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죽이 먹어도 줄지 않다

우유죽이 먹어도 줄지 않다

지장(智藏)스님은 하주(夏州)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대흥선사(大興善寺)에 들어가 1천 번을 목표로 날마다 법화경을 외웠는데. 너무 지나치게 애를 써서 정신이 흐려지고 피를 토했다. 며칠을 계속하니,

이 절의 스님 계모(季謨)가 지장스님에게 말했다.

『정신이 흐려지고 피를 토할 때에는 오줌에 밀가루를 풀어서 미음을 만들어 먹으면 낫는답니다.』

그러나 지장스님은,

『법화경을 1천 번 외우기로 맹세했는데, 그 뜻을 이루기 전에 더러운 물건이 경전에 스며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비록약이 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마음먹은 뜻에는 어긋나는 일입니다.』

하고, 뜰을 쓸고 물을 뿌리고 법화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서, 향을 피우고 둘레를 돌고 예배하여 정성을 다해 기원하였다.

그랬더니 이날 밤 비몽사몽간에 홀연히 한 범승(梵憎)이 나타나 물을 길어다가 밀가루를 풀어 미음을 만들어 지장스님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지장스님이 절반도 채 먹지 않아서 홀연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갑절해져서 다시 법화경 독송을 계속하였다.

정관(貞觀) 9년(서기 635)에 하주(夏州)스님 석법사(石法師)가. 지장스님이 법화경을 외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유죽 세근을 바쳐 공양에 쓰라 하였다.

지장스님이 그 우유죽을 그릇에 담아 놓고, 첫날에 구리숟갈로 가운데를 작은 접시만큼 떠냈는데, 이튿날 또 떠내려고 보니 전날 떠낸 자리가 본래대로 차 있었다. 이렇게 여름부터 가을까지 날마다 떠냈으나 여전히 도로 가득해졌다.

지장스님은 제호가 저절로 나오는 것임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8월에 스님은 이 우유죽을 같은 절의 스님 영향선사(靈響禪師)에게 나누어 주고 그에게 사실을 이야기했다.

또 항상 기이한 향내가 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자주 스님을 불러일으켜서, 스님은 모두 1만여 번이나 법화경을 외웠다.

지장스님은 의봉(儀鳳) 3년에 나이 88살로 정영사(淨影寺)에서 입적하였는데, 지계(持戒)에는 철저하였으나 불도의 깊은 뜻은 미처 다 깨달지 못한 흠이 있어 사람들이 애석하게 여겼다.

<弘贊傳 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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