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새의 독도 해를 끼치지 못하다
법상(法相)스님은 하남(河南) 사람이다.
동진(東晋)의 의희(義熙) 연중(서기 405~418)에 홀연 인간의 무상함을 깨닫고 초연히 속세를 떠나 한가한 곳에 들어 앉아서 친구도 만나지 않고 밤낮으로 법화경을 독송하여 잠시도 쉬지 아니했다.
스 님이 일찍이 경행(經行)하는 길에 태산사(泰山寺)에 이르렀다. 날이 저물어 사당 옆의 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밤에 일어나서 법화경을 읽는데, 홀연 누가 문을 두드렸다.
스님이 나가보니까, 검은 옷에 무인(武人)의 관을 쓴 사람이 서 있다가 스님을 보자 공손히 예를 하고 나서,
『저는 태산부군(泰山府喬, 태산의 산신)인데, 스님이 법화경을 읽으시므로 들으러왔습니다.
제가 사당 안에 있는 돌함 속에 재물을 많이 넣어 두었는데, 스님께 보시하겠으니 가져가십시오.』
하였다. 스님이 사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돌함이 있는데, 그 뚜껑의 무게가 1천 근(釣, 한 균은 30근)이나 되어 보여 사람이들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님이 비단 1백 필과 돈 백여 관(貫)을 얻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주고 곤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해 주었다.
법상스님은 뒤에 양자강을 건너 월성사(越城寺)에 가 머물러 있었는데, 웬일인지 갑자기 지조를 잃고 절도가 없이 방탕하게 놀았다.
이 때 진북장군(鎭北將軍) 사마염(可馬恬)이 그의 무도함을 미워하며, 불러다가 짐새의 독을 쐬었다.
그러나 세 번이나 쐬어도 스님은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사마염이 하도 기이하여 한편으론 부끄럽고 한편으론 두려워서 깊이 참회하고 항상 스님을 공양하였다.
<弘贊傳 第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