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이 칼을 대신받다
당나라 거부주에 충주절도사 최상서가 법령을 어긴 병사를 불러다 칼로 쳐서 죽였다.
그런데 밤늦게 깨어 그 사람이 집으로 돌아왔다.
부인이 놀라면서 말했다.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처음 칼에 맞을 때 술에 취한 것 같고 꿈을 꾸는 것 같아서 아무 고통도 모르다가 잠이 깨어보니 몸이 거리에 뒹굴고 있는지라 정신을 차려 집에 돌아왔소.」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최상서를 찾아가서 어제 법령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였다.
최상서는 놀라 눈이 휘둥그래 가지고 말하였다.
「너는 귀신이 아니냐?」
「무슨 술법이 있어 살아왔는가?」
「아무런 술법도 없습니다. 다만 어려서부터 매일 금강경 세 번씩 읽은 일 밖에 없습니다.」
「그럼 칼로 베일 때 아프지 않던가?」
「처음 문 밖으로 압송할 때 정신이 술 취한 것 같았습니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경은 어느 곳에 있는가? 급히 가져와 보라.」
그 사람은 곧 집에 돌아가 경이 든 함을 가지고 왔다.
최상서와 함께 열어보니 경이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최상서는 깜짝 놀라며 참회하고 은으로 경 백권을 써서 모든 관리에게 나누어 주고 모두 읽게 하였다.
그리고 충주 연수사(延壽寺) 문밖에 칼에 찢어진 경을 붙여놓고 누구든지 이 경을 보고 군장과 같이 영험을 입도록 하라고 말했다.
<金剛經靈驗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