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기의 전신을 안 최안무
수나라 개황(開皇) 연중에 위주자사(魏州刺史) 최언무(崔彦武)가 부임하여 가서 관내를 순시(巡視)하는데, 한 고을에 이르러 갑자기 종자(從者)를 돌아보고,
「내가 옛날 이 고을에서 남의 부인이 되어 있었는데, 지금도 그 때 살던 집을 알고 있다. 」
하고 말을 타고 거리를 꼬불꼬불 돌아서한 집에 이르러, 종자더러 문을 두드리라고 했다.
주인 늙은이가 문을 열고 나와서 맞아들자, 최언무는 마루로 올라가 앉았다.
늙은이가 물었다.
「관인(官人)께서는 무슨 일로 저희 집엘 오셨습니까? 」
「내 전신은 노인장의 아내였습니다. 」
하고 언무가 대답하니, 늙은이는 뜻밖의 말에 놀라 다시 물었다.
「무엇으로 그걸 알 수 있습니까? 」
「내가 옛날에 법화경을 독송했는데, 그 책과 금비녀 5개를 동쪽 벽 땅에서 6,7자쯤 되는 곳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벽의 두두룩한 곳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법화경 제 7권 뒷장이 불에 타 글자가 없어져서, 잊어 버렸습니다. 」
주인이 사람을 시켜 벽 위 두두룩한 곳을 파보니, 과연 뒷장이 탄 법화경과 금비녀가 나와, 언무의 말과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주인은 흐느껴 울며,
「죽은 아내는 늘 이 법화경을 읽었고, 이금비녀도 그 때 아내가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언무가 다시,
「마당의 괴목(槐木)에는, 내가 옛날 몸을 풀 때 머리 다리를 풀어서, 나무가 썩어 우묵히 패인 곳에 넣어 두었습니다. 」
고 하여, 또 사람을 시켜 찾아보니 과연 머리 다리가 있었다.
주인은 이것을 보고 더욱 슬퍼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뻐했다. 언무는 옷을 몇 가지 주고 추연히 떠나갔다.
<靈瑞集 · 弘贊傳 · 現應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