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위승광천자설왕법경(佛爲勝光天子說王法經)
대당(大唐)사문 석의정(釋義淨)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국(室羅筏國)의 서다림(逝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서 큰 비구의 무리 백천 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은 모두 큰 아라한으로써 모든 번뇌를 다 없앤 사람이었다. 또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은 사람 가운데 큰 용(龍)으로서 일생보처(一生補處)들이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어느 한 나무 아래 승묘좌(勝妙座)에 두 다리를 맺고 앉으셔서 널리 사람과 하늘을 위하여 스스로 증득하신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는데 이른바 처음과 중간과 끝이 좋고, 문장이 훌륭하며 이치가 교묘하고 뛰어나며, 한결같고 원만하고 맑고 깨끗한 범행상(梵行相)이었다.
이 때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왕 승광(勝光) 천자가 수레를 화려하게 꾸미고 시종의 호위를 받으며 실라벌국의 서다림으로 와서 세존께 예배하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가까이 받들어 섬기려고 하였다.
그가 숲에 이르자 수레에서 내려 의복을 정돈하고 대사(大師)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다가 멀리 여래께서 나무 아래에 앉아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단정하여 모든 감관[根]을 조복하셨고 고요함을 좋아하여 증상정(增上定)에 머무셨으며, 사람 가운데 용상(龍象)이시며, 사자왕(師子王)과도 같고 우왕(牛王)과 같고 선지마(善智馬)와도 같았다.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이신 것이 마치 백련화(白蓮華)와도 같고 못[池]의 맑고 아늑함과도 같으시며 묘고산(妙高山)이 대해에 으젓하게 버티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또한 32상과 80종호를 구족하셨는데 마치 아름다운 금당(金幢)처럼 모습과 빛이 충만하였고, 또한 눈부신 햇살이 수천 가지 빛을 환히 놓는 것과도 같았으며, 둥근 달이 여러 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과도 같았다.
이렇게 왕이 이 같은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나자 몹시 기뻐하여 몸의 털이 곤두서니 예전에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하여 왕은 관정(灌頂)할 때 받았던 여의계주(如意髻珠)와 흰 차양과 흰 불자와 보석신발과 보석검의 다섯 가지 물건을 모두 버려두고, 보통 사람들의 옷을 입고서 그 신하를 따라 나아갔는데 바른 생각을 차분히 하고 모든 감관을 고요하게 하여,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의복을 정돈하고, 몸을 굽혀 합장하고 세존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진귀하고 아름다운 꽃을 흩뿌리고 여러 가지 좋은 향을 피운 뒤에 공양을 마치고서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 때에 승광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위의를 갖추고 합장하면서 부처님을 향하여 말씀드렸다.
“큰스승이시여, 저를 일깨우고 깨우쳐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옵니다. 저에게 나라의 주인된 법을 잘 가르쳐 주셔서, 현세에서는 항상 편안함을 누리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마땅히 하늘 위에 나게 하시며, 보리의 좋은 마음이 언제나 계속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오.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들어보십시오. 참으로 드문 일이니 능히 묻기를 다하여 뛰어난 자량(資糧)을 구하며, 마땅히 법행을 따라서 악한 일을 제거하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대왕이여, 만일 왕과 신하가 그 착한 법을 버리고 악한 법을 행한다면 현세에서는 사람한테 업신여김을 당하고 누구나 친절히 대하지 않으며 모두가 의혹을 품습니다. 언제나 나쁜 꿈을 꾸며 원수가 많아져 후회하고 뉘우칠 일이 생기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대왕이여, 만일 왕과 신하가 악한 법을 멀리 여의고 착한 법을 닦으면 현세에서는 사람들이 우러르고 존경하며 모두 친근하게 대하고 의혹을 내지 않으며 언제나 좋은 꿈을 꾸며 능히 원수를 제거하여 후회하는 일이 없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하늘 위에 나며 내지 보리와 진실하고 항상하며 즐거운 경지를 증득하게 됩니다.
대왕이여, 부모가 자식들을 사랑하여 언제나 자식들이 편안하기를 원하고 고통이 생기지 않게 하고 그 악한 행을 막고 착한 업을 권유하듯이, 왕이 된 이도 또한 그와 같이 모든 신하 내지 나라 사람과 종에 이르기까지 그들 모두를 보시·애어(愛語)와 이행(利行)·동사(同事)의 4섭법으로 사랑하고 길러야 합니다. 그러면 그때 왕은 능히 나라 안에 이 같은 큰 이익을 널리 지은 뒤에는 두 가지 이익되는 일을 성취하나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왕은 부모처럼 사랑하고 염려하되 차별이 없으며 나라 사람은 누구나 자식처럼 충성과 효도를 품는 것입니다.
또한 대왕이여, 왕이 된 이는 성품[性]이 은혜롭고 어질며 세금을 가볍게 거두고 부역을 감소하며, 관직을 설치하고 직책을 분류하되 번거롭게 하지 않으며, 악한 사람을 내쫓고 벌주며 어질고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등용하며, 충성스럽지 못한 이는 서둘러 멀리해야 하고 옛날의 거룩한 임금의 법을 따르고 형벌을 시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사람의 갈래[人道]에 태어난 자는 훌륭한 연(緣)의 감응을 받은 것이니, 만일 그 목숨을 끊는다면 틀림없이 악보(惡報)를 받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항상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삼보를 공경하고 그릇된 견해를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라도 내가 부탁한 법을 왕과 신하들이 마땅히 옹호하고 파괴하지 말아서 정법의 횃불을 켜고 정법의 바퀴를 굴려 미래제(未來際)가 다하도록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만일 능히 이같이 가르치는 대로 행한다면, 곧 그 나라의 용왕도 기뻐하여 바람과 비는 순조롭게 내려주며 모든 하늘들도 크게 기뻐하여 풍요롭고 편안하게 해주며, 횡재(橫災)를 모두 제거하여 온 국토가 태평하고, 왕의 몸이 쾌락하여 영원토록 그 지위를 보존할 것이요, 복의 힘이 불어나서 딴 근심이 없고 수명을 더하며 현세에 명칭이 시방까지 퍼져 다른 나라의 모든 왕들도모두 함께 이렇게 찬탄할 것입니다.
‘아무 나라 천자는 어질고 겸손하며 충성스럽고 효순하여 법으로 백성을 교화하고 구원하므로, 여러 나라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 되니, 이제 우리들은 마땅히 이 대법왕(大法王)에게 귀의하리라.’
그 왕은 몸을 버린 뒤에는 하늘에 나서 뛰어나고 좋은 즐거움과 내지 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또한 대왕이여, 일체 모든 법의 체성(體性)은 텅 비었고 덧없으며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이 밤에 꿈을 꿀 때 좋은 동산과 산과 물이며, 사람들과 무성한 숲과 맑은 샘과 당사(堂舍)와 누각(樓閣)들의 온통 즐겁고 사랑스러운 광경을 꿈꾸다가 급기야 잠을 깨고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물려받은 왕위(王位)와 목숨, 소유한 모든 쾌락과 자재로움과 존귀함, 5욕락을 누리며, 코끼리 부대·말 부대·수레 부대·보병의 부대를 지니며, 부모와 형제와 남녀와 왕비를 비롯한 그 나라의 모든 사람 내지 신하와 첩(妾)이며, 금은 보배·의복·음식과 모든 창고에 이르기까지 소유하며 누릴지라도 목숨을 마칠 무렵에는 모두 다 버리나니, 이 같은 여러 가지가 전부 바로 덧없고 모두 사라지는 법이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일이란 끝까지 보존하고 지키기 어렵고, 몸은 요동하여 마침내 흩어지고 많이 두려워할 만한 곳에 괴로움이 생기고 나도 내 것도 없고 또한 주재(主宰)도 없는 것이니 항상 관찰하되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대왕이여, 비유컨대 큰 나무가 처음에 잎과 꽃이 피어나면 다음에는 마땅히 열매가 맺힐 것이며, 열매가 이미 익어 점차 떨어지고 푸르렀던 잎도 점차 누렇다가 뒤에 다 떨어져 마침내 모두 사라져 빈 나무만 남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나무가 말랐을 때 큰 불이 붙으면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다 오래지 않아 소멸하여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대왕이여, 비유컨대 해와 달이 큰 위력이 있고 큰 광명을 구족하여 능히 캄캄한 곳을 모두 없앨 수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오래지 않아 마침내 마멸(磨滅)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이같이 덧 없음과 나 없음과 멸진하는 것을 관찰한다면 마땅히 두려움이 생길 것이니, 나라왕이 되어서는 마땅히 법으로 교화하되 법 아닌 것을 행하지 말 것이며, 항상 여러 착함을 닦되 악한 행을 따라서는 안 됩니다.
또한 대왕이여, 비유컨대 각기 사방에 있던 큰 산이 사방으로부터 몰려들어 견고하게 한 덩어리가 되어 빈틈 없이 위로는 공중을 타넘고 아래로는 지계(地界)를 부숴버리면 그 가운데 있는 풀·나무·숲 및 모든 생명의 무리들은 그 중에 단 하나도 날거나 달려서 피할 수 없을 것이요, 건강한 장부라도 그에 대항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능히 주술이나 약(藥)과 재물로도 퇴각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인간의 네 가지 산(山)도 또한 그와 같으니, 이른바 늙음과 병듦과 죽음과 세력을 잃음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늙음이 이르면 사람을 여위게 만들고, 병이 이르면 능히 괴로움이 생기고, 죽을 때가 닥치면 반드시 목숨이 끊어지고, 세력을 만일 잃으면 그 위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대왕이여, 마치 사자왕이 빠르고 억센 힘과 예리한 어금니·발톱으로 사슴들 속에 뛰어들어 마음껏 잡아먹어도 능히 장애될 것이 없으니, 모든 짐승들은 그의 위협에 질려 자기 마음대로 못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알아야만 합니다. 일체 중생도 죽음의 화살을 맞으면 아무리 억센 사람이라도 돌아갈 곳이 없고 보호받을 곳이 없으며, 목숨이 끊어질 무렵 뼈마디가 모두 풀어지고 피와 살이 마르며, 입으로는 말을 못하고, 손과 발은 흔들리며 온몸의 힘이 다 사라집니다. 가래와 침과 똥과 오줌이 그 몸을 온통 더럽히며, 눈 등 여섯 감관이 모두 다 막히고, 목구멍에는 기(氣)가 거슬려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서 잠깐 사이에 의식이 없어지나니, 아주 먼 옛날부터 생·노·병·사의 고해(苦海)를 구르다가 업(業)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마침 목숨이 끊어지려고 하면 지었던 업이 모두 다 앞에 나타나고, 염마(琰魔)의 사자(使者)는 몹시 두려운 자이므로 길고 긴 어둠 속에서 그를 거스를 수가 없게 됩니다. 나고 드는 숨이 마침내 끊어지면 길동무도 없이 혼자 가야 하니 향하는 곳마다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이 인간 세상을 버리고다음 세상으로 나아가다 장차 큰 구덩이에 떨어져 몹시 어둔 곳에 들어가는데 오직 험악한 길을 건너되 또한 자량(資糧)도 없고, 업풍(業風)이 부는 대로 가니 앞길을 알지 못하며, 이 때의 고난을 달리 귀의할 데 없고 이에 업을 따라 보(報)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승번(勝幡)이라고 하는 다라니(陀羅尼)가 있어 만일 사람이 처음부터 받아 지닌다면 능히 생사 가운데 좋은 길동무가 되어 함께 서로 구호해 줄 것입니다.
대왕이여, 잘 들으시오. 내가 지금 그대에게 주문을 말하겠습니다.”
나모 석가모나예 다타아다야 아라아뎨 삼먁삼몯다야 다냐타옴 점
南謨 釋迦牟奈曳 怛他揭多也 阿羅帝 三貌三勃陀也 怛姪他唵 苫
계점계 살바바바 바라점마니 사바하
苫 薩婆波跛 癖苫末泥去莎 訶
부처님께서는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다라니는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이니, 날마다 깨끗이 씻고 일곱 번씩 외우면 큰 위신력이 있어 능히 구제 받을 것이니, 마치 몹시 추울 때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만나고, 너무나 더울 때 맑고 시원한 물을 얻으며, 뜨거운 여름날 길을 걷다가 좋은 나무 그늘을 만나고, 목마른 때 맑은 샘물을 만나며,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얻고, 병들었을 때 주술이나 약(藥)을 얻거나 또는 거기다 훌륭한 의원을 만나는 것과도 같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같이 복 있는 사람이 막 죽으려 할 때에는 상서로운 조짐[瑞相]이 나타나 그를 인도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 때에는 오직 선법만이 함께 서로 호념하여 귀의할 곳이 되어 주니 오직 이 다라니만이 그를 구제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마땅히 날마다 이 신비로운 주문을 외워야 하니, 그리하면 능히 일체 죄장(罪障)을 소멸하고 또한 능히 한량없는 복인(福因)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땅히 덧 없어 부서져 다하고 끝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잘 관찰하여 죽음의 문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품고 착함으로 세상을 교화하고 악한 법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복업을 닦고 훌륭한 자비를 일으켜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항상 이 몸은 사랑받고 보호받으며 이름난 요리사에게 공양을 맡겨 훌륭한 음식을 제공받으며, 수시로 휴식하여 근심이 없고 자재롭지만, 아무리 이같은 뛰어난 즐거움을 누린다 해도,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 죽을 무렵에 다다르면 극심한 굶주림에 핍박받다가 음식도 먹지 못하고 죽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왕이여, 입은 옷이 모두 미묘하여, 가시(迦尸)에서 생산된 흰 모직과, 화려한 무늬의 가벼운 비단옷을 입어 시원하고 따뜻함이 때에 알맞고 마음껏 즐거움을 누린다 해도,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 죽을 무렵에 다다르면 자리에 내맡겨진 채 남의 손에 굴려지며, 때[垢]가 몸에 엉키고 이불과 옷가지를 몸으로 더럽혀 능히 보는 이로 하여금 싫어하는 마음을 내게 합니다.
또한 대왕이여, 평소에는 날마다 목욕하여 몸을 아름답게 하고 바르는 향과 가루향으로 가지가지 장식하며 향을 쏘여 향기가 배게 하고 머리에는 화환을 쓰지만 설령 이 같은 으뜸가는 즐거움을 누릴지라도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간다면 점차 변하고 무너져서 본래 모양대로 돌아가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찌를 것이니, 목욕하거나 향을 발라도 모두 다 허사가 될 것입니다.
또한 대왕이여, 늘 내궁(內宮)에 거처하여 채녀(女)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온갖 풍악을 번갈아 울리며, 노래와 춤이 뜻에 만족하여 즐거움으로 세월을 보내며 근심스런 일을 듣지도 못하다가,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면 죽는 괴로움이 촉박하여 공포를 품은 채 죽고 맙니다.
또한 대왕이여, 거처하는 궁전을 갖가지로 화려하게 꾸미고 문이 제대로 소통하여 시원하고 따뜻함이 계절에 알맞으며, 마음껏 유쾌하게 날을 보내고 즐거움을 누리면서 밤을 새우며, 집안에는 횃불과 등을 밝히고 여러 채녀들이 가득 차 있고 성긴 바구니에서는 향기가 풍기고 빼어난 예쁜 꽃을 두루 펴놓으며, 와상(臥床)을 7보로 장식하고 방석과 요를 겹으로 깔았으며, 아울러 베개를 놓아두고서 멋대로 가만히 누워 조금도 걱정과 수고로움이 없다가 급기야 업이 다하면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게 됩니다.
몸이 죽고 나면 한림(寒林)으로 보내져 적막한 들판에 버려지는데, 시체는 물러서 썩어가고 피고름은 마구 흐르며, 뼈와 살이 갈라져 사람마다 더럽게 여기고, 모든 여우와 이리·부엉이·올빼미·독수리들의 먹이가 되나니, 슬프다, 이 몸이여, 마침내 여기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대왕이여, 아름다운 시기와 좋은 계절에 수레를 단장하여 성 밖으로 나와 꽃이 만발한 숲을 찾아 마음껏 노닐고 구경할 때에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마부가 앞뒤로 모시고 따르며, 뜻에 알맞는 수레와 말이 생각대로 되지 않음이 없고, 모든 신하와 시종들은 깃부채[羽扇]을 들어 위의를 엄숙하게 하며 포장을 높이 치고 나아가 금 일산을 받쳐 들며, 북과 노랫소리가 한꺼번에 울리고 방울과 목탁 소리는 드맑게 퍼져나가니, 사람들이 받들어 공경하기를 마치 제석천(帝釋天)인 듯 모십니다. 그러나 만일 복과 명이 다하여 염마의 사신이 와서 정신을 거둬들이고 장차 염마왕의 처소에 이르러 업에 따라 판결을 받을 때면, 능히 그것을 면할 자가 없고, 오직 앙상한 뼈만 땅에 버려질 뿐입니다.
부모 처자와 나라 사람들은 모두 함께 슬피 울고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면서, 영구(靈柩)를 끌고 시타림(屍陀林)에 도착하는데, 혹 태우거나 혹 묻거나, 혹은 물에 넣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새와 기는 짐승과 물고기와 자라 같은 것들이 그 살 냄새를 맡고 몰려와서 먹을 것이요, 뼈는 가루가 되어 흙 먼지와 다름이 없어집니다.
대왕이여, 일체 중생의 의식을 가진 무리들은 모두 다 이러하여 마침내 덧없이 부서지고 마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몸이란 보존하고 믿기 어려워 잠깐 동안에도 옮겨지는 것이요, 온갖 번뇌만 많아 가히 사랑하고 좋아할 수 없나니, 어떤 지혜로운 이가 싫어하고 여의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대왕이여, 마땅히 이렇듯 몸이란 근심의 근본이요, 무상(無常)이 따르는 것이고, 죽음의 왕의 핍박에 짓눌리는 것임을 관찰해야 하니, 이런 줄을 알고 나면 마땅히 법왕이 될 것이며, 마음을 제멋대로 놀리거나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악한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까닭인가. 대왕이여, 내가 말하지 않을지라도 어리석은 범부는 5욕의 대상인 색·소리·냄새·맛·촉감에 싸여 항상 즐거워하고 가까이 하나니, 이런 사람들에게는 능히 만족감만 일어납니다.
대왕이여, 누가 5욕의 경계에 대해 능히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겠습니까? 오직 어질고 성스러운 사람이어야 수승한 지혜를 일으켜 당장 앞에서 일어나려는 만족감을 점차 멀리 여의고 묘한 열반을 증득하는 것입니다.”
이 때 승광 천자는 부처님에게서 자신을 편안케 하고 나라를 깊이 보존하며,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면 이름이 시방에 퍼져나가고 마땅히 하늘에 나서 승묘한 낙을 받는다라는 말씀을 듣고, 속으로 깊이 전에 없었던 것을 얻은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면서 공경히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 부처님에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자비하신 여래께서 저희에게 이 같은 미묘한 법의 이치를 말씀하여 주시니 제가 지금부터 우러러 받들며 언제나 널리 퍼지기를 원하오며, 온 나라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외우고 익히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오. 대왕이여, 전세에 인(因)을 닦아 금세에 훌륭한 과보를 받고 천자가 되어 원하는 것은 마음대로 이루게 되었으니, 마땅히 내가 말한 대로 행할 것이요,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이 때에 승광 천자와 모든 대중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음으로 받들어 수행하며,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