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글자가 보이지 않다
당나라 무덕(武德, 서기 618~626) 때 법신(法信)이라는 여승이 있어 법화경에 통달 하였는데, 법화경을 한 질 깨끗이 베껴 쓸 생각을 하였다.
글씨 잘 쓰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보수를 갑절을 주고, 딴채에 거처하며 베껴 쓰게 하였는데, 언제나 일어나면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서야 책상을 향해 앉게 하였다.
또 벽에 구멍을 뚫어 밖으로 통하게 하고 대나무 토막을 꽂아서 서생(書生)이 숨을 쉴 때에는 이 대나무 토막을 입에 물고 숨을 밖으로 내쉬게 하여 외부와 연락을 끊고 일심으로 법화경을 쓰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법화경 한 질을 베끼는 데 8년이 걸렸다. 겨우 완성되자 재를 베풀어 완성을 경찬(慶讚)하고, 깨끗이 도량을 세워서 꽃과 향으로 공양하였다.
정관(貞觀) 13년(서기 649)에 용문사(龍門寺) 스님 법단(法端)은 늘 법화경을 강설하였는데, 이 법신스님의 경이 정성이 지극한 것이라 하여 사람을 보내 청하였다. 법신스님이 굳이 거절 하였지마는 법단스님은 그대로 가져갔다.
그리하여 법을 강설할 양으로 경전을 펴보니, 그것은 누런 종이일 뿐 글자는 한 자도 없었다.
법단스님은 부끄러워서 곧 돌려보냈다.
법신스님은 무슨 잘못이 있었음을 알고 곧 향탕(香湯)으로 씻고 상자를 머리에 이고서 불상의 둘레를 돌아 도를 행하기를 무릇 이렛낮 이렛밤을 한 다음에 뚜껑을 열어 보니 경전이 전과 같이 되어 있었다.
<法苑珠林傳 · 弘贊傳 第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