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경전이 변하지 않다
정관(貞觀) 5년(서기 631) 융주읍(隆州邑) 서현령(西縣令) 호원궤(狐元軌)는 불법을 독실하게 믿었다.
법화경·금강경·열반경 등을 베껴 썼는데, 잘못 쓸까보아 두려워서, 마침내 땅굴 속에 들어가 쓰고 한 선사(禪師)에게 교정을 청했다.
경이 완성되자 그는 곧 경을 기주(岐州)에 있는 전장(田莊)으로 가지고 갔다. 하루는 볼일이 있어서 어디를 갔다가 와보니, 그 전장이 이웃 불에 연소(延燒)되어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땅을 치며 한탄했지마는 별 도리가 없었다. 사람을 시켜 잿더미를 헤쳐 보니, 금동(金銅)의 축(軸, 책을 매어 장식한 쇠붙이)이 드러나고, 여러 경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종이 빛깔이 오히려 변하지 않았는데, 다만 금강경 반야경의 첫머리 제목만이 검게 타 있었다.
그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처음 베껴 쓸 때 한 관원이 글씨를 잘 썼는데, 갈 길이 바빠서 미처 몸을 정결하게하지 못하고 그대로 제목을 쓰더니, 그래서 제목이 타버렸구나. 」
<弘贊傳 第十 · 現應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