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태자법익괴목인연경(阿育王太子法益壞目因緣經)-3
두 눈을 되찾게 하여
전과 다름이 없도록 하리라.
만일 저의 서원이 이루어졌다면
눈이 다시 청정해지도록 하옵소서.
살펴보니 왕자는 또한
과거의 5백 생 동안
나의 자식이었으니
이는 사실이고 헛된 말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이번의 육신을 끝으로
다시는 인간의 육신을 받지 않을 것이니
원컨대 왕자로 하여금
저와 다름이 없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아육왕에게 고하기를,
왕께서는 기억하십시오.
옛날에 왕께서는 한 줌의 흙을
여래께 공양하였습니다.
이것이 복전이 되어
염부제를 얻어
홀로 철륜(鐵輪)으로 누비어도
당할 무리들이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역시
지성으로 서원을 발하시어,
그 복이 왕자에게 미쳐서
눈을 얻도록 하소서.
이 때 존자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열여덟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자유자재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였네.
왕이 그것을 보더니
두 손을 모은 채 무릎 꿇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땅바닥에 엎드려 말하였네.
목숨을 다하여 귀의하오니
우리의 존귀하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많은 복을 제게 주시어
염부제를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곧 여래께서는
제게 특별히 수기하시기를,
내가 떠나고 100년 뒤에
어떤 왕이 나오리라.
그는 염부제 땅
곳곳마다 가득히
8만 4천의
여래를 모신 탑을 세우리라 하셨습니다.
신령스러운 입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제 그대로 이루어져
온 나라 안에 걸쳐
널리 복된 불사를 일으키고
염부제를 다스려
홀로 자유롭게 누비게 되었으니
만일 부처님의 가르침이 헛되지 않다면
청정한 눈을 얻게 하옵소서.
지난날 부처님 전에
복의 씨앗을 뿌리고
나라 안의 여러 수행자와 도인들과
3보를 존경하여 받들었으며
가난하고 배고픈 모든 나형 외도(裸形外道)들에게
보시를 베풀었으니
이러한 복업을
왕자에게 베풀어 주옵소서.
이 때에 왕은 옛날에
나라 안의 여러 마을을 두루 살피다가
뭇 산을 지나
철위산(鐵圍山) 밖에 당도했던 일을 떠올렸네.
밑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데
우레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고
메아리가 애절하였으니
아주 슬프고 괴로운 소리였네.
왕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는데
그러다가 염라대왕을 보니
신하와 관리들의 도움을 받아
죄의 원인과
범행 내용을 심문한 다음
신속히 결단을 내려
죄에 따라 다스리되
더도 덜도 아닌 공평한 마음이었네.
열여덟 지옥에는
뜨거운 불꽃이 용솟음치고
열여섯 칸의 방이
하나의 가마솥을 둘러싸고 있었네.
칼의 산과 검(劍)의 숲과
불의 수레와 화로 안의 숯불에
죄인들이 울부짖으니
쓰라린 고통이 만 가지나 되네.
왕이 좌우에게 묻기를,
이는 어떤 사람인가?
신하들이 답하기를,
죽은 이들의 왕입니다.
이 왕은 선악을 판별하고
죄의 무겁고 가벼움을 조사하며
허물을 찾아내고
현명한 자인지 어리석은 자인지를 가려냅니다.
이 때 아육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고하기를,
죽음의 왕도 오히려
지옥을 만들고 다스리는구나.
나는 지금
살아 있는 백성의 왕이니
어찌 또한
지옥을 다스리지 못하겠느냐?
다시 여러 신하들에게 묻기를,
이 사람과 같이 극악 흉포하여
지옥을 다스릴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여러 신하들이 답하기를,
다른 선택은 없고
오직 5역(逆) 죄인만이
지옥을 만들 수 있을 뿐입니다.
노랑머리에 붉은 눈
말려 올라간 눈썹에 볼록 솟은 뺨
위로 불거진 이마에 납작코만이
악을 행할 수 있습니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기를,
이와 같은 생김새의 악인을
두루 수소문하여
속히 와서 알리도록 하라.
신하들은 즉시 온 나라 안의 마을로
급히 달려 나갔고
어떤 연못가에서
그물을 짜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네.
옆에는 날아가는 새를 향해
활을 준비해 놓고
앞에는 새떼를 잡으려고
독을 바른 먹이를 뿌려 놓았네.
발밑에는 낚시를 드리워
연못의 고기를 낚으려 하고
뒤에는 올가미를 놓아
가만히 노루와 사슴을 노리고 있었네.
입으로는 새소리를 내어
날짐승과 들짐승을 유인하고 있었으니
모든 신하들이 그 사람을 보고는
자신들이 찾는 사람과 같음을 알았네.
신하들은 돌아와 그 상황을
왕에게 사실대로 알렸으니
악인을 찾으러 다니던
정성이 이와 같았네.
왕은 말하기를, 훌륭하구나.
과연 내가 원하던 사람이니
이 사람을 데려와
반드시 지옥의 일을 맡기리라.
왕은 사람을 보내어 이르기를,
나는 그대를 만나서
진귀한 보배를 많이 주고자 하니
내 뜻에 따라 주기를 바란다.
악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며
아는 것도 없는데
왕께서는 저를 어디에 쓰고자 하십니까?
사신이 다시 대답하기를,
그대는 반드시 귀하게 될 것이니
그대의 육신을 얻어
지옥의 일을 다스리게 하고자 한다.
악인이 기뻐하면서
즉시 집으로 돌아가
사정을 상세하게
부모에게 말씀드렸네.
부모들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하고 근심하면서
서로 아들을 끌어안고
가도록 놓아주지 않았네.
아들은 화가 잔뜩 나서
바로 날카로운 칼을 빼어 들고
부모를 베어 죽인 다음
이들을 버리고 길을 떠났네.
왕이 있는 곳으로 와서
무릎 꿇고 절하여 문안을 올리고는
읍하는 자세로 공손히 물러나
한쪽 편에 섰네.
왕이 악인에게 묻기를,
그대에게는 부모가 있어
보살펴 모실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올 수 있었느냐?
악인이 스스로 말하기를,
부모가 완강히 가로막기에
칼로 베어 죽인 다음
버려두고 왔습니다.
왕이 말하기를, 참으로 고약하구나.
이야말로 진짜 5역 죄인이니
부모까지 죽였는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기겠느냐?
즉시 이 사람에게 맡기어
지옥성을 만들었으니
물이 끓는 솥과 검의 숲이 있고
쇳물을 부어 높이 담을 둘러 쳤네.
이 사람을 시켜
지옥의 주인으로 삼고
여러 신하들을 세워
각기 그 직책을 주었네.
염라대왕이 그러하듯
옥졸들에게 영을 내리기를,
지옥에 들어온 자는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하라.
귀하고 천한 이나
부자거나 존경받는 이나
일단 그 죄를 다스리는 데에는
어느 누구라도 잘잘못을 참견하지 못하게 하라.
설령 나 자신이
이곳에 들어왔다 해도
역시 내보내 달라는 말을 듣지 말고
무거운 법을 적용하도록 하라.
성의 둘러싼 주변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과일 나무를 심고
정원의 경치를 잘 다듬도록 하니
마치 하늘의 궁전과 같은 모양이었네.
그 때 마침 나는 혼자 걸으며
두타행(頭陀行)을 하고 걸식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다가
이 지옥 성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네.
향기로운 꽃들과
무성한 나무들을 밖에서 보고
이곳을 부자로서 훌륭하고
존귀한 사람이 사는 집으로 생각하였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
걸식을 하려는데
정작 죄인을 다스리는 장면을 보고는
소스라쳐 놀라 되돌아 나오려 하였네.
옥졸이 앞에서 잡고는
보내달라는 말은 안 듣고
물이 끓고 있는 솥으로 데려가
다섯 가지 고통을 주려고 하였네.
내가 다시 빌면서 말하기를,
관용을 조금만 베푸시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만 기다려 준다면
은혜를 입음이 한량없을 것입니다.
도를 배운 지도 얼마 안 되고
또한 부처님 말씀을 널리 암송하지도 못했으니
원컨대 시방의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일을 허락해 주십시오.
악인은 말없이 허락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를 기약하였는데
그렇게 말하고 얼마 안 있어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잡혀왔네.
음란한 죄를 범한 일로 잡혀와
죄상을 밝힌 다음
절구통 안에 넣고
절구공이로 짓찧었네.
잠깐 사이에
가루로 변했으니
그 때 나는 이것을 보고
오직 부처님 말씀만을 생각하였네.
몸은 물거품과 같다 하셨으니
참으로 진실하구나, 그 말씀이여.
태를 가르고 몸을 받았으면
반드시 이처럼 되는 일이 있구나.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성인을 만나더라도
누가 이 고통을 면할 것인가?
나는 이제 반드시
예사롭지 않은 그 뜻을 헤아리리라.
아홉 가지 번뇌를 분별해 보니
이는 깨끗하지 못한 것이고
또한 금방 변하는 것으로
흰 비둘기 빛깔의 뼈가 되리라.
모양을 가진 이 육신은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뼈가 모인 것으로
갖가지 모양으로 변화한 것이 한 번만이 아니니
마치 허깨비 같고 요술 같구나.
그 즉시 깊은 뜻을 깨달아
번뇌를 여의고 속박을 벗어나
기쁜 마음이 안에 가득하고
밖으로 기운이 흘러 넘쳤네.
통쾌하구나, 복의 과보를 얻어
삶과 죽음을 벗어났으니
마음속 생각은 고요하며
뜻은 금강(金剛)과 같도다.
하늘과 땅이 불꽃 속에서
한몸으로 뒤엉켜 녹아내리고
온 하늘에 불꽃이 가득하다 한들
어찌 나를 불태울 수 있으랴?
옥졸이 다시 재촉하여
물이 끓는 솥 안으로 들어갈 때
나는 한껏 웃으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었네.
옥졸은 화를 내면서
사람 넷을 보내
각기 사지를 붙잡고
솥 안에 거꾸로 집어넣었네.
뜨겁던 물은 식고 불은 꺼져서
아주 시원하게 변했으며
볼기를 치던 옥졸들도
모두 가만히 쉬었네.
그 즉시 천 개의 꽃잎을 가진
연꽃을 요술로 만들어
그 연꽃 가운데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네.
앉고 눕고 솟았다 사라졌다 하는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리며
혹은 허공을 날거나
땅 속 일곱 길 깊은 곳을 오가기도 하였네.
옥졸이 보고 놀라
아육왕에게 고하기를,
옥 안에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일입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잠시 납시어
니리성(泥犁城)에 오셔서
불길하고 해괴하며
매우 이상한 이 일을 직접 보옵소서.
왕이 악인에게 말하기를,
내가 저번에 약속하기를
설령 내가 그곳에 들어가더라도
역시 나올 수가 없다고 하였다.
전륜왕은
두 가지로 말하지 않거늘
이제 어찌 내가 다시
이 문으로 들어가겠느냐?
악인이 왕에게 말하기를,
들어오셔도 고통이 없도록
오늘 하루만 허락하고
이후로는 다시 제한하겠습니다.
왕이 즉시 따라 들어가
솥 안에 있는 사람을 보니
연꽃 위에 앉아
결가부좌를 하고 있네.
왕이 멀리서 묻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냐?
내가 답하기를,
나는 비구입니다.
왕이 다시 묻기를,
너는 지금 옥 안에 있으니
마땅히 죄인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어찌 비구라고 하느냐?
그 때 내가 말하기를,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오.
성인께서 주신 은혜를 입고
그대는 남천하(南天下)의 왕이 되었소.
영겁의 세월에 걸쳐 공을 쌓아
비로소 그 과보를 얻게 되었거늘
이제 다시 성인을 비방하여
죄인이라 부르다니.
왕이 다시 도인에게 묻기를,
너는 어떤 까닭으로
전륜왕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감히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부르느냐?
이 때 내가 고하기를,
그대는 어린아이였을 때
한 줌의 흙을
여래께 받들어 올렸소.
이 일로 부처님으로부터 축원을 받았고
다시 가섭사(迦葉寺)에 가서
물과 진흙을 섞어
절의 남쪽 벽을 보수하였소.
부처님께서 수기하시길, 너는 뒤에 반드시
남쪽 염부제의
전륜왕이 될 것이며
이름을 아육이라 할 것이다.
너는 하루만에
8만 4천의,
여래의 유골을 모신 탑을
일으켜 세우리라.
왕이 만든 이 지옥성도
부처님의 탑이란 말이오?
이는 오히려 화를 자초하여
다시 한량없는 죄를 짓는 일이오.
정신이 뒤바뀌고
무지한 마음에 휩싸이며
어리석은 중에도 가장 어리석다 할지라도
지금 왕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이오.
어떤 사람은 미혹에 집착하여
죽을 때까지 이를 고치지 않으니
이제 그대를 어리석다고 이른 것이
어찌 잘못된 말이겠소?
왕은 즉시 잘못을 깨닫고
오체투지의 예로
서둘러 스스로 참회한 다음
즉시 나를 받들어 공경하였네.
곧바로 지옥성을 부수고
선(善)의 근본을 일으켜 세워
생하거나 멸함이 없는
열반의 가르침을 구하였네.
전생에 심은 한 움큼 흙의 공덕으로
이제 왕의 자리에 올랐으니
부처님 복전(福田)에서
모든 번뇌의 더러움을 깨끗이 씻겠습니다.
이 나라 방방곡곡에서
3보를 받들어 모시도록 할 것이니
이러한 복을 살피어
법익이 눈을 얻도록 해 주십시오.
왕과 존자가
지성으로 서원을 발하자
바로 앉은 자리에서
법익의 눈이 완전히 갖춰졌네.
하늘의 모든 신들과 아수라와
온갖 귀신의 왕들이
한결같이 훌륭하다고 찬탄하였고
전에 없던 일이라며 감탄하였네.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감응에
곧 앞으로 나아가 얼굴을 덮은 천을 벗겨내고
법익의 두 눈을 살펴보았네.
왕과 부인이
멀리서 법익을 바라보니
생김새가 훌륭하여
세상에 드문 모습이네.
이 때 하늘과 땅도
여섯 가지 모양으로 진동하고
산과 강과 바위들도
높이 솟았다 가라앉았다 하였네.
마음속에 차오르는 기쁨으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왕은 스스로 무릎 꿇고
존자에게 말씀드렸네.
존자께서는 마치 살아 계신 부처님처럼
사람들에게 눈을 베풀어 주시니
그 복의 위신력에 힘입어
저의 자식에게 다시 청정한 눈이 생겼습니다.
왕은 이와 같이 놀라운 조화를 보고
말을 다할 수가 없어서
이 사람은 반드시 하늘의 신이
나를 속이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였네.
자신의 보배관을 벗어
법익에게 주고는
전륜왕의 자리를 물려주고
염부제를 다스리게 하였네.
왕자가 그 앞에 무릎 꿇고
부왕에게 말하기를,
저는 감히 존위(尊位)를 이을 만한
위엄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부왕이 고하기를,
그대의 행적을 살피건대
그대는 바로 하늘의 신이니
모든 점이 다 그러하여 아무런 의심도 없다.
그대가 나의 다스림을 받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니
그대는 마땅히 왕위를 받으라.
내 마땅히 신하로서 그대를 보좌하리라.
속히 나의 말을 따라
이 보관을 받을 것이며
어려울 것이라 염려하지 말고
오히려 기뻐하는 생각을 내도록 하라.
존자도 다시 말하기를,
왕자께서는 마땅히
이 천관(天冠)을 받아 위용을 갖추시고
6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십시오.
왕자께서는 전생에 본래 왕으로서
6만 년을 지내셨으니
이제 이 6년은
보잘 것 없이 작은 숫자입니다.
아육왕이 궁금해 하면서
존자에게 묻기를,
원컨대 전생의 인연을 설해 주시어
저의 어리석은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왕자는 전생에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이 높고 존귀하게 되었고
또 나의 아들로 태어나서는
청정하고 밝은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또한 중간에 눈을 상하게 되었다가
이제 다시 완전한 눈을 얻게 되었으니
대체 어떤 인연을 지었기에
존자를 만나게 되었습니까?
존자의 인도를 따라
법의 눈을 뜨고
지금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모든 번뇌의 티끌을 멸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도를 이루어
영원히 삶과 죽음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원컨대 전생에 행했던 그대로를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가 왕에게 고하기를,
제가 드리는 말씀을 듣고
전생의 인연을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91겁(劫) 전의
과거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유위(維衛)여래입니다.
그 때 왕자께서는
저의 아들이었는데
산수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저는 7일마다
그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왕자는 여래의 형상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곧 형상으로써
여래의 뛰어남을 널리 알렸으니
여래께서도 훌륭하다고 칭찬하시면서
같은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곧 왕자는 그 부처님께
믿는 마음을 내어 서원하기를,
다시 태어날 때에는
3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항상 모습이 단정하고
눈이 총명하며
훌륭한 가문에 태어나고
비천한 곳에는 태어나지 않게 하소서.
여자로 태어날 때는 항상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게 보이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 내게 절을 올리도록 하소서.
그 뒤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식(式)여래인데
모든 비구들을 데리고
청명성(淸明城)에 오셨을 때
저는 장자(長者)였고
왕자는 저의 아들로서
함께 공양을 올리고
식(式)여래를 받들어 모셨습니다.
그 다음의 부처님 이름은
수섭(隨葉)여래인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을
번뇌에서 벗어나도록 하셨습니다.
그 때도 역시 나의 아들인 왕자가 소원하여
등불을 들고
7일 낮 7일 밤 동안
광명이 꺼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왕자는 이 복의 도움에 힘입어
길이 고뇌를 여의고
태어나는 곳마다
청정한 천안(天眼)을 얻었습니다.
현겁(賢劫) 중에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니
명호는 구손나(拘孫那)이시고
제도해 준 이들은 한량이 없었습니다.
32상(相)을 갖추고
몸빛은 순수한 금색이며
도수(道樹: 보리수) 아래에 앉아
마군의 원성을 항복받으셨습니다.
66년 동안
한 달에 6일, 일 년에 3달씩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켜
처음부터 아무런 실수도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 다시 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구나함존(拘那含尊)이시고
세상을 밝게 비춰 주시니
마치 가득 차오른 달과 같았습니다.
그 때 나는 역시
장자의 몸이었고
왕자는 나의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아라한의 경지를 얻은
어떤 비구가
차례대로 걸식을 하다가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때 작은며느리가
입을 옷과 음식과
누워 자는 침상과 약품을
그 비구에게 공양하였습니다.
왕자는 성이 나서
가만히 아내에게 말하기를,
어찌해서 너는 지금
저 사람과 내통하느냐?
내 반드시
저 비구의 눈을 못 쓰게 할 것이다.
웬 거지같은 놈이
남의 마누라를 넘보다니.
그 다음에 어떤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가섭(迦葉)이며,
여러 가지 훌륭한 모습을 갖추고
이 세상에 나오셨습니다.
나는 그 때도 역시
큰 부자로서
많은 은혜를 널리 베풀어
그 이름이 사방에서 널리 칭송되었습니다.
다시 왕자를 아들의 인연으로 만났는데
날 때부터 두 눈이 없었으니
이는 전생의 업에 의한 괴로운 과보로
이러한 재앙을 당한 것입니다.
법익 왕자는 부처님의 형상을 그려 모신 인연으로
지금 그 과보를 얻어
날 때부터 왕의 핏줄을 받고
비할 바 없이 뛰어난 용모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또한 꿰뚫어 보는 눈을 갖추어
여느 사람들 가운데 홀로 우뚝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이 즐거워지고
그 위의에 굴복하지 않음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전생에
보살[眞人] 아라한을 비방하였고
자신의 아내와 관계 지워
그의 눈을 못 쓰게 하려고 하였습니다.
전생의 이러한 악행으로
이제 두 눈을 못 쓰게 되었던 것이니
선이든 악이든 그 과보는
끝내 썩어 없어지지 않습니다.
당시 나는 가섭부처님과
여러 비구들을 초청하여
7일 동안 공양을 올리고
아울러 다른 물건들도 보시하였습니다.
아들도 역시
7일 낮 7일 밤 동안
여래와 다른 거룩한 스님들을
받들어 모셨습니다.
양손에 등불을 든 채
모양을 조금도 흩뜨리지 않고
매일 세 번씩 참회하고
진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제가 본래 지은
몸과 입과 생각의 업[行]은
이제 모두 그 허물을 고치고
부지런히 금계(禁戒)를 닦겠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다시
이와 같이 거룩하신 부처님을 뵙게 된다면
원컨대 비천한 저로 하여금
다시 받들어 모실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만남에서
고통을 다하고
아버지와 함께
아라한이 되도록 하소서.
일찍이 유위 여래 앞에
7일 동안 등불을 켜고
복을 구하고자 발원하여
천안을 얻었으며,
이제 비록
육신의 눈마저 못쓰게 되었으나
이 인연으로 즉시 천안의 과보를
얻게 된 것입니다.
가섭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한 시기를 만나 발원하기를,
원컨대 다시 태어날 때는
청정한 눈을 얻게 하소서.
또다시 때때로
굳건한 서원을 세우기를,
아버지와 제가 함께
동시에 도를 이루게 하소서.
6년 동안 나라를
정법으로 다스리고
그 기한을 마치면
문득 번뇌를 다하도록 하소서.
왕이 이 말을 듣고
선한 마음이 생겨나
즉시 앞에 무릎을 꿇고
땅 위에 엎드려 말하였네.
존자께서는 이제 청정하시어
모든 번뇌의 때에 집착함이 없고
현명하고 거룩한 법에 따라
열반에 평안히 머무르고 계시는군요.
그 후 새로운 왕 법익이
염부제를 다스리니
도적도 없고
백성을 얕보고 빼앗는 자도 없었네.
질병도 없고
도를 그르치는 행위도 없으며
널리 자비심이 행해져
서로가 화목한 얼굴로 바라보았네.
그 때 법익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고하기를,
그대들이 효성스럽고 양순하여
간사한 마음을 품지 않고
죽이고 도적질하는 마음을 일으켜
좋지 않은 과보를 당하지 않으며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과 꾸미는 말을 하지 않으며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항상 불법을 따라
바른 가르침을 어기지 않으면
문득 도의 자취를 이룰 것이다.
그 때 법익왕이 나라를 잘 다스린 지
6년이 지나자
무릎 꿇고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부왕에게 말하였네.
저는 부왕의 명을 받고
감히 어기지 않았으니
이제 출가하여
청정한 행을 닦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부왕이 즉시
출가하여 배우도록 허락하니
법익은 부모의 발에 예를 올린 다음
물러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네.
존자에게로 가서
스스로 말하여 여쭙기를,
원컨대 스승님께서는 허락하시어
제가 도(道)의 길에 있도록 해 주십시오.
존자가 온화한 얼굴로
고하여 말하기를,
잘 왔구나, 보살[眞子]이여.
부지런히 청정한 행을 닦으라.
그대는 금생(今生)의 몸으로
모든 번뇌를 끊을 수 있으리니
게으른 생각을 품어
다시 욕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머리털과 수염을 깎고
생각을 하나로 모으니
널리 땅이 진동하고
하늘에서 온갖 꽃이 비처럼 내렸네.
바로 이어서
구족계를 받으니
보살의 법 가운데
깨닫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네.
존자는 점차 가르쳐 나아가면서
바른 도리를 가리켜 말하기를,
눈이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니
반드시 깊이 사유하라.
이 5음(陰)을 관찰하기를,
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짓는 자도 지은 바도 없고
받는 자도 없다고 관찰하라.
그것은 모두 공(空)한 것임을 알아야 하니
어리석은 자는
머리털과 몸뚱이와
손톱과 이빨 등에 깊이 집착한다.
피와 골수와 창자와 위장 등은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으니
이 육신은 청정하지 않고
또한 견고하지도 않다.
너는 유위법(有爲法)을
마땅히 깊이 사유하라.
이 5음의 형상은
허깨비처럼 나타나 헛되고 거짓되다.
이로 인하여 흐름이 막혀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데
이제 너는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하여
해탈의 성(城)에 이르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것에
어찌 헛됨이 있으리오.
길이 무위(無爲)를 즐기어
그 마음을 맑고 깨끗하며 고요하게 하라.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과거의 어떤 부처님께서도
중생 깨우치기를 어려워 하셨다는 이야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용맹스런 마음을 내어
평안하고 아늑한 곳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기약하라.
이와 같이 존자가
법익을 가르쳤으니
법익은 밤낮없이 수행하며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네.
이 5음을 관찰하기를
마치 몸에 붙은 불을 끄듯이 부지런히 하였으니
즉시 아라한의 경지에 올라
다시는 물러서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