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사자
석존께서 탄생한 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런 시대에, 八만 四천의 작은 나라를 다스리던 다이비라는 대왕이 있었다.
그 무렵은 세상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없고, 다만 연각(緣覺)이라는 이름의 성자만이 세상에 있어 산골 숲속에 살며, 혹은 좌선도 하고, 혹은 행도(行道)도 하며, 또는 공중으로 날아 올라가 신통변화(神通變化)를 나타내어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고 있었다.
이 연각(緣覺)의 복덕(福德)은 드디어 아래로는 금수에까지 미치어 맹수들까지도 모두 와서 이 성자와 친하게끔 되었다.
그 무렵은 몸이 금빛이고 그 몸에서 빛을 내며, 나무 열매나 풀뿌리 등을 먹고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 겐세이라는 한 마리의 사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사냥꾼이 머리를 깎고 몸에 가사(袈裟)를 걸치고 출가의 모습으로 꾸미고, 속에는 활을 가지고 이 금빛의 겐세이 사자를 쏘아 잡으려고 산속 깊이 들어갔다.
그는 사자의 모습을 발견하자 매우 기뻐하며,
『나는 이제 커다란 이득을 얻게 된다. 저 사자를 쏘아 잡아 금빛 가죽을 벗겨 그것을 국왕에게 바치면 상을 받아 지금의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무서운 악마와 같은 사냥꾼이 그런 나쁜 마음을 속으로 남몰래 기뻐하는 줄도 모르고 금빛 사자는 편안히 자고 있었다.
한편, 사냥꾼은 이 기회를 놓칠쎄라 독화살을 활에 재워가지고 힘껏 당기어 휙하고 쏘았다. 그 화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 자기를 해치는 사냥꾼을 물어 죽이려고 사냥꾼에게로 달려가 보니, 몸에 가사를 걸치고 있으므로,
『이 사람은 멀지 않아 해탈(解脫)을 얻어 여러 가지 괴로움과 재액을 떨어 버릴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성자를 해친다면, 나는 삼세(三世)의 여러 부처님께 적대하는 것이 된다.』
고 생각하고, 그에게 달려들기를 그만 두었다. 그런데, 독화살은 다시 또 날아와서 사자의 목을 맞추었다.
사자는 땅 위에 털썩 쓰러질 때에,
『야라라(耶羅羅), 바사사(婆奢沙), 사가(娑呵).』
하고 주문을 외었다.
이 주문이 외어지자 천지는 갑자기 진동하고, 구름도 없는데 비가 쏟아져 내려왔다. 무슨 일의 전조일까 하고 제천(霽天)은 천안(天眼)으로 두루 세계를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한 사람의 사냥꾼이 보살의 사자를 죽인 것을 발견하고, 놀라고 슬퍼하였으며, 공중으로부터는 여러 하늘의 꽃비가 내려와 그 사자의 시체에 뿌려서 공양하였다.
악마 같은 사냥꾼은 그런 일에도 아랑곳 없이 사자의 가죽을 벗겨 가지고 얼른 집으로 돌아와 그것을 국왕께 바치었다.
그 때 금빛 사자 가죽을 본 다이비왕은 불경에,
『만일 짐승의 몸이 금빛이면 그것은 반드시 보살이니라.』
한 문구가 있는 것을 생각하고,
『나는 이 금빛 가죽을 바친 사람을 어떻게 상주는 것이 좋을까? 만일, 이 사람에게 상을 줄때에는 이 사람과 함께 사자를 죽인 셈이 된다.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하고 주저하고 있노라니까 저 사냥꾼은,
『대왕님, 저는 지금 가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발, 이 곤경을 구해 주십시오.』
하고 하소연하였다.
국왕은 불쌍히 여겨 약간의 재물을 그에게 상으로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사냥꾼에게,
『이 사자가 죽을 때에 무엇인가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었느냐?』
하고 물었다.
『있었습니다. 사자가 죽을 때에 八자의 주문을 외었는데, 그 주문이 끝나자 마자 천지가 온통 진동하고, 구름도 없는데 비가 쏟아지고, 하늘에서 향기로운 꽃비가 내려왔습니다.』
『……..』
이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은 다이비왕은 걱정한 나머지 학자와 여러 신하들을 모아 놓고, 사자가 외었다는 八자의 주문의 뜻을 풀게 하였다.
그러나 왕궁에 모인 사람들은 한 사람도 이 八자의 뜻을 아는 이가 없었다.
당시, 어느 산골에 살고 있는, 총명하고 철리(哲理)를 깨치기로 세상에 이름이 났던 샤마라는 선인(仙人)이 있는 것을 여러 사람들은 생각이 나서, 이 선인을 불러다가 그 뜻을 풀이하기로 하였다.
곧 사람을 보내어 그 선인을 왕궁으로 불렀다. 샤마 선인은 왕의 어전에 불려 나와 왕으로부터 八자의 주문을 풀이하라는 분부를 받고,
『야라라(耶羅羅)라고 하는 것은 머리깎고 물들인 옷 입은 사람을 빨리 생사의 괴로움에서 해탈(解脫)한다는 뜻입니다.
바사사(婆娑沙)란 머리깎고 물들인 옷 입은 사람들은 이 모두 성현(聖賢)의 모습으로서 열반(涅槃)에 가까워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가(娑呵)라 하옵는 것은 머리깎고 물들인 옷입은 사람들은 일체의 제천(濟天)과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뜻이옵니다.』
하고 풀이를 하였다.
선인의 이 풀이를 들은 다이비왕은 환희하여 八만 四천의 작은왕을 곧 소집하였다. 그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칠보로 장식한 수레를 만들어, 거기에 그 금빛의 사자를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대중들이 모두 이 금빛 가죽을 공경하고,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치고, 진정을 털어놓고 공양하게 하였으며, 또 황금의 널을 만들어 거기에 사자의 가죽을 담고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당시의 국민은 국왕의 이 착한 마음으로 말미암아 각기 목숨이 다하여 죽은 뒤에 다 하늘에 태어날 수가 있었다.
또한 겐세이 사자는 착한 마음으로써 머리깎고 물들인 옷 입은 사냥꾼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십억만겁이라는 오랜 동안, 전륜성왕(轉輪聖王)의 몸을 얻어 일체 중생에 자비를 베풀고, 널리 복덕을 쌓아 마침내 부처님의 과보(果報)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의 사자는 지금의 석가모니이시고, 국왕 다이비는 지금의 미륵, 선인은 지금의 사리불(舍利佛)이며, 사냥꾼은 지금의 데바닷다(提婆達多)이다.
<賢愚經第 十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