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천자소문경(商主天子所問經)

상주천자소문경(商主天子所問經)

수(隋)북인도삼장(北印度三藏) 사나굴다(闍那崛多)한역

어느 때 바가바(婆伽波)께서는 왕사국(王舍國)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의 무리 2천5백 명과 함께 계셨다. 또한 큰 보살의 무리도 있었으니, 이른바 미륵보살과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마하살을 비롯하여 여러 상수(上首) 보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였는데, 갖가지 모든 지방 및 지방 아닌 곳과 모든 불찰토(佛刹土)에서 모두 와서 모였다.

이때 상주천자는 한량없는 제천(諸天)의 백천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부처님 처소에 나아와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하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오른 쪽으로 세 번 돈 다음 갖가지 공양거리를 가져다 여래에게 올리고 법을 듣기 위하여 불세존과 문수사리동진보살 법왕자 앞에 섰다.

이 때 상주천자는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간절히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문수사리동진보살 법왕자를 청하시어 법요(法要)를 말씀하게 해주소서.

지금 이 대중 가운데 모든 천자는 문수사리동진보살 법왕자와 전부터 인연이 친숙(親熟)하오니, 이들이 만일 문수사리동진보살의 지혜로운 말솜씨를 듣고 나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것이며, 이 마음을 일으키고 나면 불법에서 불퇴전을 얻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善男子)여, 그대는 상주천자와 여러 천(天)을 위하여 법요를 해설하라.”

이때 문수사리 법왕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상주천자에게 고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진실하게 듣고 진실하게 받으며 잘 생각하여라. 내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겠노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일체지(一切智)에 들어 일체법에 통달하여 피안에 이르며, 재빨리 6바라밀을 만족하려면 마땅히 일체지에서 수행을 해야만 한다.

천자여, 모든 보살마하살의 지(智)는 이른바 괴로움[苦]를 아는 지혜, 함이 없음을 걸머지는 지혜, 쌓임[集]을 아는 지혜, 선근을 모으고 닦은 지혜, 사라짐[滅]을 아는 지혜, 출생(出生)의 지혜, 도(道)의 지혜, 도 아님의 지혜, 인(因)의 지혜, 잃지 않는 지혜, 과(果)의 지혜, 모든 일의 인연을 거둬 인증하는 지혜, 쌓아 모인 것을 끊는 지혜, 진실의 지혜, 부처님의 지혜, 자재(自在)의 지혜, 인연을 내는 지혜, 아파타나(阿波陀那:十二部經)를 나타내 보이는 지혜, 5음(陰)의 지혜, 애욕의 번뇌를 제거하는 지혜, 법계의 지혜, 법계를 파괴하는 지혜, 여섯 감관[六入]의 지혜, 공(空)의 무더기를 관찰하는 지혜, 보시(布施)의 지혜,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 계율의 지혜, 파계한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 인욕의 지혜, 정진의 지혜, 모든 업을 잘 닦는 지혜, 선정의 지혜, 선정에서 돌이키는 지혜, 지혜의 지혜, 보고 아는 지혜, 방편의 지혜,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이다.

우정[慈]의 지혜, 중생을 이끄는 지혜, 가엾이 여기는 지혜, 피로하고 지치지 않는 지혜, 환희의 지혜, 법을 좋아하고 기뻐하는 지혜, 담담함[捨]의 지혜, 모든 불법을 성취하는 지혜, 중생을 제도하는 지혜, 관찰하는 지혜, 언제나 일을 받드는 지혜, 마땅하지 않은 곳[非處]에 머무는 지혜, 정근(正勤)의 지혜, 정각(正覺)의 지혜, 신족(神足)의 지혜, 모든 행을 짓지 않음을 관찰하는 지혜, 신근력(信根力)의 지혜, 일체지에서 뛰어난 지혜, 정진근력(精進根力)의 지혜, 일체 모든 번뇌에 핍박을 받지 않는 지혜, 염근력(念根力)의 지혜, 일체 모든 법을 잊어버리지 않는 지혜, 삼매근력(三昧根力)의 지혜, 일체법 평등지의 지혜, 근력(根力)의 지혜, 모든 근력을 수승케 하는 지혜, 보리분(菩提分)의 지혜, 도를 증득하는 지혜이다.

또한 모든 그릇된 도를 뛰어넘는 지혜, 반연(攀緣)하는 지혜, 번뇌가 다한 지혜, 모든 선근이 다함이 없는 지혜, 남이 없는[無生] 지혜, 모든 법에 남이 없는 지혜[無生忍]를 얻은 지혜, 부처님을 염(念)하는 지혜, 자신을 성취하는 지혜, 법을 염하는 지혜, 법을 굴리는 지혜, 승가를 염하는 지혜, 물러가지 않는 지위[阿毘跋僧]에 이르러 평등한 지혜, 보시를 염하는 지혜,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는 지혜, 시라(尸羅: 계율)를 염하는 지혜, 모든 원을 구족하는 지혜, 무(無)를 염하는 지혜, 모든 악을 짓지 않는 지혜, 법을 염하지 않는 지혜, 모든 자(慈)를 깨닫는 지혜, 만족한 지혜, 모든 일을 구족하고도 싫증내지 않는 지혜, 모든 중생의 약(藥)인 지혜, 법다운 일을 단행하는 방편의 지혜, 이치와 이치 아닌 것을 아는 지혜, 이치가 아닌 것을 짓지 않는 지혜, 10력(力)의 지혜, 모든 성문과 연각승을 따르는 지혜, 두려움 없는[無畏] 지혜, 장애(障礙)가 있든지 장애가 없든지 모든 법을 깨닫는 지혜이다. 또한 과거 몸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 의식에 머물지 않는[無住識] 지혜, 미래 몸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 모든 법을 지어가지 않는 지혜, 현재 몸에 집착하지 않는 지혜, 안정하지도 머물지도 않는 지혜, 몸이 최상인 지혜, 모든 중생의 지혜, 해탈하게 하는 지혜, 입이 으뜸인 지혜, 모든 중생의 음성을 분별하는 지혜, 뜻이 으뜸인 지혜, 모든 중생의 일으키는 마음을 아는 지혜, 어긋나지 않는 지혜, 모든 중생의 어긋남을 깨닫는 지혜, 욕락을 좋아하지 않는 지혜, 다툼을 없애는 지혜, 바른 생각을 잃지 않는 지혜, 마음이 어지러운 중생을 편안하게 머물게 하는 지혜, 삼마제(三摩提)를 거둬들이는 지혜, 모든 부처님 법에 같을 수 없는 게으른 중생을 거둬주는 지혜, 교화받는 중생의 그 때를 깨닫는 지혜, 방편의 지혜, 반야(般若)의 지혜이다.

천자여, 이것이 바로 모든 보살마하살의 지혜이니, 이같은 지혜로써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걸림없는 큰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이 때 상주천자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말하였다.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문수사리여. 모든 보살마하살의 지혜는 모든 삼계에 가장 훌륭하여서 도저히 하찮은 장엄(莊嚴)으로는 성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문수사리여, 만약 이같은 지혜를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위대한 신통일 것입니다.” “문수사리여, 그런데 어떻게 보살은 능히 장엄을 구족하였다고 합니까?” “모든 중생이 열반의 본성을 듣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보살이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보리분(菩提分)에 머물고 지녀서 든[持入] 까닭에 보살이라고 한다.” “문수사리시여, 무슨 까닭에 마하살이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대승(大乘)에 든 까닭이요, 대지(大智)가 원만한 까닭에 마하살이라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가장 수승한 살타(薩)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법지(法智)에 들었기 때문에 가장 수승한 살타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슨 이치로 청정한 살타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번뇌와 같이 머물지 않고, 모든 중생의 번뇌를 멸하게 하고, 정진을 일으키게 하는 까닭에 청정한 살타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슨 이치로 가장 청정한 살타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모든 중생들에게 깨끗한 도를 행하게 하기 때문이니, 이런 이치로 가장 청정한 살타라고 부른다.” “문수사리여, 무슨 이치로 도사(導師)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이 도에 머무른 뒤에 능히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 중생으로 하여금 성숙(成熟)하게 하는 까닭에 도사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또 무슨 이유로 조복(調伏)하는 대사(大師)라고 부릅니까?” “천자여, 중생을 조복하되 끝내 다툼이 없는 까닭에 조복하는 대사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용맹을 성취하였다고 합니까?” “천자여, 여러 마(魔)와 원수들의 고난을 조복한 뒤에 중생을 받아들여 성숙시키는 까닭에 보살은 용맹을 성취하였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무엇을 보살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한다고 합니까?” “천자여, 먼저 일으킨 서원을 만족하고 성문과 연각승에 의지하지 않나니, 이와 같이 보살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가장 위가 된다고 부릅니까?” “천자여, 거룩한 지혜와 훌륭한 방편으로 중생을 성숙시키되, 바른 법 속에 거둬들여 깨닫게 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가장 위가 된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이 법을 굴린다고 합니까?” “천자여, 부처님 말씀에 따라 일체 중생을 거둬주어 능히 물러가지 않게 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은 법을 굴린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조복(調伏)을 굴린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보살이 계율을 지니고 계율에 머물러 모든 중생이 갖고 있는 의심의 그물을 없애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조복을 굴린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이치를 굴린다고 합니까?” “천자여, 들은 대로 행하여 진실하게 다른 이에게 베푸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이치를 굴린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성취한다고 합니까?” “천자여, 닦은 모든 선(善)을 중생에게 돌려 베푸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이익을 성취한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능히 곧은 마음을 짓는다고 합니까?” “천자여, 만일 스스로 저지른 일이 있으면 숨기거나 가리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곧은 마음을 얻는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바른 마음을 짓는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저 중생에게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있을지라도 성내거나 꾸짖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바른 마음을 짓는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아첨하지 않는다고 합니까?” “천자여,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같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아첨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수사리시여, 무엇을 보살은 눈흘림[幻]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까?” “천자여, 마음의 생각하는 것이 말과 같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눈흘림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거만한 마음이 없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모든 중생을 대할 때 몸을 굽혀 합장하고 또한 악을 범하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거만한 마음이 없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훌륭한 시주(施主)가 되었다고 합니까?” “천자여, 능히 성취한 보리(菩提)도 희사하는데, 하물며 하찮은 물건이겠는가?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훌륭한 시주가 되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지계(持戒)를 얻었다고 합니까?” “천자여, 만일 계를 깨게 되거나 나아가 목숨을 버리게 될지라도 보리의 마음을 버리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지계를 얻었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인욕을 성취하였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만약 핍박을 받을지라도 다른 이를 핍박하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인욕을 성취하였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정진을 일으켰다고 합니까?” “천자여, 모든 법을 구별하여 얻을 만한 법이 없음이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정진을 일으켰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선정을 얻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능히 욕계 가운데서도 돌이켜 나타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선정을 얻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반야를 성취합니까?” “천자여, 반야의 일을 짓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반야를 성취하였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자심(慈心)을 행한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능히 중생계가 공(空)함을 관찰한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자심을 행한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비심(悲心)을 행해야 합니까?” “천자여, 모든 법과 보리가 마치 허공과 같음을 알고서도 정진을 놓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비심을 성취하였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희심(喜心)을 행하여야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침묵과 적정함을 얻어서 모든 법 구하기를 기뻐하되 만족히 여기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담담한 마음[捨心]을 행할 수 있습니까?” “천자여, 세간에 휩쓸리지 않고 세간에 행하면서 세간을 구원하기 때문이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담담한 마음을 이뤘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깨끗한 몸을 얻습니까?” “천자여, 몸을 변화하여 중생과 평등한 몸을 나타내 보이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능히 깨끗한 몸을 얻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깨끗한 입을 얻습니까?” “천자여, 능히 모든 중생을 위하여 소리를 모두 갖추어서 법의 요체를 연설하되 실수함이 없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능히 구업(口業)이 청정해졌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능히 마음이 청정해질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모든 마음이 모두 이 한마음임을 안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청정한 마음을 얻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능히 천안(天眼)을 얻을 수 있습니까?” “천자여, 모든 색과 형체를 보되 모든 색을 여의고, 언제나 모든 색을 관찰하되 모든 색을 멀리 떠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천안을 얻었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이 보살은 천이(天耳)를 얻었다고 하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만일 모든 소리를 들으면 마땅히 모든 소리를 관찰하여 소리라는 상(相)을 멀리 떠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천이를 얻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능히 남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까?” “천자여, 마음의 쏠리는 것과 생멸을 안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능히 남의 마음을 안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전생 일을 알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본제(本際)가 바로 이 진실한 경계임을 알아 늘거나 줄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능히 전생일을 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신통을 얻을 수 있습니까?” “천자여, 모든 요술[幻業]을 보이면서도 능히 요술에 홀리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신통을 얻었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광대(廣大)함을 얻었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그지없는 중생을 교화한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광대함을 얻었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이 보살은 홀로 행한다[獨行]라고 하는 것입니까?” “천자여, 모든 감관[根]과 함께 머물지 않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홀로 수행한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능히 조복(調伏)할 줄을 안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만약 움직이지도 않고 성내지도 않는 법을 얻는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조복을 얻는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능히 적정을 얻을 수 있습니까?” “천자여, 모든 번뇌 속에 있어도 번뇌에 태워지지 않으며, 모든 중생의 번뇌를 멸하게 하기 위해 법을 연설하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적정을 얻었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능히 믿는 마음을 얻었다고 합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만약 부처님 몸을 파괴하려고 하여도 능히 파괴하지 못함과 같나니,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은 믿는 마음을 얻는다고 한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보살은 교묘한 방편을 짓는다고 합니까?” “천자여, 만일 보리와 중생을 함께 본다면, 이와 같은 것을 보살이 공교한 방편을 짓는다고 한다.”

이 때 문수사리가 이 법을 말하자, 대중 가운데 2만 2천 중생들은 보리심을 일으키고 5백 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동진보살을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참으로 훌륭하다. 모든 보살을 위하여 이 법을 말하였구나.

그렇다, 그렇다. 능히 저 착하고 훌륭한 장부(丈夫)들을 위하여 이같이 모든 훌륭한 공덕을 말하였으니, 다음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내도록 스스로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 때 상주천자는 다시 문수사리동진보살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옛날 몇 분의 부처님을 공양하셨기에 이같은 말 솜씨를 얻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마치 요술로 만들어진 사람이 마음도 생각도 없는 그것과 같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시여, 요술로 만들어진 사람에게는 마음과 생각이 없겠지만 하물며 나아가 요술이 아닌 것이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몸에 대한 상(相)도 그와 같나니, 그러한 몸의 상을 공양하고 섬기는 것이다.” “문수사리시여, 당신은 몇 차례나 단나(檀那)바라밀을 행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여래의 변화하는 것과 같다.”

다시 물었다.

“지금 제가 당신에게 ‘당신은 몇 차례나 단나바라밀을 행하셨느냐’고 물었는데, 지금 당신은 어찌 이같은 대답을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그가 대답할 수 없었으므로, 나의 대답 역시 그와 같은 것이다.”

문수는 다시 말하였다.

“요술의 상[化相]이 이와 같거늘, 어떻게 내가 몇 차례나 단나바라밀을 행하였다고 대답하겠는가?” “문수사리여, 제가 생각하건대 당신이 어찌 인색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자여, 나는 진실로 인색하다.”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만약 마음이 모든 것을 놓지 않는다면 이것을 곧 인색하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떻게 버리지 않는 것을 인색하다고 합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항상 모든 불·법·승을 버리지 않고 또한 일체 중생도 버리지 않나니, 그런 이유로 내가 인색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물었다.

“제가 문수께서 말씀하신 바를 생각하건대, 지금 당신은 또한 계를 깨뜨리는 것 같습니다.”

대답하였다.

“천자여, 나는 또한 계를 깼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만일 사람이 계를 깬다면 어찌 3악도에 떨어지지 않겠는가?”

천자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거룩한 말씀과 같습니다.”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천자여, 내가 생각건대 악도에 떨어져야 중생을 성숙시킬 수 있으니, 그런 이유로 나는 계를 깼다고 일컫는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설마 성내는 마음이 있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그렇다, 천자여.”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어찌 성내는 마음이 곧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천자여, 그런 까닭에 나는 번뇌와 성문과 연각에 애착함이 없나니, 그런 이유로 나는 성내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지금 당신에게 설마 게으른 마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렇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게으름이란 몸과 입과 뜻으로 모든 행을 일으키려 하지 않는 것이니, 나도 지금 그와 같아 행을 일으키지도 않고 또한 행하려 하지도 않으며, 버리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게으르다고 하는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설마 또한 산란한 마음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렇다.”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게으름이란 머무는 곳이 없으니 그 또한 산란한 마음이라 하는 것이다. 나는 성자(聖者) 가운데 마음의 해탈을 얻어 일체 모든 중생을 성숙하는 까닭에 머무는 곳이 없나니, 그런 이유로 나는 산란하다고 일컫는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지금 당신에게 어찌 지혜가 있지 않겠습니까?”

대답하였다.

“그렇다, 천자여.” “문수사리여, 무슨 이유로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그대가 어찌 지혜가 없기 때문에 생사도 두려워하지 않고 번뇌도 겁내지 않아 미혹한 중생과 한 곳에서 함께 즐겨하고 좋아하는 줄을 알지 못하겠는가?” “그렇습니다, 문수사리여.”

문수는 또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생사와 모든 번뇌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 않아 미혹한 중생과 함께 한 곳에 편안히 머물러 같이 즐겨하고 좋아하면서 그들을 성숙시키나니, 그러므로 나는 지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지금 당신은 어찌 이 세간의 복전(福田)이 아니겠습니까?” “천자여, 살해(殺害)하는 복전이다.” “문수사리여, 무슨 이유로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무릇 죽인다는 것은 바로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니, 만일 능히 그것을 죽인다면 이것이 바로 큰 복전인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세간 중생은 당신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많은 공포를 일으키겠습니다.”

대답하였다.

“천자여, 실제(實際)의 공포라면 세간 또한 공포를 낼 것이다. 왜냐 하면 일체 세간은 실제를 여의지 않고 실제에 머물기 때문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이 말한 것을 비방한다면 그는 장차 어디로 가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마땅히 열반으로 향할 것이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대답하셨다.

“천자여, 일체는 말[言語]을 비방하지 않고서 능히 거룩한 해탈 가운데 이르는 이가 없다. 왜냐 하면 그 거룩한 도에는 이름이나 구절[章句]과 말로써 설명하고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만일 이를 믿지 않는 이들은 마땅히 해탈하지 못할 것이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에 이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천자여, 이미 해탈을 얻었으면 다시 더 해탈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바른 법을 비방하는 이가 어찌 지옥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천자여, 무릇 해탈한 이는 일체 번뇌가 없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당신이 말씀하신 법은 전혀 도움되는 바가 없습니다.” “천자여,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에는 가히 도움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대체 공행(空行)이란 마땅히 무슨 행입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공행이란 곧 일체 중생을 위한 자행(慈行)이다. 왜냐 하면 공이 란 일체 모든 중생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무엇을 보살은 모든 중생의 맨 끝에 이른다고 합니까?” “천자여, 모든 법이 인연으로부터 나는 것임을 보아서, 다시는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에 떨어지지 않나니, 그런 이유로 보살은 중생의 맨 끝까지 이른다고 한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어떤 경계가 중생의 경계입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법게(法界)가 바로 중생의 경계이다.” “문수사리여, 법계는 또한 무슨 경계입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허공성계(虛空性界)가 바로 법계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그 허공계는 또한 무슨 경계입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일체경계를 초월한 것이 바로 허공계이다.”

또 물었다.

“문수사리여, 그 부처님의 경계는 어떤 경계입니까?”

대답하였다.

“천자여, 그 눈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다. 그런데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눈과 색과 식별의 경계가 아니며, 귀의 경계가 바로 곧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귀와 소리와 식별의 경계가 아니며, 그 코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코와 냄새와 식별의 경계가 아니며, 그 혀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혀와 맛과 식별의 경계가 아니며, 몸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몸과 촉감과 식별의 경계가 아니며, 뜻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뜻과 법과 식별의 경계가 아닌 것이다.

색(色)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색의 경계가 아니며, 느낌[受]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느낌의 경계가 아니며, 생각[想]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관찰의 경계가 아니며, 모든 지어감[諸行]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조작함 경계가 아니며, 모든 식별[諸識]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이 앎의 경계가 아닌 것이다.

무명(無明)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이 인연의 경계가 아니며, 나아가 노사(老死)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저 곳을 받아들이는 경계가 아니며, 욕행(欲行)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이 욕행의 경계가 아니며, 색계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이 색행(色行)의 경계가 아니며, 무색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이 견해의 경계가 아니며, 유위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두 가지 경계가 아니며, 무위의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나 그 부처님의 경계는 또한 세 모양[三相]을 여읜 경계가 아닌 것이다.

천자여, 이것이 모든 부처님 경계이나, 모든 경계는 일체 경계에 들어가며 그지없는 경계가 바로 부처님의 경계이다.

천자여, 보살마하살은 이미 이 경계에 들어 중생에서 이익됨을 행하며, 일체 중생의 경계 가운데서도 나지[生] 않는다. 또한 마(魔)의 경계 가운데서도 저 마의 경계와 부처님의 경계가 평등하여 둘이 아니며, 다른 경계를 짓지 않는다.

천자여, 이것이 보살의 훌륭한 지혜의 신통이니, 만일 능히 평등한 경계에 초월한다면 평등한 경계로서 중생을 성취시키는 것이다.

천자여, 이 가운데 어떤 것은 평등하고 어떤 것은 평등하지 않는가? 일체 법은 공하여 평등한 까닭에 평등하나니, 보살이 만일 공한 평등에 들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평등하지 못한 것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보살이 그를 평등히 성숙하려면 공한 법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일체 모든 법은 모양이 없는 까닭에 평등하나니, 보살이 만일 모양 없는 평등에 들지 못한다면 그는 평등하지 못한 것에 머무는 것이다. 보살이 그를 평등히 성숙하려면 모양 없는 법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일체 모든 법은 원이 없는 까닭에 평등하나니 보살이 만일 원이 없는 평등에 들지 못한다면 그는 평등하지 못한 것에 머무는 것이다. 보살이 그를 평등히 성숙하려면 원이 없는 법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일체 모든 법은 지어감이 없는 까닭에 평등하나니, 보살이 만일 지어감이 없는 평등에 들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평등하지 못한 것에 머무는 것이다. 보살이 그를 평등히 성숙하려면 지어감이 없는 법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아야 하며, 일체 모든 법에 나지도 않고 벗어나지도 않아 평등한 까닭에 평등하며, 욕망을 여의고 혼자 수행하여 평등한 까닭에 평등하며, 입멸하거나 열반에 든 것이 없으므로 평등한 까닭에 평등하나니, 보살이 만일 이런 평등에 들지 못하면 그는 평등하지 못한 것에 머무는 것이다. 보살이 그를 평등히 성숙하려면 저 열반법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천자여, 보살은 이같은 평등하고 평등하지 않는 행이 있으니, 만일 보살이 여기에 들어가면 곧 보살행을 행한다고 한다.”

이때 상주천자는 다시 문수사리에게 이렇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지금 당신이 무엇을 보살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문수사리는 대답하였다.

“천자여, 보살의 행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무엇을 보살의 행은 불가사의라고 하십니까?” “천자여, 탐욕은 불가사의한 까닭에 보살 행도 또한 탐욕의 행을 떠나지 않으며, 성냄의 행은 불가사의한 까닭에 보살행도 또한 성냄의 행을 떠나지 않으며, 어리석음의 행은 불가사의한 까닭에 보살행도 또한 반야의 행을 짓는 것이다.

질투(嫉妬)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한 보시의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며, 파계(破戒)를 멀리 떠나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한 계율의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며, 성내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는 인욕의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는다. 게으르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한 정진의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며, 산란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한 선정의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며, 지혜없는 것이 아닌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한 반야의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며, 번뇌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나 또한 번뇌 떠나는 행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며, 자(慈)가 없는 행이 이 보살의 행이니 안의 물건을 보시하는 까닭이며, 비(悲)가 없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남녀와 처자를 보시하는 까닭이며, 좋아 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모든 욕망의 공덕을 만족히 여기지 않는 까닭이며, 언제나 성내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모든 선근(善根)이 모이는 까닭이며, 버리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몸과 목숨을 버리는 까닭이며, 아끼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미워하고 사랑함을 버리는 까닭이며, 두려워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생사와 번뇌의 행에 가까이 않는 까닭이며, 책임이 크고 무거운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일체 중생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까닭이다.

핍박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오래전부터 서원을 세워 저 사람을 제도하는 까닭이며, 뉘우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퇴전하거나 뉘우침이 없는 까닭이며, 으뜸가는 행이 바로 보살행이니, 모든 으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으뜸이기 때문이며, 금강개(金剛鎧)의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서원을 잘 세워 빠지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는 까닭이며, 스스로의 마음을 멸한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일체 중생의 마음을 멸한 까닭이며, 잃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업을 짓기를 잃지 않는 까닭이며,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일체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한 까닭이며, 용맹스런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원수를 항복하는 까닭이며, 잡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선지식과 선정(禪定)에 수순(隨順)하는 까닭이다.

환희(歡喜)하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일체 악한 이로 하여금 기쁘게 하는 까닭이며, 기뻐 뛰어오르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 존자(尊者)들을 받들고 섬기며 기뻐하는 까닭이며, 장엄한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몸과 입과 마음으로 부처님의 찰토(刹土)를 장엄하는 까닭이며, 굴복을 당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평등하게 이익되는 까닭이며, 비방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지혜스런 이가 찬탄하는 까닭이며, 핍박하지 않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모든 번뇌를 바르게 관찰하는 까닭이다.

훌륭한 장부(丈夫)다운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무거운 짐을 지고 저 언덕에 이르는 까닭이며, 넉넉하게 이익되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굳건히 정진하여 게으르거나 물러나지 않는 까닭이며, 법다운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조도품(助道品)의 모든 법을 잘 수행하는 까닭이며,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모든 부처님 종자를 끊지 않는 까닭이며, 진귀한 보배의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3보를 찬탄하여 말하는 까닭이며, 지혜 방편의 행이 바로 보살의 행이니 모든 것을 거둬주어 끊지 않는 까닭이다.”

이 보살행을 말할 때 5백 보살은 보살의 행에 들어 무생법인을 얻었다.

이때 상주천자는 다시 문수사리보살에게 물었다.

“문수사리여, 당신은 이 모든 보살의 행을 잘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보살이 이 행을 떠나지 않는다면 곧 그들을 위하여 수기하여 주겠습니까?”

이때 부처님께서는 상주천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천자여, 너가 말한 바와 같다. 천자여, 내가 옛적에 이 행을 떠나지 않았으므로 연등(燃燈)여래께서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셨고, 내가 그 때 바로 무생법인을 얻은 것이다. 천자여, 이것이 바로 모든 불보살의 훌륭한 지혜 신통의 행이다.”

이때 상주천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생함이 없는[無生] 것이란 무엇을 이르며, 어떤 법의 끝[邊]에서 그리고 어떤 법 속에서 생함이 없음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천자여, 무릇 생함이 없는 것이란 본래 스스로가 생겨나지 않아서 끝[邊際]의 모양이 바로 생함이 없는 이치이다. 그는 먼저[先]도 생겨나지 않고 또한 나중[後]에도 생겨나지 않으니, 그의 생하지 않음은 본래부터 생함이 없는 곳이다. 생겨나는 곳이 없어서 먼저도 생겨나는 곳이 없고 다음에도 또한 생겨나지 않으며, 본래 스스로가 생겨나는 곳이 없어서 먼저에도 생겨날 곳이 없는 까닭에 다음에도 역시 생겨나는 곳이 없다. 본래 스스로가 생겨나는 곳이 없어서 먼저에도 조작(造作)하지 않는 까닭에 다음 뒤에도 역시 조작하지 않고, 먼저도 소유가 없는 까닭에 뒤에도 역시 소유가 없다. 끝까지 소유가 없어서 먼저도 가라수(伽羅數)에 들지 않는 까닭에 다음에도 역시 수(數)에 들지 않으며 본래가 공(空)하여서 먼저도 모양으써 이루 설명하고 제시할 수 없는 까닭에 다음에도 역시 모양으로써 이루 설명하고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법은 본래 모양[相]이 없으니, 만일 사람이 이같이 깨닫는다면 마음을 일으켜 집착을 깨뜨리고 굳이 깨달으려고 할 나위도 없으니, 그런 이치로 생함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무엇을 참음[忍]이라 하는가? 이렇듯 생함이 없음으로써 이같이 일체 중생에게 참고 견디는 까닭에 참음이라 하며, 이렇듯 생함이 없음으로써 이같이 일체의 국토[刹]를 참고 견디는 까닭에 참음이라 하며, 이렇듯 생함이 없음으로서 일체 학(學)과 무학(無學)과 벽지불(辟支佛)을 참고 견디는 까닭에 참음이라 하며, 이렇듯 생함이 없음으로써 일체 모든 부처님의 법과 일체 보살의 행과 일체 모든 부처님을 참고 견디는 까닭에 참음이라 하며, 이렇듯 생함이 없음으로써 이같이 일체 모든 법을 참고 견디는 까닭에 참음이라 한다. 그런데 저 없음[無]이란 무슨 까닭에 없다라고 하는가?
없음도 없는 까닭에 없다[無]라고 하며, 공도 공한 까닭에 없다라고 하며, 무상(無相)도 무상한 까닭에 없다라고 하며, 공과 무상도 공한 모양[空相]뿐인 까닭에 없다라고 한다.

만일 법이 바로 없는 것이라면, 곧 자재하지 못하고, 만일 자재조차 없다면 이것이 바로 욕(欲)이 없음이며, 만일 욕이 없다면 이것이 바로 참다운 성품이니, 이 참다운 성품을 곧 없음의 성품[無性]이라 한다.

일체 법은 무와 공과 자재조차 없어, 허망을 멀리 여의니, 만일 일체법 가운데 이같이 인가하는 이는 이 법인이라 하나, 이 법인도 없는 것이며 법인도 또한 없는 까닭에[我]도 없는 것이다.

이같이 평등하므로 보살은 마땅히 수기를 받고 생멸 없는 법인을 증득한다.

그러나 그 법인(法忍)이란 가히 득(得)으로서 되지 못한다.

그 득이란 무슨 뜻인가? 나[我]다, 감인이다 하는 이 두 가지를 득이라고 하며, 중생이다, 수명(壽命)이다, 가라수다, 법인이다, 일체지다 하는 것을 이 득이라고 한다.

무엇이 이 득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즉 본래 성품의 참다운 법이니, 본래 성품의 참다운 법인 가운데 능(能)과 소(所)이 두 가지를 취하지 않고서 능히 증지(證知)한다면 이 득이 없는 것이라고 하며 이를테면 5음, 6입과 일체법의 보유한 본래 성품을 이 공(空)한 성품이라고 하나니, 공한 성품이 곧 함이 없는 진리이며, 함이 없는 성품이라, 대체수행하기를 이 성품대로 하되, 본래 성품 가운데 능히 소를 보지 않고서 능히 증지한다면 이 득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천자여, 이와 같이 법인을 구족하고 성취해야 하니 보살마하살이 아승기 겁에 이르도록 이 법인을 수행한다면, 이것이 바로 보살의 훌륭한 지혜 신통의 행인 것이다.”

이 법인을 말씀하실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종류로 진동하고 광명이 두루 일체 세간에 비쳤으며, 백천 가지 음악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리고 거대한 꽃구름이 비오듯 하였으며, 4만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9만 6천 중생은 수순인(隨順忍)을 얻었다.

부처님의 신력과 법력으로 이 일체 세계는 마치 옛적 연등여래께서 연화성(蓮華城)에 드실 때와 같이 처음처럼 환히 나타났다.

이때 세존께서 빙긋이 웃으시니, 모든 불법의 한량없는 백천 가지 빛깔의 광명이 부처님 입에서 나왔는데 그 빛은 파랗고 노랗고 붉고 하얗고 자주빛이고 파리(頗梨)빛을 띠었다. 그 광명이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까지 이르러 거기서 두루 비친 다음, 돌아와 세존을 세 겹으로 둘렀다가 다시 부처님 이마로 들어갔다.

이때 혜명(慧命) 아난(阿難)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창하고 부처님 앞에서 법다운 이치를 세존에게 여쭈었다.

제가 세존의 견줄 데 없는 덕을 묻고 제가 세존의 장엄한 광명을 물으며
제가 번뇌의 덮개를 버리신 것을 물었는데
모니(牟尼)께서 무슨 까닭에 빙긋이 웃습니까.

제가 세존께서 외도를 항복하심을 묻고
제가 세존께서 마력(魔力) 끊음을 묻고
제가 세존의 10력(力)의 힘을 물었는데
모니께서 무슨 까닭에 빙긋이 웃습니까.

제가 세존의 색광이 특수하심과
32상의 묘한 장엄과
선한 행으로 큰 기쁨 지으신 것을 물었는데
세존께서 무슨 까닭에 빙긋이 웃습니까.

제가 지혜 못[池]과 지혜 나무[樹]에
지혜로써 세간을 가르치시고
그지없는 지혜법 나타내심을 물었는데
세존께서 무슨 까닭에 빙긋이 웃습니까.

이미 3계에 명성이 널리 퍼졌고
3명(明)이 불어나 3독(毒)을 뽑으셨으며
3해탈에 건너가신 3계의 주인이시여
지금의 미소는 무슨 까닭에서입니까.

훌륭한 의사 되어 늙고 죽음 마치시고
거룩한 손발의 윤보와 비단 같은 막(膜),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의 몸보다 수승하신
모니시여, 광명 놓으신 까닭을 말씀해 주소서.

누가 지금 청정한 행을 닦고 있으며
누가 오늘 모든 법인을 원만하였으며
누가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바로 믿는지를.

그러므로 지금 모니께서 빙긋이 웃으셨네.

거룩하여 비할 데 없는 몸을 지니시고
선행의 도사께서 빛을 보이심은 이유 없지 않으니
훌륭하셔라. 부디 불음(佛音)을 펼치셔서
중생이 만일 듣는다면 기쁨을 내게 하소서.

이때 아난이 이 말을 하고 나자, 부처님께서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법의 근본인 수다라(修多羅)를 말할 때 대중 가운데 7만 2천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고, 다시 3만 2천 보살은 무생법인을 얻었는데 아난아, 너는 이 상주천자를 보았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을 뵈었으며, 게송[伽陀]도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상주천자는 전생에 이미 셀 수 없는 부처님을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서 이치를 물어 배웠으며, 또한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행하여 그에 머물도록 권유하였다. 아난아, 이 상주천자는 그 아승기겁을 지내고 나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여 이름을 공덕왕광명(功德王光明) 여래(如來)·아라하(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타(佛陀) 바가바(婆伽婆)라고 할 것이며, 세간에 나올 때 그 세계 이름은 청정(淸淨)이라 할 것이요, 겁(劫) 이름은 무구(無垢)라 할 것이다.

아난아, 그 청정세계는 7보로 되었나니, 이른바 금·은·유리·파리·마노·호박(琥珀)·붉은 진주(眞珠)이다.

그때 그 부처님 국토는 평평하기가 손바닥 같고 여덟 걸음마다 보배 그물을 드리워 장엄할 것이며, 그 부처님 국토 안에는 성문과 벽지불의 이름도 없고 또한 외도인 차라가(遮羅迦)·파리바사가(波梨婆闍迦)도 없고 여러 마(魔)의 무리도 없고 또한 5역(逆)을 짓는 이도 없고 또한 부처님과 바른 법을 비방하는 이도 없을 것이며, 그 불국토는 8난(難)을 멀리 여의었고, 마음먹는 대로 음식이 곧 나오고 또한 파계라든가 고통스럽다는 이름조차도 없을 것이다. 또 그 모든 중생은 즐거운 과보를 받으니 마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같을 것이며, 그 모든 중생의 몸은 모두 금빛이며 32상을 구족하였고 거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 것이다.

도 없고 여러 마(魔)의 무리도 없고 또한 5역(逆)을 짓는 이도 없고 또한 부처님과 바른 법을 비방하는 이도 없을 것이며, 그 불국토는 8난(難)을 멀리 여의었고, 마음먹는 대로 음식이 곧 나오고 또한 파계라든가 고통스럽다는 이름조차도 없을 것이다. 또 그 모든 중생은 즐거운 과보를 받으니 마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같을 것이며, 그 모든 중생의 몸은 모두 금빛이며 32상을 구족하였고 거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세계 이름을 청정이라 하는 것이며, 그 공덕왕광명 세존(世尊)·다타가타(다타가타)·아라하(阿羅訶)·삼먁삼불타(三藐三佛陀)의 수명은 1천 40겁이 되며, 그 부처님 국토의 모든 보살은 원력을 세운 까닭에 그 가운데서 수명을 마음대로 할 것이다. 그때 여래에게는 62억 큰 보살이 있을 것인데 아난아, 지금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 무생법인을 얻은 이가 있다면 그들은 일체 모두가 청정 불국토인 저 공덕왕광명여래의 국토 가운데 왕생할 것이요, 그때 여래께서 모두 그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실 것이다.”

이때 대중 가운데 관식(觀息)이라는 이름의 천자가 있었다. 그는 대중 가운데 앉았다가 하늘 만타라(曼陀羅)꽃을 가져다 여래 위에 흩어 뿌리고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공덕왕광명 세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실 때 제가 그 청정세계에 전륜성왕이 되어 그 부처님과 보살을 공양하기를 원하오며, 그 부처님 뒤를 이어 제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기 원합니다.”

이때 세존께서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관식천자는 저 세존 공덕왕광명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때 그 세계에서 전륜성왕이 될 것이니 이름을 선견(善見)이라 할 것이며, 한량없고 그지없는 갖가지 공양거리를 가져다 그 여래를 공양하여 보리 돕는 법을 구족하고 원만할 것이며, 그 세존 뒤에 세간에 나와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이름을 보광명(普光明) 여래·아라하·삼먁삼불타라 할 것이다.

아난아, 그때 선견왕은 태자(太子)에게 관정(灌頂)을 마치고 난 지 한 시간 만에 저 부처님의 가르침에 신심을 내어 집을 버리고 나와서 도를 배울 것이며, 그때 그 여래는 반열반에 이르러 그에게 보살 수기를 준 뒤에 열반에 들면서 ‘이 선견보살은 나의 뒤를 이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고 말씀할 것이다.”

이때 혜명 사리불이 상주천자에게 말하였다.

“천자여, 여래께서 이미 그대에게 수기를 주셨습니다.”

그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를 주심은 마치 여래께서 요술로 만들어진 사람에게 법을 수기하여 주신 것과 같나니, 진리는 금세에도 그대로[如如]이며, 미래세에도 또한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여여(如如)는 더하지도 감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이때 세존은 혜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이 법본을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며, 더욱 익히고 수행하여 남을 위하여 자세히 해설해야 한다. 왜냐 하면 많은 사람을 위하여 널리 이익되게 하려는 까닭이며,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누리게 하려는 까닭이며, 현재와 미래의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이익과 안락함을 널리 거두어들이게 하려는 까닭이다.”

이 때 혜명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이 법본을 받았는데, 이 법본을 무엇이라 이름해야 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본은 신통한 우바제사(優波提舍)라 이름할 것이니 마땅히 이렇게 이 법본을 받아 지녀야 하며, 문수사리 동진보살이 말한 바이니 이렇게 받아 지녀야 하며, 또한 상주천자가 물은 바이니 이렇게 받아 지녀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혜명 아난과 그 밖의 비구들, 상주천자와 다른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구치(拘致)·나유타(那由他)의 모든 천자와 문수사리보살과 아울러 그 밖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갖가지 시방 세계에서 모였던 모든 보살마하살과, 일체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건달바, 사람 및 사람 아닌 것과 아수라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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