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
서진(西晋) 축법호(竺法護) 한역번역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1
1. 대가섭품(大迦葉品)[열아홉 수의 게송]
2. 사리불품(舍利弗品)[열 수의 게송]
3. 마하목건련품(摩訶目犍連品)[열다섯 수의 게송]
4. 윤제타품(輪提陀品:淨除)[열일곱 수의 게송]
5. 수만품(須蔓品:善窓)[열네 수의 게송]
6. 윤론품(輪論品:明聽)[열한 수의 게송]
7. 범기품(凡耆品:取善)[여덟 수의 게송]
8. 빈두로품(賓頭盧品:乞閉門)[열한 수의 게송]
9. 화갈품(貨竭品:善來)[스물한 수의 게송]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2
10. 난타품(難陀品:欣樂)[열두 수의 게송]
11. 야야품(夜耶品:名聞)[스물여섯 수의 게송]
12. 시리라품(尸利羅品)[스무 수의 게송]
13. 박구로품(薄拘盧品:賈姓)[열두 수의 게송]
14. 마가추품(摩呵䣯品:大長)[열두 수의 게송]
15. 우위가섭품(優爲迦葉品)[여덟 수의 게송]
16. 가야품(迦耶品:提取)[열다섯 수의 게송]
17. 수제구품(樹提衢品)[서른 수의 게송]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3
18. 뇌타화라품(賴吒惒羅品)[스물여섯 수의 게송]
19. 화제품(貨提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20. 선승가섭품(禪承迦葉品)[열한 수의 게송]
21. 주리반특품(朱利般特品)[여덟 수의 게송]
22. 제호시품(醍醐施品)[스물일곱 수의 게송]
23. 아나율품(阿那律品:無獵)[아홉 수의 게송]
24. 미가불품(彌迦弗品:鹿子)[열네 수의 게송]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4
25. 나운품(羅雲品)[열 수의 게송]
26. 난제품(難提品)[열네 수의 게송]
27. 발제품(颰提品)[열아홉 수의 게송]
28. 나반발제품(羅槃颰提品)[열네 수의 게송]
29. 마두화율치품(驀惒律致品)[스물한 수의 게송]
30. 세존품(世尊品)[오십 수의 게송]
불오백제자자설본기경(佛五百弟子自說本起經)-1
아뇩달용왕(阿耨達龍王)[진(晋)나라 말로는 무분(無焚)]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보살이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고서, 신통과 용맹한 덕성을 지니고 곤륜산에 살고 있었다. 이 용왕은 보배 궁전에 살면서 다섯 강[五河]의 근원을 맡아 다스리고 있었다. 이 근원에는 여덟 가지 맛이 나는 물의 연못이 있고, 일곱 가지 색깔의 연꽃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곧 자신의 전생(前生) 일을 알 수 있었다.
이 때 용왕은 부처님과 오백 상수(上首) 제자에게 이 물을 마시고 연꽃 위에 앉아 저마다 전생에 지은 죄와 복을 말해 줄 것을 청하였다. 그랬더니 모두 미세한 일로 인하여 보응(報應)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륵(彌勒)의 경우는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행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신 부처님을 만나 세상을 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각자 노래를 지어 읊었다.
1. 대가섭품(大迦葉品)[열아홉 수의 게송]
부처님께서 사람들 가운데 법을 펼치시어
번뇌의 속박 끊고 사위국에 거니시네.
육근(六根)이 적정하고 덕이 높고 높은
여래께서 비구들께 이렇게 말씀하셨네.
귀신들이 모두들 즐거워하는 저 곳엔
갖가지 온갖 꽃들 한량없이 많네.
네 물줄기 용솟음쳐 사방으로 흐르고
저 강물들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돌아가네.
사두나제백사자(私頭那提伯師子)란 저 곳엔
사람들은 갈 수 없고 신족통으로만 이르나니
빠르게 날아서 훌쩍 뛰어넘어
우리 다 함께 저 연못의 근원으로 가세나.
비구들이 대답하기를, 예 알겠습니다 하고
큰 신통 얻은 상수 제자들은
부처님의 분부 받고 신족통을 부리니
마치 기러기 왕이 기러기떼를 인도하듯 하도다.
강물 위로 다 함께 날아가면서
서로 쳐다보며 희희낙락 즐거워하니
천중천(天中天)이신 부처님도 이와 같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허공을 날아가시네.
부처님께서 제자들께 말씀하시기를
전생에 지난 일을 정녕 안다면
저마다 무슨 일을 하였길래
한량없는 복 얻었는지 내게 말하라.
가섭은 어진 부처님의 제자이니
비유하자면 사자가 깊은 숲속을 다니듯
내가 가는 곳엔 누구도 막지 못하지만
전생에 한 일을 말해 본다면
들판에 난 귀리를 베어다가
벽지불께 조금 보시하여
번뇌 없이 해탈의 즐거움을 누리고
두타행을 닦아 마음이 고요하길 바란 것뿐
당시 마음속에 이러한 소원을 두었다가
점차 훌륭한 진리를 생각하여
이러한 사람들과 모여 살다가
마침내 울단월(鬱單越)에 태어났다네.
이러한 인연으로 복을 받아
다시 천 번이나 울단월에 태어나고
그런 뒤에 승명천(勝明天)에 태어났나니
그 곳에서 우뚝하여 비길 이가 없었네.
나는 당시에 닦은 복덕으로
다시 천 번을 도리천에 태어나니
갖가지 꽃과 향, 보배를 걸치고
몸은 매우 아름답고 자재로웠네.
천상에서 수명을 마치고서는
이윽고 다시 울단월에 태어나
전생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니
당시 복덕을 쌓은 인연 덕택이라.
부유한 범지의 집안에 태어나니
재산과 가업이 헤아릴 수 없이 많건만
세상 즐거움에는 탐욕 두지 않았는데
부처님 뵈오니 비길 데 없이 훌륭하셨네.
큰 자비심으로 법을 말씀해 주시니
나는 일심으로 육근을 고요히 하여
칠각의(七覺意:七覺支)에다 팔정도를 닦아
드디어 불법의 이치 얻게 되었네.
번뇌를 끊고 손에는 등불 들고
이 대중 속에 가장 늦게 참여하여
함께 모여 정도를 행하고 사도를 멀리 하니
여래이신 부처님의 말씀 착한 법이라.
금하신 계율 지키는 이 받들어 뜻한 바 얻고
그 뜻과 생각처럼 바라는 바를 구했네.
최후의 나의 몸이 구족함으로써
생사를 다하고 그 근본을 뽑아버렸네.
나는 애착의 결박을 모두 끊어 없앴으니
불법에 있어 왕자라 할 만하네.
첫째 만족할 줄 알고 늘 도를 생각하여
마음을 청정히 비우고 집착하지 않으니
나의 뜻 굳건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마치 움직일 수 없는 큰 산과 같네.
이와 같이 가섭은
비구 스님들 가운데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전생에 지은 복과 인연을 스스로 말하옵니다.
2. 사리불품(舍利弗品)[열 수의 게송]
내가 신선이 되어 한가히 지낼 적에
그 곳에서 사문(沙門)을 보았는데
벽지불이신 그 분께서는
몸에 붉은 옷을 걸치고 계셨네.
그 분 뵙고 환희심 내어
그 분 위해 옷을 빨아드리고
그리고 가사도 기워드리고서
자주자주 그 분께 예배 올렸었네.
그 분은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곧 허공으로 훌쩍 날아 올라
아래 위로 물과 불을 뿜더니
잠깐 사이에 홀연히 보이지 않으셨네.
나는 즉시 두 손을 모으고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원력을 세웠네.
나도 이 분과 마찬가지로
총명과 큰 지혜를 얻어지이다.
부잣집에도 태어나지 말고
미천한 집에도 태어나지 말고
늘 평범한 집에 태어나서
사문이 될 뜻을 품게 하소서.
이 때 쌓은 이러한 공덕 덕택에
나는 오백 생(生) 동안에 걸쳐
늘 사람의 몸을 얻고
세세생생 사문이 되었었네.
이에 최후의 생(生)인 지금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드디어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이제 세존께서는, 지금 여기 있는
비구 대중들 가운데에서
나의 지혜 가장 높으니
바른 진리 펴리라고 말씀하시네.
지혜 제일 사리불은
비구 스님들 앞에서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3. 마하목건련품(摩訶目犍連品)[열다섯 수의 게송]
내가 신선이 되어 한가히 지낼 적에
깊은 숲속에 살고 있었는데
그 곳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는
사문이 되게 해 달라고 내게 요청하였네.
내가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그의 의복을 빨아준 다음
옷을 깁고 물들이는데
마음속에 저절로 환희가 넘쳤네.
그는 한쪽으로 물러나서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더니만
곧 벽지불이 되어서는
훌쩍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네.
나는 이 때 원력을 세웠나니
이 몸이 신족통을 얻어
나도 이 분과 마찬가지로
큰 신통력을 얻어지이다.
이 때 쌓은 복덕 때문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천상이건 인간 세상이건
내가 지은 복덕을 받았네.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사람의 몸을 얻고서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이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드디어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내가 지은 선행은 매우 적건만
한량없는 편안함을 누렸었네.
나는 또 나쁜 짓을 하였는데
이제 말할테니 들어보소서.
동쪽 나열지(羅閱祗)로 가서
존귀한 이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집을 나가 밖으로 돌아다니며
남의 집에 음식을 구걸하였네.
그러다 돌아와 부모를 뵈었더니
두 사람은 서로 즐거워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만 매질을 해대며
욕설을 하고 내쫓았다네.
나는 단지 올바르게 처신만 할 뿐
몸으로는 보시행을 하지 않다가
흑승지옥(黑繩地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었네.
그 때의 남은 재앙 때문에
최후의 이 생(生)에 와서도
삿된 외도(外道)에 빠져
몸을 학대하여 갈대처럼 여위었네.
나는 응당 이 질병을 앓다가
수명이 다하면 열반을 얻게 되리니
전생에 지은 나머지 재앙도
이 때에 다 소멸하게 되리.
이에 마땅히 즐거운 마음으로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기나니
환희심을 가지기만 하면
인간이 천상보다 나을 수 있다네.
이와 같이 구율존(拘律尊)은
비구 대중들이 계신 곳
아뇩달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4. 윤제타품(輪提陀品:淨除)[열일곱 수의 게송]
나는 옛날에 가는 절마다
깨끗하지 못한 곳을 보기만 하면
즉시 빗자루를 가지고서
그 절을 깨끗이 청소하였네.
마침내 절이 깨끗한 걸 보고서는
마음에 뛸 듯이 기쁨이 넘쳐
나도 깨끗하고 티끌조차 없게 되어
이 절처럼 청정하기를 기원하였네.
이 때 쌓은 공덕 덕택에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치고
비길 데 없이 단정하였네.
그리고도 복덕이 남아
이 최후의 생(生)에 와서는
부모가 나의 이름을
정제(淨除)라고 지어 불렀네.
나는 친족들 가운데에서
태어날 때도 가장 맑고 깨끗하여
누구나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
보는 이마다 매우 좋아하였네.
바르게 깨달으신 부처님 만나 뵈오니
위없는 삼계의 스승이시네.
나는 이미 아라한이 되어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내가 바라는 바는
내가 때 묻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제 때 묻지 않은 아라한이 되어
번뇌를 모두 끊어버렸네.
가령 청소를 하여
온천하를 깨끗이 한다 하여도
욕심을 모두 여읜 이를 위하여
그가 다니는 곳을 청소함만 못하리.
가령 도인이 다니는 곳
천하를 다 청소한다 하더라도
사방의 스님들을 위하여
한 걸음 땅을 청소함만 못하리.
설사 또 청소하여
온천하의 절을 깨끗이 한다 하여도
부처님께서 계시는 절
한 걸음 땅을 청소함만 못하리.
나 자신이 지은 복덕은
이 때문에 남보다 나았던 것이니
부처님께서 계신 절을 청소할 때면
그 마음은 뛸 듯이 기뻤었다네.
이로써 환히 알았나니
부처님의 도덕이 높고 높은 줄을
부처님께서 계신 절을 섬기면
매우 큰 복덕을 얻게 되리라.
나는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하여
그 옛날 선행을 지어 왔나니
이로써 그러한 결과를 얻어
마음에 평온과 안락을 얻게 되었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절을 위하여
깨끗이 하길 좋아하며 일심으로 섬기나니
인자(仁者)들이여, 이것이 제일 공덕이니
이보다 나은 복전(福田)은 없다네.
이에 부처님을 모시고 섬기면
한량없는 안락을 얻게 되나니
일체의 음란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모두 부수어 없애버린다네.
마음 비우는 기쁨 가볍지 않으니
얻어지는 그 복덕 어찌 적으리요.
정각을 이루신 여래와
모든 불제자께 회향합니다.
이와 같이 윤제타는
비구 대중들이 모인 곳
아뇩달지 큰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5. 수만품(須蔓品:善窓)[열네 수의 게송]
옛날 집의 나가 유람할 적에
당시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머리엔 부식(傅飾)을 쓰고
귀에는 수만화(須鬘花)를 달았었네.
유위불(惟衛佛:毘婆尸佛)께서
그 곳에 큰 절을 세우셨는데
멀리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물며 부처님을 섬겼네.
친구와 함께 집에 돌아가
저마다 좋은 꽃을 가져와서는
모두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 계신 절에 뿌렸다네.
나는 그 때에 보시하는 것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믿음을 일으켜
숲속의 꽃들을 가져다가
부처님의 절에 올렸던 것이라네.
태어나는 곳마다 다른 곳에는 나지 않고
천상 아니면 인간에 태어났으니
이러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작은 선행의 보답을 받은 것이었네.
최후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신
위없는 스승이신 부처님을 만나서
아라한의 지위에 올라
청량한 해탈을 얻게 되었네.
보시한 것은 꽃 한 송이뿐인데
백년 천년의 긴 세월 동안
천상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누리고
남은 복덕으로 열반을 얻었네.
가령 내가 평소에
부처님의 공덕이 한량없음을 알고서
탑과 절을 세웠다면
그 복덕은 어찌 다함이 있으랴.
반드시 환희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복덕이 오히려 적어진다네.
등정각을 이루신 여래와
그리고 모든 불제자들이시여,
나는 오직 이 분들만 생각하여
몸소 공덕을 지어 왔는데
이제 그 보답을 받아
마음에 즐거움과 평안 얻었네.
이와 같이 했던 일의 인연 때문에
모두 다 단멸하여 태어나지도 않으리니
번뇌가 다하고 집착이 없어
청량한 열반을 얻었다네.
오취(五趣:五道)가 이미 사라져
다시는 모태에 태어나지 않으리니
이것이 최후의 생(生)으로서
따라서 다시는 생을 받지 않네.
생사의 근본을 해탈하여
생사의 바다를 이미 건넜나니
이제 나는 이러한 인연 때문에
수만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네.
지금 장로 수만은
대중 스님들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6. 윤론품(輪論品:明聽)[열한 수의 게송]
유위불(惟衛佛)께서 세상에 계실 때
반두마국(槃頭摩國) 땅에
본래 사방의 스님들을 위하여
내가 방 한 칸을 지었다네.
이부자리와 침상 따위도
모두 기꺼이 보시하였네.
이에 환희심이 일어
당시 이렇게 발원했다네.
나는 정각을 이룬 부처님 만나
출가하여 사문이 되겠나이다.
위없는 무위(無爲)에 이르러
청량한 열반을 얻어지이다.
이러한 인연 공덕 근본이 되어
구십일 겁 동안 안락 누리고
이미 자연견(自然見)1)을 얻어
천상과 인간에 태어났다네.
그 나머지 공덕으로는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와서
세력 있는 장자의 집에 태어나니
교만하고 귀한 데다 외아들이었네.
태어나 부친의 사랑을 받으니
아버지가 전하는 말씀을 들었네.
내가 너에게 주려고 하는
보배 창고가 수없이 많도다.
발바닥에 기이한 털이 나서는
자연히 네 치[四寸]까지 자라났다네.
신체는 부드럽고 잘 생겼으니
편안하여 해치는 이 아무도 없네.
과거의 구십 겁도 그러하였고
그 나머지도 또한 마찬가지네.
발을 들어 땅을 밟은 때를
나의 몸은 기억하지 못하네.
지금 최후의 생에 와서도
다시 사람의 몸을 얻고서
집착 없는 경지를 성취하여서
청량한 열반에 이르렀다네.
부처님께서는 혜안으로 나를 보시고
정진(精進)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해탈을 얻고 번뇌가 다하여
이미 부동의 진리를 얻었네.
이와 같은 구리종(拘梨種)이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7. 범기품(凡耆品:取善)[여덟 수의 게송]
나는 복덕이 무엇인지 모르고
근본 인연의 뜻 또한 몰랐는데
유위불(惟衛佛)께서 계신 절에
공양하며 받들어 모시는 광경 보았네.
자금빛 번쩍이는 절에서
깃발과 일산에다 향과 꽃을 갖추고
탑과 절을 공양하는 것을 본 덕분에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었네.
늘 천상과 인간 세계에 태어나
지은 공덕 보답 받아
구십일 겁 동안이나
한 번도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았네.
조그만 공덕을 지었을 뿐인데
이토록 많은 안락을 누리고
이미 집착 없는 경지를 얻어
청량한 열반에 이르게 되었네.
만약 내가 본래부터
부처님 공덕이 이러한 줄 알아
늘 탑과 절을 공양했다면
얻은 복덕 이보다 훨씬 많았으리라.
이런 까닭에 분명히 알았나니
부처님의 덕은 넓고도 커서
탑과 절을 공양한다면
그 복덕이 한량없다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혜안으로 나를 보시고
경락(經樂) 제일이라 말씀하셨나니
여러 가지 설법들을 많이 들어
변재에다 지극히 참된 덕을 갖추었다네.
이에 장로 범기는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8. 빈두로품(賓頭盧品:乞閉門)[열한 수의 게송]
나는 본래 부모의 몸을 거쳐
자식들 가운데 존귀하게 태어났다네.
삼가 공경히 아버님을 섬기고
어머님께도 효성이 극진했었네.
부모님과 누이와 동생들이
남녀 종들을 부릴 적에는
나는 부모님께 말씀드렸네,
때 맞춰 종들에게 음식을 주라고.
그러다가 탐욕과 질투심을 일으켜
부당하게 부모님을 봉양하지 않고
화를 내며 비방하는 말을 하였으며
음식과 재물을 모을 수 있었네.
이 때 지은 죄업 때문에
대산지옥(大山地獄) 속에 떨어졌었고
흑승지옥 속에서 불타고 구워지니
겪은 그 고통 헤아릴 수 없었네.
겨우 지옥에서 빠져 나와서도
세세생생 태어나는 곳마다
늘 심한 기갈에 시달리다가
고생하며 굶주림으로 죽어갔었네.
최후의 생(生)인 지금에 와서
다시 사람의 몸을 얻어서
등정각을 얻으신 부처님을 만나 뵈니
위없는 우리의 스승이시네.
스승이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이미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집착 없는 도를 성취하여서
청량한 해탈에 이르렀다네.
인자(仁者)들이여, 나는
신족통으로 능히 허공을 날아
다시 굴 속으로 돌아와
이에 음식을 먹을 수 있었네.
이런 까닭에 마땅히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을 잘 받들어 모실지니
일심으로 머리 조아려 예배함에
한량없는 복덕을 지니게 된다네.
인자들이여, 나는 오직
지은 악행을 없애길 생각했나니
심은 대로 결과를 거두게 마련
죄와 복은 거역할 수 없다네.
빈두로(賓頭盧) 폐문(閉門)이
이 자리에 모인 대중이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
9. 화갈품(貨竭品:善來)[스물한 수의 게송]
일찍이 존귀한 집 아들이 되어
반두마국(般頭摩國)에 살 적에
재물과 보배가 많은 친척과
권속들에 둘러싸여 살았었네.
늘 왕의 주변에 살면서
누리는 쾌락이 한량없었고
단정한 외모는 보는 이마다 좋아하니
그 얼굴빛 비길 바 없이 아름다웠네.
내가 수레를 타고 나갈 적에는
많은 사람이 앞뒤로 인도하였고
두루 유람하러 가려고 하면
아름다운 여인들이 함께 따랐네.
그러다 한 곳을 유람할 적에
고요한 모습의 사문(沙門)을 보았나니
안정된 자태를 갖추고서
몸엔 진홍빛 가사를 걸쳤네.
당시 나는 그 사문을 보고
악독한 마음을 일으키고 말았으니
그 모습이 너무도 미워
분노를 느끼며 불쾌해 하였네.
어찌하여 수염과 머리털은 길고
얼굴은 온통 검고 더러우며
몸은 종기와 부스럼으로 뒤덮여
몸과 마음이 모두 여위고 지쳤는가.
이러한 생각으로 죄를 지었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였던 탓에
그곳에서 수명을 다 마치고는
바로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네.
지옥에서 벗어나서도
얼굴은 검고 추악하였고
부스럼과 종기가 온몸에 나고
몸과 마음 모두 여위고 지쳤었네.
질그릇을 들고 구걸하면서
버려진 시체가 입던 옷을 걸치니
옷은 낡고 거칠고 더러웠으며
편안히 머물 거처도 없었다네.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며 이리저리
입에 풀칠이나 하러 구걸할 때면
몽둥이질에 갖은 욕설을 당하며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네.
이러기를 오백 생(生)에
태어나는 곳이면 태어나는 곳마다
곤궁하여 항상 배고픔을 겪다가
고생 끝에 굶주림에 죽어갔었네.
그러다가 마침 부처님께서
비구승에 둘러싸여 계시는 채로
모여 있는 여러 대중들에게
감로 같은 법을 말씀하심 뵈었네.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곧장 분주히 달려갔으니
마음속으로 그곳에 가면
음식을 얻을 수 있으려니 생각했었네.
많은 사람 모인 그곳 당도해 보니
모두 앉아 법문을 들으려고만 하여
본래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가
아무도 음식을 베푸는 이 없었네.
그 때에 저 대자비심을 지니신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네.
그대는 이곳에 잘 왔다.
어서 이곳에 와 앉도록 해라.
나는 즉시 뛸 듯이 기뻐
일심으로 두 손을 모으고서는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와 한쪽에 앉아 있었네.
이에 크게 불쌍히 여긴 나머지
구담(瞿曇)께서 자비를 한껏 베푸시어
차례로 분별하여 설명하시며
나를 위해 사성제(四聖諦)를 말씀하셨네.
부처님께서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라주시니
이로 인해 도의 자취를 보게 되었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마음을 고요히 하여
이에 신통(神通)을 얻게 되었네.
이런 까닭에 나의 이름을
다갈(茶竭)이라 불렀나니
이로 인하여 부처님께서는 나를 두고
정수(正受:禪定) 제일이라 하셨네.
부처님께서는 용맹하신 대존(大尊)
세상에서 가장 우뚝 뛰어나신 분으로
한량없는 신통과 자비심을 갖추어
우리 중생을 고통에서 건져주셨네.
선래존(先來尊)이 이와 같이
대중 스님들 계신 곳
아뇩달지 연못가에서
스스로 전생의 일을 말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