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전(阿育王傳)제5권

아육왕전(阿育王傳)제5권

09. 상나화수인연(商那和修因緣)

존자 아난이 열반에 들고자 할 즈음에 상나화수는 마돌라국(妄羅國)으로 향하였다. 길을 가던 중에 한 사찰 부근에 도착하였다. 그 사찰의 이름은 비다(毘多)였는데, 그 절에 다다를 무렵이 해질녘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머물기로 하였다.

그 때 그 절에는 두 명의 마하라(摩訶羅) 비구가 있었는데, 함께 논의하면서 말하였다.

“제가 예전에 상나화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만약 비구가 있어 사소한 계[小戒]라도 범하지 않으면 이를 뛰어난 계[勝戒]라 하였습니다. 일에 대해서 듣는데 모든 것을 듣고 그 들은 것이 다르지 않은 것을 다문(多聞)이라 하였습니다.”

상나화수가 이 말을 듣고 마하라에게 말하였다.

“상나화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말한 자는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청정함을 보는 것을 정지계(淨持戒)라 이릅니다. 정지계라는 것은 제일계(第一戒)라 이릅니다. 들은 바와 같이 행하는 것을 다문(多聞)이라 합니다.’

당신이 말한 것과는 틀리지요?”

마하라(摩訶羅)가 말하였다.

“당신이 상나화수입니까?”

상나화수가 대답하였다.

“제가 상나화수입니다.”

마하라가 물었다.

“당신은 어떠한 인연으로 상나화수라 부릅니까? 당신은 상나의(商那衣)를 수지(受持)하였기 때문에 상나화수입니까? 아니면 과거 선업(善業)의 인연 때문에 상나화수라 부릅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두 가지 인연 때문에 상나화수라 부릅니다. 첫째는 상나의를 수지하였기 때문이고, 둘째는 과거의 좋은 인연 때문에 상나화수라 합니다.”

또 물었다.

“과거의 인연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옛날 바라내성(波羅㮈城)에 한 명의 상주(商主)가 있었습니다. 그는 5백 명의 상인들과 함께 바닷길 가운데로 들어가다가 도중에 벽지불(辟支佛) 한 분이 병환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이 상주(商主)가 모든 상인들과 함께 머물면서 의사의 지시대로 음식과 탕약으로 벽지불을 치료하니, 벽지불은 그 후 점차 차도가 있었습니다. 그 때 벽지불이 상나의(商那衣)를 입고 있었는데, 상주는 즉시 벽지불에게 모직 옷을 드리면서 말하였습니다.

‘지금 이 상나의를 버리시고 이 모직 옷을 입으십시오.’

벽지불이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이 옷을 입고 출가하였으며, 또한 이 옷으로 도(道)를 얻었습니다. 지금 마땅히 이 상나의를 입고 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상주가 말하였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존자께서는 반열반(般涅槃)에 들지 마시고 저와 함께 바다로 가십시다. 바다에 갔다 와서 제가 마땅히 종신토록 존자의 음식과 와구(臥具)와 병수(病瘦) 탕약 등을 공급하겠습니다.’

벽지불이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대해(大海)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당신은 환희를 일으키는 것 을 좋아하니, 당연히 크게 공덕을 얻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상주 앞에서 즉시 허공으로 날아올라 갖가지 변화를 보이면서 반열반에 드셨습니다. 이 때의 상주가 곧 저입니다. 저는 사리(舍利)에 공양하는 것을 마치고 다음과 같이 발심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제가 미래에 성사(聖師)를 만나고, 다시 백천만억의 세월이 지나 지금의 성사가 얻은 공덕만큼 제가 모두 얻게 해주십시오.

제가 장차 태어나는 곳에서는 위의법(威儀法)이 벽지불이 입은 의복과 같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러한 서원 때문에 태어나서 항상 상나의를 입게 된 것이고, 또한 출가해서도 항상 이를 입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단상(檀上)에서 형체가 다하도록 이 옷을 수지(受持)하게 된 것입니다.”

또 다시 물었다.

“이 옷을 수지하게 된 다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제가 계(戒)를 받을 때 형체가 다하도록 이 옷을 수지(受持)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수(受)라 이른 것입니다.”

마하라가 말하였다.

“당신의 이름은 참으로 좋습니다.”

존자 상나화수는 점차 마돌라국(妄羅國)에 이르러 우류만다산(優留曼茶山)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이 때 이 산에는 두 마리의 용(龍)이 있었는데, 형제가 서로 5백의 권속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존자 상나화수가 이렇게 생각하여 말하였다.

‘만약 이 용을 고뇌하지 않게 건드리면 용은 끝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즉시 신통스런 변화를 일으켜 우류만다산의 용이 화가 나도록 하자, 용은 큰 바람과 비를 일으키면서 존자가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이 때 존자는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들어 있었다. 자심삼매의 법에 들면 벌레들의 독(毒)이나 물·불 등이 해를 끼칠 수 없다. 또한 존자 마전제(摩田提)와 같은 분은 용을 항복시키는 법을 알고 있기에 용의 자식이 일찍이 없었던 생각을 내어 신심(信心)을 일으키며 존자에게 말하였다.

“어떠한 약속을 하여야 합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나에게 많은 스님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짓도록 허락하십시오.”

용이 말하였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존자 상나화수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열반한 후에 우류만다산에 마땅히 아련야(阿練若) 주처(住處)가 있게 되리니, 이름을 나라발리타(那羅拔利吒)라고 하고 좌선하는데 제일이 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용의 자식이 말하였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것입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용이 말하였다.

“만약 이것이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것이라면 그 뜻을 따라 짓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존자가 선정에 들어 관찰하자 단월(檀越)들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세상에 나온 것을 알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마돌라성(妄羅城)에 들어갔다.

차례로 걸식하면서 장자인 나라(那羅)와 발리(拔利)의 집 문에 이르러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께서 저에게 금전을 주신다면 저는 지금 우류만다산에 아련야(阿練若) 주처(住處)를 짓고 싶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제가 무슨 까닭으로 당신에게 금전을 드려야 합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본래 수기하시기를 ‘내가 열반한 뒤에 마돌라국(妄羅國) 가운데 장자가 있는데, 그의 형제는 둘로서 한 명은 나라(那羅)이고 다른 사람은 발리(拔利)이다. 그는 우류만다산에 아련야 주처를 지을 것이며, 그곳을 나라발리(那羅拔利)라 부를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자 장자는 곧 금전을 꺼내 그 산 가운데 스님들이 머무는 곳을 짓고 이름을 나라발리 정사(那羅拔利精舍)라 하였다.

상나화수가 선정에 들어 관찰하니 국제(麴提) 장자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나온 것을 관찰하고 다시 관찰해 보니 국제의 자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 국제를 점차 교화하여 불법(佛法)으로 향하도록 하였다.

존자 상나화수가 그를 교화할 때 많은 비구들을 이끌고 그 집에 들어갔으나 점점 적은 인원을 데리고 가거나 자기 혼자 그 집에 가게 되었다.

장자가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왜 한 명의 비구도 거느리지 않고 저희 집에 오시는 것입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받들거나 공급해 주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다. 만약 믿음으로 즐거이 출가한 사람이라면 제 뒤를 따를 것입니다.”

국제가 말하였다.

“제 몸은 세속(世俗)을 좋아하니, 출가하여 존자의 뒤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만약 자식을 낳았다면 당연히 출가시켜 함께 공급했을 것입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당신의 좋은 뜻과 이 말을 삼가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

국제가 뒤에 곧 한 명의 자식을 낳아 이름을 아실바국다(阿失波麴多)라 하였는데, 점점 장성하자 존자가 말하였다.

“당신이 지난번에 말하길 자식이 생기면 나에게 보내고자 하였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아이가 있으니 나에게 보내 출가시키십시오.”

국제가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아이가 한 명밖에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보낼 수가 없습니다. 만약 다시 자식이 생긴다면 당연히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이후에 생겨나는 아이의 이름을 단니국다(檀泥麴多)라 하십시오.”

아이는 점점 자라 장성하였다.

존자가 말하였다.

“당신이 지난번에 말하길 자식이 생기면 마땅히 나에게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자식이 생겼으니 마땅히 나에게로 보내 출가시키십시오.”

국제가 대답하였다.

“저의 자식 가운데 하나는 재물을 지켜야 하며, 다른 자식은 밖에 있으면서 재물을 모으고 거둬들여야 합니다. 다시 셋째 아이가 생겨난다면 당연히 아사리(阿闍梨)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단정하고 빼어나기가 인간을 벗어나 하늘의 아이와 같았다. 태어나자 곧 이름을 우바국다(優波麴多)라 지었다. 점점 잘 장성하여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우바국다는 향(香)을 많이 사두었다가 그것을 팔아 많은 이익을 얻기도 하였다.

존자는 국제가 아이가 생겼는지를 관찰하다가 아이가 생기자 다시 국제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지난번에 셋째 아이가 생긴다면 저에게 보내기를 허락하였습니다. 지금 자식이 생겼으니 마땅히 저에게 보내 출가하는 것을 허락해야 합니다.”

국제가 말하였다.

“만일 저의 이익을 끊지 않으신다면 존자에게 보내 출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 마왕(魔王)이 마돌라국(妄羅國) 사람들에게 국다에게 가서 향을 사도록 말하였다. 마왕의 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향을 사서 매우 큰 이익을 얻었다.

존자 화수(和修)가 우바국다가 있는 곳으로 가니, 우바국다는 마을에서 향 을 팔고 있었다. 존자가 이를 보고 말하였다.

“그대는 물건을 사고파는 가운데 깨끗한 마음으로 하는가, 깨끗하지 않은 마음으로 하는가?”

우바국다가 대답하였다.

“저는 알지 못합니다. 무엇이 깨끗한 마음이고, 무엇이 깨끗하지 않은 마음입니까?”

존자 화수(和修)가 말하였다.

“그대가 탐욕과 성냄에 마음이 상응하면 깨끗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이르고, 상응하지 않으면 깨끗한 마음이라 이르느니라.

그대가 만약 마음이 연(緣)하는 곳을 알고 있다면, 또 만약 마음이 선(善)하지 않은 것을 연한다면 검은 돌을 좌측에 두고, 만약 마음이 선함을 연한다면 흰 돌을 오른쪽에 두라.”

국다에게 염불(念佛)과 부정관(不淨觀)을 가르쳤는데, 첫째 날은 3분의 2가 검은 돌이고 3분의 1이 흰 돌이었다. 둘째 날에는 반이 검은 돌이고 반은 흰 돌이었다. 이후 점차 순수하게 흰 돌만 있고, 검은 돌은 없게 되었다. 모두 선심(善心)이고 악심(惡心)은 없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법답게 일을 결단[斷]하고, 법답지 않게 일을 결단함이 없었다.

마돌라성(妄羅城)에 파수달다(婆修達多)라는 이름의 음녀(婬女)가 있었다. 그녀의 하녀가 우바국다에게 향을 샀는데, 음녀가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너는 왜 도둑질을 하느냐? 어느 곳에서 이렇게 좋은 향을 많이 얻었느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대가(大家)이시여, 저는 진실로 도둑질하지 않았습니다. 국제에게는 우바국다라는 이름의 자식이 있는데, 성품이 매우 평등하여 법에 어긋남이 없는 장사꾼입니다.”

음녀가 즉시 우바국다에게 음욕의 마음이 생겨 하녀를 우바국다에게 보내 다음과 같이 전하였다.

“저희 대가(大家)께서 필요한 것은 없지만 뵙고자 하십니다.”

국다가 대답하였다.

“서로 만날 시기가 아닙니다.”

파수달다 음녀는 이전에는 항상 하는 법칙대로 5백 금전을 하룻밤 자는 사람에게 받았다.

음녀가 다시 하녀를 국다에게 보내 다음과 같이 전하였다.

“저는 1전(錢)도 필요 없으니 잠시 한번 와서 서로 봅시다.”

이 때 대장자(大長者)의 자식이 있었는데, 먼저 음녀와 함께 하룻밤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북방에 매객주(賣客主)가 있어 진귀한 보배들을 많이 가지고 마돌라국에 이르렀다가, 매객주가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이 성 안에서 누가 가장 음란한 여자입니까?”

어떤 사람이 대답하였다.

“파수달다 음녀가 가장 소문난 음녀입니다. 5백의 금전을 받아야 사람과 하룻밤을 잡니다.”

매객주는 이 말을 듣고 즉시 5백의 금전을 지니고 영락(纓絡)으로 장식한 좋은 옷을 입고 음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때 그 음녀는 매객주의 5백 금전이 탐이 나서 대장자의 자식을 죽이고서 집 안에 묻어버렸다.

장자의 자식의 권속들이 수소문하여 음녀의 집에 이르렀고, 그 집의 땅을 파서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왕에게 파수달다 음녀가 장자의 자식을 살해하였다고 아뢰었다.

왕이 말하였다.

“음녀 파수달다를 붙잡아 귀와 코를 베고 팔과 다리를 잘라서 무덤 사이에 놔두어라.”

우바국다는 이 일에 대해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녀는 본래 용모와 소리로써 나를 불러 인연을 맺어 즐기고자 하였으나, 지금은 귀와 코를 베이고 팔과 다리가 잘렸으므로 가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그가 전에는 장엄한 의복으로 탐욕을 드러내었기에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탐욕 때문에 해탈하고자 하니, 마땅히 그의 거처에가보아야겠다.”

우바국다는 사자 한 명을 데리고 무덤 사이에 이르니, 하녀가 옛날의 은의(恩義)를 아는 까닭에 새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하녀가 대가(大家)에게 말하였다.

“우바국다께서 오셨습니다.”

음녀가 하녀에게 말하였다.

“가까이에 있는 내 귀와 코, 그리고 팔과 다리를 모두 모아서 모직으로 그 위를 덮도록 하라.”

우바국다가 그 앞에 서 있자, 파수달다가 우바국다에게 말하였다.

“저는 평온한 때에 사람을 보내 당신을 부르고자 하였지만 그 때 당신은 때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저는 곤란하게 되어 몸이 잘리고 베어지게 되었는데 어째서 저를 보러 오셨습니까?”

존자 국다가 대답하였다.

“자매여, 나는 탐욕의 일로 당신 곁에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탐욕의 실상을 알고자 온 것입니다. 탐욕에 눈먼 사람은 당신의 실상을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본래 육체[色]로 세간(世間)을 속였습니다만 지금 본래의 실상에 돌아와 머무니, 엷은 가죽이 그 위를 덮어 피가 흐르고 살이 발라져 있으며 천 개의 힘줄로 묶여져서 천 개의 맥(脈)이 통하는 것입니다. 살지고 기름진 것이 밖에서 보면 좋게 보이지만 안의 더러움으로 가득 찬 것을 밖의 거짓 향훈(香熏)으로 가리는 것입니다. 안의 더러움과 더러운 냄새의 기운이 가득 차, 때와 냄새로 오염되어 나쁘게 되면 물로 씻어냄으로써 그것을 가립니다.

‘탐욕은 능히 두려움·걱정·근심·괴로움·번민을 생하나니, 백 천 가지 근심이 모두 탐욕에서 생긴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다면 지혜로운 이는 탐욕을 꾸짖나니, 만약 탐욕의 더러움을 버린다면 바로 해탈을 얻게 되고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路]에서 노닐어 열반(涅槃)을 획득하게 됩니다.”

음녀 파수달다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이미 3유(有)를 싫어하므로 불법(佛法)에 대해 믿음과 공경의 마음이 생겨납니다.”

우바국다가 말하였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지혜로운 이가 꾸짖는 법의 모습은 실제로 그러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설하여 주십시오.”

우바국다가 즉시 4제(諦)의 법륜(法輪)을 설하였다.

“고제(苦諦)는 철을 녹이는 것과 같고, 집제(集諦)는 독이 있는 나무[毒樹]와 같으며, 멸제(滅諦)는 어리석음과 애욕을 끊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가르침[八聖道]의 출요(出要)가 됩니다.

또다시 괴로움이란 독과 같고 악창과 같고 부스럼과 같습니다. 태어나는 괴로움[生苦]·늙는 괴로움[老苦]·병드는 괴로움[病苦]·죽는 괴로움[死苦]·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되는 괴로움[怨憎會苦]·구하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5성음의 괴로움[五盛陰苦]·괴로움에 대한 괴로움[苦苦]·행하는 괴로움[行苦]·무너지는 괴로움[壞苦]이니, 종합해서 말한다면 삼계(三界)에서 태어남을 받는 것은 모두 이와 같이 괴로운 것입니다.”

우바국다는 음녀가 신체의 실상을 본 후 탐욕을 벗어나 진리를 보고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은 것을 관찰하였다.

파수달다가 법(法)을 듣고 진리를 보고 이미 진리를 획득한 후 국다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당신은 지금 나를 위하여 3악도(惡道)를 닫고 선취문(善趣門)을 열어 열반의 길로 향하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불(佛)·법(法)·승(僧)에 귀의하겠습니다.”

우바국다는 법을 설하고 나서 돌아갔다. 돌아간 지 오래지 않아 파수달다는 목숨이 다해서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이 때 천신(天神)이 있어 마돌라인(妄羅人)에게 말하였다.

“우바국다가 파수달다를 위해 법을 설하여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으며, 목숨이 다하고서 도리천에 태어났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듣고 나서 파수달다의 몸을 모아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이 때 상나화수(商那和修)가 국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말하였다.

“나에게 우바국다를 보내 출가하도록 하십시오.”

국제가 대답하였다.

“저로 하여금 이로움을 얻어 끊어지지 않게 한다면 마땅히 출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존자 상나화수는 신통력으로 국제가 이익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였다. 국제가 매일 얻은 이익을 헤아려 보아도 끊어지지 않은 까닭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상나화수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우바국다에게 수기하시기를 ‘내가 열반한 후 100년 뒤에 마땅히 불사(佛事)를 지으리라’고 하셨으니, 당신은 마땅히 출가를 시키십시오.”

국제는 듣는 즉시 우바국다를 출가시켰다. 존자 상나화수는 우바국다를 데리고 나라발리(那羅拔利)의 아련야처(阿練若處)로 갔다. 구족계를 받고 백사갈마(白四羯磨)를 마치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상나화수가 우바국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나의 열반 100년 후에 비구가 있어 이름을 우바국다라 할 것이다. 비록 상호(相好)는 없으나 불사를 지으리니, 나의 성문(聲聞) 가운데 교수(敎授)와 좌선(坐禪)에 있어서 제일이 되리라’고 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 그대는 불사를 잘 지으라.”

우바국다가 말하였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우바국다는 마돌라국(妄羅國)에서 대설법(大說法)을 하고자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우바국다가 설법한다는 것을 듣고 백 천 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우바국다는 여래께서 설법하실 때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앉았는가를 관찰하였는데, 모두 반달과 같은 형태로 앉았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 4부대중(四部大衆)이 반달과 같은 형태로 앉았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어떻게 법을 설하셨는가를 관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먼저 시론(施論)·계론(戒論)·생천론(生天論)을 설하시어, 탐욕을 부정(不淨)한 것이라 하고 세간을 벗어나는 요체(要體)로 삼았으며, 모든 부처님의 항상 하는 법인 4성제(聖諦)를 설하셨다. 우바국다 또한 모든 부처님과 같이 차제(次第)로 설법하여 4성제를 설하고자 하였는데, 마군이 곧 진주(眞珠)와 진기한 보배를 비 오듯 내려 중생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어지럽게 하여 한 사람도 도(道)를 얻을 수 없도록 하였다.

존자 우바국다가 누구의 소행인가를 관찰해 보고서 마군이 지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뒷날 무수한 사람들이 우바국다의 설법을 들었는데, 진주와 진귀한 보배들이 비 오듯 하니, 모두 와서 가지고자 하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두 번째 설법을 할 때 다시 금보(金寶)의 비가 내리고, 나아가 도(道)를 얻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존자가 선정에 들어 누구의 소행인가를 관찰해 보고서 마귀의 소행임을 알았다.

셋째 날은 국토의 사람들이 모두 구름같이 몰려와서 존자의 설법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진주의 비가 내렸고, 두 번째는 금보(金寶)의 비가 내렸다. 셋째 날에는 마왕이 변화를 부려 천녀(天女)를 만들어서 하늘의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여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게 하고 어지럽게 하였다. 도(道)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이 모두 미혹하게 되어 하늘의 음악에 집착하고, 나아가 도를 얻은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되자 마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능히 우바국다의 설법을 파괴하였다.”

존자 우바국다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선정에 들어가 이것이 누구의 소행인가를 관찰하였는데, 마왕이 만다라화(曼陀羅花)를 가지고 꽃 장식을 만들어 우바국다의 머리 위에 씌웠다. 존자는 즉시 이것이 누구의 소행인가를 관찰하고는 곧 이것은 마왕이 지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존자 우바국다는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마왕은 여러 차례 나의 설법을 무너뜨리고 혼란케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어째서 항복시키지 않으셨을까? 저 부처님의 본뜻은 내가 이를 조복(調伏)시키게 하고자 함이리라. 이러한 까닭에 부처님께서 항복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존자가 마왕이 조복될 시기가 아직 이르지 않았음을 관찰하였다가,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알았다.

존자 우바국다가 세 가지 죽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 번째는 죽은 뱀이고, 두 번째는 죽은 개이고, 세 번째는 죽은 사람이었다. 이 세 가지로 변화를 일으켜 꽃 장식으로 만들어 마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마왕이 이를 보고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바국다는 나에게서 자재(自在)함을 얻지 못하였다.”

마왕은 즉시 머리를 내밀어 그 꽃 장식을 받았다. 우바국다는 세 가지 죽은 것을 가지고 마왕의 목을 묶었다. 마왕은 세 가지 죽은 것이 목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 이 죽은 시체들로 내 목을 묶는가?”

존자가 말하였다.

“비구(比丘)와 사람들은 꽃 장식에 집착하지 않지만 너는 이러한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또한 네가 죽은 시체로 목을 묶는 것에 응하지 않더라도 나는 너를 묶을 수 있다. 이제 네 힘닿는 대로 해 보아라. 네가 지금 어떻게 하든지 불자(佛子)와 더불어 싸우고자 하는 것은 마치 큰 바다의 파도가 파리산(頗梨山)에 부딪치는 것과 같다.”

마왕은 스스로 이 시신을 떨쳐버리고자 하였으나, 그것은 모기가 수미산(須彌山)을 옮기고자 하는 것과 같아 능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왕이 목에 묶여 있는 죽은 시체들을 풀어 보려고 하였으나 마찬가지였다. 마왕은 크게 화를 내면서 몸을 허공으로 솟구치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비록 스스로 벗어날 수는 없으나 나의 모든 하늘은 족히 이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우바국다가 마왕에게 말하였다.

“네가 범천(梵天)·석제환인(釋提桓因)·비사문천(毘沙門天)에 가거나, 마혜수라천(魔醯首羅天)·바루나천(婆樓那天)에 가거나, 나아가 큰 불구덩이에 들어가더라도 능히 태울 수 없고 큰물에 들어가더라도 능히 썩어 문드러지지 않으리라. 저 모든 천(天)들이 네가 묶인 것을 풀고자 해도 영원히 풀 수 없을 것이다.”

이 때 마왕이 존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 모든 천(天)을 찾아다니면서 묶인 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나 모든 천들은 한결같이 대답하였다.

“나는 할 수 없습니다.”

이에 범천이 있는 곳에 도착하여 합장하며 말하였다.

“저를 위해 풀어 주십시오.”

범천이 대답하였다.

“10력(力)을 지닌 세존의 제자가 지은 것이다. 나의 힘은 미약해서 끝내 이를 풀 수 없다. 가령 맹렬한 거센 바람이라 할지라도 능히 날려서 보낼 수 없을 것이다. 가령 연뿌리 실로 수미산(須彌山)을 매달아도 이 묶인 것을 풀고자한다면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마왕이 범왕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풀 수 없다면 나는 마땅히 누구에게로 가야 합니까?”

범왕이 말하였다.

“당신은 빨리 우바국다에게 귀의해야만 곧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땅으로 인해 넘어졌다면 도로 땅을 의지해야 일어설 수 있는 것과 같다. 만약 귀의하지 않으면 그대의 천상(天上)의 음악은 부서지고 그대의 명예와 존귀한 일체의 모든 즐거움이 부서지게 될 것이다.”

마왕은 여래 제자들의 힘이 큰 것에 대해 오히려 범천왕(梵天王)이 공경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의 힘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만약 나에게 괴로움을 가하고자 한다면 무슨 일을 하지 못하겠는가? 큰 자비로움으로 불쌍히 여겨 나에게 괴로움을 가하지 않으셨구나. 오늘에야 비로소 여래께서 큰 자비로움을 구족하시어 대자(大慈)하심을 성취하시고 진실한 해탈을 얻으셨음을 알겠도다. 나는 무명(無明)에 덮여 장님과 같아 곳곳에서 번뇌하게 했으나, 부처님께서는 자비와 평등의 마음으로 나에게 일찍이 악한 말을 하시지 않으셨구나’라고 하였다.

마왕은 범왕(梵王)의 말을 듣고는 곧 교만한 마음을 깨뜨리고 우바국다에게로 가서 오체투지하고 무릎 꿇고 존자에게 말하였다.

“대가(大家)시여, 당신은 제가 보리수 아래에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여래께 수많은 번민과 혼란을 일으킨 것을 모르실 것입니다.”

존자가 물었다.

“너는 어떠한 일을 지었는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옛날에 부처님께서 바라문(婆羅門) 마을에서 걸식을 하실 때 나는 중생의 마음을 가려서 먹을 것을 얻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먹을 것을 얻지 못하시자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셨습니다.

쾌락하여 집착함이 없으면
신체는 곧 안온하고 가벼우며 편안하리라.

만약 음식에 대해
마음에 탐착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광음천(光音天)처럼
항상 기쁨이 넘칠 것이네.

다시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변화로 큰 소[牛]를 만들어 5백 비구들의 발우를 깨뜨리게 하였는데, 오직 부처님의 발우만이 날아서 허공에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다른 때에 용의 모습으로 변하여서 7일간 낮과 밤 동안 부처님의 몸을 묶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고자 하실 때에는 제가 5백 수레를 만들어 강물을 더럽게 하여 부처님으로 하여금 마시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간략하게 말한다면 수백의 번뇌를 일으키는 일을 하였으나 여래께서는 자비로써 가련하게 여기시어 한마디 나쁜 말도 하지 않으셨고 업신여기거나 훼손시키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은 아라한(阿羅漢)으로서 천인(天人)과 아수라(阿修羅)들 앞에서 가엾게 여기거나 참는 마음이 없이 나를 훼손시키고 욕되게 합니까?”

우바국다가 대답하였다.

“파순(波旬)이여, 그대는 지견(知見)이 없도다. 우리와 같은 성문을 여래께 비교하고 헤아리는 것은 옳지 않으니, 마치 겨자를 저 수미산(須彌山)과 같다고 하고, 반딧불을 일월(日月)과 같다고 하며, 한 방울의 물이 대해(大海)와 같다고 하는 것과 같다. 여래의 대비(大悲)는 성문에게는 없으니, 부처님께서는 크게 자비하신 까닭에 그대를 다스리지 않지만 성문들은 부처님과 같지 않으므로 나는 그대를 다스리는 것이다.”

마왕이 말하였다.

“인욕선인(忍辱仙人) 때부터 성불(成佛)에 이르시기까지 저는 번민과 혼란을 일으켰지만 어떠한 인연으로 부처님께서는 항상 자비로 가련하게 여기시어 해를 가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우바국다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善)하지 못한 인연으로 부처님께 악한 마음을 내어 그 죄가 비록 쌓였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대를 훼손하지 않으셨으니, 왜냐하면 나로 하여금 그대를 조복(調伏)하여 그대로 하여금 부처님에 대해 믿음과 공경의 마음을 얻게 하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그대는 지옥과 아귀, 그리고 축생에 떨어지지 않았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일로 인해 처음부터 한마디 말로도 그대를 훼손하지 않으셨으며, 이러한 까닭에 그대에게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내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아주 좋고 기묘한 방편으로 그대로 하여금 믿음의 마음이 생겨나게 하고자 하셨으니, 이러한 작은 믿음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능히 열반을 얻을 수 있다.

간략하게 말한다면 그대가 만약 믿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낸다면 이 믿는 마음으로 옛날에 부처님을 괴롭혔던 많은 죄를 씻어 없애서 모두 소멸할 수 있으리라.”

마왕은 이 말을 듣고 몸과 마음이 뛸 듯이 기뻤는데, 마치 가담화(迦曇花) 나무가 뿌리에서 다음은 줄기로 그리고 가지에 이르듯이 마왕은 기쁨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 나무왕[樹王:보리수] 아래에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나에 대해서 자비와 인내로 마치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셨고, 근원적으로 나의 허물도 없애 주셨다.

마왕은 불법(佛法)에 대해 기쁜 마음을 내었고, 즉시 일어나서 존자에게 합장하고 말하였다.

“당신은 능히 저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큰 은혜입니다. 오늘 마땅히 저를 위해 이 세 가지 시체를 풀어 주십시오.”

존자가 대답하였다.

“먼저 마땅히 너와 약속을 한 연후에 풀어 주겠다. 금일 이후에는 법(法)이 다할 때까지 다시는 네가 비구(比丘)를 어지럽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마왕이 대답하였다.

“마땅히 존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시 마왕에게 말하였다.

“다시 나를 위해 한 가지 일을 보여 달라. 내가 비록 여래의 법신(法身)은 보았으나 여래의 미묘한 색신(色身)은 보지 못하였다. 나를 위해 부처님의 색신을 보여서 나에게 애경(愛敬)의 마음을 낼 수 있도록 하라. 만약 이 일을 한다면 이것을 가장 뛰어난 일이라 이르리라.”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저 또한 먼저 존자(尊者)에게 약속을 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만약 불신(佛身)을 나타낼 때 당신은 나를 위해 예(禮)를 표하는 것을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마치 이란(伊蘭)이 나무를 생(生)하면 큰 코끼리가 짓밟아 죽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존자가 말했다.

“나 또한 너에게 예를 표하지 않으리라.”

마왕이 말하였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저는 숲 속에 들어가서 제가 예전에 부처님의 형상을 나타내 수라(首羅) 장자를 속이려 하였는데, 그 때 나타냈던 것을 지금 당신을 위해 해 보이겠습니다.”

존자가 즉시 세 가지 시신을 풀어 주었다.

존자 우바국다가 부처님 뵙기를 생각하자 마왕은 즉시 숲 속으로 들어가 부처님의 몸을 화작(化作)하였는데, 그것은 마치 여러 가지 물감으로 하얗고 고운 새 천에 부처님의 신상(身相)을 그려 놓은 것과 같아서 보아도 싫증남이 없이 만족스러웠다.

부처님의 형상을 화작(化作)하고 나서 좌측에 사리불의 모습을 화작하고,우측에는 대목건련(大目犍連)의 모습을 화작했다. 아난은 뒤에 있고. 마하가섭(摩訶迦葉)·아누루두(阿耨樓頭)·수보리(須菩提) 등 1,250명의 대아라한들이 주위를 시종하였는데, 점차 숲에서 나와 우바국다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존자가 그 때 일어나 합장한 후 자세히 살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호라, 무상(無常)함이여.

슬퍼하거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어
능히 이와 같이
가장 뛰어난 미묘한 몸[色身]을 무너뜨리는구나.

부처님의 몸은 이와 같다가 무상하게 무너졌다. 몸과 마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부처님의 생각을 볼 수 있게 하였다.

존자가 합장하면서 다시 게송을 설하였다.

기쁘도다, 청정한 업(業)이여.

능히 이 같은 미묘한 과(果)를 이루도다.

자재천(自在天)에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원인 없이 지어진 것도 아니로다.

얼굴색이 연꽃보다 낫고
눈의 맑음은 밝은 구슬과 같도다.

단정하기는 해와 달을 넘어서고
가히 사랑스럽기가 꽃 숲보다 더하구나.

침착하고 고요함은 큰 바다와 같고
편안히 머묾은 수미산(須彌山)과 같구나.

위풍스러운 빛은 태양보다 뛰어나고
서서히 걷는 자세는 사자와 같도다.

사방을 살피는 것은 우왕(牛王)과 같고
연못의 빛깔은 상서로운 자금(紫金)에 비유되도다.

백천(百千)의 무량겁 동안
신(身)·구(口)·의(意) 3업을 깨끗이 닦았도다.

그 인연으로
이와 같이 뛰어난 미묘한 몸을 얻었으며
원수가 보고도 오히려 기뻐하니
내가 어찌 마땅히 존경하지 않으리오.

존자가 이 게송을 다 마치고 나서 부처님의 마음을 관(觀)하면서 본래 약속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고는 홀연히 5체를 던지면서 예경하였다.

마왕이 말하였다.

“존자시여, 어찌하여 약속한 것을 어기는 것입니까?”

존자가 물었다.

“약속을 어찌하여 어겼다는 말인가?”

마왕이 말하였다.

“당신에게 예를 갖추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어찌하여 5체를 땅에 대고 예(禮)를 갖추는 것입니까?”

존자가 말하였다.

“나는 위없는 세존께서 오래 전에 이미 열반에 들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형상과 용모를 보니 부처님을 뵙는 것과 흡사하여 부처님께 예를 갖춘 것이지 그대에게 예를 갖춘 것은 아니다.”

마왕이 말하였다.

“내 눈으로 당신이 나에게 예를 갖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예를 갖추지 않았다고 말합니까?”

존자가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내가 약속한 말을 어기지 않았고 또한 그대를 향해 예를 갖추지 않았음을 들으라. 이것은 마치 진흙이나 나무로 천신의 모습이나 부처님의 모습을 만들어서 하늘이나 부처님을 공경하는 까닭에 예를 갖추는 것이지, 진흙이나 나무에 예를 갖추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나 또한 이와 같다.

부처님을 뵙고 환희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까닭에 다시 일어나서 예를 갖추었지, 그대를 생각하고 그대에게 예를 갖춘 것은 아니다.”

그러자 마왕은 즉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존자에게 예경(禮敬)하고서 천상(天上)으로 돌아갔다.

나흘째 되던 날 마왕이 생각하기를, ‘존자께서는 스스로 은혜로운 덕을 널리 베풀었기 때문에 하늘에서 밑으로 내려왔다. 빈궁함을 무너뜨리거나 하늘에 태어나거나 열반을 얻고자 하면 마땅히 우바국다의 처소로 나아가야 하리라. 또한 여래의 대비(大悲) 설법을 뵈려고 하는 이 역시 우바국다의 처소로 나아가야 하리라’고 하였다.

마돌라성(妄羅城) 가운데 모든 사람들이 존자인 우바국다가 능히 마왕을 조복하였음을 듣고는 노인 등 백성 수천만 명이 모두 존자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존자가 대중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는 곧 사자좌(師子座)에 올라 갖가지 미묘한 법문을 설하시어 백천(百千)의 중생들로 하여금 수다원(須陀洹)과 사다함(斯陀含)의 도(道)를 얻도록 하였다. 그리고 1만 8천 명의 사람들이 출가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우류만다(優留曼茶)산에 방을 지었는데 너비가 2장(丈) 4촌(寸)이고, 길이가 3장 6촌이었다.

“나를 따라 아라한이 된 자들은 모두 한 개의 길이 4촌이 되는 산가지를 방안에 놓으라” 하니, 하루 동안에 1만 8천의 산가지를 방안에 던졌다.

존자의 명성이 이와 같이 염부제(閻浮提)에 가득하나, 모두 말하기를 “마돌라국에 우바국다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교수(敎授)와 좌선(坐禪)에 있어서 제일이 되리라고 수기(授記)하셨다”고 하였다.

존자인 상나화수(商那和修)가 우바국다에게 법을 부촉하고서 스스로 부처님의 수기를 생각하였다.

‘계빈국(罽賓國)은 좌선하는 데 방해나 어려움이 없고, 상(床)과 펴는 자리와 와구(臥具)가 제일이며, 날씨가 시원하고 차가워 병이 적다.’

존자 상나화수는 법을 부촉하고 저 계빈(罽賓)에 이르러서 선정(禪定)에 들어 기쁨에 충만하여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상나의 옷을 입고
다섯 종류의 선(禪)을 성취하였으니
산의 바위나 빈 계곡 사이라도
좌선으로써 정(定)에 들었도다.

누군들 바람과 추위를 이기지 못할까?
상나(商那) 아라한(阿羅漢)은
마음으로 해탈을 얻고
마음으로 자재로운 지혜를 얻었도다.

존자 우바국다가 마돌라국의 우류만다산 가운데 나라발리(那羅拔利)라고 하는 아련야처(阿練若處)에 있었다. 그 산에는 늙은 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두 마리의 새끼를 두고 있었다. 늙은 호랑이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자, 얼마 되지 않아서 목숨이 끊어졌다. 두 마리의 새끼는 어머니를 잃어버리자 바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존자 우바국다가 그곳에 가서 먹을 것을 그들에게 주고 호랑이 새끼들을 위해 게송을 설하였다.

모든 행(行)이 무상한 것
이것이 생멸법(生滅法)이니라.

생과 멸을 멸한 뒤에
적멸(寂滅)로써 즐거움을 삼아라.

매일같이 먹을 것을 주었는데 먹을 것을 줄 때마다 그 귀에다 대고 이 게송을 설하였다. 마침내 두 마리의 호랑이 새끼는 수명이 단축되고 마침내 목숨을 다해서 마돌라국의 바라문(婆羅門) 집안에 태어나게 되었다.

존자인 국다는 비구를 거느리고 바라문 집안에 갔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점점 적은 수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갔다가 마침내 혼자 바라문 집안에 가게 되었다.

바라문이 물었다.

“존자께서는 어떠한 일로 홀로 오시게 되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저는 출가한 사람입니다. 시종 드는 하인이 있지 않습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우리 집사람이 아이를 가졌으니 만약 사내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존자에게 드리겠습니다.”

뒤에 쌍둥이로 두 아이가 태어나자, 존자 국다가 와서 데리고 가고자 하였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조금 기다리셨다가 크거든 드리겠습니다.”

나이 여덟 살이 되었다. 존자 국다가 다시 가서 그에게 아이들을 요구하자, 바라문이 즉시 첫째 아이만을 존자에게 주니, 둘째 아이가 말하였다.

“제가 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둘째 아이가 다투어 가고자 하니, 존자인 국다가 말하였다.

“이 두 아이는 함께 도를 얻을 것입니다.”

바라문이 곧 붙잡고 있던 둘째 아이를 존자에게 넘겨주었다. 존자가 제도하여 출가시키니, 곧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얻었다.

존자가 곧 다시 꽃을 캐도록 시키자, 대답하여 말하였다.

“첨복수(瞻蔔樹)는 높아서 능히 미칠 수가 없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 하늘에서 어찌 신족(神足)이 없겠는가?”

그러자 이 때 두 사미(沙彌)가 허공 가운데를 걸어가 나무 위의 꽃을 땄다. 존자인 국다가 여러 제자들과 함께 한곳에 서 있었는데, 여러 제자들이 말하였다.

“이 어린 사미들이 어떻게 이러한 신묘한 덕(德)을 가지고 있는가?”

그러자 존자가 대답하였다.

“이들은 그 호랑이의 두 새끼였느니라. 너희들이 전에 말하기를 ‘어째서 이 호랑이에게 먹을 것을 주십니까?’ 하였는데, 너희들은 지금 그 호랑이 새끼들의 신통력을 본 것이니라.”

모든 제자들은 듣고서 곧 이해하였다.

남천축(南天竺)에 한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다른 아녀자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다른 아녀자와 정을 통하는 것은 큰 악(惡)을 짓는 것이다. 음욕(婬欲)의 도는 악을 짓지 않음이 없다.”

그러자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어머니를 살해하고 다른 집으로 가서 그 여자를 구하고자 하였으나 끝내 얻을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부터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나 곧바로 출가하였다. 오래지 않아 3장(藏)의 가르침을 지녀서 독송하고 경교(經敎)를 익혀 따르는 무리가 많아 여러 제자를 두게 되었다.

그가 무리들을 거느리고 존자 국다가 있는 곳에 이르렀으나, 존자는 그가 역죄(逆罪)를 범한 것을 알고 끝내 말하지 않고 생각하기를 ‘역죄를 범한 사람은 도(道)의 과보가 없다’고 하시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존자 국다가 말을 하지 않자, 곧바로 무리들을 거느리고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존자 우바국다에게는 5백 명의 범부(凡夫) 제자들이 있었는데, 마하라(摩訶羅)를 제도하려고 삼장 법사가 모든 무리들을 데리고 왔는데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을 헐뜯고 싫어하였다.

존자 국다는 이 5백 명의 제자들을 관찰하여 보고는 곧 ‘나와는 인연이 없구나. 나의 화상(和尙)께서 제도할 인연(因緣)이로다’라고 생각하고 즉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러자 그의 화상인 상나화수(商那和修)가 대신력(大神力)으로 나라발리(那羅拔利)의 아련야처(阿練若處)에 도달하여 국다의 방에 이르렀지만 국다는 있지 않았다. 오직 제자만이 있어 상나화수가 거칠고 낡은 옷을 입고 머리칼과 귀밑털이 매우 긴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화상은 이런 마하라(摩訶羅)와는 서로가 매우 친하면서 삼장 법사와는 말도 하지 않는구나.”

존자 상나화수가 우바국다가 앉는 곳에 이르러 앉으니, 국다의 제자들이 화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어 존자 상나화수를 밀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상나화수는 수미산(須彌山)과 같아 움직이지 않았고, 입으로 욕을 하고자 하였으나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존자 국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마하라 비구가 화상께서 누우시는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국다가 대답하였다.

“나의 화상(和尙)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나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느니라.”

우바국다가 방으로 돌아와서 존자 상나화수를 보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발을 잡고 예를 올린 뒤에 그 앞에 앉았다. 이 모습을 본 우바국다의 제자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나의 화상께서 비록 거듭 절하면서 저 스승을 공경하고 있지만 그가 지니고 있는 지견(知見)과 신통력은 곧 나의 화상과는 같지 않으리라.’

존자 상나화수가 우바국다의 모든 제자들을 보고는 ‘어떻게 교만한 마음을 제거할 수 있을까?’ 하고는 곧 자기의 화상이 더 뛰어나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았다.

존자 상나화수가 손가락을 허공 가운데로 들자 손에 우유가 가득 하였다.

그리고는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떠한 삼매의 모습인가?”

존자 국다가 선정(定)에 들어서 관찰하였지만 본말(本末)을 알 수 없자 곧 스승에게 여쭈었다.

“이것이 어떠한 삼매(三昧)의 모습입니까?”

존자인 화수(和修)가 대답하였다.

“이것은 용이 세상에 위용을 떨치는 삼매[龍奮世三昧]이다.”

우바국다가 말하였다.

“제가 얻을 것을 모두 화상께 얻었는데, 오직 이 삼매(三昧)는 제 근기로는알 수 없습니다.”

존자 상나화수가 국다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삼매는 모든 연각(緣覺)들이 그 이름을 알지 못하고, 연각의 삼매는 모든 성문(聲聞)들이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느니라. 사리불(舍利佛)의 삼매는 다른 성문들이 그 이름을 알지 못하고, 목건련이 드시는 삼매도 다른 성문들이 또한 그 이름을 알지 못한다. 나의 화상인 아난께서 드시는 삼매도 나는 그 이름을 알 수 없고, 나의 삼매 역시 국다인 네가 그 이름을 알 수 없다. 내가 열반에 든다면 이와 같은 삼매 또한 나를 따라 없어질 것이다. 7만 7천의 『본생경(本生經)』 또한 나를 따라 없어질 것이며, 1만의 아비담(阿毗曇) 역시 나를 따라 없어질 것이다.”

국다의 제자들이 알고는 교만한 마음이 없어져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우리 화상은 모든 것이 다 존자 상나화수와 같지 않기에 깊은 존경심을 거듭 내었구나.’

존자 상나화수가 그 인연을 따라 설하니, 그 법을 들은 모두가 아라한(阿羅漢)을 얻었다.

상나화수가 우바국다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법(法)을 존자 마하가섭께 부촉하셨고, 가섭은 다시 아난께 부촉하셨다. 화상인 아난(阿難)께서는 법을 나에게 부촉하셨고, 나는 지금 이 법을 너에게 부촉하고자 한다.

이 마돌라국에는 선남자(善男子)가 있는데, 이름이 제지가(提地迦)이니라. 너는 마땅히 그를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고 불법(佛法)을 부촉하도록 하라.”

그리고 즉시 존자 상나화수는 허공으로 뛰어 올라 열여덟 가지의 변화를 보이고는 곧 열반에 들었다.

존자 우바국다는 1만 8천의 아라한을 거느리고 사리(舍利)에 공양하고 바로 탑(塔)을 세웠다.

10. 우바국다인연(優波麴多因緣)①

존자 우바국다가 마돌라국(妄羅國)의 나라발리(那羅拔利) 정사(精舍)인 아련야처(阿練若處)에 머물고 계셨다.

이 때 북쪽에 한 남자가 있어 부처님을 생각하고 출가하여서 3장(藏)을 독송하니, 능히 설법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에서 게송[偈]을 3단에 맞춰 독송[三契經]한 연후에 법을 설하였다. 나중에 스스로 사유(思惟)하기를, ‘이와 같은 경(經)을 외는 일이 싫고 권태로우니, 좌선(坐禪)을 해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마돌라국에 우바국다가 비록 부처님과 같은 상호(相好)는 없으나 교수(敎授)와 선법(禪法)에 제일이라는 말을 듣고 즉시 그곳에 이르러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존자시여, 선법을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존자 우바국다는 이 사람이 반드시 현재의 몸으로 번뇌가 다함을 얻을 수 있음을 관찰하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이 사람에게 어떠한 법을 가르쳐야 성위(聖位)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러다가 곧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설법을 해야만 마땅히 성자의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음을 알았다.

존자 우바국다가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지금 나의 말을 따르라. 마땅히 그대를 가르치리라.”

비구가 대답하였다.

“오로지 가르침을 받들겠나이다.”

존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오늘밤 마땅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법교(法敎)를 연설할 것이다.”

비구가 곧바로 다시 3계(契)로 범패를 하여 법을 설하고자 하면서 존자에게 물었다.

“어떠한 법을 설해야 합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마땅히 다문(多聞)에 있는 다섯 가지 일의 이로움에 대해 설해야 하리니, 모든 대(大:4대)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 모든 음(陰:5음)에 대해 잘 아는 것, 모든 입(入:12처)에 대해 잘 아는 것, 12인연(因緣)에 대해 잘 아는 것,스스로 잘 이해해서 다른 이로부터 받지 않는 것이니라.”

그러자 곧 깨닫고는 3계(契)로 범패를 하고 설법을 마치자 마침내 아라한을 얻었다.

국다가 말하였다.

“그대는 산가지를 굴 가운데 던져 놓고 하나로 채우도록 하시오.”

이 때 숙라성(宿羅城) 가운데 한 명의 상주(商主)가 있었는데, 이름이 천호(天護)였다. 그는 부처님의 법에 대해 존경과 믿음의 마음을 내어 항상 즐거이 보시하였는데, 큰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구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큰 바다에 들어가 안온함을 얻은 후에 돌아오면 마땅히 부처님의 법 가운데 널리 차별 없는 법회[般遮于瑟]를 지어 부처님 법을 보호하리니, 신께서 마땅히 나를 옹호하고 보호하리라.”

그리고 곧 출발하여 보배가 있는 장소에 이르러 진귀한 보배들을 많이 가지고 안온함을 얻어서 돌아왔다.

이 때 나한(羅漢)의 경지에 있는 비구니가 있어 선정[定]에 들어가 그 장자(長者)가 마침내 이루었는지 못 이루었는지를 관찰하다가 기필코 이룬 것을 보고는 다시 생각하였다.

‘누가 복전(福田)이 될 것인가?’

그리고는 곧 1만 8천의 아라한이 있음을 알았고, 두 배의 학인(學人)과 생사로써 정계(淨戒)를 수지한 이들이 당연히 복전이 될 것을 알았다.

또 이 대중 가운데 누가 상좌(上座)이며, 그 상좌는 아라한인가 범부인가를 관찰하였는데, 그가 아라한도 아니고 나아가 수다원인(須陀洹人)도 아니었다. 그는 정계를 수지하는 사람으로서 이름이 아사라(阿沙羅)였다.

‘내가 만약 깨달음을 낼 수 있다면 반드시 나의 말을 받아들이리라.’

즉시 스님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상좌에게 말하였다.

“상좌시여, 어찌 스스로를 장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상좌는 머리가 긴 것과 의복에 때와 기름이 묻은 것을 싫어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고, 곧 머리를 깎고 목욕을 해서 깨끗하게 했다.

비구니가 생각하였다.

‘상좌께서 나의 말을 이해하시지 못했구나.’

뒷날 다시 상좌 앞에 이르러 역시 이 같은 말을 하였다.

“어찌 스스로를 장엄하게 꾸미지 않습니까?”

상좌는 옷 색깔이 바르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다시 옷을 물들여서 스님들 사이에 오니, 바구니는 다시 상좌인 아사라(阿沙羅) 앞에 이르러 이렇게 말하였다.

“어찌 스스로를 장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상좌가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나는 깨끗하게 목욕하고 나서 새로 옷도 물들여 입었는데, 어찌 장엄하지 않았다고 하시오?”

비구니가 말하였다.

“이는 부처님 법 가운데서의 장엄이 아닙니다. 부처님 법에서는 수다원(須陀洹)·사다함(斯陀含)·아라한(阿羅漢)을 얻는 것, 이것을 장엄이라 부릅니다.”

다시 물었다.

“상좌시여, 당신은 천호(天護) 장자가 큰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서 차별 없는 법회를 짓고자 하는 것을 들었습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이미 알고 있소.”

또 물었다.

“복전(福田)이 될 만한 사람이 몇 명인지 당신은 아십니까?” “알지 못하오.”

비구니가 말하였다.

“복전이 될 만한 순수한 아라한이 1만 8천 명이나 있고, 배움의 자리에 있는 이와 정계(淨戒)를 지닌 이들이 아라한의 두 배입니다.

당신은 상좌로서 어찌하여 이 번뇌 있는 마음을 지니고 최초로 다른 이의 공양과 공경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상좌가 모두 듣고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비구니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슬픔의 눈물을 흘리시는 것입니까?”

상좌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나이가 많은데 어찌 능히 모든 번뇌가 없어진 경지를 얻을 수 있겠소?”

비구니가 말하였다.

“부처님의 법은 현재에 사람들로 하여금 과보를 얻게 하는데 시점을 가리지 않으니, 크게 훌륭한 장부(丈夫)께서 찬탄하신 바입니다. 단지 수행을 하면 반드시 번뇌를 다하게 되어 모든 때에 항상 과보를 줍니다. 상좌께서는 지금 나라발리의 아련야처에 가십시오. 존자 국다께서 현재 거기에 계시니 당연히 당신에게 가르침을 주실 것입니다.”

이 때 상좌(上座)가 곧 그곳에 갔다. 존자 국다가 바로 밖으로 나와 영접하고는 물을 주면서 발을 닦을 것을 권하였다.

상좌가 말하였다.

“장로 우바국다를 보지 않고는 발을 씻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제자들이 말하였다.

“이분이 국다이십니다.”

그러자 곧 발을 닦고 들어갔다. 존자 국다는 단월(檀越)들을 교화하고, 좋은 음식을 만들고, 많은 스님들을 씻기고 있었다.

씻는 것이 끝나자 우바국다가 이 때 유나(維那)로 하여금 건치(揵稚)를 치도록 하고는 “해탈을 공경하라”고 하자, 아라한들이 모두 선실(禪室)로 들어갔다.

이 때 아사라(阿沙羅)는 졸음이 깨지 않은 상태로 외치는 소리에 갑자기 선실로 들어갔는데, 선실에 들어가서는 다시 졸았다.

그런데 승가 대중이 만든 제도는 만약 조는 사람은 등(燈)을 들어 공양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 아사라가 가장 상좌(上座)였는데, 지난번처럼 잠에 빠지려고 하였다. 유나(維那)가 즉시 등을 잡고 앞에서 손가락을 세 번 튀기니, 아사라가 깨어나 일어나서 등을 들고 좌석을 돌면서 공양하였다.

존자 국다가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가자, 1만 8천의 아라한 또한 모 함께 화광삼매에 들었다. 아사라가 이를 보고 기뻐하면서 거듭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게송을 설하였다.

화합하여 한곳에 함께 하면서
용(龍)이 서린 것처럼 가부좌하고
모두가 땅을 덮는 듯하니
선정에 든 마음이 단정하고 엄격하도다.

모두가 뛰어난 삼매(三昧)에 들어가
광명은 빛나는 나무와 같네.

품성이 같은 이 사람들
우러러 바라봄이 끝이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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