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어도 모든 것을 보다
청신사(淸信士) 왕범행(王梵行)은 낭야현(瑯珊縣) 임기(臨沂) 사람이다.
어려서 양쪽 눈이 다 멀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자비로 볼 마음과 입으로 법화경을 가르쳐 주었다.
나이 18살에 법화경을 통달하여 밤낮 없이 열심으로 1만 7천 번을 외웠다.
그는 비록 눈이 멀어 보지는 못했지마는, 길을 걸어도 남이 인도해 줄 필요가 없었고, 길 가운데 구덩이가 있음을 스스로 알았으며, 능히 자리를 짜고 옷을 꿰매고 편지를 쓰기를 오히려 눈 성한 사람보다 더 잘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그는 나이 71세로 개황(開皇) 6년(서기 586)에 명을 마쳤는데. 시체를 들판에 내다놓으니 새와 짐승이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고, 살이 다 없어진 뒤에도 백골이 남아있고 혀가 입 밖으로 1자쯤 나와서 빛이 연꽃과 같이 아름다웠다.
그의 아우 혜의(慧義)가 벽돌로 함을 쌓아서 넣어 두었는데 오래도록 썩지 않았다.
<弘贊傳 第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