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태자서응본기경(佛說太子瑞應本起經) 02. 하권

불설태자서응본기경(佛說太子瑞應本起經) 02. 하권

“보살은 여러 겁 동안 깨끗한 행(行)과 지극히 유순하고 커다란 사랑으로 도가 저절로 정해졌고, 참는 힘으로 마군[魔]을 항복 받아 귀신의 병사들이 물러가 흩어졌고, 정(定)의 뜻이 예전과 같아져서 지려(智慮:깊이 생각하는 능력)를 쓰지 않고도 근심하고 기뻐하는 생각이 없어졌으며, 이 날 초저녁에 1술사(術闍:智)를 증득하였느니라.

스스로 숙명(宿命)을 증득했으므로 수없이 많은 겁 동안 정신의 소갱(所更:바뀌어 달라짐)으로 엎치락뒤치락 몸을 받은 적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도 그 일들을 다 알았으며, 2야(夜)에 이르러 2술사(術闍)를 얻었느니라.

중생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선과 악, 재앙과 복, 나고 죽어서 나아가는 길 등을 다 알았으며, 3야(夜)에 이를 때쯤 3술사(術闍)를 증득하였느니라.

누(漏:번뇌)가 다 끊어지고 결(結:번뇌)이 풀려서 스스로 예전에 본래 오래도록 익혀 왔던 행(行)인 4신족념(神足念)·정진정(精進定)·욕정(欲定)·의정(意定)·계정(戒定)을 알게 되었다. 변화하는 법을 얻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대로 하였고, 다시는 생각을 쓰지 않고도 몸은 날아다닐 수 있고, 하나의 몸을 나누어서 백이 되고 천이 되었으며, 억만이 되고 수없이 많게도 되었으며, 다시 합해져서 한 몸이 되기도 하고 땅을 뚫고 들어갈 수도 있었고 석벽(石壁)도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

한쪽으로부터 나타나서는 밑으로 숨었다가 위로 뛰어나오는 것이 비유하면 마치 파도와 같았으며, 몸 속에서 물과 불을 낼 수도 있었고 물 위를 걷기도 하였으며, 허공을 걸어다녀도 몸이 떨어지거나 빠지지 않았고, 공중에서 앉고 눕는 것이 마치 새가 날아다니는 것과 같았다. 선 채로 하늘에 닿을 수 있어서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고 몸을 곧게 세우려고 하면 범천(梵天)과 자재천(自在天)까지 이를 수 있었으며, 눈으로 꿰뚫어 보고 귀로 훤히 들을 수 있었고, 마음으로 미리 다 알아서 여러 하늘·사람·용·귀신이며 기어다니거나 꿈틀대는 무리들에 이르기까지도 몸으로 행하고 입으로 말하거나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보고 들어 알았느니라.

모든 탐음(貪婬)이 있거나 탐음이 없는 이와 진에(瞋恚)가 있거나 없는 이와 우치(愚癡)가 있거나 없는 이와 애욕(愛欲)이 있거나 없는 이와 큰 뜻과 행이 있거나 없는 이와 안팎의 행(行)이 있거나 없는 이와 선을 생각함이 있거나 없는 이와 한결같은 마음이 있거나 없는 이와 해탈할 마음이 있는 이와 없는 이에 대해서는 모두 다 알았느니라.

보살은 천상과 인간, 지옥과 축생, 그리고 귀신의 5도(道)에서 과거생의 부모·형제·처자며 안팍의 성자(姓字)들을 낱낱이 분별하여 1세(世)와 10세(世), 백천만억의 수없이 많은 세상의 일과 하늘과 땅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겁(劫)이 무너져서 텅 비어 황폐해진 때와 한 겁이 비로소 이루어지면서 사람과 물질이 생겨날 때이며, 10겁, 백 겁과 천만억 무수히 많은 겁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의 안팎 성자를 다 알 수 있었느니라.

옷과 밥, 괴로움과 즐거움, 수명의 길고 짧음, 여기에서 죽어 저기에 태어남, 엎치락뒤치락 나아가는 세계며, 위로는 머리로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바뀌어왔던 몸과 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 일이며, 형색(形色)의 예쁘고 미움이며, 어질고 어리석음과 괴롭고 즐거운 일체 삼계의 모든 것들을 분별하여 알았느니라.

사람의 혼신(魂神)을 각각 스스로 따라가서 5도(道)에 태어나는 것을 보되 혹은 지옥에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축생으로 태어나기도 하며, 혹은 귀신이 되기도 하고, 혹은 하늘 나라에 나기도 하며, 혹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호탕하고 귀하며 부유하고 즐거운 집에 태어나는 이도 있고, 비천하고 더럽고 가난하고 천한 이의 집에 태어나는 이도 있음을 알았느니라.

모든 중생들이 혹은 5음(陰)에 스스로 가려져 있음도 보았나니, 첫째는 색(色)의 형상이요, 둘째는 아프고 가려운 느낌의 형상이며, 셋째는 고정 관념[思想]의 형상이요, 넷째는 운행하는 작용[行作]이며, 다섯째는 인식 작용[魂識]이니, 이 모두가 다 5욕을 익힌 것으로 눈으로 색을 탐하고 귀로 소리를 탐하며, 코로 냄새를 탐하고 혀로 맛을 탐하며, 몸으로 부드럽고 미끄러운 감촉을 탐하고, 애욕에 끌려 혹은 재물이나 여색을 탐하기도 하고, 안락을 생각하고 바라서 이로부터 모든 악의 근본이 생겨나고, 악으로부터 괴로움이 이루어지므로 애욕의 습기를 끊고 음탕한 마음을 따르지 아니하며, 큰 것이라 해도 마치 터럭과 같이 여겼으며, 8도(道)를 받아 행하면 숱한 괴로움이 사라져 없어질 것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땔나무가 없으면 다시는 불이 없는 것과 같나니, 이것을 작용이 없는 세상을 건지는 도라고 말하는 것이니라.

보살은 이미 악의 근본을 버리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으며, 나고 죽음이 이미 제거되었고, 씨와 뿌리를 이미 끊었으므로 묘목과 싹도 남은 것이 없었으며, 하는 것이 이미 성취되고 지혜가 이미 분명해졌는데, 명성(明星)이 나올 때에 확연(廓然)히 크게 깨달아 최상의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증득하였고 최정각(最正覺)이 되었으며, 부처님의 18법[佛十八法]을 얻고 10신력(神力)과 4무소외(無所畏)를 얻었느니라.

부처님의 18법이란, 부처님이 되었을 때부터 니원(泥洹:涅槃)에 이르기까지 첫째 도(道)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고, 둘째 부질없는 말이 없으며, 셋째 뜻을 잊어버림이 없고, 넷째 마음이 깨끗하지 않음이 없으며, 다섯째 약간의 생각조차 없고, 여섯째 살펴보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니라. 일곱째 하고 싶어하는 뜻이 줄어드는 일이 없고, 여덟째 정진(精進)이 줄어드는 일이 없으며, 아홉째 정의(定意)가 줄어드는 일이 없고, 열째 지혜가 줄어드는 일이 없으며, 열한째 해탈이 줄어드는 일이 없고, 열두째 세상을 건지는 지견[度知見]이 줄어드는 일이 없는 것이니라. 열셋째 오래된 세상의 일을 다 알고 보며, 열넷째 미래세의 일을 다 알고 보며, 열다섯째 지금 세상의 일을 다 알고 보며, 열여섯째 숱하게 많은 몸의 행을 살펴서 교화하여 비로소 알게 하며, 열일곱째 숱하게 많은 말의 행을 살펴서 교화하여 비로소 알게 하고, 열여덟째 숱하게 많은 뜻의 행을 살펴서 교화하여 비로소 알게 하고, 열여덟째 숱하게 많은 뜻의 행을 살펴서 교화하여 비로소 알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처님의 열여덟 가지 함께하지 못하는 법[佛十八不共之法]이니라.

10신력(神力)이란, 부처님께서는 깊고 미묘하며 은밀하고 요원한 옳은 이치와 그른 이치에 대하여 밝고 자세하기가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모두 보고 아시나니 첫 번째의 힘이요, 부처님께서는 미래와 현재와 과거 세상에서 짓고 행한 것과 보응(報應) 받는 것을 모두 밝게 아시나니 이것이 두 번째 힘이며, 부처님께서는 하늘·사람·중생들이 저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 분별하시나니 이것이 세 번째 힘이고,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약간의 근본이 되는 말[種語]과 세상을 건지는 말들에 대하여 모두 다 아시나니 이것이 네 번째 힘이며,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여러 가지 한량없는 마음과 형태를 모두 아시나니 이것이 그 다섯 번째 힘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선정·해탈·정의(定意)의 행을 나타내어 숱하게 많은 수고로움과 다툼을 제거하시나니 이것이 여섯 번째 힘이요, 부처님께서는 욕심과 속박을 아시고 속박을 푸는 요점을 알아서 처해 있는 곳에서 적절하게 행하나니 이것이 그 일곱 번째 힘이며, 부처님께서는 지혜는 마치 바다와 같고 착한 말은 한량없이 많으며 전생에 바뀌었던 온갖 것을 미루어 아시나니 이것이 그 여덟 번째 힘이고, 부처님께서는 천안(天眼)이 깨끗하여 사람이나 다른 물질이 죽으면 혼신이 다른 곳으로 가서 태어나며 선·악·재앙·복 따위가 행한 업에 따라 그 과보를 받는 것을 보시나니 이것이 그 아홉 번째 힘이며, 부처님께서는 번뇌[漏]가 이미 다 끊어지고 다시는 얽매이거나 집착함이 없으며 신비하고 참된 슬기로운 지혜로써 스스로 알고 보고 증득하며, 도의 행을 연구하여 펴서 해야 할 일이면 능히 하고 나고 죽음에 남음이 없으며, 그 지혜로 밝게 살피나니 이것이 부처님께서 지닌 10신력(神力)이니라.

4무소외(無所畏)란, 부처님께서는 신비한 지혜를 가지셨고 바르게 깨달으셨으므로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는데,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들은 서로들 말하기를, ‘부처님은 미처 다 알지 못하다’고 하지만 범천이나 마왕과 숱하게 많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님의 지혜에 대해서는 논란을 벌일 수조차 없기때문에 독보적 존재로서 두려워하지 않나니, 이것이 그 첫 번째 두려워함이 없는 것이요, 부처님께서는 번뇌를 이미 다 끊으셨으므로 모두 다 알고 계시는데도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들은 서로들 말하기를, ‘부처님은 아직 번뇌를 다 끊어 버리지 못했다’고 하지만 범천이나 마왕과 숱하게 많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뜻을 논할 수 없기 때문에 독보적 존재로서 두려워하지 않나니, 이것이 그 두 번째 두려움이 없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전과 계율을 천하에서 외우고 익히는데도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들은 서로들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전은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범천이나 마왕과 숱하게 많은 성인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바른 경전을 논할 수 없기 때문에 독보적인 존재로서 두려워하지 않나니, 이것이 그 세 번째 두려움이 없는 것이요, 부처님께서는 도의 이치를 나타내되 그 말씀이 진실되고 긴요하여 능히 괴로움과 재액을 건져줄 수 있는데도 어리석고 미혹한 중생들은 서로들 말하기를, ‘부처님은 괴로움에서 건져줄 수 없다’고 말하지만 범천이나 마왕과 숱한 성인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바른 도를 논할 수 없기 때문에 두루 다니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나니, 이것이 그 네 번째 두려움 없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정의(定意)를 얻으셨고 일체를 다 알고 보셨으므로 앉아서 스스로 생각하셨다.

‘이것은 진실로 미묘하여 알기도 어렵고 밝히기도 매우 어려운 것이구나. 높되 위가 없고 넓어서 끝이 없으며, 깊되 아래가 없으니 너무도 깊어서 헤아려 알 수 없느니라. 그리하여 크기로 말하면 천지도 에워싸고 작기로 말하면 틈이 없는 곳에도 들어간다. 옛날 정광(定光)부처님 때에 나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문(釋迦文)이라 하리라)고 하셨는데, 이제야 과연 얻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겁으로부터 애써 고생하면서 구하던 것을 이제야 얻었구나. 스스로 기억해 보니 과거 세상에는 여러 가지 보시를 하였고, 사랑[慈]과 효도, 인(仁)과 의(義), 예의와 공경, 정성과 믿음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고, 선(善)을 지켰으며, 마음을 비우고 성인의 법을 배웠다. 부드럽고 연약하게 마음을 깨끗이 하며, 6도무극(度無極:六波羅蜜)인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일심(一心)·지혜(智慧)를 행하고, 네 가지 평등심인 자(慈)·비(悲)·희(喜)·호(護)를 익히며, 중생들을 양육하되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하였고, 여러 부처님들을 받들어 섬기는 등 덕 쌓기를 한량없이 많이 하였으며, 여러 겁 동안 애써 고생하였더니, 그 공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아서 이제야 다 얻게 되었구나.’

그리고는 기뻐하시며 스스로 말씀하셨다.

이제 깨달은지라. 부처님 극히 높아
음욕 버리고 깨끗하여 번뇌 없어졌으며
일체를 거느리고 인도할 수 있으니
따르는 이들 틀림없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리.

지은 복의 과보가 통쾌한지라
미묘한 소원 다 성취하였으며
빠르게 최상의 고요함을 얻었으니
나는 장차 니원(泥洹)에 나아가리라.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도를 증득하시고는 음식을 적게 드시고 신체가 텅 비고 가벼움을 스스로 아시고 천천히 일어나 물에 들어가셔서 깨끗이 목욕하셨다. 목욕을 마치시고 언덕으로 오르려고 하시자 하늘이 나뭇가지를 당겨 주었으므로 그것을 휘어잡고 나와서 나무 밑으로 걸어 가셨다.

그러자 5백의 푸른 새[淸雀]가 날아와서 부처님을 빙 둘러 세 바퀴 돌더니 가 버렸다.

또한 장자(長者)의 여식으로서 시집간 이래로 아들 낳기를 기원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온갖 맛이 나는 죽을 만들어 산에 가서 나무 신에게 기도하고 나면 반드시 아들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곧 죽을 만들어 금발우에 가득 담기 위하여 죽을 쏟아 부었는데 솥과 국자엔 조금도 묻지 않았다. 여인은 더욱더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몇몇 여인들과 함께 산 속에 들어가 좋은 나무를 바라보다가 곧 여종을 보내 먼저 가서 소제(掃除)하게 하였다.

여종이 그곳에 이르러 부처님을 보고는 어떤 신(神)인지 알지 못해서 돌아 와 장자의 딸에게 보고하여 말했다.

‘어떤 신이 나무 아래에 앉아 있습니다.’

장자의 딸은 여종을 시켜 온갖 맛이 있는 죽을 머리 위에 이고 있게 하고는 꿇어앉아 음식과 함께 금발우를 진상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착한 마음이 있으면 틀림없이 현재 세상에서 복을 얻어 진리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니라.’

모든 여인들이 멀리에서 절하고 물러갔다.

부처님께서 문득 죽을 드시고 나서 과거 세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증득했을 때를 기억해 보았더니, 그 부처님들께서도 모두 다 온갖 맛이 나는 음식을 받았고 아울러 금발우를 진상 받았는데, 지금 바친 이 그릇과 똑같은 것이 현재 문린용(文隣龍)의 처소에 있었다.

부처님께서 즉시 발우를 물 속에 던지자 저절로 거꾸로 들어갔는데, 물길로 7리쯤 거슬러 들어가더니 지난 과거의 세 개 발우가 있던 위에 떨어지니, 네 개의 그릇이 한 곳에 포개져서 한 개의 발우 모양을 하자 용왕이 기뻐하면서 다시 부처님께서 탄생하셨음을 알았다.

부처님께서 정의(定意)에 드시어 7일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시자 나무 신이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새로 도를 증득하시고 속시원하게 앉아 계신 지 7일이나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도 음식을 드리는 이가 있지 않으니, 내가 마땅히 사람을 구하여 부처님께 밥을 올리게 해야겠다’고 하던 차에 때마침 장사꾼 5백 사람이 산 한쪽을 지나가는데 우마차가 모두 쓰러져서 가지 못하였다. 그 장사꾼들 중에 두 대인(大人)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제위(提謂)였고, 다른 한 사람은 파리(波利)였다.

그들은 두려워하면서 다시 여러 상인들과 함께 나무 신에게 나아가 복을 빌었다. 그러자 신이 빛나는 모습으로 나타나 말하였다.

‘금세(今世)에 부처님께서 이 우류국(優留國) 경계에 있는 니련선(尼連禪) 물가에 계시는데 아직까지 음식을 바치는 사람이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너희들이 먼저 착한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큰 복을 얻게 될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부처님이란 이름을 듣고는 모두들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틀림없이 홀로 크고 높으신 분이실 것이다. 천신(天神)이 공경하는 바이니 평범하신 분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미숫가루에 꿀을 섞어서 다 함께 나무 아래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올렸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사람들이 보시하는 것을 가엾게 여겨 받으셨을 것이며 법으로 모두 발우를 가지셨을 것이다. 다른 도를 닦는 사람들처럼 손으로 밥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리라.’

그 때 사천왕(四天王)은 즉시 멀리서 부처님께서 마땅히 발우를 쓰시려 하심을 알고는 사람이 팔을 한 차례 굽혔다가 펼 만큼 짧은 시간에 알나산(頞那山) 꼭대기에 함께 이르니,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바와 같이 바위 사이에서 네 개의 발우가 저절로 나왔는데 향기롭고 깨끗하며 조금도 더러움이 없었다.

사천왕은 각기 발우 하나씩을 가지고 돌아와 함께 부처님께 바치며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상인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그들로 하여금 큰 복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지금 철로 만든 발우가 있사오니 뒤에 제자들이 마땅히 그 그릇을 가지고 음식을 먹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내가 한 개의 발우만 가지게 되면 다른 세 사람의 마음은 상쾌하지 못할 터이니 네 개의 발우를 다 받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는 왼쪽 손에 네 개의 그릇을 포개놓고 오른손으로 어루만져 한 개의 발우로 합성(合成)하셨으나 밖으로는 네 언저리가 각각 나타나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미숫가루와 꿀을 받으시고 모든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에게 귀명(歸命)하고 법에 귀명하도록 하라. 때마침 여기에 비구 대중이 있으니 마땅히 참예하여 스스로 귀명하고 곧 모두 가르침을 받으라.’

각각 세 가지에 스스로 귀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일어나셔서 다른 곳에서 식사를 마치시고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주원(呪願)하시며 말씀하셨다.

‘이제 보시를 한 것은 이 음식을 먹은 이로 하여금 기력(氣力)을 넉넉하게 해 주려는 것이니, 장차 보시한 집으로 하여금 대대로 소원을 이루고 색(色)을 얻고 힘을 얻으며, 우러러봄을 얻고 기쁨을 얻으며, 편안하고 쾌락하며 병이 없고 끝내 연수(年壽)를 보전하며, 모든 사악한 귀신들이 번거롭게 하거나 가까이할 수 없게 하리니, 착한 마음을 지녀서 덕을 세워 그 근본이 견고해졌기 때문이니라.

모든 착한 귀신들은 언제나 마땅히 옹호(擁護)하여 도의 자리[道地]를 열어 보이며, 이익을 얻고 화합하여 마주 대하게 하겠으며, 머뭇거려 험한 일이 없게 하겠으며, 다시는 환란이 없도록 하리라.

사람으로서 바른 견해가 있고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공경하면 맑고 깨끗하여 뉘우치지 않을 것이며, 도덕(道德)을 베푸는 이는 복덕이 더욱 커서 따르는 것마다 훌륭하게 변하고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으리라.

해와 달과 5성(星)이며 28수(宿)와 천신(天神)과 귀왕(鬼王)들이 언제나 따르고 보호하여 도울 것이며, 사천대왕(四天大王)은 착한 사람을 구분하여 상을 주는데, 동쪽의 제두뢰(提頭賴)와 남쪽의 유섬문(維睒文)과 서쪽의 유루륵(維樓勒)과 북쪽의 구균라(拘均羅)가 마땅히 너희들을 보호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횡액을 당하지 않게 하리라.

능히 지혜로운 뜻이 있어서 학문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부처님과 그 법과 승가를 공양하며, 숱한 악을 버리고 스스로 방자하지 않으면 길하고 상서로움을 받으리라.

복을 심으면 복을 얻고 도를 행하면 도를 얻어서 먼저 부처님을 뵙고 일심으로 받들어 섬겼기 때문에 장차 이로부터 제일가는 복이 이르게 되어 현재 세상에서 복을 얻고 시원하게 깨달아 진리를 보게 되며, 부유하고 즐겁게 장수를 누리다가 자연히 니원(泥洹)에 이르게 되리라.’

그 때 미숫가루와 꿀이 차가워져서 부처님의 뱃속에서 풍기(風氣)가 일어났다. 제석(帝釋)이 곧바로 알아차리고 그 때를 따라 염부제(閻浮提) 경계에 이르러 가리륵(呵梨勒)이라는 약과실을 구해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과실은 향기롭고 맛이 좋아서 드실 만할 것입니다. 내풍(內風)을 없애는 데에는 가장 좋은 약입니다.’

부처님께서 받아 잡수시자 풍기가 곧 제거되었다.

부처님께서 일어나셔서 문린(文隣)이라는 눈먼 용이 살고 있는 무제수(無提水) 속에 이르시어 7일 동안 좌정(坐定)하셨으나 호흡이 가쁘지 않았다. 광명이 물 속을 비추자 용이 눈을 뜨게 되어 스스로 전과 다름없이 알게 되었다. 3불(佛)의 광명을 보고 눈으로 문득 볼 수 있게 되자 용왕은 기뻐하면서 깨끗이 목욕하고 이름 있는 향·전단(栴檀)·소합(蘇合)을 가지고 물 밖으로 나와 부처님의 상호(相好)를 보고 마치 나무에 피어 있는 꽃과 같은 광명의 그림자로 부처님의 앞을 일곱 겹이나 둘렀고, 몸은 부처님의 주위에서 40리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용이 부처님 위를 펼쳐진 채 덮고 있었으니, 그것은 모기와 등에 따위의 해충과 추위와 더위의 장애를 막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7일 동안이나 비가 내렸는데 용은 일심으로 목말라 하거나 배고파 하지 않았다. 7일 만에 비가 그치자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셨다. 용은 변화로 나이 어린 도인이 되어 좋은 옷을 입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춥지는 않으십니까? 덥지는 않으십니까? 모기나 등에 따위가 가까이하여 괴롭히지는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오랜 동안 가려진 곳에 있으면서
도를 생각하니 그 복이 통쾌하구나.

예전에 원하는 바를 듣고 싶어했었는데
이제 다 알게 되어 통쾌하구나.

저것들이 괴롭히는 대상이 되지 않아서
중생을 편안케 할 수 있어 통쾌하구나.

세간을 건져 3독(毒)을 멸하고
부처님의 니원(泥洹) 얻으니 통쾌하구나.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처님을 볼 수 있고
경법(經法)을 듣고 받으니 통쾌하구나.

벽지불(辟支佛)과
진인(眞人)이 모일 수 있으니 통쾌하구나.

어리석은 사람이 따르는 일을 함께하지 않고
악한 사람을 여읠 수 있으니 통쾌하구나.

지혜가 있어 참되고 거짓됨을 분별할 수 있고
바른 도를 알아 믿으니 통쾌하구나.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마땅히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스스로 법(法)에 귀의하며, 스스로 비구 승가에게 귀의하여 곧 세 가지에 스스로 귀의함을 받도록 하라.’

여러 축생들 가운데에서는 이 용이 가장 먼저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께서 신족(神足)으로써 석실(石室)에 옮겨 앉아 스스로 생각하셨다.

(내 본래의 서원은 중생들을 건지려고 함이다. 나고 죽는 근본을 생각해 보니 12인연(因緣)을 따라서 법(法)이 생겨나고, 법이 생겨나기 때문에 문득 나고 죽음이 있게 되었구나. 만약 법이 사라져 없어지면 나고 죽음도 곧 다 없어지리라. 이런 것을 지었기 때문에 스스로 이것을 얻나니, 이것만 짓지 않는다면 이것은 곧 쉬어 버릴 것이다.

일체 중생에게는 뜻이 곧 정신이 되나니, 그 정신은 그윽하고 어두우며 황홀하여 형체가 없는데 스스로 인식 작용과 고정 관념을 일으켜 행을 따라 몸을 받나니, 몸은 항상하는 주인이 없고 정신은 항상하는 형상이 없다. 정신인마음이 변화하여 조급하고 흐려져서 맑히기 어렵다.

저절로 났다가 저절로 사라지며 일찍이 쉬지 않아 한 생각이 가면 다른 한 생각이 오는데, 마치 물 속의 거품과 같나니, 하나가 사라지고 나면 다른 하나가 다시 일어나는구나.

세 가지 세계인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에 이르기까지 아홉 가지 신(神)이 머무는 곳이다. 인식 작용에 얽매여 괴로움을 면할 수 없으며, 어둡고 깜깜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어리석어 요긴한 도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체로 지극히 묘함을 얻음은 텅 비고 고요하여 생각이 없으므로 평범한 세간의 뜻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세간의 도술(道術)이 아흔여섯 가지나 되는데 저마다 믿고 섬기는 것이거늘 누가 그 미혹함을 알겠는가. 모두가 사는 것을 좋아하고 편안하기를 바라며 맛있는 음식을 탐내고 좋은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도를 즐거워할 수 없느니라.

부처님의 도는 맑고 깨끗하며 공(空)하여 존재하는 바가 없다. 대개 몸과 온갖 물질을 헤아려 보아도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설사 천하가 다 괴로움이요, 공(空)하여 존재하는 것이 없다고 말한들 누가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나를 애타게 하고 괴롭게 할 뿐이로다. 잠자코 있고 싶구나. 세간을 위하여 설법하지 않고 편안히 정의(定意)에 들리라.)
부처님께서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아 위로 일곱 하늘을 비추시자 범천(梵天)이 부처님께서 니원(泥洹)에 들려고 하심을 알고 슬프게 생각하면서 (삼계가 모두 오래도록 침체하고 말겠구나. 끝내 세상을 건지는 방법을 알 수 없으니 죽으면 꼭 3악도(惡道)에 떨어지고 말 터인데 어느 때에 마땅히 벗어나겠는가. 이 천하에 오랜만에 비로소 부처님께서 계시게 되었다. 부처님은 한 번 만나 뵙기 어려움이 마치 우담화(優曇華)와 같다. 이제 내가 마땅히 하늘과 인간을 위하여 명을 청하고 부처님께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구하여 부처님으로 하여금 바르게 경을 설해 달라고 요구해야겠다)고 하고는 곧바로 제석에게 말하여 하늘의 악사(樂師) 반차(般遮)를 데리고 내려와 석실(石室)에 이르니, 부처님께서는 마침 정의(定意)에 들어 계셨다. 그래서 반차에게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르게 하였으니, 그 노래의 가사는 이러했다.

제가 10력(力)을 노래하오니 들어주소서.

번뇌[蓋]를 버리고 고요한 선정에 들어
광명이 통하여 일곱 하늘에 비추시니
덕의 향기 전단보다 뛰어납니다.

상제(上帝)와 신묘(神妙)가 내려와서는
찬탄하고 우러러 높은 분 뵈려 하고
범왕과 제석이 공경하는 뜻 가지고서
머리 조아리며 받아 듣고 싶어합니다.

부처님께선 본래의 행원(行願)으로
백 겁 동안 애써서 정진하셨고
네 가지 평등심[四等] 크게 펴고 베풀어
시방에서 큰 은혜 받았습니다.

깨끗이 계율 지켜 더러움이 없으시고
인자하고 부드럽게 중생들을 보호하며
용맹스런 결단으로 선정과 지혜에 들어
큰 자비로 교화하는 경법(經法)을 펴셨습니다.

고행(苦行)을 수없이 쌓으시다가
지금에야 공훈(功勳)이 이루어졌으며
지계·인욕·선정·지혜의 힘으로
땅을 움직여 이미 마군[魔]을 사로잡았습니다.

덕은 하늘과 땅을 널리 덮었고
신령한 지혜 영성(靈聖)보다 뛰어납니다.

상호(相好)는 특별하여 비할 데 없고
여덟 가지 소리는 시방에 떨칩니다.

뜻은 수미산(須彌山)보다 더 높고
맑고 미묘하여 논할 수 없습니다.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아주 여의었고
다시는 늙고 죽는 근심이 없어졌습니다.

오직 가엾이 여겨 선정에서 깨어나시어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시사
법보(法寶)의 창고 문을 여시고
지혜로 감로(甘露)의 보배 펼쳐 주소서.

근심과 두려움에서 풀려나게 해 주시고
위엄과 재앙에서 편안함을 얻게 하소서.

미혹한 이들에게 바른 도 보이시고
삿되고 의심하는 이에게는 참된 말씀 보이소서.

일체가 다 버리고 좋아하면서
듣고 받으려고 싫어함이 없사옵니다.

마땅히 죽음 없는 법을 여시고
끝없는 교화를 펴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다 아시고서 선정으로부터 깨어나시자 범천(梵天)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래전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오늘에 이른 지금에야 다시 부처님을 뵙게 되어 여러 하늘들이 기뻐 뛰면서 부처님의 법을 듣고 싶어하오니 마땅히 세간을 위하여 경(經)을 설해 주십시오. 바라옵건대 부디 반니원(般泥洹:般涅槃)에 들지 마십시오. 저희 중생들이 어리석고 어두워 지혜의 눈[慧眼]이 없사오니 오직 자비를 더하시어 저희들을 인도하사 저희들로 하여금 해탈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여러 하늘과 사람들 중엔 어질고 착한 사람이 많아 도를 좋아하고 쉽게 이해하며, 또한 정진(精進)하는 사람도 있어 계율과 법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지옥 따위의 3악도(惡道)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법의 창고[法藏]를 열어 감로(甘露)를 나타내 주시는 것입니다. 받아 가질 사람이 틀림없이 많을 것입니다.

천하에 부처님이 없었을 때에 제가 다른 도인(道人)을 보았는데 그들은 모두 3독(毒:貪·瞋·癡)을 갖추고 있었으며 제멋대로 경전을 만들었는데도 사람들은 지극히도 성실하지 못한 그 법을 숭상하고 배웠는데, 더구나 부처님의 깨끗하고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없는 법이겠습니까?
바라오니 부처님이시여, 부디 법을 설해 주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지극하고 성실한 법을 들을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범천이여, 편안함을 널리 펴서 모든 세간을 구제하며 그들로 하여금 해탈케 하는 것을 즐거워하는구나.

내가 생각하건대 세간은 탐애(貪愛)와 기욕(嗜慾:즐기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나고 죽는 괴로움에 떨어지는데도 스스로 깨달아 아는 사람이 적다.

본래 12인연으로부터 어리석음[癡:無明]이 일어나고, 어리석음을 연(緣)하여 작용[行]이 일어나며, 작용을 연하여 인식 작용이 일어나고, 인식 작용을 연하여 이름과 형상[名像:名色]이 일어나며, 이름과 형상을 연하여 6입(入)이 일어나고, 6입을 연하여 갱락(更樂:접촉)이 일어나며, 갱락을 연하여 아픔[痛:느낌]이 일어나고, 아픔을 연하여 사랑[愛]이 일어나며, 사랑을 연하여 느낌[受]이 일어나고, 느낌을 연하여 존재[有]가 일어나며, 존재함을 연하여 생겨남이 있고, 생겨남을 연하여 늙음·죽음·근심·슬픔·고민[苦悶]·심뇌(心惱)가 일어난다. 그 존재함을 크게 걱정하여 정신이 애욕을 좇아 변천하며 나고 죽음을 받나니, 도를 증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탐욕과 애욕을 끊고 정욕(情欲)을 덜어 없애며, 작용함도 없고 일어남도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어리석음이 소멸되고, 어리석음이 소멸하면 작용이 사라지며, 작용이 사라지면 인식 작용이 사라지고, 인식 작용이 사라지면 이름과 형상이 사라지며, 이름과 형상이 사라지면 6입이 사라지고, 6입이 사라지면 갱락(更樂)이 사라지며, 갱락이 사라지면 아픔이 사라지고, 아픔이 사라지면 사랑이 사라지며, 사랑이 사라지면 느낌이 사라지고, 느낌이 사라지면 존재함이 사라지며, 존재함이 사라지면 생겨남이 사라지며, 생겨남이 사라지면 늙음·죽음·근심·슬픔·고민·심뇌의 커다란 걱정거리가 다 없어지리니, 이것을 바로 도를 증득했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오직 부처님만이 이 미묘하여 밝히기 어려운 이치를 깨달으셨느니라. 대체로 이 깨끗하여 어리석은 생각이 없는 것은 세간 평범한 사람의 뜻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천하의 도술(道術)이 아흔여섯 가지나 되는데 제각기 섬기는 것이 있다. 혹은 하늘과 땅, 해와 달, 5성(星)을 섬기기도 하고, 더러는 물과 불, 귀신과 용신(龍神)을 섬기기도 하면서 모두 삶을 즐거워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며, 탐욕스럽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소리와 빛깔을 좋아하기 때문에 부처님 도를 즐거워하지 않고 불경을 듣지 않아서 긴요한 법을 알지 못하느니라.

평범한 사람은 생각이 달라서 몸과 온갖 물질을 헤아리되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니, 이들을 위하여 (눈앞에 보이는 온갖 물질은 덧없는 것이요, 몸이 있으면 다 괴로운 것이며, 몸은 곧 몸이 아니라 공(空)하여 존재하는 것이 없다)고 말해 주면, 저들은 (친척이나 집안 사람들은 모두 남의 소유가 아니다)고 말할 터이니, 바른 말을 반대와 같이 여겨서 그 누가 믿으려 하겠느냐? 내가 마른 풀과 같이 되어 니원을 취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니라.’

범천(梵天)이 다시 말하였다.

‘수없이 많은 겁을 지내오는 동안 사람들이 이 세간에 있으면서 나고 죽고 했건만 오직 부처님의 경법만은 듣기 어려웠습니다. 이 세간을 건져 주실 수 있으신 부처님으로부터 이제 원하던 바를 얻었으니 인간 세상에서는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지극히 존귀하여 비교할 데 없는 부처님이시기에 저희들은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세간 사람들이 집착에 얽매여 오래도록 깜깜한 속에 있었는데 이제 10력(力) 지니신 분께서 출현하시니 신비한 지혜 한량없사옵니다. 마땅히 법의 창고 여시어 지혜로운 광명 베푸시어 여러 하늘과 사람들을 비추어 그들로 하여금 깨달아 알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만이 능히 일체를 제도할 수 있으시니, 그런 까닭에 스스로 귀의하기 원하옵니다.

본래 발의(發意)한 때로부터 맹서하기를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고롭고 겸손하여 덕을 쌓으시어 행원(行願)을 이미 이루셨으니, 무명과 늙고 죽음에 오래도록 쇠미해진 이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마땅히 법약(法藥)을 베풀어 여러 병통(病痛)을 구제하소서. 자애롭기가 부처님보다 뛰어난 이 없으니, 그런 까닭에 머리 조아려 간청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범천의 생각을 인가하시고 생각하셨다.

‘누가 가장 먼저 제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 예전에 부왕(父王)께서 다섯 사람을 보내어 나를 모시게 했었는데 그들이 지금 이 산 속에 살고 있으니 가서 먼저 제도해야겠다.’

그리고는 즉시 나아가셨는데 그 다섯 사람이 부처님을 보고는 저희들끼리 서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오더라도 삼가 일어나지 말자.’

이렇게 약속했는데 부처님께서 그곳에 이르시자 다섯 사람은 모두 일어나서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예를 올렸다.

그 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음을 가짐이 어찌 그리도 굳세고 단단하지 못한가? 일어나지 말자고 서로들 약속해 놓고 어째서 예를 올리는가?’

다섯 사람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저희들이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즉시 손으로 그들의 머리를 어루만져 사문(沙門)이 되게 하시자 도수(道樹:菩提樹) 아래로 돌아와서 제각기 앉아 명상[思惟]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생각하셨다.

(이 주변에 우위가섭(優爲迦葉:優樓頻那迦葉)이 있는데, 그는 크게 밝고용맹스럽고 건장하며 좋은 명성[好名]이 있기 때문에 국왕과 관리 및 백성들이 다 함께 그를 섬기고 있다. 그가 5백 명의 제자와 함께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으니 먼저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깨달아 알게 해서 기뻐하면서 부처의 법을 믿고 좋아하게 하여 그의 제자들도 마땅히 그를 따라 배우도록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바로 가서 그곳에 이르시자 가섭이 부처님을 보고 얼른 일어나 맞이하며 찬탄하여 말하였다.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큰 도인께서는 잘 오셨습니다.’

서로 만나보고 그간의 소식과 안부를 물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병 없는 것이 제일가는 이익이며,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제일가는 부자이며, 좋은 친구가 제일가는 두터움이고, 함이 없는 것[無爲]이 제일가는 편안함입니다.’

가섭이 말하였다.

‘칙명하여 시키실 어떤 일이 있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가지 일을 부탁하려고 하는데 혹 성내지는 마십시오. 번거롭지만 화실(火室)을 하룻밤 동안만 빌려 주십시오.’ ‘아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안에는 독룡(毒龍)이 있어 해칠까 염려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민하지 마십시오. 용은 나를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거듭하여 빌려 달라고 간청하기를 세 차례에 이르자 가섭이 말하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큰 도인께서는 덕이 높으시니 그 안에 거처하신다 해도 아주 잘 지낼 수 있으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곧바로 깨끗이 씻으시고 화실에 들어가셔서 풀을 가져다가 땅에 깔고 자리에 앉아 시간이 조금 지나자, 독룡이 성을 내어 몸 속에서 연기를 뿜어내므로 부처님께서도 신통을 나타내어 몸에서 연기를 뿜어내시니, 용이 크게 분노하였다. 그러자 용의 몸 곳곳에서 불이 나왔다. 부처님께서도 다시 신통을 나타내어 몸에서 불빛을 뿜어내시니 용의 불과 부처님의 불이 그 때 한꺼번에 성해져서 석실이 온통 타 버렸다. 그 불꽃과 연기가 나오는 것이 마치 실수하여 불을 낸 형상과 같았다.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성수(星宿)를 바라보다가 화실이 타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쯧쯧, 안됐구나. 이 큰 사문이 단정하던데 애석한 일이로구나. 내 말을 따르지 않다가 마침내 독한 불에 화를 당했구나.’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그 화실 안에서 도의 신통력으로써 용의 성냄의 독을 소멸시켜 용을 항복 받아 용의 몸을 변신시켜 발우 속에 넣어 두었다.

가섭은 황급히 5백 제자들로 하여금 한 병씩의 물을 가져다가 불을 끄게 하였다. 그런데 한 병의 물을 부으면 다시 불 하나가 일어나곤 했다.

스승과 제자들은 더욱더 두려워서 다 함께 말하였다.

‘쯧쯧, 안됐구나. 이 큰 사문을 죽여 버렸구나.’

다음날 아침에 부처님께서 발우에 용을 담아 가지고 나오시자 가섭이 한편 놀라고 한편 기뻐하면서 물었다.

‘큰 도인께서 아직 살아 계셨습니까? 그릇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이 발우 속에 있는 것은, 이른바 독룡인데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그 집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바로 그 용입니다. 이제 이 용을 항복 받아 이 계율까지 받게 하였습니다.’

가섭은 자신이 얻은 도를 가지고 부처님의 도는 참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이 큰 사문이 매우 신통하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직 도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내가 터득한 나한(羅漢)의 도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가섭이 있는 곳 가까이에 옮겨가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는데 밤에 첫 번째 사천왕이 함께 내려와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경(經)을 들었다. 그런데 사천왕의 빛과 그림자의 밝기가 마치 성대한 불과 같았으므로 가섭이 밤에 일어나 기후를 점쳐 보다가 부처님의 주변 사방에 불이 있는 것을 보았으므로 다음날 아침에 부처님께 가서 물었다.

‘큰 도인께서도 불을 섬기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을 섬기지 않습니다.’ ‘어제 밤에 이 주변에 사방에 불이 있었는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어제 밤에 사천왕이 내려와서 경문 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빛이었습니다.’

가섭은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매우 신통하구나. 비록 그렇기는 하나 아직까지 도를 증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얻은 나한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무 아래에 머물고 계셨는데 두 번째 천제석(天帝釋)이 밤에 다시 내려와서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경을 들었다. 제석의 빛과 그림자는 더욱 크게 밝았다.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기후를 점쳐 보다가 부처님의 주변에 있는 큰 광명이 어제 밤 사방의 불빛보다 배나 더 밝은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계속해서 불을 섬기는구나.)
다음날 아침에 다시 가서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불을 섬기는 것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닙니다. 어제 저녁에 천제석이 내려와서 경전 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광명이었습니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신비하고 거룩하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도에는 미치지 않았으니 내가 얻은 나한만은 못할 것이다.)
뒷날 밤에 일곱 번째 하늘 범천(梵天)이 또 내려와서 경을 들었다. 범천의 빛과 그림자는 제석보다도 배나 더 밝았다.

가섭이 밤에 일어나서 기후를 점쳐 보다가 불빛을 보았는데 더욱더 밝고 성하였다. 다음날 물었다.

‘큰 도인께서도 불을 섬기십니까?’

대답하였다.

‘불을 섬기지 않습니다.’ ‘어제 밤에 불빛이 더욱 밝고 컸는데 그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제 밤에는 범천이 내려와서 경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 광명이었습니다.’

가섭은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비하기는 정말 신비하구나. 그렇지만 아직 도를 증득하지는 못했으니 내가 얻은 나한만은 못할 것이다.)
가섭의 5백 제자들은 사람마다 세 가지 불을 섬겼으므로 모두 합하면 1천5백 가지의 불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불을 태워도 불이 마침내 타지 않았다. 괴이하게 여겨 스승에게 아뢰었더니, 스승이 말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큰 사문이 하는 짓일 것이다.’

그리고는 즉시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저의 5백 제자가 대체로 1천5백 가지 불을 섬기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아무리 불을 붙여도 불이 모두 타지 않으니, 이것이 큰 도인께서 하신 일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불이 타게 하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이런 질문이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말하였다.

‘불이 타게 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 보십시오. 불이 당연히 탈 것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 불이 붙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통하기는 정말 신통하구나. 그러나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으니 내가 이미 나한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가섭은 몸소 세 가지 불을 섬겼는데 다음날 아침에 불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불이 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또 이 큰 사문이 하는 짓이리라.)
곧바로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제가 몸소 세 가지 불을 섬기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불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끝내 불이 타지 않았습니다. 계속해 이것은 큰 도인께서 하신 일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불이 타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이렇게 질문하여 세 번째에 이르자 비로소 말하였다.

‘불을 붙이고 싶습니다.’ ‘어서 가 보십시오. 불이 당연히 타고 있을 것입니다.’

말소리가 끝나자마자 모두 불이 탔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통하기는 정말 신통하구나. 그러나 아직 도를 증득하지 못했으니 내가 이미 나한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불이 붙은 뒤에 가섭이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불이 꺼지지 않았다. 5백 제자와 불을 섬기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힘을 합쳐 끄려고 하였는데도 끝내 꺼지지 않자 모두들 말하였다.

‘큰 사문이 하는 짓일 것입니다.’

가섭이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불이 이미 타기는 하였으나 이제는 끌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을 끄려고 하십니까?’ ‘끄려고 합니다.’ ‘가 보십시오. 불은 마땅히 꺼졌을 것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불이 꺼졌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 해도 내가 도진(道眞)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가섭이 부처님께 가서 말하였다.

‘바라건대 큰 도인께서는 여기에 머무십시오. 기어코 다시 먼 곳으로 가시지 마십시오. 제가 몸소 음식을 공급해 드리겠으며, 곧바로 집안에 명하여 내일 좋은 음식을 지어 올리겠습니다.’

음식상을 차리고 자리를 마련하고 나서 음식을 먹을 때에 몸소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팔 한 번 구부렸다가 펴는 짧은 시간에 동쪽에 있는 불우체(弗于逮) 경계 위 수천억 리나 되는 먼 곳까지 가시어 염핍(閻逼)이라는 과실을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오셨는데도 가섭은 아직 이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이미 그 자리 위에 앉아 계셨는데 가섭이 뒤에 이르러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어느 길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고 나서 나는 동쪽에 있는 불우체의 땅에 가서 염핍 과일을 따 가지고 왔는데, 이 과일이 향기롭고 맛이 있어 먹을 만하니 가져다가 먹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떠나가셨다.

가섭은 계속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기는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식사 때에 가섭이 다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 부처님께서 문득 남쪽에 있는 염부제 경계 수천만 리에까지 가셔서 가리륵(呵梨勒) 과일을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오셨는데 가섭은 그 때까지 오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이미 자리에 앉으시자 가섭이 이르러 부처님께 물었다.

‘어떤 연(緣)으로 먼저 오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고 나서 나는 곧바로 남쪽 끝에 있는 나라에 가서 가리륵 과일을 따 가지고 왔는데 그것 또한 향기롭고 맛이 좋으니 가져다가 들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떠나가셨다. 가섭은 계속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 하더라도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가섭이 다시 가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자가 부처님께서는 서쪽에 있는 구야니(拘耶尼) 경계 위 수천억 리나 떨어진 곳에 가셔서 아마륵(阿摩勒) 과일을 따서 발우에 가득 담아 돌아오셨는데도 가섭보다 먼저 오셨다. 그 자리에 앉으시자 가섭이 뒤에 이르러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어느 길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떠나간 뒤에 나는 서쪽에 있는 구야니의 땅에 가서 아마륵 과일을 따 가지고 왔는데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하니 가져다가 드셔 보십시오.’

부처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떠나가시자 가섭이 다시 생각했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기는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가섭이 다시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십시오. 금방 뒤따라가겠습니다.’

가섭이 뒤돌아보았으나 홀연히 부처님이 보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신족통(神足通)으로 북쪽에 있는 울단월(鬱單越) 경계 수천억 리나 되는 곳에 가시어 저절로 난 찹쌀[粳米]을 발우에 가득 담아 가지고 돌아오셨는데도 가섭보다 먼저 이르셨다. 그 자리에 앉으시자 가섭이 뒤에 이르러 물었다.

‘큰 도인께서는 어느 길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북쪽에 있는 울단월이라는 땅에 가서 이렇게 잘 익은 찹쌀을 가지고 왔는데 맛있고 향기로우며 시원하니 그대는 가져다가 먹어 보시오.’

부처님께서 식사를 마치시고 나서 떠나가시자, 가섭이 다시 생각했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기는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다음날 식사할 때가 되어 부처님께서 발우를 가지고 몸소 가섭의 집에 이르러서 밥을 받아 가지고 돌아와 은밀한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려고 생각하시자, 천제(天帝)가 부처님의 뜻을 알고 곧바로내려와서 손으로 땅을 가리키니 물이 솟아나 연못이 되어 부처님께서 사용하시도록 하였다.

가섭이 저녁 때에 이 마을 저 마을을 왔다갔다하다가 샘물이 있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것이 있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아침에 그대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 가지고 여기에 와서 식사를 마친 다음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려고 생각하였더니, 천제석이 땅을 가리켜서 이 물이 나오게 하였습니다. 당신은 이 샘을 지지못[指地池]이라고 이름하십시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비록 신통하긴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나무 아래로 돌아가시다가 길에 버려진 해진 옷을 보고 주워다가 빨려고 하셨는데 천제가 부처님의 뜻을 알고 곧 알나산(頞那山) 꼭대기에 이르러서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좋은 돌을 가져다가 못가에 놓아두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것을 사용하여 옷을 빠십시오.’

부처님께서 옷을 말리려 하자, 천제석은 다시 육각형의 돌을 가지고 와서 옷을 말리도록 드렸다.

가섭이 못가에 두 개의 좋은 돌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또 물었다.

‘무슨 인연으로 이런 것이 여기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옷을 빨고 옷을 말리려 하자 천제석이 알나산 꼭대기에 가서 이 돌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고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훗날 지지못에 들어가 목욕을 마치시고 나오려고 하는데 휘어잡을 것이 없어 머뭇거리셨다. 그 못가에는 본래 가화(迦和)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아주 키가 크고 좋았다. 그 나무가 저절로 가지를 굽혀 부처님 앞에이르러 부처님께서 그 가지를 잡고 나오셨다.

가섭이 나뭇가지가 아래로 굽어져 그늘을 드리운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겨 또 묻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못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휘어잡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무 신이 나를 위하여 가지를 굽혀 주었습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고 하지만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그 때 마갈국(摩竭國)의 왕과 신하며 백성들이 명절마다 여는 연회에 예물을 가지고 가섭에게 나아가 7일 동안이나 서로 즐기며 놀았는데 가섭이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신통하고 거룩하며 밝은 지혜가 있으시므로 모든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다 나를 버리고 모두들 그를 섬기게 되리라. 마땅히 그로 하여금 7일 동안만 떠나 있게 하였으면 기분이 좋겠다.)
부처님께서 그의 생각을 아시고 곧바로 숨어서 7일 동안 나타나지 않으셨다. 가섭이 훗날 또 생각하였다.

(근간에 나에게 명절날 베풀었던 연회에서 남은 음식들이 매우 많다. 큰 사문을 오시게 하여 대접하면 좋겠구나.)
부처님께서 멀리 계시면서 그 뜻을 아시고 즉시에 이르시자 가섭이 기뻐하며 말하였다.

‘큰 도인께서 오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서 공양을 올리려고 하였는데 어째서 7일 동안 나타나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요사이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함께 모여 7일 동안 연회를 베풀 때에 그대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말하기를, (이 큰 사문이 신통하고 거룩하며 밝은 지혜가 있으므로 뭇 사람들이 그를 보기만 하면 틀림없이 다 나를 버리고 함께 그를 섬길 것이다. 마땅히 그로 하여금 7일 동안만 떠나 있게 하였으면 좋겠다)고 하기에 그 때문에 내가 떠나 있었는데, 그대가 지금은 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왔습니다.’

가섭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남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 비록 그렇다고 해도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그 때 가섭의 5백 제자들이 마침 함께 땔나무를 쪼개는데 각기 도끼를 한 번 들기만 하면 다시 내리칠 수가 없었으므로 부끄러워하면서 스승에게 아뢰자 스승이 말하였다.

‘이것은 큰 사문이 하는 짓일 것이다.’

곧바로 가서 부처님께 물었다.

‘나의 여러 제자들이 어제 함께 땔나무를 쪼개는데 도끼를 들어 올리기만 하면 다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 보십시오. 도끼가 내려졌을 것입니다.’

도끼가 즉시 내려졌는데 내려진 뒤에 도끼가 땔나무에 붙어 버려서 아무리 들어 올리려고 해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도끼가 내려오기는 했는데 또 모두 들리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 보시오. 지금 도끼가 들려졌을 것입니다.’

곧바로 도끼가 들려져서 사용할 수 있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아무리 신통하다 해도 나 도진만은 못할 것이다.)
그 때 니련선(尼連禪)의 강물이 긴 데다 매우 빠르게 흘러갔는데 부처님께서는 자연 신통력으로써 물을 끊어 멈추게 하시고 물결이 높이 일어 사람들의 머리까지 솟아오르게 하시고는 밑바닥에서 먼지를 날리며 그 가운데로 지나가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물에 떠내려 가실까 봐 두려워하며 즉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부처님을 찾다가 물이 막히고 끊겨 있는 그 중앙에 먼지가 일어나고 부처님께서 그 사이로 지나가시는 것을 보자 부르면서 말하였다.

‘큰 도인이시여, 아직 살아 계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또 물었다.

‘부처님이시여, 배에 올라오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좋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이제 마땅히 신통을 나타내어 너희들의 마음을 항복시키리라.)
곧 물 속에서부터 배 밑을 뚫고 들어갔으나 뚫린 자국이 없었다.

가섭이 다시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신기하기는 정말 신기하구나. 그러나 내가 이미 나한을 증득한 것만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나한이 아니며, 또한 도진(道眞)도 알지 못합니다. 어째서 허망한 짓을 하면서도 스스로 귀한 사람이라고 말합니까?’

그 때 가섭이 마음속으로 놀라 털이 곤두서고 스스로 도가 없음을 알고서는 곧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말하였다.

‘큰 도인이시여, 진실로 신통하고 거룩하시어 마침내 저의 뜻을 아시옵니다. 차라리 큰 도인을 따라 경전과 계율을 받고 사문(沙門)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선 돌아가서 너의 제자들에게 알리고 의논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 그대는 큰 장자(長者)라서 나라 안에서 받들어 모시는 대상이니 이제 큰 도를 배우고 싶다 하여 혼자 스스로 알아 처리할 수 있겠는가?’

가섭이 가르침을 받고 돌아가서 여러 제자들에게 알렸다.

‘너희들은 알겠는가? 내 눈이 보는 바 뜻이 이제야 믿음이 가고 풀어졌다. 마땅히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法衣)를 입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아 사문이 되어야겠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5백 제자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이 알고 있는 것은 모두가 큰 스승의 은혜입니다. 스승께서 존경하고 믿는 것이라면 틀림없이 허망하지 않을 터이니, 바라건대 모두 따라서 사 문이 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스승과 제자가 입던 갖옷과 모포 옷이며 물병·지팡이·가죽신을 벗어 버리고 불을 섬기던 모든 도구까지 다 물 속에 버리고 다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저와 5백 제자는 믿는 마음이 있사오니 바라건대 집을 떠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계율을 받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라. 여러 사문들이여, 어서 오너라.’

가섭과 5백 제자는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면서 모두 사문이 되었다.

우위가섭(優爲迦葉)에게는 두 아우가 있었는데, 둘째는 나제가섭(那提迦葉)이고, 가장 어린 동생은 갈이가섭(竭夷迦葉)이었다. 두 아우에게는 각기 250명의 제자들이 있었으며, 물가의 오두막집에 줄지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여러 범지(梵志)들이 입었던 의복이며 집물(什物)이며, 불을 섬기던 모든 도구들이 다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두 아우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아마 형과 사도(師徒) 5백 사람이 나쁜 사람들에게 해를 입어 큰물에 떠내려 오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여 곧 5백 제자들과 함께 물을 거슬러 올라왔는데, 형과 그의 제자들이 모두 사문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괴상하게 여겨 큰 형에게 물었다.

‘큰 형은 나이가 120에 지혜가 높고 뛰어나며 국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함께 종주로 섬겼으며, 저의 생각에도 형님은 곧 나한이 되었으리라고 여겼는데, 이제 도리어 범지(梵志)의 도를 버리고 사문의 법을 배우십니까? 이는 작은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인들 어찌 유독 크셔서 그 도가 그렇게 훌륭하겠습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도야말로 가장 우세해서 그 법은 한량없단다. 나는 비록 세상의 학문을 하였으나 일찍이 얻은 도와 신비한 지혜는 부처님만 못하다. 그 경과 계율은 매우 깨끗하였으며, 나는 이제 인자한 마음으로 사람을 제도하고 세 가지 일로써 교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 첫째는 도와 선정과 신족(神足)과 변화가 저절로 그러하였으며, 둘째는 지혜로 남의 본 마음을 알았으며, 셋째는 정당한 도[經道]와 바른 행[正行]으로 병에 따라 약을 주었다.’

두 동생이 서로 돌아보며 모든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디로 나아가려 하느냐?’

합하여 5백 사람이 다 함께 똑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바라건대 큰 스승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모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사문이 되기를 구하는지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게 하라. 모든 사문들이여, 어서 오너라.’

두 동생과 5백 제자들도 모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곧 부처님의 뒤를 따라 다시 사문이 되었느니라.

부처님에겐 갑자기 천 명의 사문이 있게 되었는데 모두 바라내이(波羅奈夷) 고을에 이르러 우거진 나무 숲 아래 앉았느니라.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은 다 옛날 범지(梵志)들이었으므로 부처님께서 제자로 삼으시고는 신통 변화를 나타내셨으니, 첫째 날아다니는 것이었고, 둘째 경전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으며, 셋째 가르치고 경계하신 것이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