담당한 기사가 한창 뒷마무리를 하던 차에 작은 돌부리가 걸려 굴삭기로 파보니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묻혀 있는지라,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다시 묻어버린 채 공사를 마쳤다.
그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공사를 했던 굴삭기 기사는 점점 사업이 기울어 망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 지난 뒤인 1999년 음력 9월 그믐에 봉곡사에서 공사를 했던 굴삭기 기사 부인이 꿈을 꾸게 되었다.
부인은 꿈속에서 어떤 절에 가 있었는데, 한 비구니가 땅에 박힌 작은 돌부리를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은 저만치에서 스님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부인이 돌 때문에 무슨 일이 있는가 하며 가서 땅을 파보니 돌부처가 나오는 것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부인은 꿈이 하도 생생하여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고, 남편은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그 절을 아느냐고 되물으며 봉곡사에서 공사 중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이것은 필시 그 돌이 영험이 있는데, 그때 당신이 파내지 않고 묻어버려서 다시 꺼내달라고 꿈에 나타난 것이다”
며 함께 봉곡사로 가자고 하였다.
다음날 아침에 부인은 이웃집 여인에게 함께 절에 갈 것을 얘기 해 놓았는데, 남편에게 일이 있어 그 날은 절에 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날 밤 이웃집 여인이 또 꿈을 꾸었는데, 아침에 절에 가자고 했던 부인이 하얀 옷을 입고 송악저수지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두면 빠져 죽을 것 같아 어서 나오라고 소리치며 불렀지만 미동도 하지 않아 달려가서 일으켜보니 돌부처였다.
꿈이 하도 기이하여 날이 밝자마자 이웃집 여인은 중장비 기사 부인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그 부부는 이처럼 돌부처를 캐는 꿈을 계속 꾸는 것은 필시 인연이 있는 것이라 여겨 당장 절로 올라와 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고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그 돌을 캐어 주겠다고 나섰다.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중장비가 들어오면 겨우 만들어 놓은 길이 패일 것 같아 난색을 보이다가 부부의 간청에 못 이겨 공사를 시작하였다.
땅을 파기 시작하자 하나라고 여겼던 돌은 5개였고, 모두 파는 데 4일이나 걸리게 되었다. 5개의 돌을 꺼내 놓고 보니 신기하게도 모두 사람의 형상과 비슷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돌부처를 캐는 꿈을 꾸고 캔 바위라 하여 사람의 형상을 한 이 바위들을 돌부처라 여기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