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해하경(佛說解夏經)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명교대사(明敎大師) 법현(法賢)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 가란타(迦蘭陀)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할 일을 마쳤으며,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렸고, 이미 이익을 얻었으며, 어떤 생존[有]의 속박[結]도 다하여 마음이 잘 해탈한 이들이었다.
오직 한 비구가 현재에 배움 자리[學位]에 있었지만 부처님께서는 이미 그를 위하여 ‘법을 보고 법을 얻어 반드시 원만한 결과를 증득할 것이다’라고 기별을 주셨던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안거를 마치시고, 안거를 마칠[解] 때에 즈음한 보름날에 비구들과 함께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대중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나는 이미 청정한 수행[梵行]의 고요함을 얻었으니, 지금 이 몸이 최후의 몸이요, 위없는 약으로써 온갖 병을 끊어 없앴다. 내 제자들도 모든 법을 밝게 알아 모두 다 통달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여름 안거를 마치는 법[解夏法]을 말하리라.
비구들이여, 여름 안거 동안에 내가 가진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너희들은 인가하는가?”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나는 이제 청정한 수행의 고요함을 얻었고……몸과 입과 뜻의 업을 인가하는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들은 부처님의 몸과 입과 뜻의 업에는 아무 잘못이 없는 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로서는 지금 거기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불세존께서는 다루기 어려운 이를 능히 다루시고, 쉬지 못하는 이를 잘 쉬게 하시며, 편안하지 못한 이를 잘 편안하게 하시고, 고요하지 못한 이를 고요하게 하십니다.
여래께서는 바른 도를 잘 아시고 바른 도를 잘 연설하시며 바른 도를 잘 열어 보이시고, 저희들 성문으로서 보리를 좋아하는 이를 위하여 잘 설명하셔서 저희 성문들로 하여금 이치대로 수행하여 거룩한 결과를 증득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불세존의 몸과 입과 뜻에서 인가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지금 부처님께 저의 몸과 입과 뜻의 업에서 좋지 않다고 인정할 만한 것이 있는가를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그대가 가진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나는 좋다고 인정한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 사리불은 계율을 갖추고 많이 들었으며, 탐욕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며, 온갖 번뇌를 끊고 크게 정진하는 마음을 내어 바른 생각에 편안히 머물러 있다.
그대는 삼매의 지혜와 듣는 지혜, 빠른 지혜, 날카로운 지혜, 벗어나는 지혜, 통달하는 지혜, 광대하고 청정한 지혜, 매우 깊은 지혜, 짝이 없는 지혜 등 큰 지혜의 보배를 갖추었다. 그리하여 보지 못한 이를 보게 하고, 다루지 못하는 이를 다루게 하며, 법을 듣지 못한 이를 위해서는 법을 설명하고, 성내는 이는 기쁘게 하며, 사부대중을 위하여 설법하되, 게으름이 없다.
마치 저 금륜왕의 아들이 관정(灌頂)을 받고 왕위를 이어받아 법을 의지해 다스리는 것처럼, 그대 사리불도 그와 같이 내 아들이 되어 관정의 법을 받고 법왕의 자리를 이어받아 나와 같이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고, 나와 같이 번뇌가 다하여 해탈을 증득하였다. 그러므로 그대 사리불이 가진 세 가지 업을 나는 지금 다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 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인가하심을 듣고 정성을 다하여 예배하고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를 위해 세 가지 업을 인가하신 것처럼 이 모임의 5백 비구들의 몸과 입과 뜻에 있는 좋지 못한 것도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인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5백 비구들이 가진 세 가지 업도 나는 다 인가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5백의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으로서 온갖 번뇌가 이미 다하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모든 무거운 짐을 버리고 이미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생존의 결박이 다하여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오직 한 비구만이 현재에 배움 자리에 있다. 그러나 그 비구에 대해서도 나는 이미 ‘법을 보고 법을 얻어 반드시 원만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기별을 주었다. 사리불이여, 그러므로 나는 이 5백 비구들이 가진 세 가지 업을 모두 다 인가하는 것이다.”
그 때 사리불은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와 5백 비구들이 가진 세 가지 업을 부처님께서는 모두 인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지금 의심이 있어서 다시 여쭙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하여 분별하여 주소서.
세존이시여, 이 5백 비구들 중에서 몇 비구가 3명법(三明法)1)을 얻었고, 몇 비구가 구해탈(俱解脫)2)을 얻었으며, 다시 몇 비구가 혜해탈(慧解脫)을 얻었습니까?”
을 얻었으며, 다시 몇 비구가 혜해탈(慧解脫)을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5백의 비구 중에서 아흔 명의 비구는 3명법을 얻었고, 아흔 명의 비구는 구해탈을 얻었으며, 그 나머지 비구는 혜해탈을 얻었다. 사리불이여, 이러한 비구들은 모두 온갖 번뇌를 없애고 진실에 머물러 있다.”
그 때 모임에 있던 존자 바의사(儗舍)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부처님과 비구 대중 앞에서 여름 안거를 마치는 게송으로 찬탄하리라.’
존자 바의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히 게송을 읊었다.
여름 안거를 마치는 이 보름날
청정한 계율을 행하는
5백 명의 비구들
그들은 모두 번뇌의 결박 끊었다.
그들은 모두 번뇌의 법 다하고
성현의 과위[聖果位] 증득했나니
안은 고요하고 겉은 잘 다루어져
모든 생존에서 벗어났구나.
나고 죽음을 끝까지 벗어나
할 일을 이미 다 마쳤나니
무명(無明)과 잘난 체의 굳은 결박을
남김없이 모두 끊어 버렸네.
우리 부처님 가장 높은 어르신
온갖 삿된 생각의 그 법을 끊고
그리고 유루법(有漏法)을 끊고서
애욕의 병고도 잘 버리셨네.
애욕이 사라져 다시 나지 않으며
집착을 떠난 큰 사자(師子)로
어떠한 두려움도 없어졌나니
그는 오직 우리 불세존이시네.
비유하면 저 금륜왕이
천 명의 아들에게 항상 둘러싸여서
사천하를 잘 다스리고
사해를 항복 받는 것 같네.
또 비유하면 싸움에 이겨
가장 훌륭한 조어사(調御師) 된 것처럼
성문들이 3명(明)을 얻어
죽음을 떠난 것도 그와 같아라.
부처님 제자들 모두 이와 같아서
열반을 증득하여 다시 나지 않나니
나는 이제 법왕이시며 거룩하시며
큰 태양 같은 분에게 예배하네.
그 때 바의사 비구는 이 게송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존자 사리불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름 안거를 마치는 법을 듣고, 마음이 매우 유쾌하고 지혜로워져 기쁨이 벅차 올랐으며, 믿음으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