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신들이 달아나다
송(宋)나라 건초(建初, 建隆의 잘못인 듯) 때 보명(普明)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어려서 출가하였는데, 성품이 순수하고 소박하였으며, 항상 채식과 베옷으로 만족하였다.
스님은 법화경 독송을 일과(日課)로 삼았는데, 독송할 때에는 딴 옷을 입고 따로 마련한 자리에 앉아 절대로 혼동하는 일이 없었으며, 독송이 권발품(勸發品)에 이르면 보현보살이 코끼리를 타고 그의 앞에 나타나 보였다.
마을 사람 왕도진(王道眞)의 아내가 병이 위독하여, 스님에게 주문(呪文)을 청했다.
스님이 막 문에 들어서자, 병자가 몸부림치다가 기절하고, 홀연 살쾡이처럼 생긴 두어자쯤 되는 것이 개구멍으로 빠져 달아나더니, 병이 깨끗이 나았다.
또 한 번은 스님이 목욕을 하는데, 옆에 있던 무당이,
「신명(神明)이 법사님을 보고는 모두 달아나 버립니다. 』」
고 하였다.
<弘贊傳 第六 · 現應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