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사문경(毘耶娑問經) 01. 상권

비야사문경(毘耶娑問經)상권

원위(元魏) 반야류지(般若流支) 한역변각성 번역

비야사문경(毘耶娑問經) 01. 상권

비야사문경(毘耶娑問經) 02. 하권


비야사문경(毘耶娑問經) 01. 상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바가바(婆伽婆)께서 아유사(阿踰闍) 강가하(强伽河) 언덕에 노니시면서 큰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저 비구 대중은 할 일을 이미 마치고 일체 번뇌[漏]가 없으며 장애가 없으며 유(有)를 떠나고 물러서지 않으며 좌선과 독송을 부지런히 하고 가부하여 앉았다. 어느 곳에 앉든지 앉는 곳마다 두 사람씩 서로 수반하여 여법(如法)한 말과 의논을 하였으며, 무리 지어 다닐 적에도 거위와 같고 원앙새와 같으며, 빈집에 있거나 나무 뿌리에 의지해 있을 때도 모두 다 선(禪)을 행하여 능히 여래법(如來法)의 광명을 취하며 위의(威儀)에 바로 머무르는 이들이었다.

또 한량없는 보살 대중과 함께 하셨나니, 그 보살들은 한량없는 공덕을 갖추어 명망이 널리 알려졌었다.

그곳엔 또 한량없는 백천의 갖가지 나무숲이 있었으며, 음욕(婬欲)이 많은 구기라조(俱耆羅鳥)와, 공작과 오리와 뭇 벌들의 소리가 있고, 사라지(娑羅枳) 나무의 가지와 잎이 드리우고 분포되었나니, 이와 같은 곳은 욕심과 게으름[懈怠]와 수면과 빈신(嚬申)이 모두 다 멀어질 수 있는 곳이며, 항상 한량없는 좋고 향기롭고 미묘한 꽃이 있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여러 비구는 항상 부지런히 행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계(戒)를 지니며 바르게 수행할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혜명(慧命) 아난타(阿難陀)와 장로 대가섭(大迦葉)과 장로 사리불(舍利弗)과 장로 박구라(薄拘羅)와 장로 이바다(利波多)와 아야거린(阿若居燐 : 교진여) 등 위대한 성문들과 함께 기꺼이 말하고 계셨다.

그 때 서쪽에서 해바퀴[日輪]와 같은 광명의 모양이 있었다.

이 때에 아난타는 번뇌[漏]가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 모양을 보고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서쪽에서 불꽃 빛의 광명이 있으며 매우 위덕(威德)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계에 5신통을 얻은 선인(仙人)이 있나니, 이름은 비야사(毘耶娑)요, 건타가리(揵陀迦離) 부인의 아들이다. 5백 신선을 두어 권속을 삼았는데 저 곳에 있으면서 고행(苦行)을 부지런히 닦아 먹지 않고 재계하여, 그 몸은 마르고 수척하여 목숨만 있는데도 독송하기를 쉬지 않으며 그로써 장엄한다. 그 이름을 말하면 아사선동자(阿斯仙童子)ㆍ나라제사(那羅提裟)ㆍ배약바야나(裵若波耶那)ㆍ나다연나(那茶延那)ㆍ가마연나(迦摩延那)ㆍ상지라사비(商枳囉娑鞞)ㆍ가나사(軻那娑)ㆍ도라타(徒囉陀) 등 여러 큰 선인(仙人)들이니 서로 수반하여 경행(經行)하느니라.”

곧 그 때에 비야사 선인도 또한 세존께서 여러 비구와 많은 1천 권속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모든 감관은 조복되어 부드럽고 마음과 뜻은 고요하여 선정(禪定)에 있어 욕심을 떠나고 안락한 모습으로 나무 숲속에 계셨다.

비야사 선인은 부처님을 보고서 생각하되, ‘이 사람은 마땅히 일체지자(一切智者)리니 이름이 널리 알려졌도다. 그는 반드시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리라. 이와 같이 여래께서는 수승한 모양[色]을 구족하고 모든 상호(相好)를 성취하여 매우 희유(希有)하고 세상에는 일찍이 있지 않았도다. 이와 같이 색상(色相)이 뛰어나고 묘하고 희유하도다. 이와 같은 세존께서 왕의 욕락(欲樂)을 버리고 전륜왕(轉輪王)의 부귀와 향락과 자 재(自在)를 버리되 독한 음식 버리듯 하였으며, 6만 채녀(婇女)는 제일 단정한데도 모두 버리고 문득 출가(出家)하여 숲속에 머물러 있도다.’

선인의 대중 가운데에 한 선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나라타(那羅陀)였다. 세존을 보고서 마음에 기뻐서 미묘한 가타(伽陀 : 게송)로써 여래를 찬탄하였다.

푸른 나무 숲속에서 
누가 찬란한 금빛 놓으셨는고.


깨끗한 비유리(毘琉璃) 같으며 
구름 속에 솟아나온 해와 같네.

이 때에 저 큰 선인과 선인 대중이 이 게송 말함을 듣고 마음이 기쁘고 눈이 열리어 모두 합장하고 부처님 처소에 향하려고 하였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비구는 염부제(閻浮提)의 이와 같이 선인이 손과 발을 얽어매고 스스로 나무에 매달려 먹지도 않고 재(齋)하며 나무껍질의 옷을 입고 진토(塵土)에 누워 있으며, 혹 돌 위에 있어 양손으로 합하여 먹기도 하고 손을 펴서 먹기도 하며, 혹 바람을 먹는 이도 있으며,15일을 먹지 않고 재하는 이도 있으며, 혹 한 달간 먹지 않고 재하는 이도 있으며, 머리털과 수염과 손톱이 모두 길어서 날카로우며, 새벽과 낮과 저녁 세 때[時]로 독송하며, 어떤 이는 종성(種姓)의 재물과 복덕의 재물과 먼저 주문했던 물건을 불 속에 모두 던져서 불에게 공양하고 땅에 누워 있으며, 어떤 이는 자기 손을 매달아 나무에 붙여 졸고, 혹 걸터앉아서 앉아서 이와 같이 조는 자도 있으며, 혹 물에서 이와 같이 조는 자도 있으며, 5열(熱)로 몸을 지지는 자도 있으며, 몸이 불에 가까이 하여 스스로 구워 눕는 자도 있으며, 불꽃 밑의 바람에 눕는 자도 있으며, 가시덤불에 눕는 이도 있으며, 태양에 몸을 지지어 고통을 받으면서 복을 구하는 이도 있어서 스스로 그 몸이 있을 곳을 얻어 편히 있다고 속으면서도 종성(種姓 : 족속)이 가장 높다고 마음에 만족하게 여겨서 마음에 기뻐하며 위없는지혜를 떠났느니라.

여러 비구여, 이 대선인(大仙人)이 생사(生死)를 벗어나는 요법을 능히 알지 못하고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에 도로 유(有) 가운데에 태어나는데도 스스로 바른 수행이라 말하고 그것이 삿된 것임을 알지 못하느니라.”

그 때에 저 여러 비구는 여래께 귀명(歸命)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범행(梵行)이 참되고 바르고 구족하며 화합하고 상응(相應)하여 유(有)에 태어남을 벗어났나이다.”

저 비야사 대선인들이 아라한의 위덕력(威德力)으로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기어 조심스럽게 자세히 보며 마음과 뜻이 공경 존중하고 한 마음 바른 뜻으로 모든 선인 권속과 함께 서로 수반하였는데 긴 털을 묶어 거두고 아울러 한 상자를 두었으며, 좋은 밧줄로 그 몸을 얽었고, 얼굴빛은 희지 않으나 몸의 자세는 단정히 가졌으며, 두 눈은 모두 누렇고, 머리털은 윤기가 없이 얽히고 맺혀 서로 붙어 뭉쳐져서 한 가닥이 아니며, 손에는 세 가지 막대기를 쥐었고, 병 속에 넣은 물건은 세상에서 가장 추한 것들이며, 갖가지의 언어는 모두 교묘하게 이루어진 말들이었다.

허공을 밟고 와서 여래의 처소에 이르러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마땅히 이 뜻을 아시니, 제가 무슨 인연으로 모든 권속과 함께 지금 이곳에 왔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大仙)이여, 일체 중생과 일체 모든 법을 다 아느니라.”

그 때에 혜명(慧命) 아난타(阿難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대선인과 선인 무리들이 에워싸고 마음에는 바르게 아는 것이 있고 여러 가지 아는 것이 있어서 자세히 알고 모두 알아서, 알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머리털은 길고 이발하지 아니했나니, 이는 어떤 사람들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선인이니 이름은 비야사(毘耶娑)요, 바라문법(婆羅門法)을 그 짓는 바니 4비타(毘陀)를 짓고 성론(聲論)을 잘 알며 갖가지 글을 아느니 라.”

이 때에 저 모든 아라한들은 비야사 대선인(大仙人)을 보고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사람은 고통 받으면서 수고롭게 계(戒)를 지니나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 이 비야사는 나고 죽는 고뇌를 해탈하지 못했으리라.’

저 아라한은 또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이 비야사가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무엇을 물으려 할까? 인연을 묻기 위함이며 무아(無我)를 묻기 위함이리라.’

이 때에 비야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의 세상에 출현하심이 어렵기에 지금 선인 대중이 화합하여 이곳에 왔나이다. 제가 조금 어려운 질문을 하겠사오니 원컨대 잠깐 머무시어 저를 위하여 해설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대선인(大仙)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대로,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모두 다 물어라. 내 그대를 위하여 말해 주겠노라.”

이 때에 비야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보시(布施)며, 무슨 까닭으로 보시하며, 무슨 뜻으로 보시라 이름합니까? 어떤 것이 시주(施主)며, 무슨 뜻으로 시주라 합니까? 어찌하여 보시한 사람도 시주가 아니며, 어찌하여 주지 아니하여도 시주라 이름하며, 어찌하여 죽은 후에도 보시의 복은 따라가며, 보시의 복은 어찌하여 형단(刑段)이 있는 것입니까? 모여져서 볼 수 있는 것입니까, 볼 수 없는 것입니까? 시주의 보시하는 복은 어느 곳에 있습니까, 받는 자에게 있습니까, 보시하는 자에게 있습니까? 어찌하여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고 나서 탑 등에 공양하면 복의 과보를 얻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셨으니 누가 받는 것이옵니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비야사 대선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이 법을 물은 것은 매우 미세(微細)하도다. 그대는 변재(辯才)의 불가사의함이 있어서 능히 이와 같이 묻는구나.”

그 때에 장로 사리불은 머리털이 희고 얼굴이 쭈그러졌으며 눈썹이 드 리워서 얼굴을 덮었는데, 한쪽 눈썹을 들고 길게 숨을 쉬면서 자세히 보며 생각하여 보고서 말하였다.

“이 비야사 대선인은 큰 명망이 있어 일체 사람이 알고 일체 사람이 말하나니, 어찌 아무것도 모르는 세간의 어리석고 작은 아이와 지혜 없는 자와 같겠느냐. 인연 말함과 무아(無我) 말함을 버리고 갖가지 깊은 법과 갖가지 잘 아는 지혜의 말로써 이와 같은 보시의 법을 묻도다.”

그 때에 혜명 아난타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비야사 대선인이 물은 보시의 과보를 제가 또한 능히 말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가 아니다. 만일 여래에게 물은 것을 성문의 사람이 설명한다면 이는 법도가 아니니 그만 두라. 아난아, 이러한 도리는 없느니라.”

그 때에 혜명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선인이 어떤 뜻으로 물었는지에 따라 제가 또한 설명하여 능히 그 뜻에 만족하게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말이 너무 창졸하고 마음에 생각하여 헤아리지 못했도다. 장로 사리불아, 이러한 말을 하지 말 것이니 이는 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이와 같이 한다면 나는 성문의 사람과 서로 합당하질 못할 것이다. 만일 와서 나에게 묻는데 성문이 말한다면 이는 되지 못할 일이니 곧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저 여래는 일체지(一切智)가 아니로다’ 하리라. 마땅히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비야사 선인이 여래에게 가서 물었거늘 여래는 스스로 능히 말하지 아니하고 성문(聲聞)을 보내어 말한다’고 하리라. 혹 어떤 사람이 말하되, ‘저 여래는 아만(我慢)의 소견이 있어 스스로 말하지 아니했도다’고 하리라.”

그 때에 저 여러 비구는 세존께 믿음과 청정한 마음을 내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대선인의 물음을 여래께서 능히 설명하시어 능히 저 의심을 끊어 주옵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 비야사 대선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보시의 과보를 들어라. 다시 보시의 분별이 있느니라. 무슨 뜻으로 보시라 하는가 하면, 이미 보시하고 나면 자기가 먹고 자기가 청정해지며, 보시하고 나면 보시가 구르는 까닭에 보시라 이름하느니라. 무슨 뜻으로써 시주(施主)라 하느냐 하는 이와 같은 물음도 대선인은 마땅히 들어라. 만일 어떤 사람이 물건을 소유하였는데, 그가 신심(信心)이 나서 재물을 사람에 위탁하여 타국(他國)에 보내어 보시하게 하면 그 사람이 물건을 가지고 타국에 가서 보시한다. 저 사람이 보시함에 재주(財主 : 재물의 소유자)가 복을 얻는 것이지 보시한 자가 복을 얻는 것이 아니니, 저 보내어 온 사람이 비록 물건을 가지고 보시하나 희사하는 자가 아니다. 만일 사람이 자기 물건을 자기 손으로 보시한다면 이는 곧 희사하는 자며 보시하는 자이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서른셋의 부정(不淨)한 보시가 있나니 무엇을 서른셋이라 이름하는가. 첫 번째는 어떤 사람이 삿된 마음과 전도된 소견으로 깨끗한 신심(信心)이 없이 재물을 희사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하는 자는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두 번째는 어떤 사람이 은혜를 갚기 위하여 재물을 희사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세 번째는 어떤 사람이 슬퍼하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이 재물을 희사함이니 또한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네 번째는 어떤 사람이 욕심으로 인하여 재물을 희사함이니 또한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다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물건을 희사하여 불[火]에 넣음이니 또한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여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물건을 희사하여 물에 넣음이니 또한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일곱 번째는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마음을 두되, ‘물건을 희사하여 왕에게 주면 왕이 생각해 줄 것이다’ 함이니, 이와 같이 물건을 희사함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여덟 번째는 어떤 사람이 도적을 두려워하므로 물건을 희사하여 줌이니 이와 같이 보시한 것은 또한 깨끗한 보시가 아니다.

또 다시 다섯 가지 물건을 희사하는데 모두 깨끗한 보시가 아니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 번째는 독약을 보시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두 번째는 칼을 보시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세 번째는 사람의 고기를 취하여 보시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네 번째는 어떤 사람 이 그 포섭한 중생에게 평등하게 보시하며 화목하게 모아 두고 양육하여 그에게 덕 보기를 바람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다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이름을 알리기 위하여 재물을 보시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다.

열네 번째는 노래와 오락을 위하여 기생에게 물건을 줌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열다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해가 다하고 달이 다함에 재물을 파산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열여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집의 인연으로 재물을 희사함이니 곧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열일곱 번째는 어떤 사람이 선우(善友)의 인연으로 남의 재물로써 다른 사람에게 줌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열여덟 번째는 어떤 사람이 혹 전지(田地)를 두고 혹 사택을 두고 혹 곡식을 두고 혹 보리[麥]를 두어서 사슴과 새와 쥐들이 먹는 것이라면 청정한 마음이 없음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열아홉 번째는 어떤 사람이 배우기 위하여 공장에 물건을 줌이니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무 번째는 어떤 사람이 몸에 병환이 있어서 목숨이 다할까 두려워하여 의원에게 물건을 줌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한 번째는 어떤 사람이 남을 구타하며 남을 꾸짖었다가 마음에 후회가 생기고 부끄러워하여 물건을 희사하여 줌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두 번째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고 나서 마음에 의심하되 ‘과보가 있을까’ 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함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세 번째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고서 마음속으로 몹시 후회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한 것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네 번째는 어떤 사람이 물건을 남에게 주고서 이와 같이 생각하되, ‘만일 그 어떤 사람이 나의 물건을 취한다면 모두 다 나에게 소속 될 것이요, 나에게 잡힌 바가 된다’고 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한 것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다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고서 이와 같이 생각하되, ‘이와 같은 보시의 복은 오직 나의 몸에 모일 것이요, 타인에게 속하지 아니할 것이다’고 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한 것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여섯 번째는 어떤 사람이 늙어서 물건을 희사하여 보시함이니, 또 중년 후 시절에 병들어 피곤함도 아니고 죽을 때가 와서 맥과 지절이 끊어지려 하고 고뇌의 핍박함으로 죽음의 길에 들어가려 함에 청정한 마음이 없고 믿음이 청정한 마음도 없나니 염라의 사자가 보고 웃으며 형제와 모든 친척이 울부짖고 슬피 통곡한다. 이와 같은 때에 이르러서 물건을 희사하여 줌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일곱 번째는 어떤 사람이 이름을 위하여 물건을 희사하여 보시하되, ‘이와 같이 하면 나의 이름이 타국에까지 널리 전파되어 어느 나라 어느 성중의 대시주(大施主)라고 하리라’ 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여덟 번째는 만일 다른 사람과 더불어 번갈아 서로 증오하고 질투하여 그의 물건을 희사하여 보시 많이 함을 보고 마음에 교만하여 능히 참지 못하고 그를 질투하기 때문에 물건을 희사하여 보시함이니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스물아홉 번째는 다른 여자를 먹이기 위하여, 그리고 종성(種姓)을 위하므로 주옥과 금과 은과 금강(金剛)과 비유리(毗琉璃)와 비단과 의복과 도라면(兜羅綿)으로 깔개 만든 것들을 희사함이니, 이와 같이 물건을 희사함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서른 번째는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이 생각하고 물건을 희사하여 사람에게 주되, ‘나는 자식이 없고 크게 부유하여 재물이 많으니 마땅히 물건을 희사하여 보시를 행할 것이다’ 함이니 이와 같이 보시함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서른한 번째는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마음에 간택(簡擇)을 두어 이와 같이 생각하되, ‘만일 이 사람에게 주면 복덕이 있고 만일 저 사람에게 주면 복덕이 없을 것이다’ 하여 이와 같이 보시하면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서른두 번째는 만일 사람이 보시하되 빈궁하여 의복이 남루하고 추한 사람은 버리고 풍부 안락하고 크게 부유한 사람에게 준다면 깨끗한 보시가 아니요, 서른세 번째는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좋은 꽃과 과일을 바라고 물건을 희사하여 주면 깨끗한 보시가 아니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이 서른세 가지의 때 묻은 보시로 재물을 희사한 저 보시의 과보는 종자를 짠 땅에 심어 썩고 문드러져서 이루지 못함과 같으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은 사람은 보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보를 얻지 못하느니라.

다시 대선인[大仙]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어느 취할 바를 따라 종자를 얻고서 황무지에 심어두면 저 종자와 땅이 서로 의지하여야 하며 하늘의 비를 얻어야 하나니 종자가 변괴(變壞)되면 비록 싹이 난다 하여도 꽃과 열매를 얻지 못함과 같나니, 이 보시의 꽃과 열매를 얻지 못함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비야사 선인은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 어른이시라 합당한 말씀으로 보시의 과보를 말씀하시어 중생을 이미 이익하고 안락하게 하셨나이다.

또 다시 세존이시여, 어떻게 보시하면 과보를 잃지 아니합니까? 어떤 사람은 계(戒)를 지니고 어떤 이는 계를 지니지 않는데, 두 사람에게 함께 보시한다면 이 이치는 어떠하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그대는 지금 보시 과보의 법을 잘 들어라. 만일 마음에 믿음이 있어 일체에게 베풀어 주면 보시라 이름할 것이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보시를 행하며 남을 경멸하거나 헐뜯지 아니하고 보시하면 이에 보시라 이름할 것이다.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복전(福田)을 가리지 않고 계행이 있는 사람이거나 계행이 없는 사람이거나 간에 마음에 믿고 안목을 열어 사랑하는 생각을 내고 물건을 희사하여 베풀어 주며 마음은 항상 일체 중생에게 널리 둔다면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저 사람은 시주(施主)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다섯 가지 보시로 시주함이 원만해지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때에 보시함이요, 둘째는 수행하는 사람에게 보시함이요, 셋째는 병든 사람과 병자를 도와주는 자에게 보시함이요, 넷째는 법기(法器)에게 보시함이요, 다섯째는 다른 국토에 가고자 하는 자에게 보시함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이니라.

또 다섯 가지 보시가 있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법 보시요, 둘째는 재산 보시요, 셋째는 가옥 보시요, 넷째는 등불 보시요, 다섯째는 향과 꽃다발[香鬘] 보시니 이것이 다섯 가지가 되느니라.”

대선인이 여쭈었다.

“어떤 것이 청정한 보시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중생을 믿어 주고 좋아하여 자비한 마음과 떳떳한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물건을 희사하여 보시하면 그는 일체가 청정하여 원(願)대로 해탈하리니, 이와 같이 보시하면 곧 청정함이 되리라. 다시 다섯 가지 위없는 보시가 있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여래에게 보시함이니 곧 위없음이 됨이요, 둘째는 여러 대중 스님에게 보시함이니 곧 위없음이 됨이요, 셋째는 법기(法器)에게 보시함이니 곧 위없음이 됨이요, 넷째는 부모에게 보시함이니 곧 위없음이 됨이요, 다섯째는 왕과 직위를 잃어 빈궁한 자에게 보시함이니 곧 위없음이 된다.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최상 보시니라. 만일 노인과 고독한 이와 병급(病急)한 사람에게 보시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다. 만일 왕에게 노여운 바가 된 것을 한결같이 계박(繫縛)과 죽음에서 풀어주려 하며, 만일 모든 급난(急難)에 있는 것을 구원하려고 자기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위하여 재물로 희사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니라. 병자에게 약을 보시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니라. 만일 계를 지니는 여러 스님에게 수시로 보시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니라. 지혜 구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니라. 만일 두려워하는 축생(畜生), 이른바 훈호(訓狐 : 熏胡)와 까마귀와 사슴 등의 축생에게 보시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니라. 만일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바를 따라 보시하면 이는 위대한 보시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이 위대한 보시를 항상 마땅히 닦아야 할 것이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남이 보내준 물건을 가지고 보시하여도 곧 청정한 마음만 두면 보시하는 복을 같이 얻으리라.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남의 보시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따라 기뻐하여도 또한 보시한 복을 얻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보시하기를 권하거나, 만일 물건을 보시하면 이와 같은 등의 사람은 모두 큰 복을 얻으리라.

다시 대선인이여, 그대의 물은 바와 같이 ‘어찌하여 세존께서 열반에 이미 드셨는데도 탑 등에 공양하면 복의 과보를 얻느냐’고 한 것을 대선 인이여, 마땅히 들어라. 만일 어떤 사람이 내가 열반에 들고 난 후에 공양을 베풀거나,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내가 열반하지 아니하여 세상에 있는 지금 나에게 공양한다면 얻는 복의 과보는 둘 다 평등할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법신(法身)인 여래는 색신(色身)이 아닌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지금 현재에 공양하거나, 만일 내가 입멸(入滅)한 후에 공양하여도 마음이 평등하므로 복을 얻는 것도 다름이 없으리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전륜왕(轉輪王)이 나라에 두루 칙명을 내리되, ‘일체 인민은 오늘로부터 시작하여 다시는 살생(殺生)하지 말며 거짓말[妄語]하지 말라’ 하거든, 저 어떤 한 사람이 왕의 칙령을 듣고 비록 왕을 보지 못했으나 왕의 칙령을 잘 두호한다. 이와 같은 사람은 비록 전륜왕의 몸에 공양 올리지 아니했으나, 왕은 그 사람에게 환희한 마음을 내느니라. 이와 같은 사람은 왕의 칙령을 잘 두호하여 살생하지 않은 선업(善業)과 인연과 과보로 하늘에 태어나느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만일 사람이 내 몸의 색상(色相)을 보지 못하며 계(戒)의 구절을 배우지 아니하면 무슨 소득이 있으랴. 만일 사람이 나를 보더라도 마음에 사견(邪見)이 있으면 제바달다(提婆達多)와 같이 지옥에 들어가리라. 만일 내가 열반한 후 어떤 사람이 계(戒)를 잘 배운다면 그의 수승함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지금 나의 색신(色身)이 수승하고 일체지(一切智)를 증득하였음에 믿음이 없는 중생도 능히 계를 배우거늘, 하물며 믿음이 있는 자이겠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나의 열반한 후에 공양한다면 현재에 공양함과 다르지 않으리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들어라. 그대의 물은 바와 같이 ‘보시한 복덕이 어느 곳에 있느냐’ 하는 이와 같은 물음이란 비유컨대 갈대풀이 빽빽이 우거졌는데 그 속에서 불이 일어났다면, 만일 비가 떨어질 때엔 곧 그 곳에 떨어짐과 같으니라. 이와 같고 이와 같나니, 시주의 보시가 구족하고 복덕이 화합했더라도 믿음의 비가 이미 떨어지면 이와 같은 복덕은 곧 시주에 의지하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느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은 보시의 복은 모인 곳이 있지 아니하며, 형상이 있지 아니하나 이와 같이 보시하고서 보시한 자가 죽더라도 보시한 복은 떠나지 않고 그림자 형상은 따름과 같나니, 이를 보시하는 자가 복의 과보를 얻고 복의 과보를 잃지 않음이라 이름하느니라. 비유컨대 감자(甘蔗)와 포도(蒲桃)를 만일 누르지 아니하면 그 즙물을 얻을 수 없거니와, 누르면 감자와 포도가 아닌 즙을 얻게 되어 눈앞에서 화합된 즙물을 볼 수 있으나 마디 속에 있는 것이 아니요, 또한 즙이 없지도 않음과 같아서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재물도 보시하면 이와 같은 보시의 과보는 저 시주(施主)에게서 손에 있는 것도 아니요, 심중에 있는 것도 아니요, 뱃속에 있는 것도 아니나, 이와 같은 보시의 과보는 시주를 떠나지 아니한 것이 마치 저 즙물이 감자와 포도를 떠나지 아니함과 같다. 이와 같은 보시의 과보가 시주를 떠나지 아니하나 성숙되지 아니해서는 받아지지 않고 목숨이 다하지 아니해서는 보시의 과보를 얻지 못하느니라.

비유컨대 니구타(尼枸陀) 나무의 종자가 아주 작아서 땅에 심어 두면 보이지 않으나 나무가 날 때엔 비로소 볼 수 있듯이, 시주의 보시한 복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화합하여 성숙될 때에는 이에 과보를 얻느니라.

비유컨대 상인(商人)의 가진 물건이 아주 작으나 큰 성안에 들어가면 그 성(城)의 공덕으로 작은 물건으로 생활을 영위하여 얻은 바가 이에 많아지고 구족하듯이 보시함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보시할 때엔 비록 작으나 복을 얻는 과보는 크다.

비유컨대 꿀벌이 꽃의 맛을 채취하나 꽃을 손상하지 않듯이 시주도 이와 같아서 어떠한 보시라도 과보의 힘을 얻나니 바로 이 시주다. 이와 같으니 대선인이여, 시주의 보시한 복덕이며 세력인 것이다. 시주라 말한 것은 스스로 보시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보시라 이름하느니라.

어떻게 받느냐 함은, 남이 보시한 것을 받아서 남의 물건을 능히 녹임이니 그러므로 받음이라 이름한다. 또 물었던 ‘어찌하여 보시한 복이 되느냐’ 함은 세간에서 구원해 주며 보호해 주어서 능히 인간 천상의 몸을 원만히 얻게 함이니 그러므로 복덕이라 이름한다. 다른 세상이라 말함은 차례로 유전하여 태어나 후세(後世)의 몸에 이름이니 그러므로 다른 세상이라 이름하느니라.”

그 때에 비야사 선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의심이 풀리어 보시에 대한 것은 해결되었습니다만 또 다시 의심이 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식(識)은 어떻게 몸속에서 유전(流轉)하며, 식이 어떻게 보며, 어떻게 몸에서 탐착을 내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비유컨대 국왕(國王)이 성안에 머무름에 다른 군대를 두려워하여 먼저 구덩이와 해자를 파서 성을 두루 두르고 식량과 활과 화살과 칼과 방패와 갖가지 무기와 기구를 마련하며, 용감하게 잘 싸우는 사람을 많이 모집하여 건장한 사람의 표지를 세우며, 또 나이 젊고 건장한 사람을 많이 모집하여 음식을 제공하며 술집에 명령하여 좋은 술을 많이 마련하며, 출가한 사람을 포섭하여 보시 공양하며, 좋은 재물로 여러 사람을 섭수한다. 이미 이와 같이 하고서 외치며 명령한다.

‘편히 있어 이동하지 말고 각각 무기를 정비하여 손에는 활과 화살을 쥐고 몸에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으며 칼을 빼 들고 경비하여 방어하라.’

이와 같이 명령하여 수비하게 하였으나 적군이 와서 코끼리와 말이 많거든, 이 때에 국왕은 군중(軍衆)을 안위하여 이와 같은 말을 한다.

‘힘을 다하고 두려워하지 말며 성벽이 튼튼하지 못한 곳이 있으면 마땅히 잘 방호하되 나날이 항상 그와 같이 하라.’

이와 같이하다가 이에 복덕이 다하여 적군에게 파괴당하면 곧 패배하여 나라를 버리고 가듯이 식(識)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몸의 성안에 있어 모든 입(入)의 왕으로서 무상(無常)의 군사가 오려고 함을 보고 두려워하여 즉시 신심(信心)의 구덩이와 해자를 파며 지계(持戒)의 험한 언덕을 만들고 생각함의 투구를 쓰며 부지런한 정진(精進)을 발하는 법장(法藏)으로 술을 만들고 마음을 잘 조복함으로 말[馬]을 삼는다. 그 때에 이와 같이 여러 사람에게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는데, 만일 큰 힘과 한량없는 힘이 있는 무상(無常)의 군대들이 몸의 성안에 다가오거든 빨리 보시 의 갑옷을 입고 신속히 지혜의 칼을 빼들며 참괴(慚愧)의 기관(機關)을 배치하여 알맞게 하고 진실한 계행을 가지고서 이와 같이 바로 머무른다. 저 무상의 군대가 문득 오면 즉시 그와 함께 싸워 서로 어지럽다가 무상의 군대가 승리하면 식(識)은 곧 버리고 가나니 성안에 있는 왕이 성을 버리고 가는 것과 같다.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화합된 몸속의 감관과 4대(大)가 이미 파괴되고 6입(入)이 상실되면 저 몸의 성을 버리는 것이 파괴된 성안의 왕이 성을 버리고 달아나는 것과 같으니라. 저 왕이 이와 같이 이미 성을 버리고서는 다른 성에 의지하듯이 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이 몸을 버리고는 다른 몸을 취하나니, 이 식이 왕과 같이 다름없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야사 선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식(識)이 몸의 복덕이 있는 것과 복덕이 없는 것을 어떻게 아나이까? 이 식이 이와 같이 내가 이 몸을 버렸다고 어떻게 아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비유컨대 길 가는 사람이 큰물을 만났는데 그 물은 범람하고 창일하였다. 그 물을 건너기 위하여 큰 뗏목에 올랐었다. 그 물은 길게 흐르고 파도가 어지러우며 또 매우 탁하고 나쁜 벌레들이 많았으니 이른바 나가라(那迦羅)와 서서마라(舒舒滅)와 물뱀과 고약스런 큰 자라들이다. 큰 나쁜 바람이 요란하게 불어 물이 세차게 돌지만 저 뗏목 때문에 저 언덕에까지 도달하여 평안하게 되었다. 이 사람은 저 나쁜 물의 무서운 곳을 이미 벗어나고서 세 번이나 뗏목을 돌면서 저 뗏목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기를 ‘아, 좋아라. 이 뗏목이여, 나로 하여금 이와 같은 큰물을 건너게 하였구나’ 하느니라.

이와 같이 대선인이여, 또 복덕이 있는 중생은 몸이 이미 죽으면 식이 이와 같이 생각하되 ‘나의 이 몸으로 말미암아 좋은 세계인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도다. 내가 인간 몸이었을 적에 이익 얻음이 있어 나의 이 죽은 몸이 마치 견고한 뗏목과 같아서 나로 하여금 악도(惡道)의 큰물을 건너 게 하였도다. 나의 몸은 크게 좋으니 공양할 만하도다. 이와 같은 몸은 나를 속이지 않고 나고 죽는 죄악 속에서 나를 하늘에 있게 하였도다’ 하느니라. 이와 같이 생각하고서 곧 저 몸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둔다. 저 몸은 뗏목과 같아서 저 몸을 버리고는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가느니라.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몸에 복덕이 없으면 저 사람의 심식(心識)은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썩은 뗏목에 올라 큰물을 건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저 뗏목은 뜨기도 하고 잠기기도 하기에 저 사람은 두려워하여 마음에 의심하고 염려하되, ‘나는 지금 곧 머지않아 죽겠도다’ 하리니, 이와 같은 사람은 저 썩은 뗏목에 의지했기에 크게 두려워하면서 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서 사자와 호랑이 등이 사는 무서운 곳에 닿아 건너게 된다. 그 사람은 이와 같이 건너고서 저 썩은 뗏목에게 성내는 마음이 생겨 저 썩은 뗏목을 꾸짖어 이와 같은 말을 한다. ‘나쁜 길로 잘못 왔구나. 이 물은 범람하고 창일하여 흐리고 나쁜 파도가 많거늘 어찌 이와 같이 나로 하여금 이러한 나쁜 곳에 닿도록 하였는가. 내가 썩은 뗏목에게서 마침내 무슨 힘을 얻었으랴’ 하고 이 뗏목을 곧 버리게 되느니라.

이와 같고 이와 같도다. 중생의 심식이 복덕이 없는 몸에 의지하여 흘러 내려가서 지옥에 떨어지면 이 몸을 꾸짖어 이와 같은 말을 하되, ‘나는 무슨 힘을 얻었느냐. 나는 이미 이와 같은 나쁜 몸을 얻어졌도다. 이와 같은 몸은 마치 갈나(羯那)와 같나니, 내가 이 몸을 짊어진 것이 갈나를 짊어진 것과 같도다. 나는 지금 무슨 죄악으로 인해 이 썩은 몸으로 지옥문에 온 것이 마치 연꽃이 자기 실에 묶인 것과 같이 되었느냐’ 하리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식도 또한 이와 같나니 만일 착한 복덕이면 좋은 뗏목에 의지함과 같아서 나고 죽음을 벗어날 것이요, 만일 복덕이 없으면 썩은 뗏목에 의지함과 같아서 곧 악도(惡道)에 떨어진다. 저 두 가지 몸이니 하나는 복덕이 있는 것이요, 하나는 복덕이 없는 것이다.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하느니라.

또 이 식이 이 몸을 버리고서 제2의 몸을 얻나니 처음 태안에 있은 지 첫 7일 동안 이와 같이 기억하여 안다. ‘나는 아무 곳에 살다가 죽어서 이곳에 왔구나.’ 또 그전에 지은 업(業)도 기억하여 아나니, ‘나는 이 업을 지었도다’한다. 만일 착한 업을 지었으면 마음에 곧 기뻐한다. 이미 태중에 있는데도 어머니 마음까지 기뻐서 웃고 수승한 모양이 많아지고 얼굴엔 웃는 형상이 있고 기미와 주근깨가 생기지 않고 얼굴에 좋은 빛이 있으며, 행동함에는 오른발을 많이 사용하여 땅을 밟는 데에 정중하고 손으로 오른 옆구리를 만지는 일이 없으며 곱고 흰 옷을 입으면 맵시 있나니, 중생의 이와 같이 복덕이 있는 식(識)은 어머니 태중에 있을 적에 이와 같은 형상이 나타나느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만일 복이 없는 식은 처음 수생(受生)할 적에 첫 7일 동안 곧 능히 기억하여 아나니 ‘나는 아무 곳에 살다가 죽어서 이곳에 왔구나’ 하며, 또 전에 지은 업을 기억하여 이와 같이 생각하되, ‘어찌 나쁜 업을 지었던가’ 한다. 이렇게 기억하고 생각하여 마음에 곧 근심하나니, 마음에 근심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나쁜 모양이 밖으로 나타난다. 저 복덕이 없고 선근이 없는 중생은 어머니 태중에 있으면 밖으로 나쁜 모양이 나타나니, 신체가 냄새나고 추하며 또 수척하고 마음에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자주 침을 뱉으며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눈을 부라린다. 이와 같은 중생이 처음 태중에 있을 때에 곧 그 집으로 하여금 앙화가 생기게 하고 병을 얻게 한다. 이와 같은 나쁜 업으로써 복이 없는 중생은 태에서 나올 때에 혹 어머니를 죽이기도 하며, 혹 태중에서 죽기도 하나니 복이 없는 중생은 이와 같은 모양이 있느니라.”

그 때에 비야사 선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식심(識心)이 처음 태중(胎中)에 들어갈 때에 어떻게 기억하고 생각하며 어떻게 보며 아는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저 식이 처음 태어날 적에 이와 같이 기억하고 생각하고, 나무숲속 즐기는 곳에 궁전과 누각과 못물이 굴곡(屈曲)하는데 맑은 호수는 넓고, 갖가지의 집에 이 염부제(閻浮提)의 많은 애인(愛人)과 부모와 형제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이 보고 나서는 아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복덕이 어울려 모이어 번갈아 서로 섭수하여 물건으로 보시하는 자도 있으며 물건을 받는 자도 있다. 능히 과거 숙세의 일을 알고 과거의 한량없는 백생(百生)과 한량없는 천생(千生)을 기억하여 생각한다. 저 식(識)이 이와 같이 자주자주 기억하여 생각한다. 이미 기억하여 생각하고 나서는 마음에 사랑하고 기뻐하여 능히 이와 같이 안다. ‘나의 어머니는 과거 5백 세에 일찍이 나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는 이와 같이 마음에 기억하여 생각하고서는 저 태어나는 곳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마음에 애욕을 떠나 이와 같은 마음을 두되, ‘내가 이곳에서 자주자주 나고 죽고 하였도다. 나는 지금에야 비로소 나고 죽지 않고 3유(有)에 소속되지 아니할 것이다’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시고 나자, 비야사 선인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식은 나고 죽는 데에서 애욕을 벗어났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이는 그 때가 아니요, 이는 그곳이 아니다. 저 때의 저 식은 색(色)이 없기에 보이지 않고 광명이 있지 않나니 이와 같은 식계(識界)는 이곳에서 애욕을 떠난 것이 아니며 유위(有爲) 가운데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와 같이한다면 일체 중생이 복덕이 있는 자거나 복덕이 없는 자라도 모두 열반을 얻을 것이다. 저 뜻은 이와 같나니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만일 식심(識心)이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저 식은 이와 같은 수승한 힘이 있을 것이다.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하나니 이 몸의 힘이 아니다. 말한바 식이란 무엇 때문에 식이라 이름하였느냐. 집(集) 때문에 식(識)으로 생각하며, 지(知)이기 때문이며 지(智)라 이름하기 때문에 인식하는 식이라 이름한다. 식의 뜻이 이와 같나니 대선인이여,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 원수 집을 두호하듯이 
쌓인 집(集)으로 번뇌 짓나니 
알음[知]과 알음 아닌 것이 있어 
우치와 지혜 어울려 행하네.



견(見)과 만(慢)과 무명(無明) 등의 
일체가 모두 식의 알음이니 
이 셋은 식을 여의지 않아 
다른 곳에 따로 있는 것 아니라네.



쌍으로 서로 응함을 식이라 하나니 
한 바퀴는 수레가 아니며 
두 바퀴도 능히 갈 수 없고 
사람과 또 소가 있어야 하네.



수레에 바퀴살과 테가 화합되고 
두 바퀴가 서로 응하며 
또 밧줄로 계박하여야 
갈 수 있는 수레라 하네.



이와 같은 몸의 수레엔 
저 계(界)로써 화합하였고 
또 근(根)으로 화합하며 
식(識)으로 보는 저 몸수레라네.



혈맥과 마디로 어울리고 
목과 맥의 뿌리로 계박하며 
털과 뼈와 이와 머리며 
껍질과 피부로 덮었도다.



옆구리와 창자와 위장과 
심장과 지라와 폐장인 
저 일체 것으로 화합되어 
구족되었기에 몸이라 이름하네.



식왕(識王)은 몸으로 수레삼아 
몸수레 가운데서 다니고 앉고 하여 
일체법을 모두 아나니 
그러므로 식(識)이라 이름하네.

“다시 대선인이여, 이 식은 미세하여 색깔도 없고 형질도 없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은 색깔 있는 것이 아니어서 푸른 것 등의 색깔이 아니다. 색깔 속에는 감관[根]이 없나니, 식이 만일 감관을 떠나면 곧 경계가 없을 것이다. 만일 사람이 마음에 놀라 동하거나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거나 만일 의심하여 생각하는 것이면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이 식의 힘이니라.”

그 때에 비야사 선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중생의 본성이 어떠한데 어떻게 하늘 세계에 태어나며, 어떻게 귀신 세계에 태어나며, 어떻게 축생에 태어나며, 어떻게 지옥에 태어나며, 어떻게 선근(善根)에 태어납니까? 어떤 선근으로 하늘 가운데에 태어나며, 어떤 업으로 축생 가운데에 태어나며, 어떤 업으로 아귀(餓鬼) 가운데에 태어나며, 어떤 업으로 지옥 가운데에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그대는 잘 들어라. 내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범부 중생이 본성에서 물러서거나 복덕을 낸 것이니 이 법은 일체지(一切智)로 알 바이다. 5신통을 얻은 자의 알 바가 아니며, 하늘과 범천 아가니(阿迦尼) 등의 알 바가 아니요, 이 일체지로 알 바인 경계다. 이 법은 성문(聲聞)도 알 바가 아니거늘 하물며 그 외의 사람이 알 수 있겠는가.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나의 제자 성문인이 3구(垢)를 이미 떠나 초과(初果)를 증득하여 아는 경계를 그 외의 천중천(天中天) 등이 모두 알지 못하며, 그대 대선인도 능히 알지 못하고 내지 그 약간도 알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비야사 선인은 마음에 곧 사유하여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나고 죽음이 나를 속였도다.’

이처럼 생각하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늙고 병든 몸이어서 기억력이 없고 과위를 얻을 수 없으며 보리(菩提)의 무거운 짐을 질 수 없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께 귀의하오며 법과 3유(有)를 떠난 스님들에게 귀의(歸依)하나이다. 저는 오늘로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3귀의를 받겠나이다. 제자 무리들까지 모두 이렇게 하겠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잘 말씀하시어 저의 권속으로 하여금 좋은 이익을 얻게 하옵소서.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의 태양이시니 번뇌의 어둠을 없애실 것이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본성(本性)과 중생의 본성에서 물러나와 하늘에 태어남을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선인이여, 지금이 바로 말할 때니 내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만일 어떤 사람이 꽃과 향의 다발로 보시하여 마음에 수행하기를 좋아하고 신심(信心)과 상응(相應)하여 목숨을 마치면 꽃다발로 장엄된 하늘[鬘莊天]에 태어나느니라.”

또 대선인이여, 그 사람이 죽을 때엔 몸에서 좋은 향냄새가 나나니 이는 꽃에서 나온 향냄새니라. 또 죽으려 할 때에 위에서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 꽃 그물이 보여 그 사람에게 뿌리거든 그 때에 부모와 형제와 모든 권속들이 손에 꽃과 향을 가지고 공양하며 슬피 울부짖는다. 그 사람은 그 때에 얼굴빛이 윤택하고 보는 눈을 깜박이거나 흘기지 않으며 손과 발이 정직(正直)하여 이와 같이 목숨을 버리게 된다.

그가 죽으려 할 때에 수승한 모양이 보이나니, 이른바 언덕같이 쌓인 것과 꽃다발의 장엄과 백천의 단정한 여인들이 하늘 궁전을 둘러싼 것들이다. 그 사람은 이것을 보고서 형제와 여러 친척들에게 말하기를 ‘내 꿈속에서 언덕처럼 쌓인 갖가지 보배 구슬과 모든 장엄구와 갖가지 꽃 뿌리는 것을 보았다’고 하리니, 만일 저 병든 사람이 이와 같이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이 모양은 목숨을 마치면 꽃다발로 장엄한 하늘에 태어날 것이니라. 저 사람이 죽으려 할 때에 하늘 부모의 방사(房事)하는 것을 보고 곧 태어나느니라.

또 그 때에 꽃다발로 장엄된 하늘의 사람은 두 가지 감관[根]이 있어 화합하여 음욕을 행하게 되나니 염부제의 남자와 같아서 다르지 않지만 한 수승한 법이 있다. 즉 부정한 것은 나오지 않고 저들 마음에 애욕이 발동하여 번갈아 서로 알며 몸이 곧 어울리고 애욕의 바람이 나와서 욕락을 느끼나니 곧 그 때에 7일 동안 하늘 여인의 태중에 머무르다가 7일이 차면 오른 옆구리에서 탄생한다. 곧 탄생할 때엔 하늘의 제일 좋은 향이 있으며 여러 가지 꽃을 꿰어 꽃다발을 만든 것들이 가슴 앞에 있게 된다. 그 때에 또 미묘한 향이 있어 향기가 1유순(由旬)에 가득하여 바람을 따라 두루 퍼진다. 그 때에 또 잡색의 꽃다발이 생기나니 이른바 백색과 검고 누르고 붉은 색깔과 비유리(毘琉璃) 색깔과 염부즙(閻浮汁)의 색깔과 청정하고 수승하고 미묘한 발두마(伐摩)의 색깔과 여러 가지 잡색과 구리 색깔과 불 빛깔이니 이와 같은 미묘한 꽃다발이 죽지도 않고 마르지도 시들지도 않으며 항상 좋은 향기가 있나니 그러므로 꽃다발로 장엄함이라 이름한 것이다.

저 꽃다발로 장엄한 하늘 궁전의 곳엔 미묘한 하늘 나무가 있는데 길지도 짧지도 않고 그 즙물은 아무 달아서 맛이 감로(甘露)와 같으며 그 가지는 아래로 드리워지고 또 청정하며 여러 가지 나무숲이 여기저기 어울려 있다. 그 나무에 과일이 있는데 8분(分)과 화합되어 하늘 맛이 들어 있고, 저 과일의 모양과 크기는 빈라(頻騾)와 같으며 저 하늘 사람의 마음에 먹고 싶은 것과 생각함을 따라 저 과일 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얻어지게 되나니, 저 하늘은 이러한 과일을 먹기에 단식[揣食]이라 이름하지 않은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저 땅은 가시덤불이 없고 미묘한 꽃으로 장엄되었으며, 또 어떤 땅은푸르고 부드러운 풀이 있고, 또 어떤 땅은 금 모래가 두루 덮이고 금각(金角)이 위에 나왔으며, 또 눕는 곳에는 저절로 갖가지의 침구가 있다. 또 하늘 여인이 있는데 청정하고 때가 없으며 미묘한 의복으로 장엄하였고 한쪽 눈썹을 들고 기꺼이 웃기도 하며 갖가지 의복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다.

또 저곳에는 제일 수승한 낙(樂)이 다닐 적과 머무를 적에 항상 구족하며 저 하늘의 수명은 2백 년이다.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곳 다섯 가지 모양이 있나니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저 하늘의 의지하는 나뭇가지가 중심이 마르고 시들며 끝머리가 낮고 말라 오르고 그 꽃이 향기를 잃음이요, 둘째는 저 나무를 마음이 좋아하지 아니함이요, 셋째는 꽃다발이 시들음이요, 넷째는 하늘의 시원한 바람이 뜨거운 촉감으로 변함이요, 다섯째는 하늘 여인이 마음에 불쌍히 여겨 모두 근심하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을 말하는 것이다.

하늘의 맛있는 과일 구족하였고
여러 가지 하늘 나무 많사오며
하늘의 채녀(婇女) 많이 있사와
하늘엔 미묘한 낙이 있는 곳이온데
하늘의 복덕이 다하여
버리고 떠나가시려 하네.

저 하늘 여인은 천자(天子)를 에워싸고 소리를 내어 이와 같은 말을 크게 외친다.

“무상(無常)은 매우 밉도다. 불쌍히 여기는 뜻이 없구려.”

이와 같이 함에 천자는 사랑하는 생각이 있으며 목숨이 자재(自在)하지 못하여 이곳에서 물러서서 하늘 동자의 몸이 바뀌어 속히 인간에 태어나게 된다. 이와 같이 하늘 여인이 오뇌하면서 말하면 저 천자의 몸은 온몸에 열이 발한다. 열이 발하고 나서는 몸이 모두 타는데 불꽃이 한번 일어나면 곧 저 곳으로 물러간다. 몸은 비록 불에 타나 고통은 있지 않다. 이미 저 곳에 물러가면 인간의 부모가 화합하는 것을 보는데 이와 같이 보고는 곧 태어나느니라.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저 꽃다발로 장엄된 하늘의 천자가 태어날 때에 어떻게 태중에 있느냐. 그가 어머니 옆구리에 있으면 곧 수승한 모양이 있고 만일 태장(胎藏) 속에 있을 적엔 어머니가 곧 향을 좋아하며 꽃다발을 좋아하고 갖가지 과일과 푸른 숲과 나무숲을 즐기며 마음에 맞는 것으로 수용하고 일체 낙이 모두 구족하며 몸은 지치거나 피로하지 않는다.

또 저 복 있는 아들이 태중에 있으므로 다시 좋은 형상이 있나니, 혹 꿈에 성(城)을 보거나 여러 가지 보물을 사고팔고 하는 곳과 여러 가지의 꽃다발로 길목에 흩는 것을 보리니, 마땅히 알라. 그 어머니에게 이와 같은 형상이 있느니라.

다시 대선인이여, 이와 같은 동자가 꽃다발로 장엄된 하늘에서 물러나와 이미 인간에 태어나서 만일 꽃다발을 보거든 아주 좋아하는 마음을 낼 것이요, 곱고 결백한 옷을 좋아하며 몸의 빛깔은 수승하고 마음엔 간사한 지혜가 없으며 음욕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유희하여 즐기는 것을 좋아하며 다니거나 머무르는 데는 모두 신속하고 유희하는 곳 보기를 좋아하며 부드러운 옷을 좋아하고 나무숲을 사랑하며 남이 부자로서 재산이 풍부함을 보면 방편을 써서 얻기를 바라나니, 대선인이여, 마땅히 알라. 꽃다발로 장엄된 하늘에서 물러나서 인간에 태어나면 이와 같은 형상이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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