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전체가 풀로 변해 유씨 아들을 구한 구실
의봉(儀鳳) 연간에 여주(汝州) 양현(梁辯) 북촌(北村)에 사는 유씨(劉氏)의 아들이 고려(高麗) 정벌의 군사에 종군했다가 붙잡혀 종이 되었다. 요해(遼海) 동쪽 기슭에서 말을 먹이고 있었는데, 하루는 밤이 되어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꿈에 한 스님이 그를 불러 깨워서, 바다로 들어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이러한 꿈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유씨의 아들은 스스로 생가하기를, 이런 신세가 죽은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고, 또 자주 꾸어지는 꿈에 감동하여 마침내 몸을 바닷물에 던졌다.
그런데 무엇이 손에 잡혀서 보니 풀단이었다.
그는 그 풀단을 끌어안고 파도를 따라 방향 없이 흘러갔다. 얼마를 흘러갔는지 정신을 차려 보니 몸이 육지에 닿아 있었다.
뭍에 올라 한참을 가다가, 문득 그 풀단이 내 목숨을 구해 주었음을 생각하고, 되돌아가서 그 풀단을 풀어 헤쳐 보았다.
풀단 속에서 법화경 제 6권이 나왔다.
그는 기이하게 생각하고 그 법화경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아버지 유노인은 아들이 종군하여영영 소식이 없으므로, 법화경 한질을 정성을 다해 베껴 쓰고, 모든 일을 엄숙하고 깨끗하게 하였다.
아들이 돌아오자 부자는 서로 부등켜 안고서 일변 슬퍼하고 일변 기뻐했다. 아들이 돌아오게 된 연유를 자세히 말하니,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정사(精舍)로 갔다 법화경을 넣어 둔 궤를 열어 보니 제 6권 한 권이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바다에서 얻은 법화경을 가져다가 맞추어 보니, 과연 아버지가 그 아들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종이며 먹이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弘贊傳 第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