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태자모백경(佛說太子慕魄經)

불설태자모백경(佛說太子慕魄經)

후한(後漢)안식(安息) 삼장 안세고(安世高)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원(祇洹) 아난빈지(阿難邠坻) 아람(阿藍)에 계셨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몸이 숙명(宿命)에 바라내국(波羅奈國: 바라나시) 왕이 되었었는데 태자 노릇을 하던 적의 이름은 모백(慕魄)이었다.

처음 태어날 적에 특이함이 있었으니, 얼굴이 단정하여 짝을 이뤄 비교할 이 없었으며, 숙명의 수 없는 겁의 일을 스스로 알았고, 다시 선과 악[善惡]·죄와 복의 보를 받음[罪福受報]·장수와 요사[壽夭]·고움과 추함[好醜]·여기에서 죽어 저기에서 태어나는 것·어디에서 와서 태어났는지 모두 다 알았다. 그런데 나이 13세까지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왕에게 오직 이 아들 하나만 있었으므로, 온 나라 인민이 모두 중히 여기고 사랑하였으며 후사를 이어 왕의 지위를 잇는 것이 마땅하였다. 그러나 숙명과 억만년[億載]에 존망(存亡)과 재앙과 복[禍福]을 미루어 알았으므로, 13세에 이르기까지 질박한 채로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형체를 버리고, 허무에 뜻을 두었으며, 덤덤하여 주리고 차가운 것도 말하지 않았으며, 고요하고 맑으며 질박하여 뜻이 마치 마른 나무와 같았다. 비록 귀와 눈이 있으나 보고 듣는데 두지 아니하였으며, 지혜와 생각[智慮]이 비록 멀지만 마음과 뜻이 없는 것 같이 하였고, 더럽혀지고 욕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미워하거나 사랑함도 없었다. 장님 같고 귀먹은 이 같아서 동과 서를 말하지 않았으며, 모습은 마치 반장님[矇瞶] 같아서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았다. 부왕이 근심하고 염려하였으며, 근심 때문에 생기는 고통[患苦]이 크게 되었다 이웃나라에 몹시 부끄럽게 여겼고, 깔보이고 웃음거리가 될까봐 두려워하여, 나라 안의 여러 바라문들을 불러 물었다.

‘이 아들이 무슨 까닭으로 말을 하지 못하나요?’

바라문이 상(相)을 보고 말하였다.

‘이 아들은 악한 사람입니다. 비록 얼굴과 눈은 단정하고 수승하며 곱지만 속에는 화목하지 아니함[不親]을 품었으며, 상이 묵묵한 것을 보건대 부모를 해치고 나라를 위험하게 하며 종족을 멸할 것이 장차 멀지 아니하였으니 기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 말을 하지 못하는데, 무엇이 왕에게 이익이 되겠습니까? 지금 왕께서 다시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은 다 이 악한 아들이 방해하여 대왕으로 하여금 다시 아들을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왕께서는 내다 버려 산채로 묻어야 마땅하옵니다. 그래야만 왕의 몸을 온전히 하고 나라를 보전하며 종사를 편안케 할 것이며, 그런 뒤에야 다시 귀한 아들을 낳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매우 위태롭습니다.’

왕은 미치고 어리석은 말[㹰愚]을 믿어 ‘진실로 그렇다’고 하고는, 곧 근심하여 앉고 서는 것이 편안치 못하였고 기악(伎樂)도 거느리지 않았으며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달지 않았으므로, 장자·대신들과 더불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의논하였다.

어떤 신하가 말하였다.

‘깊은 산의 사람 없는 곳에 멀리 버리십시오.’

또 어떤 신하가 말하였다.

‘깊은 물에 던져서 잠기게 하십시오.’

그런데 한 신하가 말하였다.

‘스승[師]의 말과 같이 함이 마땅하옵니다. 다만 깊은 구덩이를 파서 옆으로 들어가면 집과 같이 만들고 쓸 것과 양식을 주며, 종 다섯 명을 산 채로 그 안에 두어 모시게 하고 운명에 따라 베어 끊게 하소서.’

왕은 곧 이 신하가 말한 대로 곧 새벽에 종을 보내어 일부러 나가서 땅에 파묻게 하였다.

태자는 속으로 슬퍼하면서도, 그 어리석어서 홀리는 것에 마음이 상하여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한량없었다. 그 어머니는 가련하고 애처로워서 마음이 상하고 끊어지듯 하였으며 ‘내가 상이 없어서[無相], 아들을 낳았지만 명이 박하여 이에 재앙을 만나니, 내 창자를 끊는 듯 하다’라 말하고, 목이 메어 울부짖고 슬퍼하며 그리움을 품었지만 쫓아가지 못하고, 바라보며 놓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보내어 ‘싣고 나가서 묻어버려야 마땅하다’고 하고는 태자의 의복·영락(瓔珞)과 보배를 취하여 모두 보냈다. 다시 밖에서 의복과 보물들을 다 벗겨서 한 쪽에 놓고 바로 함께 구덩이를 파게 하였다.

구덩이 파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모백(慕魄)은 수레 위에서 홀로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속으로 말하였다.

‘지금 왕 이하 인민에 미치기까지 모두 다 나더러 진실로 귀먹고 어리석은 벙어리라 말을 못한다고 하지만,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세간의 인연을 버리고 몸을 편안케 하며 번뇌를 피하고 정신을 맑히고 괴로움을 떠나고자 함이다. 이제 도리어 거짓으로 속인 것이 위태롭게 되어 이미 몸이 없어지고 저 사람들에게 파묻혀 떨어졌구나.’

곧바로 묵묵히 의복과 보배를 스스로 취하여 가지고 떠나갔다. 구덩이를 파던 사람들은 모백이 물건을 취해 간 줄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 때에 모백은 물가에 이르러 깨끗이 스스로 목욕하고 향을 몸에 바르고 의복과 영락을 모두 취하여 입고 구덩이에 이르러서 물었다.

‘구덩이를 파서 어디에 쓰려고 하시오?’

그 종이 대답하였다.

‘국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모백인데, 벙어리에 귀가 먹은 바보라 나이 13세에 말을 하지 못하므로 왕께서 바라문에게 물었더니, 바라문 스승이 말하기를 〈산채로 묻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이에 편안하고 길하며 나라를 보전하고 종속을 영화롭게 하며 후대의 자손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까닭으로 우리들이 구덩이를 만들어 모백을 묻으려 하는 것입니다.’

모백이 곧바로 말하였다.

‘내가 바로 태자 모백이오.’

사람들이 놀라고 두려워 옷과 털이 곤두섰다. 그리하여 서둘러 달려가서 그 수레 위를 보았지만 모백이 보이지 아니하였다. 돌아와서 구덩이를 파던 곳에 이르러 자세히 관찰하고 말을 들으니 뛰어나 특이한 소리가 있으며, 광경(光景)은 마치 달과 같았다. 세간에 듣기 드문 것이 그 좌우를 진동하니, 길에 돌아다니는 이가 멈추었으며 앉아 있던 이는 일어나고 날아다니던 새와 달리던 짐승이 모두 와서 모여 태자 앞에 엎드려서 태자의 말을 들었다.

모백이 또 말하였다.

‘내 손과 발을 보고 내 형용(形容)을 살펴보시오. 어찌 여러 미혹되고 거짓된 것들에게 속고 정신이 헷갈려서 거짓을 진실로 삼고 생상(生相)1)이 생기는 모양을 이름을 버릴 수 있을까?’

뜻을 내어 펼쳐놓은 말이 문장(文章)을 이루니 좌우가 황송해 하고 공경하고 나서 모두 황송하게 여기며 발로 참회하여, 위는 화합하고 아래는 동화되니 순종하지 아니한 이가 없었다. 그 거동에 크게 놀라고 겁이 나고 떨려서 둘씩 서로 보고 얼굴과 눈이 아울러 푸르러지면서 모두 말하였다.

‘태자께서 매우 신성함이 이에 이와 같습니다.’

모두 앞으로 나아가 예배하고 머리를 두드리며 말하였다.

‘저희들의 죄를 용서해주시고 함께 궁으로 돌아가 부왕의 처소에 이르시기를 원하옵니다.’

이와 같이 불쌍히 여겨주기를 구하였다.

모백이 말하였다.

‘이제 이미 버림을 받았으니,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마땅하오. 그대들은 지름길로 가서 왕께 아뢰어 이 사실을 아시게 해드리시오.’

그리하여 종들은 곧바로 바삐 달려가서 왕께 이와 같이 말하였다. 그 어머니가 슬퍼하며 사람을 시켜 상황을 물으니, 종이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매우 신성하십니다. 입을 열면 한 마디 말에 사람을 참으로 놀라고 두렵게 하시어 듣는 이들이 모두 요란하고 다니는 이들이 길에 가득하왕은 깜짝 놀라, 한편으로 기쁘고 한편으로는 슬퍼하면서 그렇게 된 이유를 매우 괴이하게 여겼다. 왕이 부인과 더불어 바로 수레를 몰고 가서 태자를 맞았으며 나라 백성들은 큰 사람과 작은 사람 모두 부산하게 달려가지 아니한 이가 없었으며, 구경하고 우러러 보는 이[觀瞻]가 길에 가득하였다. 모두 말하였다.

‘태자가 신기한 모양을 나타내려고 한 짓 같다.’

왕은 이르지도 못한 사이에 모백이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도를 배우는 것이 마땅하겠다.’

이 뜻을 내는 데에 맞추어, 하늘의 제석[天帝釋]이 곧 조화를 부려 동산과 목욕하는 못을 만드니, 여러 과일과 나무의 쾌락함이 비할 데가 없었다. 모백은 곧바로 몸에 입었던 좋은 옷과 보배를 벗어버리고 변하여 도인이 되니 의복 입은 것이 엄연(儼然)하였다.

왕이 앞으로 이르다가 모백이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것을 마주치게 되었다. 모백은 왕이 와서 이르는 것을 보고 바로 일어나 왕을 맞아 예배하였다.

모백이 곧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자리에 나와 앉으소서.’

왕이 모백의 말과 음성을 들으니, 위신(威神)과 광경(光景)이 하늘과 땅을 진동하고 뛰어나서 짝할 이 없었으므로, 크게 환희하여 곧바로 모백에게 말하였다.

‘함께 나라로 돌아가서 지위에 있으면서 정사를 다스리면, 나는 피하여 물러나겠노라.’

모백이 말하였다.

‘아니 됩니다, 아니 됩니다. 저는 지옥을 두려워하고 싫어하여, 근심과 괴로움[愁毒]의 온갖 실마리[萬端]를 풀어보려고 마음과 몸을 다하며 애썼습니다.

제가 옛적에 일찍이 이 나라 왕이 되었었는데 이름이 수념(須念)이었습니다.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였으며, 25년 동안 매와 몽둥이를 쓰지 않았고 칼과 병기를 진열하지 않았으며 감옥에 갇힌 이가 없었고, 은혜로 보시하고 인(仁)으로 사랑하며 은덕을 베풀고 덕을 폈으며, 궁핍한 이를 구제하니 탐하고 아끼는 바가 없었습니다.

비록 이런 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잘못을 범하여 마침내 6만여 년 동안 지옥에 떨어져, 찌고 굽고 상처를 입고 찢어지는 고통의 혹독함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죽음을 구하여도 그러지 못하고 살고자 하였으니 그럴 수 없었사옵니다. 이 때를 당하니, 부모가 계시는 곳에 비록 재산[資財]이 억수레나 될 정도로 수 없이 있으며 부하고 또 귀하여 쾌락이 끝이 없다 할지라도, 제가 저 지옥에 있어서 고문을 당하는 것이 심할 줄을 어떻게 알 수 있겠으며 또한 어떻게 와서 제 몸의 고통을 나누어 취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죄에 떨어진 것이 무엇일까요?
지난 옛적에 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을 때, 작은 나라 왕들과 부용(附庸)되어 있던 모든 지역을 모두 다 거느렸었습니다. 왕의 성질은 인자하였고 덕은 지극히 순박하였으며 법령이 엄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여러 작은 나라 왕들이 모두 가볍고 교만하고 쉽게 여기고는 모두 함께 모의(謀議)하였습니다.

〈이제 이 대왕이 삼가하고 선하며 연약하여, 위업과 금령이 덕을 섭수치 못하므로, 큰 나라를 거느리는 일을 감당할 수 없으니 함께 쳐서 그를 쫓아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군사를 일으켜 와서 큰 나라를 쳤습니다. 그 때에 왕 수념(須念)이 그들을 맞아 진기(珍奇)한 재물과 보배를 모두 그들에게 주어 보내고 다시 중한 벼슬과 두터운 녹(祿)으로 무마하고 달래어 편안케 하니 곧 모두 그치고 각각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하고 오래 되지 않아 다시 와서 공격하기[攻伐]를 자주 하니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큰 나라 여러 관료들이 모두 함께 성내어 대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여러 작은 신하의 나라들[諸小臣國]이 어리석고 의(義)가 없어서 죄를 생각하지 않으며, 자주 거만하고 당돌하게 패역(悖逆)을 지어 존상(尊上)을 촉범(觸犯)2)하며, 백성들을 요란하게 하고 경비(警備)를 쉬지 못하게 하니, 토벌하여 도적의 폐해를 없애야 마땅하옵니다.〉
왕이 말하였습니다.

〈백성들의 부모가 되었으니, 인자함으로 교화하는 데에 힘쓰고 자기를 어질게 하여 남을 기르며 자기 목숨을 위태롭게 해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마땅하오. 저들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으니, 그 무식(無識)함을 어여삐 여겨 점차 달래고 인도해야 하지, 차마 해를 입히지는 못하겠소.〉
왕은 큰 자비로 널리 중생의 목숨을 불쌍히 여기어 영원히 토벌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작은 속국에게 자주 능멸 당하고 얕잡아 보이는 것을 참지 못하여, 분노심에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고 몰래 사사로이 군사를 일으켜 여러 나라를 토벌하여 곧바로 인민을 크게 죽였습니다.

대왕이 듣고 몹시 슬피 통곡하니 비가 오듯 눈물을 흘렸으며, 여러 나라에서 사망한 인민을 위하여 상복을 입었고, 마치 제 아들을 잃은 것 같이 불쌍하고 어여삐 여기는 것이 끝이 없었습니다.

여러 작은 나라의 왕들은 큰 나라 왕이 자비한 마음으로 인민을 불쌍히 생각하는 것을 보고 이에 곧 모두 항복하여 스스로 와서 복종하였습니다.

스스로 와서 복종한 이들을 위하여 대왕이 곧 차담[㕑饍]을 베풀게 하였습니다. 대관(大官)이 차담을 베푸는데 모두 소·염소와 6축(畜)을 삶아 죽여서 온갖 맛을 갖추었습니다. 잡아 삶을 때 번번이 먼저 왕께 아뢰니, 마음으로는 비록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머리를 끄덕여 허가하였습니다.

이로 해서 죄를 얻어 근고함이 이와 같았습니다. 매양 한 생각의 마음에, 차가운 것을 깊게 품어도 옷과 털이 곤두서며 신체가 허하고 찬 땀이 납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과거세에 번갈았던 길과 흉, 편안함과 위태함, 성공과 패배를 추억(追憶)하여 다시 함께 모일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혀를 맺어 말을 하지 않고 13세까지 이르러 고요한 침묵[靜黙]으로 흠결을 면하고 더러움을 벗어나며 번뇌를 벗어나서 영원히 세속을 하직하여 액난[厄]과 만나지 않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마침내 다시 생각하니,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왕에게 생매장을 당하게 되었으니, 왕이 훗날에 다시 이 재앙을 얻을까 두렵습니다.

한 번 지옥에 들어가면 나올 기한이 없습니다. 제 뜻은 왕으로 하여금 죄를 얻게 하고 싶지 않은 까닭에 다시 말을 하였지만, 도를 위하여 무위(無爲)에 뜻을 지키고자 하지 왕이 되는 것은 즐겁지 않사옵니다.

사람이 세간에 사는데 황홀하기가 꿈과 같으며, 집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잠깐 사이이고, 수명을 헤아려도 얼마 되지 않으며, 근심과 두려움만 연장되고,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은 많으니 여러 번뇌의 온갖 실타래[萬端]입니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나라·재물과 보배·은혜와 사랑을 누(累)로 삼으며 여러 욕심을 티끌[번뇌]로 여기니, 제가 왕이 되게 한다면 또 다시 교만하고 음탕하며 쾌한 뜻을 탐하여 인민으로 하여금 근심하고 번거롭게 하여 천하의 큰 환(患)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심을 없애고 진루(塵累)3) 를 버려서, 막힌 근원을 도로 흐르게 하고 제도하지 못한 이들을 제도하고자 합니다. 세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맡겨져 있는 것과 같아서 하나라도 믿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나이를 먹어 쇠해지고 늙은 목숨을 재촉하는 것이 빠르기만 합니다. 뒷걸음치거나 꿈틀거려 도에서 떠나감이 날로 멀어지게 할 수 없으니, 부귀를 탐하지 않고 보배를 중하게 여기지 않으며 세간의 영화를 버리고 큰 도[大道]를 생각하여, 높이 날아 멀리 가는 것이 세간에서 스스로 구제되는 것입니다.’

부왕이 말하였다.

‘어찌 가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네가 지혜로운 이[智者]가 되었으니 미치지 못한 것을 용서하고, 그리하여 나를 버리고 가지 못해야 마땅할 것이니라.’

왕의 마음은 슬프면서도 기뻤으며, 자신이 한 일을 깊이 후회하였다. 태자가 다시 말하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살아서 서로 버렸다는 것을 어디서 들었겠습니까? 그러나 은혜와 사랑[恩愛]이 이미 어그러졌고 골육(骨肉)이 이미 떠났으며 행한 것이 이미 잘못되었으므로 들어드리지 못하겠사오니, 괜히 괴롭게 서로 맞이해보았자 괜히 수고와 번거로움만 더할 것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말을 듣고, 그 뜻이 견고한 것을 보고 망연(罔然)히 어떻게 할 줄 몰랐으며, 부끄럽고 수줍어 대답할 말이 없었다.

왕이 말하였다.

‘네가 전세에 국왕이 되었을 때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였고 겨우 작은 과실이 있었으니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죄를 받아 괴로움이 이러했는데, 이제 나는 나라를 다스리면서 바른 법을 받들지 아니하고 이미 아주 작은 선도 없고 옳은 것을 반대하며 그른 것을 쫓아하여 교만하고 귀한 체 하여 순전히 위태(危殆)한 것만 행하였으니 죄를 얼마나 받아야 마땅하겠는가?’

그리고 곧바로 태자를 놓아 도를 행하겠다는 결심을 들어주었다. 태자는 이에 나라를 버리고 왕을 버렸으며 인물(人物)을 사모하지 않고 일심으로 오붓하게 정진하며 도를 생각하고 덕을 닦아 공훈(功勳)을 많이 쌓아 드디어 부처님을 이루기[成佛]까지 이르렀다.

부처님은 이미 도를 얻어 또한 시방의 모든 하늘과 인민을 제도하는데 헤아릴 수 없는 무앙수(無央數)의 겁을 수고롭게 여기지 아니하였으니, 보살이 거듭해서 몸과 마음을 번갈아 애를 쓰는 것이 이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때 태자가 바로 내 몸이고, 부왕은 현재 나의 아버지 열두단(閱頭檀)이며, 어머니는 마야(摩耶)이고, 이 때 관상술사[相師] 바라문은 조달(調達)이며 이 때 종은 아야구린(阿若拘隣) 등 다섯 사람이다.

모든 도를 하고자 하는 이는 모두 마땅히 부처님 가르침을 승순하여 가르침[經]과 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도를 행하기가 비록 힘들지만, 3악도(惡道)와 8난(難)의 곳에 있는 것 보다는 낫다.

계를 어기고 금하는 것을 범하면 뒤에 악도에 떨어지니, 혹 악도를 벗어나서 사람이 되더라도 가난하고 괴로운 데 태어나게 되어 있으며 혹은 종이 되어 바라는 것[願]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계를 받들고 선을 행하면 3존(尊)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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