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전(阿育王傳)제4권
06. 우바국다인연(優波麴多因緣)②
이 게송을 마치시고는 곧 열반에 드셨다. 이런 뒤에 여덟 개의 사리탑(舍利塔)을 세웠으니, 아홉 번째로 병탑(甁塔)을 세웠으며 열 번째로는 재로 된 탑이었다. 그리고 석제환인과 사천왕들은 향(香)·꽃·음악·가루향[末香]·바르는 향 등으로 사리탑에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우리들에게 부촉하시기를 법으로 반열반(般涅槃)에 드시겠다고 하셨으니, 지금 이후로는 마땅히 불법(佛法)을 호지(護持)하여야겠다.”
제석(帝釋)은 제두라타(提頭羅吒)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동방의 불법을 옹호하여라.”
다시 비루륵(毘樓勒)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남방의 불법을 옹호하여라.”
비루박차(毘樓博叉)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서방의 불법을 옹호하여라.”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에게 말하였다.
“너는 마땅히 북방의 불법을 옹호하여라. 왜냐하면 미래에 세 명의 삿된 견해를 지닌 왕이 불법(佛法)을 멸하고자 할 때 네가 마땅히 옹호해야 하리니, 수기(授記)하셨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수천억만의 아라한들이 모두 열반에 들었다. 모든하늘에서는 커다란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불제자들은 다 부처님께서 가신 곳을 따르라. 법등(法燈)을 없애고자 큰 어둠이 이르렀으니, 만약 3장(藏)의 경서(經書)들을 모아놓지 않으면 모든 아라한들이 열반한 이후에는 불법이 곧 없어질 것이다.”
석제환인이 사천왕과 모든 천중(天衆)들을 거느리고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이 있는 곳으로 왔다. 머리를 땅에 대고 예를 갖추면서 가섭에게 말하였다.
“존자시여, 여래의 법이 존자에게 부촉되었으면 존자께서는 지금 마땅히 법안(法眼)을 모아서 모든 천인(天人)들로 하여금 천 년을 머물게 한 후에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여야 합니다.”
가섭이 즉시 허공 가운데 커다란 건추(揵搥)를 울리니, 삼천세계(三千世界)가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 5백 명의 나한(羅漢)들이 곧 구시나성(拘尸那城)으로 모였다. 가섭이 아나율(阿那律)에게 물었다.
“나한들 가운데 오지 않은 자가 누구입니까?”
아나율이 대답하였다.
“존자 교범바제(驕梵波提)만이 오지 않습니다. 시리사궁(尸利沙宮)에 있기 때문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가섭이 물었다.
“지금 이 대중들 가운데 누가 가장 아래입니까?”
불나(弗那)가 대답하였다.
“제가 여기에서 가장 아래입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승단의 가르침을 법답게 따르겠는가?”
불나가 대답하였다.
“제가 능히 따를 수 있습니다.”
존자가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그대는 능히 아래가 되어 대중 스님들을 장엄하여야 한다. 지금 저 시리사궁으로 가서 교범바제께 전하거라. 가섭과 비구 스님들이 당신을 부른다고 하여라. 지금 스님들에게 일이 생겨 대덕(大德)을 부른다고 하여라.”
불나가 곧 시리사궁에 가서 교범바제에게 아뢰었다.
“가섭 등 비구 스님들이 지금 스님들에게 일이 있어 잠시 존자를 부르십니다.”
장로는 불나에게 대답하였다.
“여래와 비구들이라 하십시오. 어째서 가섭 등 비구들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지 않았다고 해야 장차 외도(外道)들이 불법을 훼손하지 못할 것입니다. 장차 사악한 비구들이 화합승(和合僧)을 파괴하지 못할 것입니다.”
불나는 존자에게 여래께서 이미 열반에 드셨다고 말하였다. 법의 다리가 이미 무너졌으며, 법의 수미산(須彌山)이 이미 붕괴되었으며, 성문(聲聞)들은 건타산(乾陀山)으로 말미암아 이미 무너졌다고 말하였다.
존자 교범바제가 말하였다.
“세존께서 만약 염부제(閻浮提)에 계시다면 내가 기꺼이 거기에 가겠으나, 지금 이미 입멸하시어 염부제만이 휑하니 비어 즐겁지 않은데 내가 무슨 이유로 가겠습니까? 저는 지금 곧 열반에 들고 싶은 기분입니다. 멀리서나마 나의 마음을 가섭과 대중 스님들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합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열반에 들었다.
이 때 불나가 염부제로 돌아왔다. 대중 스님들의 앞에 이르러서는 상좌(上座)에게 아뢰었다.
“교범바제는 수긍하지 않아 오지 않았습니다. 상좌의 발과 모든 스님들의 발에 예를 올리고는 즉시 열반에 들었습니다.”
이 명을 받들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열 가지 힘을 갖춘 큰 코끼리가 몰락하면 코끼리의 자식도 따라서 몰락합니다. 모든 나한(羅漢)들 가운데 부처님을 따라 열반에 드는 자들이 많습니다.”
마하가섭이 이를 제지하여 말하였다.
“법장(法藏)을 수집하기 전에 비구들이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
그리고는 5백 명의 아라한을 모아서는 모두 함께 화합해서 법장(法藏)을모았다.
또 아난 장로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부처님 제자 가운데 가장 많이 듣고 모두를 지니고 있으며, 대지혜(大智慧)가 있다. 그리고 항상 부처님을 따라 모셨으며 청정한 행(行)을 행하였다. 지견(知見)을 구족했으며, 최후의 법(法) 가운데 대중 스님들을 이익 되고 편안케 하며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존자 가섭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반열반(般涅槃)에 드시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 와서 우리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다. 마땅히 한가하고 조용한 곳에서 경법(經法)을 모아 편찬해야겠다.”
그리고 곧 5백 명의 나한들과 왕사성으로 향하였다.
존자 아난이 제자 바사불치(婆闍弗哆)를 데리고 바리사(婆利闍) 마을로 유행(遊行)하였다. 이 때 그 마을의 사부대중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슬퍼하고 괴로워하였다. 아난이 그 모습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서는 사자좌(師子座)에 올라서 그 뜻을 비유해서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며 설법하였다. 이 때 제자인 바사불치가 화상(和上)인 존자 아난을 보았다. 오히려 이 학인(學人)은 나한의 도(道)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아난을 향해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였다.
편안하고 고요하게 나무 아래에 앉아
적멸(寂滅)로써 열반을 증득하니
구담(瞿曇)은 마땅히 정(定)에 들고
방일(放逸)한 행을 닦지 않으니
오래지 않아 적멸로써
열반의 청정한 법을 증득하셨네.
바사불치가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여 아난을 깨닫게 하였다. 아난이 이를 듣고 밤늦도록[竟夜] 경행하고 좌선하면서 정(定)에 잠기었다. 이윽고 후야(後夜)1) 초에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머리가 베개에 닿기 전에 활연히뜻이 이해되면서 아라한을 증득하고 즉시 왕사성으로 갔다.
존자 마하가섭도 역시 5백 명의 나한들을 데리고 왕사성에 도착하였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은 위제희(韋提希)의 아들이었다. 가섭이 5백 명의 나한들을 데리고 왕사성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성의 연못을 장엄하고 도로를 손질하며 성 밖으로 나가 환영하였다. 왕은 무근신(無根信)을 획득하였기 때문에 세존을 보았을 때 스스로 코끼리 아래로 뛰어내렸는데, 지금 존자 마하가섭을 보고서 역시 코끼리 아래로 뛰어내렸다. 존자는 신통력으로 그를 맞이하여 사고가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 곧 왕에게 말하였다.
“여래의 신족(神足)은 빠르기가 성문(聲聞)과 같지 않습니다. 성문은 지극하게 공부하여야만 신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후로는 만일 저희들을 보시더라도 부처님을 뵐 때처럼 코끼리 위에서 뛰어내리지 마십시오.”
왕이 그러하겠다며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이 때 아사세왕은 오체투지하여 존자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합장하며 말하였다.
“여래의 열반을 제가 보지 못하였습니다. 존자의 열반은 반드시 저희들이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존자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지요.”
왕에게 허락하고 다시 말하였다.
“저는 지금 여래의 법안(法眼)을 모으고자 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저희를 위해 단월(檀越)이 되어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모든 비구들에게 몸이 다할 때까지 나의 방사(房舍)와 와구(臥具), 그리고 병이 들어 수척할 때 의약과 의복·음식 등을 공양하겠습니다.”
존자 가섭이 즉시 이를 허락하고 죽림(竹林)으로 가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은 방사가 많아 많은 비구들이 다투는 일을 막을 수 있겠구나. 필발라굴(畢癖窟)의 방사와 와구(臥具)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으니, 마땅히 그안에서 법안(法眼)을 모아 편찬하여야겠다.’
이 때 가섭이 즉시 5백 명의 나한(羅漢)들과 함께 필발라굴에 이르렀다. 와구를 펴고 앉아 이렇게 말하였다.
“미래의 비구들은 기억하는 힘이 적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해가 지기 전에 법의 게송을 편찬하여야 할 것입니다. 식사 후에 마땅히 법안을 편찬하도록 합시다.”
이 때 모든 비구들과 5백 명의 나한들은 모두 모여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먼저 어떤 법을 편찬해야 할까요?”
존자 가섭이 대답하였다.
“먼저 수다라(修多羅)를 편찬하십시오.”
모든 비구들이 말하였다.
“지금 우리들 가운데 누가 수다라를 편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아난이 다문제일(多聞第一)이므로 모든 수다라장(修多羅藏)을 받아 지녔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지금 함께 아난에게 물어서 이를 결집해야 합니다.”
그리고 즉시 아난에게 말하였다.
“아난이 지니고 있는 법안(法眼)은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나온 것입니까? 가장 많이 들었던 이들이 세상을 떠났으므로 법장(法藏)을 지킬 자는 오직 당신 한 사람뿐입니다. 지금 마땅히 법(法)을 결집하려고 하니, 그대가 이를 설해 줘야 하겠습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존자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상좌(上座) 앞에서 중생들의 마음을 관찰하고 게송으로 설하였다.
비구들이 행하는 도(道)는
부처님을 떠나 장엄될 수 없으니
그것은 허공 가운데 많은 별이 있지만
달이 없는 것과 같도다.
많은 스님들 가운데 부처님께서 없으시면
더럽고 남루하기가 이와 같으니라.
이 게송을 설하고 상좌의 다리에 예를 올리고 나서 높은 자리에 올라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여 말하였다.
“수다라를 부처님께 들은 자도 있을 것이고, 수다라를 성문에게서 들은 자도 있을 것입니다.”
존자 가섭이 즉시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곳에서 최초로 수다라를 설하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내가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내(波羅㮈) 녹야원(鹿野苑)의 고선주(古仙住)에 계실 때 다섯 명의 비구를 위해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시면서 이것이 고성제(苦聖諦)라고 자세히 설하셨습니다.”
존자 교진여(驕陳如)가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예전부터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을 위해 이와 같은 법을 설하셨다. 지금 아난이 설하는 것이 근본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앉으면서 게송을 설하였다.
오호라, 모든 괴로움은
그 움직임이 물에 비친 달과 같고
견고하지 못함이 파초(芭蕉)와 같아
마치 환영과 메아리와 같도다.
여래는 늠름하고 용맹하여
공덕이 삼계(三界)에 다하였지만
무상(無常)한 바람처럼
표류(漂流)하여 머무는 바가 없네.
5백 명의 나한들이 이 게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앉았다.
존자 마하가섭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아난이 설한 것이 올바른가?”
모두 대답하였다.
“그와 같습니다.”
아난은 이와 같이 수다라를 널리 설하였다.
존자 가섭의 마음에 다시 이러한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지금 마땅히 누군가로 하여금 비니(毘尼)를 설하게 해야 한다. 존자 우바리(優波離)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계율을 지키는 데에는 가장 뛰어난 이이고, 일체의 비니를 모두 부처님에게서 받았다. 마땅히 우바리에게 비니를 모아 편찬할 수 있는지를 물어 보아야겠다.”
마하가섭은 즉시 우바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비니를 암송하면 지금 그것을 찬집(撰集)하려고 하니, 그대가 이를 설해 줘야 하겠습니다.”
우바리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섭이 물었다.
“부처님께서 어느 곳에서 처음으로 계율을 설하셨습니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비사리국(毘舍離國)에서 수달가란타자(須達迦蘭陀子)를 제지하기 위해 처음으로 계율을 설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해서 두 번째 세 번째, 나아가 널리 비니장(毘尼藏)이 모아지게 되었습니다.”
존자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마땅히 스스로 마득륵가장(萌勒伽藏)을 암송해야겠다.’
그리고는 많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마득륵가장이란 이른바 4념처(念處)·4정근(正勤)·4여의족(如意足)·5근(根)·5력(力)·7각(覺)·8성도분(聖道分)·네 가지 난행도(難行道)·네 가지 이행도(易行道)·무쟁삼매(無諍三昧)·원지삼매(願智三昧)·증일지법(增一之法)·108번뇌(百八煩惱) 등과 세론(世論)을 말하고, 결사(結使)를 말하고, 업(業)을 말하고, 정혜(定慧) 등을 기록할 것이다.”
모든 장로(長老)들은 이를 마득라장(萌羅藏)이라 불렀다. 법장(法藏)을 편찬하는 것을 마치고 존자 가섭은 게송을 설하였다.
이렇듯 존귀한 법륜(法輪)으로
모든 살아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10력(力) 등 귀중한 말씀은
모두 마땅히 받들어 행해야 하네.
이 법은 밝은 등불로서
모든 어둠을 없애고
무명(無明)의 장애를 깨뜨리므로
마음을 다스려 방일하지 말아야 하네.
존자 아난은 이와 같이 생각하고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이 임박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미세한 계율을 버린다면 승가가 안락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나는 지금 마땅히 승가를 향해 이 말을 설하리라.'”
존자 아난이 상좌(上座)의 머리를 향해 합장하면서 말하였다.
“저는 직접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장차 승가가 미세한 계율을 버리면 안락하게 머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어떠한 것이 미세한 계율인지 그대는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여쭙지 못했습니다.”
가섭이 말하였다.
“그대가 이 일을 물어 보지 않은 것은 돌길라죄(突吉羅罪)를 범한 것이 됩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는 본래 부끄러워함[慚愧]이 없었기 때문에 여쭈어 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걱정과 괴로움 때문에 여쭈어 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하였다.
“그대에게는 허물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임박하셨을 때 그대에게 물을 달라고 하셨는데 그대는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그대가 돌길라죄를 범한 것이 됩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는 실제로 부끄러워함이 없었기 때문에 물을 길어 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바로 그 때에 5백 대나 되는 수레가 새로이 물을 지나가게 되었고, 이 바람에 물이 더러워져 물을 길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였다.
“그대는 또한 일찍이 발로 여래의 금색 옷을 밟았는데, 이 또한 역시 그대의 죄입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저는 실제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이 옷을 잡을 비구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섭이 말하였다.
“만약 함께 잡을 사람이 없었다면 어찌 공중을 향해 던지지 않았습니까? 만약 공중을 향해 던졌다면 모든 하늘들이 마땅히 이를 잡았을 것입니다.
그대에게는 허물이 또 있으니, 여래(如來)께서 그대에게 말씀하시기를 ‘만약 비구가 4여의족(如意足)을 잘 닦았다면 수명을 능히 1겁 반이나 늘일 수 있느니라. 여의족 가운데 나는 가장 잘 닦았느니라’ 하고 이와 같이 세 번을 말씀하셨는데도, 그대는 그 때 잠잠히 있으면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래 머무시도록 청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그대가 돌길라죄를 범한 것입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제가 실제로 부끄러워함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때 악마(惡魔)가 나의 마음을 덮어 전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였다.
“그대에게는 또 허물이 있습니다. 그대는 여래의 음마지장(陰馬之藏)을 모든 여인들에게 보였는데, 이것 또한 그대의 죄입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제가 실제로 부끄러워함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여인들에게 보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보이고자 한 것은 여인들로 하여금 여인의 몸을 싫어하고 남자의 몸을 구하게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였다.
“그대에게는 또 허물이 있습니다. 그대는 예전에 은근히 여래께 모든 여인들을 제도하기를 권청(勸請)하여 출가할 수 있게 하였으니, 이 또한 그대의 허물입니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제가 실제로 부끄러워함이 없었기 때문에 여래께 강권(强勸)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권청한 이유는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모두 4부대중(部大衆)을 거느리셨다고 들었기 때문에 권청한 것입니다.”
존자 가섭은 아난으로 하여금 여섯 가지 돌길라(突吉羅)를 지은 것을 참회하도록 하고, 이를 마치자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마땅히 미세한 계율이라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어떤 비구들은 마땅히 7멸쟁(滅諍)이 미세한 계율이라 말하고, 다시 어떤 비구들은 마땅히 중학법(衆學法)이 미세한 계율이라 말하고, 어떤 비구들은 마땅히 4바라제제사니법(波羅提提舍尼法)이 미세한 계율이라고 말하고, 어떤 비구들은 마땅히 바야제(波夜提)가 미세한 계율이라고 말하니, 만일 이 미세한 계율을 버린다면 여러 비구들은 마땅히 2부정법(不定法)과 13사(事)를 버리고, 나아가 4사(事) 등에 이르기까지의 일체를 다 버려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모든 외도(外道)들이 만약 그 같은 말을 듣는다면 ‘구담(瞿曇) 사문이 지니고 있는 법은 연기와 같도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는 모든 계율을 수지(修持)하더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에는 모든 비구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는 지키고, 버리고자 하는 자는 마음대로 버리는구나’라고 말할 것입니다.”
존자 가섭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제정한 것은 모두 제정하고, 내가 제정하지 않은 것은 삼가고 이를 제정하지 말라. 내가 제정하지 않은 것은 삼가 이를 제정하지 말라. 내가 제정한 것과 같이 더하거나 줄이지 말라. 모든 비구들은 마땅히 금계(禁戒)를 받들어 선법(善法)을 증장시키고, 불선법(不善法)은 마땅히 영원히 멸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은 모두 당연히 보호하고 지켜야만 합니다. 만일 이와 같이 된다면 법(法)이 오랫동안 머물게 될 것입니다.”
07. 마하가섭의 열반(涅槃) 인연
존자 가섭이 수다라(修多羅)와 아비담(阿毘曇) 그리고 비니(毘尼)를 편찬하여 마치고는 원지삼매(願智三昧)에 들어서 편찬한 법장(法藏)에 조금이라도 빠진 것이 없는지를 관찰하였는데, 사유를 마치자 조금의 빠짐도 없음을 알았다.
5백 명의 나한들 역시 원지(願智)삼매에 들어 이와 같이 관찰하였다.
가섭이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나의 큰 선지식(善知識)이니, 마땅히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여야 한다.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은 이른바 부처님께서 하시고자 하던 것을 내가 끝마치는 것이니, 법으로써 범행(梵行)을 함께 하는 자들을 유익하게 하는 일이며, 모든 중생들을 위해 큰 이익을 짓는 일이다. 미래의 중생들을 위해 대비(大悲)의 생각을 지어 보여 주고 큰 법을 유포하여 끊이지 않게 하는 일이다. 부끄러워함이 없는 자를 위해 빈갈마(擯羯磨)를 짓는 일이다. 부끄럽고 두려워함이 있는 자를 위해 안락행(安樂行)을 짓는 일이다. 이와 같은 보은(報恩)들은 이미 모두 끝냈다.’
거듭 생각하였다.
‘내가 지극히 많은 해가 지나 몸이 늙어 힘이 무너지고, 냄새나고 문드러진 육체가 심히 싫어할 만하니, 열반할 때가 이르렀구나.’
존자 가섭은 법을 아난에게 부촉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長老) 아난이여, 부처님께서 법장(法藏)을 나에게 부촉하셨습니다. 내가 지금 열반에 들고자 하니, 이 법을 그대에게 부촉합니다. 그대는 잘 지키고 보호하기 바랍니다.”
아난이 합장하면서 존자에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교법을 받았다.
이 때 왕사성(王舍城)에는 장자가 있었는데 남자 아이를 낳았다. 상나(商那)라는 옷을 입고 태어났으므로 이름을 상나화수(商那和修)라고 하였다. 이 아이는 점차 장성하여 큰 바다로 들어갔다.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상나화수가 뜻을 세워 바다에 들어갔으니, 보물을 얻어 돌아오면 반차우슬(般遮于瑟)을 하고자 할 것입니다. 만일 모임을 마치면 그대는 그를 제도하여 출가시키고 법을 부촉하십시오.”
가섭은 아난에게 부처님의 법을 부촉하고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마땅히 대비(大悲)로써 난행(難行)·고행(苦行)을 행하신 바가바(婆伽婆) 선지식(善知識)의 한량없고 깨끗한 선한 공덕이 배어 있는 곳과 진실하고 미묘한 사리(舍利)가 있는 곳에 가보아야겠다. 모두 내가 가서 예배하고 공경해야 할 곳이다.’
위로 날아오르자 네 개의 탑이 있는 곳에 이르렀으며 지극한 공경으로써 예배하였다.
다시 여덟 개의 대사리탑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대안왕(大雁王)처럼 날아서 대해(大海)의 사갈라궁(莎竭羅宮)에 가서 부처님의 치아에 공경하고 예배하였다. 부처님의 치아에 공경스럽게 예배함을 마치고 천상(天上)으로 향했다. 금시조(金翅鳥)처럼 팔을 굽혔다가 펴는 사이에 도리천(忉利天)에 이르니, 이 때 석제환인(釋提桓因)과 여러 천중(天衆)들이 존자 가섭을 예배하고 공양한 뒤에 석제환인이 마하가섭을 관찰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지금 와서 사리(舍利)를 공양하고 나서 열반에 들고자 하는 까닭에 이곳까지 오셨지요?”
가섭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여래의 치아에 예배하고, 여래의 머리털에 예배하고, 여래의 천관(天冠)에 예배하고, 여래의 발우에 예배하고자 왔습니다. 지금 이러한 것이 저의 마지막 공양입니다.”
이 때 석제환인과 모든 천중(天衆)들이 이 최후의 말을 듣고는 머리를 떨구고 슬퍼하며 걱정하고 괴로워하였다.
석제환인이 스스로 부처님의 치아를 가지고 공경한 다음에 존자 가섭에게 주었다. 존자 가섭은 치아를 잡아 이마 위로 올리고는 우두전단만다라화(牛頭栴檀曼陀羅花)로 부처님의 치아를 공양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모든 천중(天衆)들에게 삼가 방일하지 말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 말을 마친 후 하늘에서 내려와 왕사성(王舍城)으로 돌아왔다.
이 때 존자 아난이 부촉을 받고 나서도 항상 따라 다니면서 조금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열반에 드는 것이 두렵고, 혹 볼 수 없을 것 같아 항상 따라 다녔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 혼자서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십시오. 나 또한 혼자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고자 합니다.”
존자 아난이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에 들어갔다. 걸식에는 세 가지 좋은 일이 있다. 첫째, 진실로 좋은 모습을 지니는 일이다. 둘째, 많이 들음으로써 진실하고 좋은 설법을 지니게 되어 듣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싫증을 내지 않고 만족하게 한다. 셋째, 아난의 이름만으로도 진실하고 좋은 이익이 되는 것이다.
존자 마하가섭 또한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아사세왕(阿闍世王)은 본래 나와 약속이 있었다. 만약 열반에 들 때에는 반드시 나에게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마땅히 가야겠다.’
곧 아사세왕이 있는 성문 가운데 도착해서는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를 위해 왕에게로 가서 마하가섭이 지금 문 밖에서 왕을 뵙고자 한다고 말해 주시오.”
문지기가 말하였다.
“왕께서는 지금 잠을 자고 계십니다.”
존자가 다시 말하여 가서 깨우도록 하였다.
문지기가 말하였다.
“왕께서 매우 나무라고 싫어하시니, 감히 깨울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일어나시면 제가 반드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존자가 다시 말하였다.
“지금 만약 깨어나신다면 좋아하시리니, 마하가섭이 열반에 들고자 한 까닭에 서로 인사를 하려고 찾아왔었다고 말해 주시오.”
그리고 존자 가섭은 계각산(雞脚山) 세 봉우리 가운데 풀을 깔고 위에 결가부좌하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 몸에 부처님께서 주신 분소의(糞掃衣)를 입을 것이다. 스스로 내 발우를 지녀 미륵(彌勒)이 이를 때까지 깨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미륵의 제자들이 모두 내 몸을 보고 싫어하는 마음이 나도록 해야겠다.’
존자 가섭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만일 아사세왕(阿闍世王)이 나의 몸을 보지 못하면 끓는 피가 얼굴에서 쏟아져 목숨을 보존하지 못하리라.’
존자 가섭이 이미 목숨을 버리기 시작하여 아주 조금 남은 목숨에 머무르고 있을 때 대지(大地)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존자 가섭이 장차 선정(禪定)에 들어가고자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아난과 아사세왕이 올 때에 산이 마땅히 열려 그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겠다. 그리고 돌아갈 때에는 산이 다시 합해질 것이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수만의 천중(天衆)들을 거느리고 하늘의 만다라화(曼陀羅花)와 하늘의 말향(末香)으로 존자 마하가섭에게 공양하고 사리(舍利)에 예배하고 공양하니, 산이 저절로 합해져 존자의 몸을 덮었다. 석제환인은 존자 가섭이 신명(身命)을 버리려고 하면서 마음에 번열(煩熱)하고 있음을 보았다.
여래(如來)의 열반은 괴로움이 조금도 없지만, 금일 존자 가섭은 열반에 들고자 하면서 더욱 괴로워하고 있다. 필발라굴신(畢癖窟神)이 존자가 열반에 든다는 것을 듣고 이와 같이 말하였다.
“금일 이 굴은 다시 텅 비게 되고 마갈국(摩竭國)의 경계는 모두 공적(空寂)하게 될 것이다. 마을과 항구는 궁핍하게 되고 매우 괴롭고 어렵게 되어서 열악하게 될 것이다. 빈천한 자들을 항상 가엾게 여기고 이익되게 하여야 한다. 지금 저기 모든 괴로움을 받는 무리들은 보살핌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당연히 선법(善法)에 대해서 생각이 적어질 것이다. 금일 법(法)의 산이 붕괴되고 법의 배가 침몰할 것이다. 법의 나무는 이미 꺾였고 법의 바다는 말라 없어질 것이다. 금일 모든 마군들은 대환희를 얻지만 모든 천인(天人)들은 애절하게 눈물을 흘릴 것이다.”
말을 마치고는 곧 천상(天上)으로 돌아갔다.
존자 아난은 걸식을 마치고 스스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을 깊게 사유(思惟)하였다. 이 때 아사세왕이은 큰 기둥이 부러지는 꿈을 꾸고 깨어나서 마음속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생겼다. 성문을 지키는 사람이 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마하가섭께서 오셔서 열반에 들고자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가 물을 얼굴에 뿌리자 조금 있다가 깨어났다. 이 때 왕은 곧 죽원(竹園)으로 가서 아난의 발에 예를 올리고 말하였다.
“존자 가섭께서 오늘 열반에 들고자 하십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이미 열반에 드셨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저에게 존자의 시신이 있는 곳을 보여 주십시오. 제가 공양을 올리고 싶습니다.”
이 때 아난이 왕을 데리고 계족산(雞足山)으로 향했다. 왕이 다다르자 산이 저절로 열려 왕과 아난은 존자를 볼 수 있었다. 하늘의 만다라화(曼陀羅花)와 하늘의 가루향[末香]·우두전단(牛頭栴檀)이 몸 위를 덮고 있었다. 아사세왕이 곧 양손을 들어 시신을 들고 땅에 던지자 땅이 솟아나면서 전단(栴檀)의 나무들로 시신이 묶였다.
아난이 물었다.
“무엇을 하시려 합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존자를 화장하려 합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존자 마하가섭은 선정에 머무시면서 몸은 미륵(彌勒)부처님을 기다리시므로 화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면 마땅히 96억의 중생들을 거느리고 이 산의 정상에 오셔서 가섭을 볼 것입니다. 그 때 대중들은 모두 이렇게 가벼운 생각을 할 것입니다.
‘성문(聲聞)의 몸은 작구나. 저 부처님 또한 그러하겠구나.’
그 때 마하가섭의 몸이 허공에 뛰어올라 열여덟 가지의 변화를 부려 몸이 커지도록 할 것입니다. 이 때 미륵부처님께서는 가섭을 따라 석가모니부처님의 승가리(僧伽梨)를 취할 것입니다. 마하가섭이 신통변화를 보일 때 96억의 사문들은 그 몸이 작지만 도덕(道德)이 충만하여 이와 같이 신통을 보게 되어 스스로 깊이 부끄러워하며 교만한 마음을 없애 모두 아라한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아사세왕은 공양을 올리고 나서 곧 돌아가고, 아난 역시 돌아갔다. 두 사람이 돌아간 후 산은 저절로 합쳐졌다.
아사세왕이 존자 아난에게 합장하고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하신 것을 제가 보지 못하였습니다. 존자 가섭이 열반에 드는 것을 또한 보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존자께서 열반에 들고자 할 때 반드시 저로 하여금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 후 상나화수(商那和修)가 안온함을 얻고 돌아와서 진기한 보물들을 안치하고는 죽림(竹林)으로 향하였다. 이 때 존자 아난은 정사(精舍)의 문 앞에서 경행(經行)을 행하고 있었다. 상나화수는 곧바로 아난이 있는 곳으로 와서 아난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서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는 본래 뜻을 가지고 바다로 들어갔다가 안온해져서 돌아와 마땅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반차우슬(般遮于瑟)을 행하고자 하였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즉시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얼굴에 물을 뿌리자 정신이 돌아왔다. 또 존자에게 물었다.
“사리불(舍利佛)과 목건련(目犍連)·마하가섭(摩訶迦葉)은 어디에 계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모두 열반에 드셨습니다.”
상나화수가 아난에게 말하였다.
“대덕(大德)이시여, 제가 반차우슬(般遮于瑟)을 행하고자 합니다.”
존자가 대답하였다.
“그대의 뜻대로 행하도록 하라.”
이에 널리 차별 없는 법회를 행하여 마쳤다.
아난이 말하였다.
“그대는 이미 재보시[財施]를 행하였다. 지금부터는 법보시[法施]를 행하도록 하라.”
존자에게 물었다.
“제가 어떠한 법시를 행하면 좋겠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불법(佛法) 가운데 출가하는 것을 법시(法施)라 하였다.”
상나화수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난이 즉시 출가하게 하여 구족계를 주었다. 그리고 곧 백사갈마(白四竭摩)를 하였다.
상나화수가 말하였다.
“나는 본래 태어날 때부터 상나의(商那衣)를 입었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 옷을 입겠습니다.”
그리고 아난이 지니고 있던 8만 4천의 법문을 모두 받아 지녀서 능히 수지하였으므로 아라한(阿羅漢)을 얻어 3명(明)·6통(通)을 구족하고 3장(藏)을 알게 되었다.
존자 아난이 죽원(竹園) 가운데 있는데, 한 비구가 법구(法句)의 게송을 읊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 사람이 백년을 살아도
물에서 늙은 학을 보지 못한다면
하루를 살더라도 물에서 늙은 학을 보는
인생만 못하도다.
존자 아난이 옆에 있다가 지나가면서 말하였다.
“네가 말하고 있는 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다음과 같다.”
만약 사람이 백년을 살아도
생멸법(生滅法)을 알지 못하면
하루를 살더라도 생멸법을 이해하는
인생만 못하도다.
아난이 말하였다.
“부처님을 비방하는 사람에게는 두 종류가 있다. 무엇이 두 종류인가? 하나는 많이 듣고서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과보가 없음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뜻을 이해함이 거꾸로 된 것이니, 이는 독(毒)이 되는 것이다. 만약 올바른 뜻을 이해한다면 열반과(涅槃果)를 얻을 것이다.”
그 비구는 화상(和上)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스승에게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 이 게송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그 비구의 화상이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 늙어서 잊어버리고 잘못 가르쳐 준 것이니, 너는 단지 이전대로 독송하라.”
아난이 돌아와서 이 게송을 전과 다르지 않게 독송하는 것을 듣고 말하였다.
“내가 전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고 그대에게 말하지 않았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저의 화상(和上)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난은 나이가 많아 늙어서 이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너는 단지 본래대로 독송하라’고 하셨습니다.”
아난은 생각하고 말하였다.
“내가 내 스스로를 위해 말했다고 해서 마침내 믿어 받아들이지 않는구나.”
아난이 선정에 들어서 어떤 비구가 능히 저 비구로 하여금 이 말을 고치게 할 수 있는지를 관찰하였는데, 또한 다시 능히 고치게 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사리불·목건련·마하가섭 모두가 열반에 들었다. 내가 지금 마땅히 누구에게 가서 이와 같은 일을 말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마땅히 열반에 들어 부처님의 법안(法眼)을 족히 천 년 동안 머물도록 해야겠다. 나는 지금 마땅히 열반에 들지만 나와 함께 배웠던 좋은 도반들은 오래 전에 열반에 들었다. 금일 친숙하고 두터운 것은 신념처(信念處)에 지나지 않는구나.’
존자 아난이 상나화수(商那和修)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존자 가섭에게 부촉하셨고, 가섭은 그 법을 나에게 부촉하셨다. 나는 지금 열반에 들고자 한다. 그대는 마땅히 불법을 옹호하여야 한다. 마돌라국(妄羅國)에는 우류만다산(優留蔓茶山)이 있는데, 당연히 그곳에 탑사(塔寺)를 세우라. 그리고 장자인 형제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나라(那羅)이고, 다른 사람은 발리(拔利)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이 두 명의 단월(檀越)이 마땅히 이 우류만다산에 승방(僧房)인 아련야처(阿練若處)를 세우리라’고 하셨다. 마돌라국에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국다(麴多)였다. 아들 한 명을 낳으니 이름이 우바국다(優波麴多)이다. 그대는 잘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라. 부처님께서는 ‘이 사람이 나의 100년 후에 마땅히 큰 불사(佛事)를 지으리라’고 수기하셨다.”
상나화수가 대답하였다.
“오직 그렇게 되도록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존자 아난이 상나화수에게 불법을 부촉하는 것을 마치고, 이른 새벽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城)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아사세왕은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었는데 내가 지금 마땅히 가서 아사세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여야겠다.’
즉시 아사세왕이 있는 궁궐의 문에 도착하여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왕에게 가서 아난이 지금 문 밖에서 왕을 뵙고자 한다고 말씀드리시오.”
그 때 문지기는 왕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존자 아난에게 돌아와서 왕이 지금 잠들어 있다고 말하였다.
아난이 다시 말하였다.
“당신은 가서 왕을 깨우도록 하시오.”
문지기가 대답하였다.
“왕은 심성이 매우 나빠 제가 감히 깨울 수가 없습니다.”
다시 아난이 말하였다.
“왕이 깨어나거든 왕에게 가서 말하시오. 아난이 지금 열반에 들고자 하는 까닭에 찾아와서 왕에게 말하더라고 하시오.”
존자 아난은 걸식하여 식사를 마치고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왕사성에서 열반하면 아사세왕과 비사리(毘舍離)는 서로 좋지 않으니, 아사세왕은 내 사리(舍利)를 비사리에 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비사리에서 열반에 들면 비사리 사람들이 나의 사리를 또한 아사세왕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두 나라가 다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니, 나는 지금 항하(恒河) 중간에서 열반에 드는 것이 좋겠다.’
존자 아난이 항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사세왕은 꿈에서 왕이 되고자 사람의 머리를 잡고는 목덜미를 끊어버리는 꿈을 꾸고 두려워서 바로 깨어났다.
문지기가 말하였다.
“조금 전에 아난께서 찾아와서 왕에게 열반에 들고자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절하여서 땅에 쓰러졌다. 물을 얼굴에 뿌리자 깨어났다. 왕은 깨어나서 물었다.
“아난께서 가까운 곳으로 간다고 하셨는가, 먼 곳으로 간다고 하셨는가? 어느 곳에 가서 열반에 들고자 하셨는가?”
이 때 죽원(竹園)의 신(神)이 와서 왕에게 말하였다.
“아난은 비사리에 가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자 합니다.”
왕은 이 말을 들은 즉시 4병(兵)을 모아서는 항하로 향하였다.
비사리신(毘舍離神)은 비사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 이곳에서 열반하고자 합니다.”
비사리 사람들은 신(神)의 말을 듣고 즉시 4병을 모아 항하로 향하였다. 강가에 도착하니 존자 아난은 배를 타고 항하의 중류(中流)에 있었다.
아사세왕이 존자를 보고 머리를 숙여 발에 예를 올리고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삼계(三界)의 밝은 등불이신데 저를 버리고 가셨습니다. 당신은 저의 밝은 등불이시며 저의 귀의처입니다. 원하옵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버리고 열반에 드시는 것은 하지 마십시오.”
비사리 사람들도 아난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며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건대 존자께서는 비사리에 계시면서 반열반에 드시옵소서.”
존자 아난이 열반에 들려고 하자 대지(大地)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이 때 설산(雪山) 가운데 있는 5백 명의 선인(仙人)들이 모두 5통(通)을 구족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대지가 어떠한 인연(因緣)으로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있는가?’
아난이 열반에 들고자 하는 까닭에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것을 관찰한 그 선인들 가운데 지도자인 수장(首將)이 5백 명의 선인들을 거느리고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난의 발에 정중하게 예를 갖추고 합장하며 말하였다.
“청하옵건대 우리를 출가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아난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말하였다.
‘우리의 모든 현성(賢聖)과 제자들이 지금 곧 오겠구나.’
이와 같이 생각하자 5백 명의 나한(羅漢)들이 자연스럽게 도착하였다. 존자 아난이 그들을 교화하고자 강을 변화시켜 금지(金地)로 바꿨다. 이에 5백 명의 선인들이 출가하여 모두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 모든 선인들이 항하 가운데에서 계를 받은 까닭에 마전제(摩田提)라 불렀다.
지어야 할 바를 이미 다 갖춰 아라한을 얻고 아난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인 수발타(須拔陀)는 부처님보다 먼저 열반에 들었습니다. 저도 지금 또한 아난의 마지막 제자로서 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화상(和上)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존자 아난이 말하였다.
“세존께서 법을 나에게 부촉하시고 열반에 드셨다. 나는 지금 또한 불법(佛法)을 너에게 부촉하고 열반에 들고자 한다. 너희들은 마땅히 계빈국(罽賓國) 가운데에서 불법을 세우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내가 열반한 후에 당연히 마전제 비구가 있어 마땅히 계빈국에 있으면서 불법(佛法)을 지키리라’고 수기(授記)하셨다.”
존자 아난이 법을 마전제 비구에게 부촉하는 것을 마치고 나서, 몸이 허공에 뛰어 올라 열여덟 가지 변화를 지어 모든 단월(檀越)들이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풍분신(風奮迅)삼매에 들어 몸을 4등분하였다. 하나는 도리천(忉利天)으로 가서 석제환인(釋提桓因)에게 주어졌고, 다른 하나는 대해(大海) 가운데 이르러 사갈라용왕(莎竭羅龍王)에게 주어졌으며, 다른 하나는 아사세왕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비사리(毘舍離)의 이차(梨車)들에게 주어졌다.
이와 같은 네 곳에서는 각기 모두 탑(塔)을 조성하고 사리(舍利)에 공양하였다.
08. 마전제인연(摩田提因緣)
마전제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였다.
“화상인 아난께서 나에게 불법을 부촉하셨다. 나로 하여금 법으로써 계빈국을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었다.”
이 때 계빈국에는 한 마리의 큰 용(龍)이 있어 머물렀다. 마전제는 곧 계빈국을 향해 결가부좌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용을 고뇌하지 않게 건드리면 이 용은 마침내 항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즉시 선정[定]에 들어서 계빈국에 여섯 가지 진동이 일어나게 하자, 용은 화가 나서 일어나면서 뇌성벽력과 같은 비와 큰 우박이 섞인 비를 뿌렸다.
그 때 존자 마전제는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들었다. 이에 곧 옷자락도 능히 움직이지 않았는데 어찌 능히 몸을 움직였겠는가? 저 번개와 우박, 그리고 벽력과 같은 큰 비를 다스려서 발두마화(伐摩花)·구물두화(拘物頭花)·분타리화(分陀利花)·우발라화(優癖花)로 만들었다.
용이 다시 비로써 검(劍)·윤도(輪刀)·창 그리고 갖가지 무기를 만들었으나, 마전제는 다시 이것을 7보(寶)로 바꾸었다.
다시 비로 큰 나무와 큰 돌산[石山]을 만들었으나, 마전제는 그 나무와 산을 음식과 의복으로 바꾸었다.
다시 큰 비를 7일 낮 7일 밤 동안 퍼부었으나, 존자는 비를 큰 바다 가운데로 몰고 갔다.
또 입에서 불이 솟아 나와 존자를 태워버리고자 하였지만, 존자는 불을 변화시켜 진주(眞珠)로 만들었다.
그 용이 다시 변화를 부려 수천의 용을 만들자, 존자는 이를 변화시켜 수천의 금시조(金翅鳥)로 만들었다. 용이 금시조를 보자 두려워서 도망치다가 존자가 있는 곳에 이르러 물었다.
“존자께서는 무슨 일을 하고자 하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삼자귀(三自歸)를 받고자 한다.”
용이 다시 물었다.
“어떠한 일을 짓고자 하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나에게 이곳을 다오.”
용이 대답하였다.
“드릴 수 없습니다.”
존자가 다시 용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자 할 때, ‘이 나라를 안온한 좌선(坐禪)의 장소로 만들라’고 수기하셨느니라.”
용이 물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것입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것이다.”
용이 물었다.
“얼마만큼을 얻고자 하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하나의 좌선할 수 있는 곳을 얻고자 한다.”
마전제는 즉시 몸을 나타내 계빈국에 가득해서 결가부좌하고 앉았다.
용이 물었다.
“사용하신다면 땅을 누구에게 허락할 것입니까?”
마전제가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지금 많은 도반들이 있다.”
즉시 다시 물었다.
“도반들이 몇이나 됩니까?”
마전제가 대답하였다.
“5백 명의 아라한이 있다.”
용이 말하였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줄어든다면 내 땅을 돌려주십시오.”
존자는 선정에 들어서 불법(佛法)이 때에 따라서 얼마나 세상에 머물고 또한 이 아라한들이 항상 5백 명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를 관찰하였는데, 반드시 항상 5백 명에서 줄지 않을 것임을 관찰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다.”
용이 말하였다.
“여기 있습니다.”
존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 나라에 들어와서 촌락과 성읍(城邑) 등을 세웠다.
마전제는 사람을 거느리고 날아서 향산(香山) 가운데로 가서 울금(鬱金)을 가지고 계빈(罽賓)에 가서 심고자 하였다.
이 때 향산의 용이 화가 나서 이를 보호하고자 하였다.
용이 물었다.
“어느 때 심어야 합니까?”
마전제가 대답하였다.
“불법이 있을 때입니다.”
용이 물었다.
“불법(佛法)이란 어느 정도의 때입니까?”
마전제가 대답하였다.
“불법은 천 년입니다.”
용이 말하였다.
“불법에 따라 당신에게 울금을 주겠습니다.”
마전제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화상과 약속한 것은 내가 불법을 계빈국에 전파하여서 두루 불사(佛事)를 짓는 것이었는데, 내가 이미 불사를 마쳤으니, 지금 열반할 시기에 이르렀다.’
즉시 몸을 허공에 날려 열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켜 모든 단월(檀越)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얻게 하고, 같이 범행(梵行)을 닦는 자를 이익되게 하였다. 비유하자면 물로써 불을 끄고 열반에 드는 것과 같다.
전단(栴檀)의 나뭇가지로 태우기를 마치자, 뼈를 수습하여서 탑(塔)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