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흥기행경(佛說興起行經) 02. 하권
7. 부처님이 지바달이 돌을 던지는 인연을말씀하시는 경[佛說地婆兜擲石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 이들은 아라한으로서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 아난만은 그렇지 아니하였다.
이 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지나간 세상에 왕사성성에는 수단(須檀)이라는 장자가 있어서 큰 부자라 모두가 넉넉하여 재물ㆍ보배ㆍ코끼리ㆍ말과 일곱 가지 보배와 종들이며 생산되는 사업은 완전히 갖추었었는데, 아들 수마제(須摩提)는 그의 아버지 수단이 갑자기 죽은 뒤에 수마제와 배가 다른 아우 수야사(須耶舍)가 있었으므로, 수마제는 생각하였다.
‘나는 어떠한 계획을 세워야 수야사에게 몫을 주지 않을까.’
그러다가 수마제는 다시 생각하였다.
‘오직 죽어야만 주지 않을 수 있겠구나.’
수마제는 수야사에게 말하였다.
‘아우야, 말할 것이 있으니 기사굴산(耆闍掘山) 위에 같이 갔다 오자.’
수야사는 말하였다.
‘그렇게 하십시다.’
수마제는 곧 아우의 손을 붙잡고 산에 올라갔다. 산에 올라간 뒤에 가파르고 높은 낭떠러지 끝에서 문득 밀어서 낭떠러지 밑으로 처넣고 돌을 떨어뜨려 곧 목숨을 끊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장자 수단이라는 이를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부왕 진정(眞淨)이니라.
그 때의 아들 수마제는 지금의 바로 나의 몸이요, 아우 수야사는 바로 지금의 데바닷타이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에 재산을 탐내어 아우를 해쳤는데, 이 죄 때문에 수천 년 동안을 지옥에서 타고 삶아졌고 쇠산[鐵山]에서 떨어뜨림을 받았다.
그 때에 남은 인연으로 이제 비록 아유삼불(阿惟三佛)이 되었다 손치더라도 그 때문에 이 전생의 과보를 면할 수가 없었다.
내가 기사굴산에서 거니는데, 조달이 낭떠러지에서 길이 여섯 길에 넓이 세 길의 돌을 들어서 부처의 머리에 던진 것을 기사굴산의 산신(山神) 금비라(金埤羅)가 손으로 돌을 받았는데도 돌 곁의 조그마한 조각이 솟아 나와 떨어지면서 부처의 엄지발가락을 맞혀서, 곧 터지며 피가 나온 것이다.”
이에 세존은 곧 전생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재산 때문에
배가 다른 아우를 죽이었는데
높은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 넣어
돌을 그의 위에 떨어뜨렸느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오랫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았으며
그 지옥의 가운데에선
쇠산에 떨어짐을 받았느니라.
이 남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지바달(地婆達)이 돌을 던졌고
낭떠러지에서 조각이 다리에 떨어져
나의 엄지발가락에 상처를 냈느니라.
인연은 마침내 썩지 아니하며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아니하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수호하여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존귀한 부처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이런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帝王)ㆍ신민(臣民)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되게 하려 하는데도 오히려 전생의 인연이 있어서 면할 수가 없었거든, 하물며 다시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이겠느냐.
사리불 너희들은 이와 같은 것을 배워야 하며,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이며 아뇩대용왕ㆍ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회ㆍ아수륜ㆍ가루라ㆍ견타라ㆍ마후륵문 등이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
8. 부처님이 바라문여인 전사가 부처님을 비방하는 인연을 말씀하시는 경[佛說婆羅門女旃沙諦佛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 이들은 아라한으로서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 아난만은 그렇지 아니하였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승기겁 전에 그 때에 부처님이계셨으니, 명호는 진승(盡勝)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었다.
때에 바라나국(波羅奈國)에서 큰 비구 6만 6천 대중들과 함께 계셨는데, 모두 이들은 아라한이었다.
사리불아, 그 때에 진승 여래에게 둘의 비구가 있어서 한 비구의 이름은 무승(無勝)이며 한 비구의 이름은 상환(賞歡)이었는데, 무승 비구는 여섯 가지 신통을 통하였거니와 상환 비구는 번뇌를 아직 없애지 못하였다.
그 때 바라나국에 대애(大愛)라는 장자가 있어서 코끼리와 말이며, 7보를 지니어서 재물이 끝이 없었으며 대애 장자의 부인 선환(善幻)이라는 이는 단정하여 견줄 데 없었다.
두 비구는 그 집을 왕래하며 시주를 삼았는데 선환 부인은 무승 비구에게는 옷과 음식과 침구며 의약 등 네 가지를 모자람이 없게 공양하였지만, 상환에게 공양한 것은 지극히 미미하였다.
왜냐 하면 무승 비구는 모든 번뇌를 끊고 여섯 가지 신통을 두루 갖추었으나 상환 비구는 번뇌를 아직 다하지 못하여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상환 비구는 무승 비구가 편벽되게 공양 받는 것을 보고 질투를 일으켜 멋대로 비방하였다.
‘무승 비구는 선환과 간통하였으므로 도의 법으로써 공양을 하는 것이 아니요, 스스로의 은혜와 사랑으로써 공양할 뿐이다.’ ”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 진승 여래의 제자 상환이라는 이를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 의 몸이다.
선환 부인을 알고자 하는가. 바로 지금의 바라문 여인 전사(旃沙)이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에 까닭 없이 무승 아라한을 비방하였는데, 이 죄 때문에 수천년 동안 지옥에 있으면서 여러 고통을 받았다.
이제 부처가 되어서 여섯 스승과 여러 비구들로서 번뇌가 다한 이와 아직 다하지 못한 이며 여러 왕ㆍ신민(臣民)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 등에게 법을 말할 때에 남은 재앙 때문에 다설 동녀(多舌童女)가 주전자를 넣어 배를 부르게 하고 나의 앞에까지 와서 말하기를, ‘사문은 무엇 때문에 자기 집안일을 말하지 않고 남의 일들을 말하는 것이오. 당신은 오늘 혼자 절로 즐기거니와 나의 고통은 모르시오. 왜냐하면 당신은 먼저 나와 간통을 하여 나에게 아이를 배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달이 임박해서 소유(酥迪)가 필요하오. 어린 아이를 길러야 할 터이니 모두 나에게 주시오’라고 하였던 것이니라.”
그 때 모인 대중 모두가 머리를 떨어뜨리고 잠자코 있었는데, 때에 석제환인이 뒤에서 모시고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다가 신통력으로써 변화로 한 마리의 쥐가 되어 그 옷 속에 들어가서 주전자 끈을 물어뜯어버리자 갑자기 땅에 떨어졌으므로, 그 때에 여러 4부 제자와 여섯 스승의 제자들이 주전자가 땅에 떨어짐을 보고서 모두가 크게 기뻐하여 소리를 지르면서 잘했다고 칭찬하며 한량없이 웃다가 모두가 소리를 같이하여 욕을 하였다.
“너는 불에 탈 죄인이로다. 재앙스러운 것이 어찌 이런 나쁜 뜻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깨끗하고 위없으며 바르고 참된 이를 비방하는데 이 땅은 무심도 하구나. 이런 못된 물건을 용납하며 싣고 있다니.”
여러 대중들이 저마다 이를 말할 때에 땅이 곧 갈라지면서 불꽃이 솟아 나오니, 여인은 곧 그 속으로 떨어지며 곧장 아비 대지옥으로 갔다.
대중들은 이 여인이 현재 몸으로 지옥에 떨어짐을 보았는데, 아사세왕은 놀라고 두려워서 털이 곤두섰으므로, 곧 일어나 합장하고 길이 꿇앉아 아뢰었다.
“이 여인이 떨어진 곳은 지금 어디이옵니까?”
부처님은 대왕에게 대답하셨다.
“이 여인 떨어진 곳은 이름이 아비지옥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여인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요, 바로 거짓말을 한 것인데 아비에 떨어지나이까?”
부처님은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인연의 법에는 상ㆍ중ㆍ하의 몸과 입의 뜻의 행이 있습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무거움이며 어떤 것이 중간이며 아래이옵니까?”
부처님은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뜻의 행이 가장 무거운 것이며, 입의 행은 중간이요, 몸의 행이 아래입니다.”
아사세왕은 다시 부처님께 묻자,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몸의 행은 크게 나타나므로 이 일은 볼 수가 있고 입의 행은 귀로 듣는 것이므로, 이 두 가지 일은 세간에서 듣고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뜻의 행이란 생각을 낼 때에 듣고 보는 것이 없으므로 이는 바로 속임의 여러 행이어서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습니다.”
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뜻을 볼 수가 없사온데, 어떻게 홀로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다 하옵니까?”
부처님은 왕에게 대답하셨다.
“남자거나 여인이 가령 몸으로 죽이는 것과 도둑질이며 음행을 하려면 먼저 아침과 낮과 저녁의 어느 때에 할 수가 있는가를 생각하여야 하며 어디로 가야 되겠는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저 사람이 행동을 하려면 먼저 마음에서 헤아리고 견준 연후에야 시행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뜻이라는 못에 매달린 것이요, 몸과 입에 있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입의 행이란, 입의 행을 행하려 할 때에 먼저 뜻으로 생각하되, ‘큰 모임에 있으면서 법을 강론할 때거나 모두가 앉아서 타당한 계율을 판단할 때에, 나에게 물으면 나는 그의 말에 반대하되, (이것은 나에게 해당된 일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며, 만약 그러한 말이 있으면 나는 그에게 반대하되, 이것은 다른 이의 의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뿐이다’라고 하겠다. 만약 이 세 가지 일을 행하되, 안 될 때면 다시 계략을 쓰되 ‘장차는 가서 싸우며 말하기를 (그는 너를 죽이려하고 너를 깨뜨리려 하고 너를 무너뜨리려 한다. 너는 나의 말을 따른 것이요, 다른 사람은 믿지 말라)고 하겠다’ 하여 만약 이렇게 두 가지로 다른 말을 쓰게 되면 거짓이 성립되고 그 바른 법을 없애는 것이므로 죽은 뒤에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부처님은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입의 행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으며 몸과 입에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왕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 때문이옵니까?”
부처님은 왕에게 대답하셨다.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는 모두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나니, 뜻으로 생각하지 아니하면 몸은 혼자 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몸과 입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습니다.”
이에 세존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뜻 속으로 깊이 잘 생각하고서
연후에 두 가지의 일이 행하나니
몸과 입으로만 부끄러워함이 아니로다
아직 뜻에서 부끄러워함이 아니로다.
먼저 뜻에서 부끄러워했어야
그런 뒤에 몸과 입이 부끄러워지나니
이 들은 뜻을 여의지 못하여
또한 홀로 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에 아사세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섧게 흐느꼈으므로, 부처님은 왕에게 물으셨다.
“왕은 무엇 때문에 슬피 우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중생들은 지혜가 없는지라 세 가지 일을 몰라서 언제나 손해만이 있기에 그 때문에 슬퍼하옵니다. 이 중생들은 다만 몸과 입이 큰 줄만 여기고 뜻이 깊고 오묘한 것인 줄은 모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몸과 입이 큰 것이요, 뜻은 작은 것이라 여겼으나 부처님에게서 듣고서야 비로소 뜻이 큰 것이며 몸과 입은 적은 것인 줄 알았사옵니다.”
부처님은 왕에게 물으셨다.
“본래는 어째서 몸과 입은 큰 것이요, 뜻은 작은 것으로 알았으며, 이제는 뜻이 크고 몸과 입은 적다고 말하십니까?”
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람이 산 것을 죽이면 사람이 모두 보게 되고 만약 도둑질과 음행을 하면 역시 사람들이 보게 되므로 이 몸의 세 가지는 천하가 다 보는 것이며, 입으로 행하는 거짓말과 나쁜 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같이 지성스럽지 못한 것 등, 이 입의 네 가지 일도 천하에 듣게 하는 것이지만, 뜻의 세 가지 일은 귀로 듣는 것도 아니요,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닌지라, 그러므로 중생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크다고 여겼으나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과 뜻이 큰 것이요, 몸과 입은 적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 때문에 몸과 입의 두 가지 일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나이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물었다.
“어떻게 뜻이라는 못은 큰 것이며, 몸과 입의 두 가지 일은 뜻이라는 못에 매달렸는지 알았습니까?”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다설(多舌)여인이 비방을 하려 할 제 먼저 마음으로, 주전자를 매달아 배가 부르게 하고서 대중 가운데서 이러한 말들을 하리라고 하였을 것이며, 또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으므로 저는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부처님은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어떻게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은 것인 줄 알았습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만일 일을 행하려면 먼저 마음에서 생각을 내며, 그런 뒤에 몸과 입으로 행하옵니다. 그러므로 뜻이 크고 몸과 입이 작은 줄을 압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이 일을 잘 알았습니다. 언제나 이를 배워야 하리니, 뜻은 크고 몸과 입은 작은 것입니다.”
이 법을 말씀할 때에, 대중 가운데 80비구가 번뇌가 다하며 뜻이 풀리고 2백의 비구가 수다원을 얻고, 4백의 비구가 사다함을 얻고, 8백 비구가 아나함 도를 얻고, 8만의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법의 눈이 깨끗하여졌고, 10만의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으며, 20만의 귀신들이 3자귀(自歸)를 받았다.
이에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전승 여래의 때에
나는 비구로서 상환이었는데
무승 비구를 헐뜯었으므로
지옥에 오랜 동안 떨어졌었느니라.
이 남은 인연 때문에
다설 동녀가 와서
대중들의 가운데 있다가
앞에 서서 나를 헐뜯었느니라.
전생의 과보는 끝내 없어지지 아니하며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않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수호하여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부처 도를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과 신민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되게 하려 하는데도 오히려 이 전생의 인연을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너희들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들이겠느냐. 사리불아, 마땅히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과 아뇩대용왕이며 8부 귀신 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
9. 부처님이 말먹이는 보리를 잡수신 전생인 연을 말씀하시는 경[佛說食馬麥宿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가 이들은 아라한(阿羅漢)으로서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아득하게 멀고 오랜 세상에 부처님의 명호는 비바섭(毘婆葉)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이시며 부처님 세존이시었는데, 반두마발성(槃頭摩跋城) 가운데서 큰 비구 대중 16만 8천인과 함께 계셨느니라.
왕의 이름은 반두(槃頭)였는데, 여러 신하와 일반 평민들과 청신사며 청신녀들과 함께 네 가지를 비바섭 여래와 대중들에게 공양하되, 마침내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그 때 성중에는 인제기리박달(因提耆利愽達)이라는 범지(梵志)가 있어서 범지의 4베다[四圍] 전적을 널리 통달하였고 니건(尼揵)의 산술과 바라문의 계율도 알았으며 5백의 동자들을 가르쳤다.
왕은 모임을 베풀어서 먼저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은 잠자코 허락하시므로, 왕은 돌아가서 여러 가지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평상과 자리를 마련하여 담요 등을 깔아 마치고서 왕은 향로를 붙잡고 자리 위에서 길이 꿇앉아 아뢰었다.
‘이제 때가 이르렀으니 오직 원하옵건대 내려오소서.’
때에 비바섭 부처님은 때가 이미 이르렀음을 보시고 곧 대중들에게 칙명하셨다.
‘가사를 입고 바루를 지니고 왕의 청에 나아가리라.’
대중에게 둘러 싸여 왕궁에 나아가셔서 자리에 나아가 앉으시니 왕은 음식을 손수 나르고 따르며 찬을 올렸다.
그 때 미륵(彌勒)이라는 한 비구가 때에 병이 들어서 가지 못하였는데 부처님과 대중들이 잡순 뒤에 각기 돌아오면서 돌아올 때에 모두가 그 병든 비구를 위하여 음식을 청하였다. 비구들이 지나가자 범지 산(山)은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보고는 문득 질투를 일으켜서 말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은 바로 말이 먹는 보리를 먹어야 할 것이요, 이런 맛있는 공양을 먹어서는 안 되리라.’
그리고 여러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까까머리 도인이 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느냐?’
여러 동자들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보았습니다. 이들의 스승 역시 말이 먹는 보리를 먹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산왕(山王) 바라문을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그 때의 5백의 동자들은 바로 지금의 5백 아라한이며, 그 때의 병든 비구 미륵은 지금의 미륵보살이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에 질투를 일으켜 말하기를,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며, 바로 말이 먹는 보리나 먹어 마땅하리라’ 하였고, 너희들 역시 그렇게 말하였기에 그 인연 때문에 나와 너희들은 지옥을 수천 년 동안 겪고 지내왔으며, 이제 비록 부처를 이루었다 손치더라도 그 때의 남은 인연으로 나와 너희들은 비란읍에서 그 때문에 말이 먹는 보리를 90일 동안이나 먹은 것이다. 나는 그 때에 부처님에게도 말이 먹는 보리를 드리라는 말은 않고 다만 비구에게만 주라고 말하였는데, 그 때문에 나는 이제 찧은 보리를 먹을 수 있었지만, 너희들은 말을 보태서 부처님에게까지 보리를 드려야 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오늘 너희들은 겉보리를 먹은 것이다.”
이에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에 범지가 되어서
배운 바가 매우 넓고 넓었으며
5백의 동자들을 가르치면서
나무 동산의 안에 있었느니라.
비바섭불 계실 적에 여러 비구에게 욕하며
맵쌀로 지은 음식 먹어서는 안 되고
말먹이 보리를 먹어야 한다면서
너희들 동자들에게 말을 하였는데
참으로 스승이 일러준 것 같아 하고
아울러 이들의 스승에게까지도
말먹이 보리를 먹어야 한다 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오랜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았고
그 대의 남은 재앙으로 인하여
역시 5백의 비구들까지도
바라문이 때에 청하여
비란읍에 모이게 하고서
너희들과 먹이의 보리를 먹으며
90일 동안을 꼭 채웠느니라.
인연은 마침내 씻어지지 아니하고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아니하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수호하여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부처의 도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과 신민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되게 하려 하면서도 오히려 이 전생에 남은 재앙을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들이겠느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세 인연을 배우고 지켜서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울지니라.”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과 아뇩대용 왕이며 8부 귀신 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
10. 부처님이 고행을 하게 되는 전생 인연을 말씀하시는 경[佛說苦行宿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가 이들은 아라한(阿羅漢)으로서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 아난만은 그렇지 아니하였다.
이 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성의 변두리에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수읍(多獸邑)이 있었고 그 안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왕의 태사(太史)이며 나라 안에서 첫째였다.
하나의 아들이 있었는데, 머리 위에 저절로 된 불 꾸리개[火鬘]가 있었으므로 그대로 이름을 지었는데, 자태가 첫째요, 단정하고 서른 가지의 상호가 있으며 범지의 전적과 도서참기(圖書讖記)에 널리 모르는 것이 없었고 외도의 계율과 여러 산술에 모두 다 밝고 익숙하였다.
때에 한 기와장이의 이름은 난제바라(難提婆羅)인데, 화만(火鬘)과는 어릴 적부터 친한 벗이어서 마음으로 서로가 공경하며 생각하여 잠깐도 잊지 아니하였다.
기와장이는 힘써 나아가고 용맹스러우며 인자하고 효도하였는지라 그의 부모가 다 같이 소경이었지마는 어버이를 봉장하되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난제바라가 기와장이었다고는 하나 손수 흙을 파지 아니하고 역시 사람을 시켜서 파지도 아니하였으며, 오직 쓰러진 담장이거나 무너진 언덕이거나 쥐가 파헤친 흙들을 가져다 이겨서 그릇을 만들었는데 아주 잘 만들어져서 견줄 데가 없었다.
남자와 여인들이 와서 사려고 하면 곡식인 보리와 깨며 콩들을 땅에 놓아 두고서 그릇을 가져가면 되고 처음부터 값과 숫자는 다투지를 않으며 또한 금은의 재물과 베를 갖는 것도 아니어서 오직 곡식만을 받아서는 음식을 이바지 할 따름이었다.
가섭(迦葉) 여래의 살고 계신 정사는 다수읍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였는데, 큰 비구 대중 2만 인과 함께 계시었고 모두 이들은 아라한이었다.
호희(護喜:難提婆羅)는 화만에게 말하였다.
‘같이 가서 가섭 여래를 뵙자.’
화만은 대답하였다.
‘호희나 필요하면 이 까까머리 도인을 보려무나. 바로 이는 까까머리 도인일 뿐이리라. 무슨 도가 있겠느냐. 부처님의 도는 얻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까지 하였다.
호희는 훗날, 다시 화만에게 말하였다.
‘같이 물 위에 가서 목욕을 하자.’
그러자 화만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곧 같이 물에 가서 목욕을 한 뒤에 옷을 입었는데, 호희가 오른손을 들고 멀리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가섭 여래의 정사가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같이 잠깐 가서 뵙자.’
그러자 화만은 대답하였다.
‘호희나 필요하면 이 까까머리 도인을 보려무나. 까까머리 도인이 무슨 부처님 도가 있겠느냐. 부처님 도는 얻기 어려운 것이다.’
호희는 화만의 옷을 붙잡고 끌면서 말하였다.
‘함께 가섭 부처님에게까지 갔다 오자, 부처님은 아주 가까운데 계신다.’
화만은 문득 옷을 벗어 버리고 도망을 하는지라 호희는 뒤를 좇아가서 허리띠를 붙잡고 끌어당기며, 말하였다.
‘잠깐 같이 부처님을 뵙고 바로 돌아오자.’
그러자 화만은 다시 허리띠를 풀어 버리고 도망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 까까머리 사문을 보고 싶지 않다.’
호희는 곧 그의 머리를 붙잡고 끌면서 말하였다.
‘한 번만 같이 가서 부처님을 뵙고 오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바라나국 풍속에 사람의 머리 붙잡는 것을 꺼려서 머리를 붙잡으면 법에 모두 목을 베는 형벌이 있었으므로, 화만은 그를 대신하여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생각하였다.
‘이 기와장이가 죽을 것을 알면서 나의 머리를 붙잡는가.’
그러자 호희가 화만에게 말하였다.
‘그렇다. 내가 죽더라도 끝끝내 놓지는 않겠다. 반드시 너에게 부처님을 뵙게 하여야겠다.’
화만은 생각하였다.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로다. 반드시 좋은 일이 있겠구나. 이 사람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붙잡고 있으니 말이다.’
화만은 말하였다.
‘나의 머리를 놓아라. 너를 따라가겠다.’
호희가 곧 놓자 화만은 곧 돌아가서 머리를 맺고 옷을 입고서 따라서 같이 가섭 부처님에게 나아갔다.
호희는 가섭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서 한쪽으로 앉고, 화만은 똑바로 서서 손을 들고 문안을 한 뒤에 한 쪽에 앉는지라, 호희는 합장하고 가섭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기의 화만은 다수읍 안에 대사의 아들이온데, 이는 저와 어릴 적부터의 친한 벗이옵니다. 그러나 그는 3존(尊)을 모르고 3보(寶)를 믿지 아니하여 부처님을 뵙지 아니하고 가르침을 듣지 아니하고 뭇 상가에게 공양을 하지 않사옵니다. 원하오니 세존께서는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그가 믿고 알게 하소서.’
화만 동자는 세존을 자세히 보되 머리에서 발까지 발에서 머리까지 부처님의 상호를 보았는데, 거룩한 용모가 높고 뛰어나서 여러 감관이 고요히 안정되었고 맑고 조화로우며 서른두 가지 모습[三十二相]이 그 몸을 꾸몄고 여든 가지 잘생긴 모습[八十種好]으로 모양을 내시어서 거동은 마치 사라수화(娑羅樹花) 같고 몸은 마치 수미산 같으며, 그 정수리는 볼 수가 없고 얼굴은 만월과 같으며, 빛은 햇빛과 같고 몸 빛깔은 금산과 같은지라, 화만은 부처님의 상호를 보고 나서 생각하였다.
‘우리 범지의 참기(讖記)에 기재된 상호를 이제 부처님이 모두 지녔는데, 오직 두 가지만이 없을 뿐이구나’라 하고, 화만은 이에 게송으로 물었다.
듣던 바의 서른두 가지
거룩한 이의 모습은
이 인간 중에서 높은 이라 하셨거늘
오직 두 가지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 장부 몸을 지니셨다면
말과 같은 숨은 음기 없으십니까
어찌 넓고 긴 혀를 지니셨다면
얼굴을 덮고 머리를 핥지 못하십니까.
원컨대 혀를 내어 보이시어서
나에게 의심을 결단하게 하십시오.
경전의 기재와 같은가 아닌가를
내가 보고서야 알 것입니다.
이에 가섭 여래는 곧 넓고 긴 혀의 모습을 내셔서 그 얼굴 위와 살상투를 덮고 아울러 두 귀를 가리면서 일곱 번 머리를 핥고서야 혀를 오므라 들여 입으로 넣었는데, 빛이 나와서 대천세계를 비추었고 해와 달빛을 가렸으며 아가니타천(阿迦膩吒天)까지 이르러 빛내고서 돌아와 몸을 일곱 번 돌고 정수리 위로하여 들어갔다.
가섭 여래는 신통의 힘으로서 말과 같은 숨은 음기를 나타내어 화만 혼자만이 보게 하고 딴 사람은 보이지 않게 하자, 화만 동자는 완전히 부처님에게 서른두 가지 모습에서 하나도 결함이 없음을 보고서 뛰놀 듯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가섭 여래는 화만 동자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는데, 무엇인가 하면 보살로서 공덕을 끊는 법을 말씀하셨다.
무엇이 보살로서 공덕을 끊는 법이냐 하면,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뜻으로 악을 생각하며, 몸으로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을 행하고 입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며, 뜻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하는 것이니라.
보살이 어떻게 몸으로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을 행하겠느냐. 뒤에 부처님이 되었을 때에 몸의 형상이 짧고 작다. 족성자(族姓子)야, 이것이 보살로서 몸으로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을 행한 과보니라.
보살이 어떻게 입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겠느냐. 뒤에 출가하여 배울 때에는 힘써서 아주 애쓰고 고생을 하고서야 비로소 부처가 될 수 있다. 족성자야, 이것이 보살로서 입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한 과보니라.
보살이 어떻게 뜻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하겠느냐. 보살이 뒤에 부처님이 된 때에 경내의 뭇 상가들이 언제나 화합하지 못하고 있는 곳마다 같이 서로가 시비를 한다. 족성자야, 이것이 보살로서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한 과보이니라.
족성자야, 이것이 보살이 세 가지의 악을 행한데 대한 과보이니라. 족성자야, 이를 버려야 할지니라.”
이에 화만 동자는 곧 갔다가 나오며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길이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참회하옵니다. 몸으로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을 행하였고, 입으로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였고, 뜻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하였다. 원하나니, 세존이시여, 저의 이 참회를 받으시옵소서. 지금으로부터는 다시 감히 범하지 않겠나이다.’
이렇게 세 번까지 하였다.
가섭 여래가 잠자코 받으시니, 화만 동자와 호의 동자는 함께 일어나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작별하며 돌아갔다.
화만 동자는 길을 가다 갑자기 세 가지 악에 대한 과보를 생각하다가 곧 호희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익 잃는 일을 하였으니,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요 ,너는 이익 없는 일을 하였으니 이익이 있지 못하리라. 나는 너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너의 이름을 들으려 하지도 않아야겠다.’
호희는 대답하였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화만은 말하였다.
‘너는 일찍이 가섭 부처님으로부터 깊은 법의 보배를 들었으면서도 어째서 집에서 있고 도를 닦지 않는단 말이냐?’
호희는 대답하였다.
‘너는 나의 부모님이 나이 늙으신 것을 모르느냐. 또 모두가 소경이시라 두 어버이를 봉양하려면 어떻게 집을 떠나겠느냐. 나 또한 오래부터 도를 닦으려 하였지마는 만약 내가 출가하여 도를 닦는다면 부모는 곧 돌아가시리라. 그 대문에 출가할 수 없을 뿐이다.’
화만은 호희에게 말하였다.
‘나는 가섭 부처님으로부터 보살이 세 가지 나쁜 인연을 행했을 적의 과보를 듣고 다시는 집에 있고 싶지를 않다. 나는 이로부터 부처님에게 도로 가서 비구가 되기를 구하려 한다.’
호희는 대답하였다.
‘장하도다, 장하도다. 화만이 생각과 힘을 얻었구나. 바로 가거라. 왜냐 하면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화만 동자는 곧 호희를 부둥켜안고 기뻐한 뒤에 세 번 돌고 합장하고서 감사하며 말하였다.
‘내가 설사 몸과 입과 뜻으로 너에게 잘못이 있었다 하여도 너그럽게 용서를 빈다. 애써서 너는 바르고 참된 큰 도를 가리켜 주었구나.’
이에 화만 동자(童子)는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대는 나의 착한 벗이 되었고
법의 벗으로서 탐낸 바가 없었으며
나를 바른 도에 인도하였는지라
이런 벗을 부처님도 칭찬하시느니라.
화만 동자는 이에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호희를 세 번 돌고 나서 도로 정사로 가섭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리고 두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떻게 하여야 가섭 여래를 따라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 도에 들겠으며,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화만 동자를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화만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부왕 진정이며, 그 때의 기와장이인 동자 호희는 내가 태자로서 궁중에서 채녀와 있을 제 한밤중에 작병천자(作甁天子)가 와서 나에게 말하기를, ‘때가 이르렀으니, 집을 떠나가서 도를 닦아야 합니다’라고 한 그분이니라.
사리불아, 이 호희는 여러 번 나에게 출가하기를 권하였으니, 바로 도를 닦게 한 착한 벗이었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먼저 호희를 향하여 나쁜 말로써 가섭 부처님에게 ‘까까머리 사문이 무슨 부처님의 도가 있겠느냐. 부처님의 도는 얻기 어려운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나쁜 말 때문에 아유삼불(阿惟三佛)을 이루려 할 때에 6년 동안 고행을 겪었다.
사리불아, 그 때에는 하루에 깨 한 낱ㆍ쌀 한 톨과 콩과 팥을 먹었는데 나는 이렇게 몹시 고통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법에는 이익이 없었다. 나는 배고프고ㆍ목마르고ㆍ춥고ㆍ덥고 한 것과 비바람이며 모기 등의 고통을 참으며 몸이 바짝 마르는 것이 나는 부처의 도를 이루는 것이라 여겼는데, 실은 얻는 것이 없었다.
사리불아, 내가 6년 동안 고행한 것은 전생 인연에 대한 과보를 갚아서 마친 것이니라. 그런 뒤에야 비로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아유삼불을 얻었다.”
이에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에 화만 동자로서
호희를 향하여 말하기를
까까머리에 무슨 부처 도가 있고
부처 도는 심히 얻기 어렵다 하였도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6년 동안을 하루도 안 빼고
이런 애쓴 고행을 겪고 받으며
부처 도를 이룰 수 있으리라 바랐도다.
이런 고행을 하지 아니하여도
부처 도를 이룰 수 있는 것인데
도가 아닌데도 행하고 구한 것은
인연이 스스로 얽어매었느니라.
전생의 인연은 끝내 썩지 아니하고
또한 허공에도 붙니 않나니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부처 도를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여러 선이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사람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며, 일체중생들을 모두 제도되게 하려 하는 나도 오히려 전생의 과보를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다시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이겠느냐.
사리불아, 마땅히 몸의 세 가지와 입의 네 가지와 뜻의 세 가지를 수호하여야 하리라. 사리불아 이와 같이 배울지니라.”
부처님이 여래의 전생 인연을 말씀할 때에 만 1천 천자가 수다원의 도를 얻었고, 8천의 용이 모두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고, 5천의 야차(夜叉)가 3자귀를 받았다.
아뇩대용왕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샘 위에서 저의 공양을 받으시면서 전생의 인연법을 말씀하셨으니, 제가 장래에 부처가 될 때에는 이와 같은 인연이 없게 하시며 저에게 뭇 악이 모두 다하여 참되고 깨끗한 여래가 되게 하소서.”
부처님은 아뇩대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와 같은 서원을 얻고자 하면, 아주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여 범하지 않게 되어야 위와 같은 서원을 얻을 수 있으며 뭇 악이 스러져 다하고 참되고 깨끗한 여래가 되리라.”
아뇩대용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뛰놀고 기뻐하면서 하늘의 전단향을 부처님과 5백의 아라한 위에 흩는지라, 부처님은 이에 여러 하늘과 용이며 귀신들을 위하여 편안하고 위로 받는 법을 말씀하셨다.
무엇이 편안하고 위로 받는 법인가 하면, 보시의 법을 행하고, 계율 지니는 법을 행하고, 하늘의 길에 나는 법을 행하고, 욕심 끊는 법을 행하고, 세 가지 나쁜 갈래 끊는 법을 행하고, 번뇌 없음의 법을 행하며, 깨끗함의 법을 행하는 것 등이었다.
부처님이 이 와 같은 것을 말씀하여 마치시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각기 본래의 꽃자리[花座]를 떠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을 에워싸며 허공으로 높이 7다라(多羅)를 솟아서 신통으로 날아가는 것이 마치 새가 구름에서 날 듯 하였으며, 천천히 돌아가서 왕사성 죽원 정사에 계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