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성도암 나한의 팥죽공양
옛날에 한 비구스님이 성도암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었다. 어느 동짓날 부처님께 공양할 팥죽을 끓이기 위해 쌀가루를 준비한 뒤, 솥에 팥을 넣고 불을 지피기 위해 성냥을 찾았다.
그런데 성냥을 어디에 놓았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팥죽을 끓이지 못한 채 동지가 지난 뒤 마을에 내려가 불씨를 얻어다가 팥죽을 쑤어 부처님께 공양하기로 마음먹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잠결에 팥죽 끓는 냄새가 나면서 방이 따뜻해 지길래 하도 이상하여 공양간에 가 보니, 팥죽이 폭폭 끓고 있었다.
그래서 갸우뚱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팥죽을 떠서 공손히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3일 후에 마을의 신도 집에 내려갔는데, 스님을 본 신도가 반색하면서 말하였다.
“스님, 참 예쁜 동자 하나 들였습디다. 동자를 들였으면 우리한테 연락이나 하실 것이지….”
“성도암에 나 혼자 사는데 그 무슨 말씀이오?”
“동짓날 어린 동자승이 성도암에서 왔다면서 불을 얻으러 왔던 걸요? 그래서 제가 그 동자승에게 팥죽 한 그릇을 먹이고, 스님 드리라고 팥죽 한 그릇과 성냥을 보냈는데요.”
신도의 말을 들은 스님은 하도 이상해서 임자에 올라와서 공양간을 살펴보았다. 공양간에는 신도가 주었다는 낯선 팥죽그릇이 있었고, 법당에 들어와 살펴보니 세 분 나한의 입가에 팥죽이 묻어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