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물에 젖지 않다
수(隨)나라 법태(法泰)스님은 미주 융안 사람으로,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였고, 손수법화경 한 질을 베껴써서, 여러 번 영험과 상서로운 일이 있었다.
하루는 익주(益州) 장연이란 곳으로 가다가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반쯤 건너갔을 때 갑자기 가지고 있던 책이 떨어져 물에 떠내려갔다. 건지려고 했으나 손이 미치지 못하여 그만 책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스님은 울면서 두루 찾아 보았으나 헛일이었다.
넋을 잃고 멀거니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까, 치마폭 같은 것이 물 위로 쑥 솟아올라오므로 급히 나뭇가지로 끌어당겨 건져 보니 책이었다. 책은 이상하게도 조금도 물에 젖지 않았다.
스님은 크게 기뻐하며 집에 돌아와서, 곧 전단향으로 축(軸)을 만들어 깨끗하게 장식하여 본사에 모셔 놓고 공양을 올리니, 밤이면 기이한 향내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스님은 밤마다 반드시 한 번씩 법화경을 독송하였다.
이 때 표법사(彪法師)가 그 절에서 경을 강설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스님이 강설하는 곳에 가 보니까,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합장하고 일심으로 듣고 있었다.
표법사는 그 법력에 눌리어 땀을 함빡 흘리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