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자마자 지옥에서 벗어난 노파
수(隨)나라 행견(行堅)스님은 항상 선관(禪觀)을 닦아서 절개와 지조가 매우 엄정하였다. 일찍이 어떤 일로 태산(泰山)을 지나가다가 날이 저물어 산중의 사당에 들어가 밤을 지내게 되어있는데, 뜰 아래 거적을 깔고 단정히 앉아서 법화경을 외웠다.
초경(初更)쯤 되었을까, 홀연 그 사당의 신이 나타났다. 차림새가 단정하고 모습이 매우 위엄이 있어 보였다. 신은 행견스님을 향해 합장하였다.
스님이 물었다.
「세상에서들 말하는 태산의 태귀(胎鬼)인가? 」
「내 제자에 그러한 이가 있습니다. 」
「나와 함께 공부하던 두 스님이 죽었는데 지금 여기 있는가? 」
「이름이 무엇입니까? 」
그들의 이름을 일러주니 신이 다시 말했다.
「한 사람은 이미 인간세계에 태어났고, 또 한 사람은 지금 지옥에서 전생의 갚음을 받고 있습니다. 」 행견스님이 만나보고 싶다고 하니, 신은사람을 시켜 스님을 인도하여 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이 불 속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고 있는데 모습이 변하여 알아볼 수가 없고 살이 타서 문드러져 차마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스님은 곧 뜰 아래로 돌아와서 다시 신과 마주앉아 물었다.
「저 사람을 구원해 주고 싶은데 무슨 방법 이 없겠는가? 」
「구원할 수 있지요. 법화경을 베껴 쓰면 틀림없이 지옥을 면할 수 있습니다. 」
행견스님은 곧 돌아와서 지옥에 떨어진 동료를 구원해 줄 서원을 세우고 법화경을 베껴서 책으로 만들어 가지고 다시 그 사당으로 갔다.
신이 전처럼 나타나므로 법화경을 베껴왔노라고 하였더니, 신이
「스님께서 법화경의 제목을 쓰자마자 그는 이미 지옥을 벗어나 지금은 다시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이 곳은 깨끗하지 못하여 그 경을 모셔 놓을 데가 못됩니다. 스님은 그냥 가지고 돌아가 절에 보내서 공양하게 하십시오. 」
하고 사라져 버렸다.
<弘贊傳 第十. 現應錄 ·大宋高憎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