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사러가자 벌써 천국에 태어난 노파

종이를 사러가자 벌써 천국에 태어난 노파

낙주(洛州) 낙양(洛湯) 사람 하현령(河玄玲) 용삭(龍朔) 2년에 경사(京師, 서울)에서 죽어 저승에 가서 주부(主簿)가 되었다.

인덕(麟德) 연중에 그의 고향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서 하현령을 만났는데 현령이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길 왔소? 」

「쫓겨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내가 오랫동안 병부를 맡아 보고 있는데, 그대는 억울하게 일찍 왔소. 내 그대를 석방하여 세상으로 돌려보내겠소. 」

하였다.

고향 사람이 현령을 작별하고 막 저승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한 마을에서 살던 노파가 그를 보고 말했다.

「당신은 여기까지 왔다가 어찌하여 내가 괴로움을 받고 있는 것을 보려하지 않습니까? 」

그리하여 자세히 보니 펄펄 끓는 쇳물에다가 죄인인 노파를 삶고 있었다.

노파가 다시 말했다.

「당신이 돌아가거든 내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나를 위해 법화경 한 질을 만들게 해수시오. 그래서 그리하겠다고 하거든 열흘 후에 당신이 마을 남쪽 물가에 와서 내게 알려 주시오. 」

하여 그는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하였다.

그 사람은 다시 살아나자 곧 그 노파의 남편을 불러서 법화경을 베껴 쓰라 하였다. 남편은 급히 종이를 사다가 남을 시켜 법화경을 베끼게 하였다.

저승에 갔던 사람이 약속한 날짜에 물가에 나가 보니, 저승에서 만난 노파는 없고 다른 노파가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당신이 먼젓번에 법화경을 베끼게 한 사람입니까? 」

「그렇습니다. 」

「전번 노파의 남편이 법화경을 베껴 쓰려고 종이를 사 온 날로 그 노파는 하늘에 태어났으므로 약속한 날에 오지 못하게 되었는데, 오늘 당신과 만나기로 되어 있다고 나더러 만나보고 당신에게 알려주라고 하여내 가 왔습니다. 」

하고는 이내 사라져 보이지 아니하였다.

<弘贊傳 第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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