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태자법익괴목인연경(阿育王太子法益壞目因緣經)-4

아육왕태자법익괴목인연경(阿育王太子法益壞目因緣經)-4

존자가 거듭 고하기를,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도와 무관한 일이나

세속의 번잡한 일은 하지 말라.

원래 천인(天人)들조차도

삶과 죽음을 유랑하며

윤회의 강을 떠다니다가

다섯 곳의 세상 가운데로 떨어지게 된다.

그들은 결국 이곳에도 태어나게 되는데

이 모두는 인연에 의한 것이니

인연에 따른 사람의 종류를

이제 너를 위해 말해 주리라.

걸어 다니다가 잘 넘어지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홀린 듯이 바라보며

항상 히죽거리고 잘 기억하지 못하며

움직임이 경망스럽고

넓은 들판을 떠돌아다닌다면

이 사람은 바로

활(活)지옥에서 온 것이다.

몸의 마디마디가 타는 듯이 아프고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며

흉악한 꿈에 놀라 깬다면

흑승(黑繩)지옥에서 온 것이다.

거친 머릿결에 사나운 눈

뻐드렁니에다 성도 잘 내며

쉰 목소리에 성질이 사납고 급하면

합회(合會)지옥에서 온 것이다.

말소리가 높고 크며

부끄러운 줄 모르며

싸우면서 소리 지르기를 즐기고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며

누워 자면서 신음 소리를 내고

꿈꾸면서 자주 놀라 소리를 지르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제곡(啼哭)지옥에서 온 것이다.

항상 슬피 울기를 좋아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며

가족들과 싸우기를 즐기고

친소(親疎)가 없으며

말하다가 갑자기 성을 내며

자고 나서 먹지 않으면

이 사람은 본래

대제곡(大啼哭)지옥에서 온 것이다.

키는 크고 다리는 가늘며

힘줄이 빈약하고

말할 때 목이 메어

소리가 마치 옹기 깨지는 듯하며

정신이 불안정하고

마음이 효성스럽고 양순하지 않으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아비(阿鼻)지옥에서 온 것이다.

신체가 거칠고 추하며

추위 견디기를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더운 것과 물기 없는 것을 좋아하며

인색하고 탐욕스럽고 질투가 많으며

사람을 보면 은혜를 베풀고는

스스로 후회하고 번뇌하면

이 사람은

열(熱)지옥에서 온 것이다.

불을 보면 무서워 놀라면서도

평소 따뜻하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며

발걸음이 가볍고 빠르며

일을 피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며

일을 해놓고는 후회하다가

다시 일을 시도한다면

이 사람은

대열(大熱)지옥에서 온 것이다.

잠을 적게 자고 성을 잘 내며

받은 것을 잘 잃으며

무엇을 만들어도 작고 좁게 만들며

마음이 넓고 크지 않으며

큰 것을 보면 무서워하고

작은 것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이 사람은

우발(優鉢)지옥에서 온 것이다.

붉은 눈에 추한 모습이며

항상 소송하기를 좋아하며

성현을 비방하고

도를 얻은 이들을 헐뜯으며

밤낮으로 사람들을 엿보기를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나 않나 하고 살핀다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발두(伐)지옥에서 온 것이다.

눈이 도끼눈이며

부모에게 불효하며

태어나 단명하면

구모(拘牟)지옥에서 온 것이다.

칼을 가지고 다니기를 좋아하며

억지를 부려 사람들과 싸우다가는

반드시 사람에게 살해당하니

빈지(邠持)지옥에서 온 것이다.

날 때부터 몸에 부스럼이 있으며

입에서 냄새가 나서

사람들과 친하지 못하면

광(曠)지옥에서 온 것이다.

모습은 장대하나

걸음은 유약하며

머리카락이 성글고 피부가 엷으며

항상 병으로 아파하며

사람을 보면 성을 내며

음식을 탐하여 싫어하지 않으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염(炎)지옥에서 온 것이다.

몸은 희고 눈은 푸르며

말을 하면 곧 입가에 거품이 일고

말에 매듭이 없으며

마른 흙을 가지고 놀기 좋아하며

깊은 진흙 구렁을 보고

그 위에 벌렁 누우면

이 사람은

회(灰)지옥에서 온 것이다..

눈이 노랗고 머리가 울퉁불퉁하여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며

일에 닥쳐 당황하고 두려워하면

검수(劍樹)지옥에서 온 것이다.

손에 항상 칼을 들며

싸움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금방 기뻐하며

칼날에 다치게 되면

도(刀)지옥에서 온 것이다.

몸빛이 검고 온전치 않으며

어두운 방에 있기를 좋아하며

욕을 잘하면

열회(熱灰)지옥에서 온 것이다.

힘이 없고 기가 약하여

자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어야 할지

한번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며

설사 가축을 죽이는 것을 보게 되더라도

그 곁을 떠나지 않으면

반드시 알기를, 이 사람은

박(剝)지옥에서 온 것이다.

수시로 성을 내고

바로 잘못을 알아 후회하며

그때그때 사죄해 놓고는

하룻밤도 지나지 않으며

마치 죄인에게 벌을 가하듯이

자신을 몹시 책망하면

이 사람은

국(鞠)지옥에서 온 것이다.

누추한 곳에서 자기를 좋아하고

거칠고 상한 음식을 즐겨 먹으며

누추한 옷을 입으면

시(屎)지옥에서 온 것이다.

얼굴 생김새가 추악하며

말투가 거칠고 사나우며

사람을 헐뜯어 싸우기를 좋아하면

선향(善香)지옥에서 온 것이다.

이와 같으니 반드시 그 용모와

어느 지옥에서 왔는지를 살펴서

마치 겁화(劫火)를 피하듯

잘 알고 멀리하라.

다음은 축생에서 와서

그 받은 모양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을 말하리니

마음을 모아 잘 살펴서

그러한 인연을 짓지 않도록 하라.

말씨가 느리고

성을 내지 않으며

어른을 겸손히 공경하면

코끼리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크고 지저분하며

추위와 배고픔을 잘 견디며

화를 내어 풀리기 힘들면

낙타 중에서 온 것이다.

먼 길을 잘 다니고 잘 먹으며

험난한 곳을 피하지 않으며

일을 잘 기억하고 진실을 가려내면

말 중에서 온 것이다.

온순하고 너그러우며

더위와 추위를 참고 걸으며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소 중에서 온 것이다.

큰 소리를 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여기저기에 사랑하는 마음을 내며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으면

당나귀 중에서 온 것이다.

긴 송곳니에 두려움이 없고

항상 육식을 즐기며

많은 일거리를 어려워하지 않으면

사자 중에서 온 것이다.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하며

넓은 들판을 돌아다니며

처자를 돌보지 않으면

호랑이 중에서 온 것이다.

털이 길고 눈은 작으며

성을 잘 안 내며

한곳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새 중에서 온 것이다.

그 성격에 반복하는 일이 없고

벌레를 죽이기 좋아하며

무덤 가에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면

여우 중에서 온 것이다.

목소리가 작고 용맹하며

음욕이 없으며

처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리 중에서 온 것이다.

훌륭한 직책을 좋아하지 않고

가만히 살펴 범법자를 잡으며

잠을 적게 자고 성을 잘 내면

개 중에서 온 것이다.

키가 작고 털이 길며

많이 먹고 많이 자며

깨끗한 곳을 싫어하면

돼지 중에서 온 것이다.

털이 노랗고 포악하며

혼자 산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꽃과 과일을 즐겨 먹으면

원숭이 중에서 온 것이다.

잘 잊고 뻔뻔스러우며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해보아 알면서도 다시 반복하면

까마귀 중에서 온 것이다.

정이 많고 색욕이 많으며

도리를 다하지 않으며

생각을 오래 담아 두지 않으면

비둘기 중에서 온 것이다.

행실이 어긋나고 사나우며

강하게 항변해도 그 욕됨을 참아내며

부모에게 불효하면

가마우지[鸕鳩] 중에서 온 것이다.

바른 법도 알지 못하고

바르지 않은 법도 알지 못하며

밤낮으로 어리석고 미혹하면

양 중에서 온 것이다.

음란함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즐기며

세력이 큰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으면

앵무새 중에서 온 것이다.

행동이 졸렬하고 포악하며

많은 사람들 속에 있기를 좋아하며

말이 많고 번잡스러우면

구관조 중에서 온 것이다.

발걸음이 느리고

생각에 규범이 있으며

생명 있는 것을 많이 해치면

학(鶴)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작고 음란함을 좋아하며

생각이 차분하지 않고

이성을 보는 대로 마음이 흔들리면

참새 중에서 온 것이다.

눈이 붉고 이빨이 짧으며

말을 하면 곧 거품을 내고

눕기만 하면 몸을 휘감으면

살모사 중에서 온 것이다.

말하자마자 성부터 내어

상대의 뜻을 알아보지 않으며

입에서 뜨거운 기운[火毒]이 나오면

전갈 중에서 온 것이다.

혼자 있는 곳에서 욕심껏 먹으며

목소리가 사납게 울리고

밤에 잘 자지 않으면

고양이 중에서 온 것이다.

벽을 뚫어 도둑질하며

재물을 탐하고 두려움이 많으며

또한 사람들 사이에 멀고 가까움이 없으면

쥐 중에서 온 것이다.

이와 같으니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축생에서 왔는지 잘 살피라.

다음은 아귀(餓鬼)를 설하리니

마음을 모아 잘 들으라.

키가 크고 두려움이 많으며

머리카락이 몸을 감고

옷이 지저분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입술이 마르고 코가 삐뚤며

몸빛이 노랗고 목구멍이 좁으며

다니면서 잘 넘어지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음란하고 인색하고 탐욕스러우며

남이 이익을 보면 샘을 내고

베풀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움직일 때마다 싸우고 소송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지성스러움을 믿지 않으며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힘도 약하고 지혜가 적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목소리가 일그러지고 울림이 없으며

갑자기 성을 내며

빨리 먹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항상 재물이 궁핍하고

빈털터리에 누추하며

지혜로운 이에게 비웃음을 사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가족들이 부처님을 섬기지 않으며

설법 듣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영원히 하늘에 이르는 길이 끊어지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아내와 자식과

형제자매를 중히 여기지 않으며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나면서부터 맨 몸뚱이의 고아로서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으며

끝내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가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생각이 편협하고

화려한 장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행동이 지저분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움직여도 얻는 것이 없으며

일을 해도 그르치기만 하기에

사람들에게 쫓겨나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일을 도모하다가 자주 실패하며

그럼에도 원인을 살피지 않고

사람들의 조언을 듣지 않으면

아귀 중에서 온 것이다.

깨끗한 곳을 좋아하지 않고

변소 안에 살기를 좋아하며

얼굴 모양이 지저분하면

풍신(風神)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크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며

항상 욕심껏 고기를 먹고

신사(神祠)에서 혼자 즐기면

열차(閱叉:야차) 중에서 온 것이다.

성내어 같이 싸우기를 좋아하며

물건을 보면 욕심을 내고

두려워 피하는 일이 없으면

열차 중에서 온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털이 곤두서고

마치 무엇을 잃은 듯이

바로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찰(羅刹) 중에서 온 것이다.

몸이 호리호리하고 피부가 엷으며

안색이 즐겁고 흥겨운 표정이며

음악을 듣고 환희하면

건답화(乾畓和:건달바) 중에서 온 것이다.

아름답고 경쾌한 것을 생각하며

향을 스스로 바르고

온갖 기술을 갖추면

건답화 중에서 온 것이다.

항상 춤과 노래를 즐기고

남녀의 시중을 받으며

먼저 말하고 나중에 웃으면

견타(甄陀:긴나라) 중에서 온 것이다.

성격이 부드러우며

때가 되어 깨닫고

번뇌의 속박을 끊으면

진다라(眞陀羅:긴나라) 중에서 온 것이다.

이것이 아귀의 모습이고

야차와 나찰에서 온 모습이며,

다음은 마땅히

사람에서 다시 태어난 것을 설하리라.

가서 태어날 곳을 알며

집착하여 속지 않고

할 일을 깨달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모든 속임수와 거짓을 알아채고

일찍부터 그러한 일을 하지 않으며

평등하게 행하여 나아가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듣자마자 알아차려 잊지 않고

간사하고 거짓된 말을 믿지 않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탐욕과 음심과 인색함과 질투는

마음을 잡아 어렵게 버리며

곳곳의 풍속을 모두 알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뜻을 믿고 은혜를 베풀며

법과 법 아닌 것을 알아

마음이 조금도 치우치지 않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도 닦을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며

거룩하고 현명한 이들을 공경하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계를 지키고 많이 들은

사문(沙門)을 보면

지극한 마음으로 받들어 섬기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모든 부처님과

바른 법과 스님들을 공양하여 섬기며

수시로 법문을 들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설법을 들으면 능히 알고

나쁜 소리를 들으면 따라 하지 않으며

속히 열반[泥洹]을 얻으면

인간 중에서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에서 다시 태어난

그 모습을 간략히 설한 것이며,

이제는 천신(天神)에서」

태어난 모습을 설하리라.

둥근 눈에 네모난 얼굴

몸은 노랗고 머리카락은 금빛이며

온갖 기술을 다 갖추었으면

아수륜(阿須倫:아수라) 중에서 온 것이다.

바로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의심하여 나무라는 일이 없으며

원수를 보고 갑자기 공격하면

아수륜 중에서 온 것이다.

수미산을 의지하는 천신에

다섯 부류가 있으며,

전생에 지은 인연에 따라

각기 그 모습이 다르다.

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굵으며

항상 웃음을 머금고 기뻐하며

지혜로운 이를 반드시 보살피면

곡천(曲天) 중에서 온 것이다.

생각이 미묘한 것을 좋아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은 적으며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면

시천(尸天)에서 온 것이다.

키가 크고 몸빛이 희며

얼굴빛이 단정하며

불빛을 좋아하지 않으면

파천(婆天)에서 온 것이다.

항상 기쁘고 즐거워하며

욕을 먹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것을 용납하지 않으면

낙천(樂天)에서 온 것이다.

사유하여 고통을 참아내며

뜻을 분별하기 좋아하고

부모에게 효성스러우면

비사천(毘沙天)에서 온 것이다.

집에서 자기를 좋아하지 않고

숲 속에 다니기를 좋아하며

항상 여자를 그리워하면

삼십삼천에서 온 것이다.

비록 재물도 적고

비천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마음으로 청정함을 즐기면

삼십삼천에서 온 것이다.

자기 뜻대로 마음대로 행하다가

저질러 놓은 일을 감당 못하여

희망이 끊어지고 소원과 어긋나게 되면

염천(炎天)에서 온 것이다.

다른 여자와 음행하는 것을 기뻐하고

자신의 처는 지키지 않으며

귀신의 부림을 받으면

타화천(他化天)에서 온 것이다.

부모를 받들어 섬기며

항상 법을 따르고 의당함을 본받으며

자신을 반성하고 남을 받아들이면

도술천(兜術天: 도솔천)에서 온 것이다.

도 아닌 것에서 도를 구하나

조심하는 마음이 없으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범천(梵天)에서 온 것이다.

뜻이 완고하고 성격이 소박하며

항상 욕심껏 잠만 자고

법을 알지 못하면

무상천(無想天)에서 온 것이다.

다섯 갈래길[五趣]의 중생들은

그 근본이 각각이어서

성격과 행동이 같지 않고

마음 씀씀이가 매우 다르다.

그 때 아육왕은

오히려 마음에 성이 차올라

여러 신하들에게 고하기를,

나의 영(令)을 반드시 잘 들으라.

그대들은 이 날카로운 검과

신묘한 철륜(鐵輪)이 보일 것이니

만약에 나의 칙서를 위조한 주동자를

당장에 잡아오지 않으면

염부제의 백성들을

반드시 다 죽이고

이 염부제 땅을

빈 들판과 같이 질펀한 흙더미로 만들겠다.

여러 신하들이 무릎 꿇고 절하면서

왕에게 말하기를,

원컨대 너그러이 참으시옵소서.

지금 바로 찾아보겠습니다.

사방으로 나아가 묻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으며

옷을 바꾸어 입고 모양을 고치고는

얼굴을 숨기고 은밀히 조사하였네.

누가 칙서를 위조하고

사신을 보낸 자는 누구이며

석실성을 왕래한

그 사람은 누구인가?

감추어 두었던 사실을 마음에서 끌어내

모두 소리 높여 드러내 말하기를,

부인인 정용과

야사의 소행입니다.

여러 신하들이 모여들어

왕에게 다시 말하기를,

저희들이 드리는

칙서와 도장 사건의 진상을 들으소서.

바로 그 도적들은

대왕님의 바로 곁에 있었던

부인 정용과

대신 야사입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천자(天子)의 위용을 떨치어 대노하면서

즉시 좌우에 명하여

두 사람을 속히 잡아 오라 하였네.

왕 앞에 잡아 오자

사실을 다그쳐 묻기를,

너희들이 정말로

왕자의 눈을 못 쓰게 하였느냐?

두 사람은 두려워 떨면서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으니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말하지도 않고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았네.

왕은 한껏 성이 차올라

곁에 있는 신하들에게 명하기를,

이자들을 당장에 데려다가

쇠감옥에 가두어 놓고

둘레에 불을 놓아

태워 죽이도록 하라고 하자

즉시 두 사람의 손을 뒤로 묶어

감옥으로 데려갔네.

타오르는 불로 태워 죽이니

두 사람은 죽어 지옥에 가서

반드시 몇 겁을 두고

거듭 고난을 겪으리.

그들이 왕자의 눈을 해친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날 왕자는

바라내(波羅奈)국에 태어났었는데

재물이 한량없이 많았었네.

언젠가 한 늙은 여인이

궁핍하여 얼어 터진 맨몸으로

한 아이를 데리고

그 집 문 앞에서 구걸을 하였네.

왕자가 나가서 보고는

갑자기 성을 내면서

손으로 흙을 집어

그들의 두 눈에 뿌렸네.

모자는 분노를 품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나

너를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두 눈을 빼어내

기와 조각이나 돌처럼 내던져 버리리라 하였으니

이처럼 선과 악의 결과는 썩지 않고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한다네.

그 때의 늙은 여인은

지금의 부인이고

함께 왔던 아이는

지금의 야사라네.

일찍이 아라한을 비방하고

궁핍한 여인을 욕보인

여러 인연이 갑자기 밀어닥치니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이 때에 존자는

여러 백성들에게

훌륭한 맛을 가진

불법의 미묘한 가르침을 널리 설하였네.

반드시 깊이 사유해야 하니

눈이라는 요소는

본래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오되 그 시작이 없고

가되 그 끝이 없으며

자취를 찾아도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무엇이 눈인가?

눈이라는 대상에 집착하여

그것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지니

이 역시 오래 가지 않고

반드시 허물어져 못 쓰게 된다.

빛깔[色]은 마치 거품 덩어리와 같고

일체의 대상[法]은 갈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소리[聲]와 냄새[香]와 맛[味]이란 것도

전혀 진실하지 않다.

고맙고 사랑스런 이는 헤어지면 괴롭고

원한 맺고 미운 이는 만나면 괴로우니

반드시 모두 버리고

자비를 닦으라.

이 때에 월광(月光) 부인과

시녀들을 비롯한

60여 명의 여인들은

설법을 듣고 진리를 알게 되었네.

처음으로 도의 자취를 보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져

일곱 번 나고 일곱 번 죽고 나면

고통의 근원을 다하게 되었네.

다시 십의 천 배나 되는

용맹한 보살들도

빈래도(頻來道)를 얻고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네.

3천 명의 부인들은

모든 번뇌의 때를 벗고

다함께 도과(道果)를 얻어

열반[無爲]에 평안히 머무르게 되었네.

다시 백의 천 배나 되는

모든 부자와 존귀한 사람들은

스스로 3보(寶)에 귀의하고

법익 왕자를 스승으로 모셨네.

선념(善念) 존자는

모든 비구들을 이끌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네.

정사(精舍)에 도착하여

설법을 모두 마친 다음

허공으로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모습으로 변하면서

앉고 눕기를 마음대로 하다가

각기 육신의 수명을 버리고

열반의 세계에 들어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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