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대둔사에서 날아온 밥그릇

대원사 대둔사에서 날아온 밥그릇

진묵대사가 전주 대원사(大元寺)에 있을 때였다. 당시의 형편이 여의치 않아 매 끼니마다 밀기울을 물에 타서 먹는 날이 계속되었는데, 제자들은 그것이 ‘묽다’ 또는 ‘더럽다’ 하며 먹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는 가타부타 말없이 자신의 공양그릇을 묵묵히 비웠다.

그런데 어느 날 공양시간이 되어 다시 대중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별안간 허공으로부터 한 승려가 날아와서 밥이 든 발우를 대사에게 올렸다.

대사는 놀라는 기색 없이 밥을 바치는 승려에게 말했다.

“밥을 주는 것은 좋으나 친히 올 필요까지 뭐가 있소.”

“소승은 해남 대둔사(大芚寺)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공양시간이 되어 밥을 먹고 있던 중 발우가 스스로 움직이므로 괴이하다 여겨 발우를 잡았더니, 신력에 이끌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대사의 도력이라면 능히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으련만, 백성들이 곤궁하여 굶어죽는 이들이 속출하는 시절에 수도승의 자세를 망각한 제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크게 뉘우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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