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국수로 변한 바늘

대원사 국수로 변한 바늘

대원사에는 석가여래의 화신이라 일컬어지는 진묵(震黙) 스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하고 있다. 초의의순(草依意恂) 스님이 지은 『진묵조사유적고』에 보면 당시까지 전해지던 진묵스님의 이적(異蹟) 18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사람들을 놀라게 하려는 신통술이 아니라 불도(佛道)를 깨우치지 못한 대중들에게 진리를 깨닫게 하려는 스님의 방편이었다.

다음의 두 이야기는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진묵스님이 대원사에 머무를 때의 이러한 일화를 전하고 있다.

국수로 변한 바늘 진묵대사가 사미승이던 어느 무렵에 창원의 마상포(馬上浦)를 자주 지나가게 되었다. 이때 한 처녀가 스님을 훔쳐보며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키워왔으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고,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채 홀로 내생을 기약하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후에 이 처녀는 환생을 하여 기춘(奇春)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태어나게 되었는데, 전생의 원에 따라 전주 대원사(大元寺)에서 진묵대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대사는 기춘이라는 아이를 시동으로 삼았는데, 신심이 지극하고 하는 일마다 영특하여 애지중지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대사가 기춘을 편애한다는 말이 떠돌면서 대중들의 비난거리가 되고 말았다.

대사는 그러한 자신의 행동이 이락삼매행(離樂三昧行)임을 보여 주기 위해, 어느날 기춘을 시켜 국수로 대중공양을 하겠다는 것을 사중에 알렸다.

공양시간이 되어 사찰의 대중들이 모여들었지만, 공양간에서는 국수를 삶는 기척이 전혀 없었다. 이윽고 모든 대중들이 자리를 잡자 대사는 기춘에게 여러 개의 바늘을 주면서, 자신을 포함하여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발우에 바늘 한 개씩을 넣어 주도록 하였다.

발우 속의 바늘을 쳐다보며 영문을 몰라 하는 대중들에게 대사는 한마디 던지며 젓가락을 들었다.

“자, 이제 국수공양들 하시지요.”

어느새 대사의 발우에는 바늘이 가는 국수로 변해서 가득하였으나 다른 대중들의 발우에는 여전히 한 개의 바늘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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