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3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3

18. 뇌타화라품(賴吒惒羅品)[스물여섯 수의 게송]

수유니(修惟尼)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왕에게 한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뇌타발단(賴吒拔檀)으로
왕의 가장 어린 아들이었네.

가섭불(迦葉佛) 부처님 시대에
크게 탑과 사찰을 일으켰는데
부왕은 불법을 옹호하려는 마음으로
사찰에 찰주(刹柱:刹竿)를 세웠네.

이에 나는 뛸 듯이 기뻐
승로반(承露盤)을 건립하고서
나는 장차 사문이 되어
부처님을 만나리라 서원을 세웠네.

이러한 공덕을 심었기 때문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에 있건 인간에 있건
그 복덕이 자연히 나타났었네.

이제 최후의 생인 지금
투루타국(投樓吒國)에서
존귀한 집안에 태어나니
누이 하나가 있을 뿐이었네.

나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니
구렵왕(狗獵王)에게도 사랑을 받고
나의 모든 친족들과
온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네.

단정하고도 잘 생긴데다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쳤으며
사람들 가운데서 항상 즐겁고
모든 욕망을 마음대로 즐겼네.

좋아하고 공경하던 세존께서
투루타국에 이르셨기에
내가 뵙고는 환희심이 일어
곧 사문이 되겠다고 간청하였네.

전생에 심은 공덕 덕분에
일어난 변화는 너무도 좋았나니
부처님께서는 나를 불쌍히 여겨
자비심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네.

모든 부처님의 정법에 의하면
부모가 허락하지 않을 경우엔
사문이 될 수가 없는 법이니
훌륭한 자제여, 직접 말씀드려라.

나는 즉시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네.

부모님이시여, 제가 출가하여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부모님께서는 나의 말을 듣고
근심을 이기지 못하신 나머지
차라리 지금 당장 죽을지언정
아들과 떨어져 살지 않겠다 하셨네.

나는 이에 음식을 먹지도 않고
마음은 온통 우울한 채로
맑은 불법에만 뜻을 두고서
사문이 될 생각만 간절하였네.

나는 당시 음식을 먹지 않고
빈 터에 여읜 몸으로 누워
나의 뜻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장 이곳에서 죽으리라 결심했네.

엿새 동안이나 음식을 많지 않고
한 마음으로 시름에 잠긴 채
맑은 불법에만 뜻을 두고서
사문이 될 생각만 간절하였네.

이 때 나의 친지들이
부모님께 찾아와 이렇게 말했네.

장한 일이니 청을 들어 주십시오.

사람이 죽으면 어쩌시렵니까.

아들을 즐겁게 만나려 한다면
사문이 되어 살아 있어서
목숨을 보존해야 자주 만날 수 있지
죽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겠습니까.

이에 부모님은 깨달으시고
비통한 음성으로 함께 말씀하셨네.

설사 사문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이 때 나의 친지들은
곧장 와서는 말하였네.

부모님이 그대의 청을 들어 주셨으니
그대는 사문이 되도록 하라.

부모님께서는 조건을 제시하시기를
그대가 사문이 된다 하더라도
자주 찾아와 만날 수만 있다면
그대의 출가를 허락하겠다 했네.

너무도 훌륭한 소식을 듣고
절로 온몸에 힘이 솟아나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네.

부모님께서 청을 들어 주셨기에
부처님의 존귀하신 가르침을 받고
세존께서는 나의 머리카락을 깎아
나를 사문이 되게 하셨네.

승로반을 보시한 덕분에
너무도 많은 안락을 누리고
천상에 있으나 세간에 있으나
공덕이 자연히 나타났네.

부처님께서는 널리 보시고 내게 말씀하셨네.

한적한 생활 좋아함이 제일이라고
이미 아라한의 경지를 얻어
청량한 해탈에 이르렀다네.

이런 까닭에 환희에 차서
기쁜 마음에 큰 자비심 생기나니
탑과 절을 공양하여야
크나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

뇌타화(賴吒惒) 대존자가
누더기를 입고 한적하게 지내다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19. 화제품(貨提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내가 옛날 왕사성에서
부유한 존자로 살고 있을 적에
오백 명이나 되는 도사들이
나의 집에 일년 동안 머물렀었네.

오백 명의 장자들이
모두 나의 집에 찾아오니
그 때야 도인들은
저마다 한 집씩 가서 머물렀네.

마치 우리 자신이
집안에서 짓는 음식을 먹듯
한 명 한 명의 비구들에게
이와 같이 공양하였네.

나이 많은 도사들은
자신들의 몫을 장자들에게 주었나니
더없이 존귀한 도인들은
그 마음이 이와 같았네.

오백 명에게 음식을 대접함에
콩국을 끓여 바쳤나니
나는 공양거리를 장만하여
비구들께 이와 같이 대접하였네.

이렇게 하기를 이틀,
비구들에게 보시하다가
나는 문득 탐욕과 질투의
나쁜 생각이 마음에 일어났네.

나의 처자식과 자매들
형제 친족들에게도
이와 같은 음식을
먹이지 못하는 형편인데

그럼에도 이 비구들은
석 달 동안이나 공양을 받았으니
오백 명을 대접하느라
우리 집 재물이 크게 줄었구나.

나는 나쁜 방법을 써서
비구들을 죽여야겠다.

비구들이 죽어 버리면
우리 집 재물을 축내지 않겠지.

악독한 생각을 하고 나서는
말똥을 음식에 섞어 넣어서
그 음식을 비구들에게 주어
고통 없이 죽이리라 생각했네.

이 음식을 먹은 다음에
병이 나서 매우 시달리더니
창자와 위장이 모두 갈라지고
오장이 끊어져 죽고 말았네.

진리를 좋아하고 깨달은 도인이
목숨이 다하여 죽고 마니
모든 천신과 귀신들이
다 함께 소리쳐 이렇게 말했네.

이 장자는 매우 악랄하여
도인을 무참히 해쳐 죽였네.

연각에 이르러 존귀하시며
맑고도 번뇌가 없으신 분을.

나는 이 말을 듣고
고뇌와 근심에 빠져 생각하였네.

우리는 선량한 도인을 죽였으니
한량없는 죄에 빠지고 말았구나.

친족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며 이렇게 생각했네.

도인들을 모두 모아 놓고서
그들에게 참회하고 자수하자.

이에 도인들게 귀의하여
참회하며 자수한 다음
오백 명의 도인들을 청하여
음식으로 공양 올렸네.

거듭 죄를 참회하고 자수하여
도인들에게 귀의하고
음식 공양을 마치고 난 뒤
마음에 스스로 서원을 세웠네.

나는 여기에 계신
여러 존자들과 함께 모여
이 분들이 득도(得度)한 것처럼
내 마음도 이와 같이 해탈하여지이다.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빈궁한 곳에 태어나지 말고
탐욕과 질투 등 악한 마음을
다시는 일으키지 않게 하소서.

벽지불(辟支佛)을 이미 살해하여
악독한 죄를 저질렀기에
그곳에서 수명을 마치고 나자
태산지옥(太山地獄)에 떨어졌다네.

한량없는 고통을 받고
말할 수 없는 고뇌를 겪은 뒤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았으나
수명이 짧아 빨리 죽고 말았네.

권세 있고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뭇 사람들의 공경을 받았지만
내장이 매양 타는 듯하니
그런 후에는 이내 죽고 말았네.

출가하여 사문이 되니
사문은 그 무엇도 바랄 것 없어
정진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아
일체의 욕망을 끊어 버렸네.

내가 육신을 버리고
열반에 들려 할 즈음엔
창자와 위 모든 오장이
갈갈이 찢어지고 끊어지리니,

내가 지었던 과거의 죄악
악한 마음으로 비구를 해쳤던
아직도 남아 있는 죄의 재앙을
최후에는 모두 마치게 되리라.

내 자신이 지었던 악과
베풀었던 모든 선행들의
과보를 남김 없이 받아
선악의 댓가를 이미 얻었네.

사위성에 태어난
신족통을 갖춘 화제(貨提)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0. 선승가섭품(禪承迦葉品)[열한 수의 게송]

많은 비구 스님들 목숨이
칠 년을 넘기지 못하였으니
당시 나라에는 기근이 들어
굶주림의 공포가 크게 번졌네.

나는 한 사람을 공양했으니
마갈타의 훌륭한 도인으로서
연각의 경지에 이르러
청량하여 번뇌가 없는 이였네.

당시 나는 그만 마음이 변해
악독한 짓을 할 뜻을 품고서
내가 이 비구를 공양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했네.

이에 음식을 그대로 두어
벌레와 악취가 생기게 하여
모든 할 일을 돌보고 나서
그 후에 그것을 먹게 하였네.

이렇게 지은 죄악 때문에
수명이 다하자 지옥에 떨어져
사지를 저미고 불에 구어져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네.

지옥에서 벗어난 뒤로도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온갖 수단을 다 써보아도
음식을 구하기가 늘 어려웠네.

그러다 지금 최후의 생에
다시 인간 세상에 태어나
등정각 부처님을 만나 뵈오니
더없이 훌륭하신 스승님이시네.

신심이 일어 출가하여
재난을 없애 번뇌가 다하여
이미 모든 집착을 버려서
청량한 해탈의 경지를 얻었네.

인자들이여, 나는 이에
신족통을 얻어 항상 자재하건만
음식을 구하여 방편을 써도
약간이라도 얻을 수 없네.

큰 길을 벗어나 멀리까지 다니며
말할 수 없는 피로에 시달려도
가나마 요행 운수가 좋아야
음식 공양을 받을 수 있다네.

승가가섭존(承伽迦葉尊)인
대통명소작(大通名所作)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1. 주리반특품(朱利般特品)[여덟 수의 게송]

옛날 내가 전생에
돼지를 기르는 사람일 적에
강가에 있으면서
돼지들의 입을 묶은 뒤에

강을 건너다가 절반쯤 이르러
나 자신만 혼자 무사히 건너오고는
돼지들은 숨도 헐떡이지 못하고
중간에 휩쓸려 모두 빠져 죽었네.

이 때 나는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고 의지할 데 없던 차에
온몸에 자비심이 가득 찬
한 선인(仙人)이 그곳에 왔네.

곧 나를 인도하여 교화시켜서
내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아주고는
착한 계율을 가르쳐 깨우치고
무상삼매(無相三昧)를 행하게 하셨네.

그곳에서 수명을 마친 뒤에는
곧 천상에 태어났으며
천상에서 수명을 다하고서는
다시 태어나 도인이 되었네.

등정각이신 부처님을 뵙게 되어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으나

어디서나 정신이 흐릿하여
경전을 배우면 곧 잊어버렸네.

나는 게송 한 수를 배우는데
석 달이 걸려서야 외었으나
네 구절 게송을 익히고 외어
모든 애욕을 끊어버렸네.

세존께서 마침 물으시기에
주리반특이 아뢰옵니다.

지금까지 지었던 선행과 악행을
이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말하옵니다.

22. 제호시품(醍醐施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가섭불께서 열반하시니
나는 뒤를 잇는 제자가 되어
널리 듣고 삼세(三世)의 일을 알고도
늘 경법(經法) 감추고 아꼈네.

비구들에게 일러주지도
남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으려 하고
혹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와 같게 된다고 생각하였네.

설사 어떤 비구가 와서
나에게 경법을 물을지라도
내가 거짓으로 그를 속이니
뜻을 알 수 없어 원망하였네.

도인들은 화가 나 돌아가면서
근심과 분노에 차 욕을 하였네.

무엇을 꺼려서 법을 말하지 않는가.

그대의 행동은 결코 옳지 못하다네.

수명이 다하려 할 즈음에야.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자책하였네.

예전에 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은
참으로 옳지 못한 행위였구나.

수명이 다해 가고 있어
남은 기한이 칠일뿐임을 알고
대중 스님들을 모아 놓고
당장 법을 설명해 주었네.

밤낮으로 중요한 법을 가르쳐
탐욕과 질투를 없애게 하였는데
설법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나의 수명이 다하고 말았네.

나의 설법을 들은 사람들은
지극히 미묘한 기쁨에 잠겨
가르침을 받아 지녀 뜻을 생각하고
점차 서로 권하여 교화시켰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칠일 동안
내가 한 설법은 아주 적었지만
이 덕분에 천상에 태어나서
하늘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네.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고는
하생하여 다시 사람이 되어
가유라국(迦惟羅國)의
석가국(釋迦國) 왕가에 태어났네.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공경하여
뭇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였고
재물이 많아 보배가 한량없으니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었네.

그런데 종족의 남자들 중
젊은이들이 모두 출가하는 것을 보고
나는 승려가 되는 것이 부러워
집안에 아끼던 재물을 모두 버렸네.

세존께서는 더없이 훌륭하신 분이라
자비심으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누차 나를 타이르고 격려하여
출가하도록 권하시고 이끄셨네.

나는 부처님의 더없이 높은
기쁜 가르침을 공경히 따랐으니
인자들이여, 나는 몸소
칠년 동안 보시를 행하였네.

이렇게 칠년 동안
보시하기를 마친 다음
그제야 승려가 되어
뛰어난 지혜의 가르침 받았네.

칠년은 실로 오랜 기간이요.

사람의 수명은 매우 짧으니
오늘 보시를 한 뒤에
뉘라서 삶을 장담할 수 있으리.

나는 세존의 분부를 따라
즉시 사문(沙門)이 되었고
인자들이여, 그리고 칠일 만에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았네.

신심이 있었기에 사문이 되어
불법을 수행하는 몸이 되어서
이십오년 세월 동안
고요한 물같이 마음을 가라 앉혔네.

그런데 그만 악도(惡道)에 빠져
집안 일에 대한 애착이 일어나
닦고 있던 수행을 모두 버리고
감로 같은 법문도 소용 없었네.

그러다 매우 부끄러워 뉘우치고
열반을 얻기를 발원하였네.

친척들에게 비방을 받아
모두를 나를 원수처럼 보리니

이러한 행동은 옳지 못하여
또한 바랄 바가 아닌 것이니
이미 출가하여 적멸을 지향했으니
어찌 다시 속세의 집을 생각하리요.

자식을 낳아 기를 생각과
재물에 대한 욕심 등을
모두 남김없이 끊어버리고
끝끝내 계율을 버리지 않으리라.

차라리 나 자신이 죽을지언정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하리라.

나는 마땅히 큰 칼을 잡으리니
이 목숨을 어찌 아랑곳하랴.

그리고 예리한 칼로 끊듯이
지난 인연들을 끊어버려서
더러운 때가 모두 제거되니
그제야 마음에 해탈을 얻었네.

일심으로 해탈을 얻고 난 뒤
차츰 남에게도 적멸 얻게 하였더니
나는 자비를 베푼 대가로
진리의 광명을 빨리 만났네.

나의 수명이 다하려 할 즈음
존귀하고 미묘한 법을 강설했는데
이 법이 참으로 행할 만했기 때문에
마음을 고요히 하여 해탈을 얻었네.

큰 신족통을 갖춘 석가족의
근기가 약한 살바달(薩波達)이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3. 아나율품(阿那律品:無獵)[아홉 수의 게송]

옛날 나는 음식을 먹지도 않은 채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었는데
우연히 한 사문(沙門)을 만나니
대통화리타(大通和莅吒)였네.

이런 인연으로 석가족에 태어나
이름을 아나율이라 하였으며
공덕을 쌓은 덕분에 나는
온갖 기악들을 즐길 수 있었네.

그 때에 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을 뵈옵고
곧 기쁜 마음으로 세존을 흠모했나니
그 분을 바라보고는 뛸 듯이 기뻐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네.

숙세(宿世)에 쌓아온 정진 덕분에
수행의 방편이 늘 견고하고
이미 삼달지(三達智)를 뛰어넘어
부처님과 같은 가르침을 갖추었다네.

스스로 전생에 지어 온
인연들을 돌이켜 아노니
천상의 도리천에서
칠세(七世) 동안 지냈네.

칠세가 지난 뒤 세상에 돌아와
인간으로 존귀한 집에 태어나니
부귀한 군자(君子)의 집안으로서
금은보화가 자연히 갖추어졌네.

천상에서 칠세, 인간에서 칠세
열네 차례 생사를 거듭했는데
전생에 지은 근본 인연을
모두 자세히 알았었네.

이러한 인연의 결과로
인색하거나 질투한 적이 전혀 없고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늘 생사를 벗어나기만 구하였네.

이 때에 존자 아나율이
대중 스님들 가운데 있다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24. 미가불품(彌迦弗品:鹿子)[열네 수의 게송]

옛날 나는 사냥개를 쫓다가
어느 약품 가게에 이르렀는데
몸이 불편한
연각(緣覺)이신 한 존자를 만났네.

나는 그에게 의약품을 주고
칠일 동안이나 보살폈는데
존자는 칠일이 지나고 나자
그만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네.

나는 그 때 집안에 있던
하인들과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네.

복전(福田)인 존자가 우리 집에 왔으니
출가의 공부란 이와 같도다.

그러던 중 나는 하인이 전하는
벽지불이 날아갔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속으로 뛸 듯이 기뻐
한 마음으로 허공을 향해 합장하였네.

이 때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의약품을 보시했던 인연 때문에
천상에 있으나 인간에 있으나
공덕이 자연히 나타났네.

최후의 생인 지금에 와서
다시 인간의 몸을 얻어
더없이 훌륭한 스승이신
등정각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뵈었네.

이에 부처님 계신 곳에서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이미 모든 집착을 끊고
청량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였네.

지금 나는 이곳에서
의복과 음식뿐만 아니라
침상 와구 등 안락한 도구들을
매우 많이 공양 받고 있네.

벽지불에게 의복을 기워주고
의약품을 보시했던 덕분에
사방에서 온갖 약들을 주며
편안하여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었네.

이 때 천인이 내려와
평사국(萍沙國) 왕에게 말하였네.

그대는 마땅히 의약품을 가지고
미가불(彌迦弗)에게 보시하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그대 나라가 흥성하고
온갖 약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이에 유기성(遺耆城)의 의왕(醫王)이
약을 가지고 와 녹자(鹿子)에게 바쳤네.

그러자 사방에서 온갖 의약품들이
모두 나에게로 쏟아져 왔네.

당시 평사국의 왕은 약품을
대신통이 있는 이에게 보시하였네.

이에 나에게 약품을 주게 되어
유연당(柔軟堂)을 갖추고서
천이백 오십 명 비구들에게
두루 약품을 나누어 주었네.

육통(六通)의 큰 신통력을 갖춘
녹자(鹿子) 비구가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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