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를 방생하고 아들을 낳다

미꾸라지를 방생하고 아들을 낳다

당 현종때 일이다. 수도 장사성 밖에 구조린이란 불교 신도가 살고 있었다.

살림은 넉넉치 못했으나 마음씨가 착하여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 40이 훨씬 넘도록 자식이 없어 남의 애들을 친자식과 같이 생각하고 사랑을 기울였으나 어쩐지 서운함을 못 이겨 구조린은 심령화라고 전해오는 수백리길 명산을 찾아가 백일기도를 올리기로 하였다.

부처님 앞에 일심전력을 다하여 백일기도를 드리다 보니 몸이 지쳐서 마지막 날에는 그만 법당에서 절을 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채 잠이 들어 꿈속에서 거룩한 모습의 늙은 스님이 나타나기에 절을 하였더니,

「네가 일만 목숨을 살리면 아들을 낳게 되리라.」

고 말씀하셨다.

「가난한 처지에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많은 방생(放生)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자비를 베푸시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이든지 시켜 주시옵소서!」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였다.

노승은,

「마음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으니, 무슨 댓가를 바라기 앞서서 그저 일심전력을 기울여 죽게 된 불쌍한 생명들을 살리도록 하라.」

하였다.

깨고 보니 꿈이라 정신을 차려기도를 끝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어 쉬어가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봄철이라 큰 개울가를 지나게 되었는데 어떤 농부가 아들과 같은 아이와 함께 미꾸라지를 한통 가득 잡아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다.

구조린은 제 자신도 모르게,

「무엇에 쓰시려고 미꾸라지를 그렇게 많이 잡아 가지고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돼지를 기르는데 술 찌꺼기를 주면 좋으나 살 돈이 없어서 대신 이걸 삶아서 주려고 그럽니다.」

「아! 저렇게 하찮은 고기도 살겠다는 마음은 다 마찬가지인데 잡혀 돼지 밥이 되다니」

이렇게 생각한 구조린은 남은 여비라고는 푼돈 밖에 없었으나, 어쨌든 살려야 되겠다는 마음에서 자기에게 팔라고 청했더니 쾌히 승낙하기에, 그것을 모두 사서 무작정 개울가에 흩어 놓았더니, 많은 고기들은 좋아라 하고 헤엄쳐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부자와 함께 양조장에 가서 주인에게 일을 해드릴테니 술찌꺼기 세 통만달라고 간청 하였다.

양조장 주인은 방생하겠다는 말을 듣더니, 참 훌륭한 일을 한다고 하면서 술찌꺼기 세통을 돈도 받지 않고 주는 것이었다.

너무도 고마워 뒷날 은공을 갚기로 하고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그 날부터 태기가 있어 낳은 아기가 뒷날 주거사라 하여 그는 인덕과 학식이 높은 큰 선비가 되었다.

<曹溪寺刊 靈驗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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