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해의보살소문정인법문경(佛說海意菩薩所問淨印法門經) 제15권

불설해의보살소문정인법문경(佛說海意菩薩所問淨印法門經) 제15권

“다시 해의야, 내가 기억하건대 과거세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지의 견줄 데 없는 그 겁수 이전에, 그 때 세간에 출현하신 부처님으로서 무변광조(無邊光照)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 계셨으니, 그 세계의 이름은 선변화(善變化)이고 겁(劫)의 이름은 광미(光味)였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 부처님의 명호가 무변광조인가 하면, 그 부처님이 처음 보리의 도량에 앉아 아직 일체의 지혜를 얻지 못하고 보살의 지위에 계실 때에 부처님의 몸으로부터 갖가지 빛깔의 광명을 내시니, 그 광명이 시방 한량없는 아승지의 셈할 수 없는 그 모든 불찰(佛刹)에 두루 비추었다. 그 불찰의 퇴전하지 않는 보살과 한 생만 지나면 부처님 지위에 후보 될 보살[一生補處菩薩]들이 보리의 도량에 앉아 계신 저 보살을 보고는 제 각기 저 보살을 향해 미묘한 꽃을 뿌렸는데, 그 뿌렸던 꽃이 부처님 위신(威神)의 힘으로 인해 모두 저 보살의 몸을 향해 모여드는가 하면, 그 낱낱의 꽃이 또 저 선변화(善變化) 세계 가운데에서 광대하게 모여 일곱 사람의 키 높이 정도로 쌓였다. 그 때문에 부처님의 명호를 무변광조, 저 세계의 이름을 선변화, 겁의 이름을 광미라 하였노라.

해의야, 그 겁 동안에 14억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셨으므로 선변화세계는 큰 위신을 갖추어 가장 풍요하고 안락하였다. 한편, 일체의 하늘·사람들이 치성하여 그 국토가 광대해졌으며, 또 96억 나유다(那庾多)의 대주(大洲)가 있는가 하면 그 낱낱 주(洲)마다 세로와 가로가 84백천 유순(由旬)이고, 낱낱 백천 유순마다 8만 4천의 주성(洲城)이 있고, 낱낱 주성마다 8만 4천의 현읍(縣邑)과 촌락이 있고, 그 낱낱 주성 안에는 각각 10억 나유다의 인민들이 함께 살고, 낱낱 현읍에는 각각 8억의 인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 세계 안의 인민들이 풍성한 것도 이같이 많은 수효이거늘, 하물며 큰 위덕을 갖춘 천룡·귀신들이야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또 그 세계는 네 가지 보배로서 이루어졌으니, 이른바 금·은·유리·파리가 그것이며, 그 국토에는 생각나는 대로 음식·의복과 그밖에 장엄거리를 자연스럽게 충족할 수 있어서 인민들이 나와 내 것이 없었노라.

해의야, 저 무변광조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선 10중겁(中劫)의 수명을 누리면서 36억의 성문들과 천2백억의 보살들을 거느리고 계셨으니, 거기에 저 부처님께서 본래 출생하신 땅인 이른바 선청정(善淸淨)이란 왕성이 있었는데, 저 부처님께서 그 왕성을 나와 따로 머무신 곳이 낙생(樂生)이란 성이었다. 그 낙생성 중에는 또 선정경계(善淨境界)라는 전륜성왕이 있어서 삼천대천세계를 통솔하는 한편, 일곱 가지 보배인 이른바 그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여보(女寶)·마니보(摩尼寶)·주장신보(主藏臣寶)·주병신보(主兵臣寶) 이러한 보배를 왕이 다 충족하여 수용(受用)하였노라.

해의야, 저 선정경계왕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고는 더욱 그 깊은 마음을 구족하여 일체 중생에게 장애 없는 마음을 일으키자, 이와 함께 왕의 궁중에 있는 80억의 궁빈(宮嬪)과 채녀(婇女)도 그 단정 수묘(殊妙)한 천녀같은 모습으로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였는데, 저 선정경계왕이 무변광조여래와 보살·성문 대중을 초청하여 2중겁(中劫)에 걸쳐 공양을 올리되 법과 같이 청정할 뿐 아무런 과실이 없었다. 또 사문의 법에 따라 필요한대로 수용하기 위해 의복·음식·약품·침구 등 모든 것을 공급하며, 왕은 다시 그 부처님을 위해 따로 정사(精舍)를 세웠으니 그 청정하고도 장엄 결백한 정사의 가로와 세로의 넓이가 백천 유순이고, 유리 구슬의 보배로 만들어진 땅에 일곱 가지 보배로 겹겹이 담을 쌓았는가 하면, 곳곳마다 붉은 전단향(栴檀香)과 오라사(烏囉娑) 전단향 나무로 기둥을 세웠으므로 그 기묘하고도 수특함이 마치 천상의 궁궐 같은데, 거기에 다시 10천의 누각을 나란히 분포해 두고는 여러 보살과 성문 대중을 청하여 차례로 편히 쉬게 하였노라.

그리고 해의야, 저 선정경계왕이 부처님을 정성껏 받들면서 그 청정한 법을 다함은 물론,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아 지녀 범행(梵行)을 닦으면서 궁빈(宮嬪) 권속들과 함께 그 중겁을 지내도록 저 부처님을 섬겨 공양하였으며, 2중겁을 지난 뒤엔 그 여러 권속과 함께 무변광조 여래·응공·등정각의 처소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함과 동시에 오른편으로 일곱 번 돌고는 한쪽에 물러섰노라.

그 때 선정경계왕이 무변광조여래에게 이렇게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대승 가운데에서 일체의 다른 것을 믿지 않음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비록 최승의 도에 나아가더라도 나라는 상[我相]이 없음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움직임도 없고 움직이지 않음도 없는 그러한 지혜에 편히 머무는 것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청정한 방편의 지혜를 얻음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멀리 관찰하여 그 근본을 끊지 않음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비록 6진(塵)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음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그 깊고 깊은 진리 속에서라도 놀라거나 겁내지 않음이란 어떤 것이며, 또 보살이 진실한 보살의 명칭을 얻음이란 어떤 것이 옵니까?’

이 때에 저 무변광조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는 선정경계왕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노라.

‘대왕이여, 자세히 듣고서 잘 생각하시오. 내가 이제 대왕을 위해 설명하겠소. 대왕이여, 네 가지 종류의 법이 있으니, 만약 보살이 이 네 가지 법을 구족한다면 곧 대승 가운데에서 다른 것을 믿지 않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수승한 견해를 내어서 세간을 벗어난 그 성인의 법을 믿고, 둘째 용맹스럽게 물러나지 않아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중생을 교화 제도하고, 셋째 모든 것을 잘 관찰하여서 신통의 지혜를 얻어 온갖 유희(遊戱)를 일으키고, 넷째 지혜에 따라 법을 알아서 일체의 법을 결정 선택함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대승 가운데에서 다른 것을 믿지 않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한다면 비록 최승의 도에 나아가더라도 나[我]라는 상을 내지 않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선정 의 맛에 집착하지 않아 마음의 업을 조화롭고 막힘이 없게 하며, 둘째 자기의 안락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안락을 베풀며, 셋째 대자행(大慈行)을 이루어 대비에 편히 머물고, 넷째 광대한 신해(信解)를 얻어 최상이고도 최승인 그 낙욕(樂欲)을 일으킴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최승의 도에 나아가더라도 나라는 상을 내지 않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한다면 곧 움직임도 없고 움직이지 않음도 없는 그러한 지혜에 편히 머물 것이니, 그 네 가지란, 첫째 마음속으로 모든 아첨과 속임을 멀리 여의고, 둘째 그 마음속이 청정하여 매우 공교한 방편을 갖추고, 셋째 깊이 마음으로 방편을 행하되 물러나지 않고, 넷째 마음으로 그 소행을 버리지 않음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움직임도 없고 움직이지 않음도 없는 그러한 지혜에 편히 머물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한다면 곧 청정한 방편의 지혜를 얻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일체 법이 무아(無我)임을 관찰하더라도 항상 4섭법(攝法)으로써 중생을 교화 제도하고, 둘째 일체 법을 선설할 수 없음을 알지만 항상 그 음성과 문자(文字)로써 중생들을 위해 법의 이치를 연설하여 바른 법을 호지(護持)하고, 셋째 부처님의 법신(法身)을 봄으로써 항상 여래의 일체 공덕을 믿어 그 상호(相好)를 성취하기 위해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고, 넷째 일체 불찰의 공적(空寂)함을 봄으로써 항상 그 불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수행함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청정한 방편의 지혜를 얻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한다면 곧 멀리 관찰하여 그 근본을 끊지 않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보리심을 버리지 않기 위해 보리의 도량을 잘 관찰하고, 둘째 자신의 지혜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부처님의 지혜를 잘 관찰하고, 셋째 설법을 들은 그대로 다 기억하여 부지런히 선설하기 위해 미묘한 법륜(法輪)을 잘 관찰하고, 넷째 생멸하는 법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큰 열반의 법을 잘 관찰함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멀리 관찰하여 그 근본을 끊지 않을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한다면 곧 6진(塵)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전륜성왕이 되어 인민을 교화 제도할 경우엔 그 ‘모든 행이 무상(無常)함’을 잘 관찰함으로써 비록 6진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고, 둘째 제석천왕이 되어 제석천의 무리들을 교화 제도할 경우엔 그 ‘모든 행이 고(苦)임’을 잘 관찰함으로써 비록 6진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고, 셋째 마왕이 되어 마군의 무리를 교화 제도할 경우엔 그 ‘모든 법이 무아(無我)임’을 잘 관찰함으로써 비록 6진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고, 넷째 큰 범왕이 되어 범천의 무리들을 교화 제도할 경우엔 그 ‘열반이 적정(寂靜)함’을 잘 관찰함으로써 비록 6진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음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6진의 경계가 증장하더라도 방일하지 않게 될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한다면 곧 깊고 깊은 진리 속에서라도 놀라거나 겁내지 않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진실한 좋은 벗에 친근하고, 둘째 그 진실한 좋은 벗에 끊임없이 접촉하여 깊고 깊은 보리의 불법을 열어 보이고, 셋째 그러한 깊고도 많은 경전을 다 받아 듣고서 그 이치를 결정 선택하고, 넷째 그 법을 들은 대로 지혜를 일으켜 추구(推求)하되 다만 이치에 의지할 뿐 문자에 의지하지 않음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구족한다면 곧 깊고 깊은 그 진리 속에 놀라거나 겁내지 않을 것이오.

대왕이여, 또 다음의 네 가지 법을 보살이 만약 구족하다면 곧 진실한 보살이란 명칭을 얻으리니, 그 네 가지란, 첫째 부지런히 정진해서 모든 바라밀다를 닦고, 둘째 대비심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부지런히 교화 제도하고, 셋째 정진하는 힘으로 부지런히 일체 불법을 원만히 행하고, 넷째 한량없는 생사 속에 부지런히 중생을 교화하되 게으르거나 지치지 않고 그 복과 지혜를 쌓아 수승하게 행함이 그것이오. 이러한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구족한다면 곧 진실한 보살이란 명칭을 얻게 될 것이오.’

해의야, 저 무변광조여래께서 이러한 네 가지 법문을 말씀하실 적에 그 모임에 있던 10천억 나유다 사람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고, 8억 나유다백천의 비구들은 법을 받기도 전에 번뇌가 다 하여 뜻을 이해하였으며, 왕태자·왕비를 비롯한 궁빈(宮嬪)들은 다 유순법인(柔順法印)을 얻고, 저선정경계왕은 이순법인(利順法印)을 얻었는데, 왕은 그 때 또 큰 환희심을 내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왕이 수용하던 그 모든 미묘한 물건을 모두 저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자, 그 때 무변광조여래께서 다음과 같이 선정경계왕에게 말씀하셨노라.

‘대왕이여, 왕이 소유한 모든 물건을 이미 여래께 바쳤으니 왕은 마땅히 나의 가장 높은 법에서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해야 하리니, 왜냐 하면 대왕이여, 여래의 가장 높은 법에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하는 자는 큰 위력(威力)과 큰 칭찬을 얻기 때문이라오.

대왕은 알아두오. 출가하는 보살은 스무 가지 광대한 이익을 얻기 마련이니, 그것은 바로 저 일체의 지혜를 원만하게 하는 더 없는 수승한 이익이라오. 이제 그 스무 가지를 말한다면, 왕의 소유하여 쓰던 그 모든 부귀(富貴)를 다 버림으로써 나와 내 것이 없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첫째이고, 즐거이 출가함으로써 번뇌를 다 벗어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둘째이고, 가사 옷을 입음으로써 오염되지 않은 마음을 얻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셋째이고, 성종(聖種)에 대해 환희심을 냄으로써 성종을 원만히 길러내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넷째이고, 두타(頭陀)를 수행하는 공덕으로써 많은 욕심을 끊고 번뇌를 여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다섯째이고, 계율이 청정함으로써 천상·인간에 태어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여섯째이고, 보리심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여섯 바라밀다를 원만하게 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일곱째이고, 고요한 곳에 거처함으로써 시끄러움을 벗어나게 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여덟째이고, 마음에 애착이 없음으로써 법의 즐거움을 생각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아홉째이고, 선정을 닦음으로써 마음이 조화롭고 막힘이 없게 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째이고, 부지런히 많이 들음을 구함으로써 큰 지혜를 내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한 째이고, 모든 교만을 버림으로써 큰 지혜를 내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두 번째이고, 다른 욕구와 사업을 적게 함으로써 성인의 법을 선택 결정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셋째이고, 일체 중생에 대한 마음이 평등함으로써 대자(大慈)한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넷째이고, 일체 중생을 해탈하게 하는 마음을 일으킴으로써 대비(大悲)한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다섯째 이고,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바른 법을 호지(護持)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여섯째이고, 마음이 경쾌하고도 안락함으로써 신통의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일곱째이고, 항상 부처님을 염(念)함으로써[이 문단에 어떤 큰 이익을 얻는다는 한 구절이 있어야 할 것이나 범본(梵本)에 누락되었다.] 그 열 여덟째이고, 항상 깊고 견고한 법을 사찰 함으로써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는 큰 이익이 그 열 아홉째이고, 일체의 수승한 공덕을 쌓음으로써 일체의 지혜를 빨리 성취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스무째라오.

대왕이여, 이러한 스무 가지 법이 바로 출가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수승한 이익이므로, 무릇 출가한 보살이라면 이러한 큰 이익을 얻기가 그리 어렵지 않나니, 그러므로 대왕은 이제 이 가장 높은 법에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해야 할 것이오.’

해의야, 그 때 저 세존께서 선정경계왕을 위해 응하는 대로 가르쳐 주셨는데, 왕이 마침내 출가하고는 일체의 소유를 다 버리고 수승한 복으로 이 세간을 염리(厭離)하자 수염과 머리털이 자연히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비구의 모습이 되었다. 그 왕이 곧 세존의 법에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한 뒤에 왕태자·왕비를 비롯한 모든 궁빈(宮嬪)도 출가하고 내지 온 국경의 서민(庶民)을 교화하자 99억 백천의 인민들이 다 따라 출가하여 선한 법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였노라.

해의야, 너는 또한 이같이 부처님의 성실한 말씀을 듣고 청정한 신심을 내어 일체의 복된 행을 중생들과 함께 의지해야 할 것이다.

저 선정경계왕이 출가한 뒤에도 그 출가한 여러 권속들을 데리고 함께 무변광조여래의 처소에 나아가서 예배하고는 이렇게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 저희들을 가르치시어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를 굳게 수행함으로써 이 모든 국토 안에서 헛되이 음식을 받아먹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자 저 부처님께서 선정경계 비구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노라.

‘네가 이제부터 이름 그대로 비구가 되었으니 비구들을 따라 자신의 경계를 청정하게 하고 또 자신의 경계를 깊고 견고하게 살피는 동시에 그 살핀 이치에 따라 머물러야 하리라. 이른바 자신의 경계란, 자신의 경계에 6진(塵)이 와서 장애를 일으킴이 그것이니, 네가 그러할 때엔 여실하게 현전에 서 보리를 자세히 관찰하여 깨달아야 하며, 또한 그 보리에서 심원(深遠)한 생각을 일으킬 뿐 친근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이 때에 선정경계 비구가 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고는 그 뜻을 깊고 견고하게 하여 조금도 방일하지 않음은 물론 번뇌를 여의고 이치대로 수행하기 위해 과연 자신의 경계를 여실하게 사찰하였노라.

그 깊고 견고하게 사찰해야 하는 자신의 경계가 무엇인가? 이른바 눈의 경계가 곧 공(空)의 경계이고, 공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공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인지라, 이와 마찬가지로 귀·코·혀·몸·뜻의 경계가 곧 공의 경계이고 공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공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며, 또 눈의 경계가 곧 무상(無相)의 경계이고, 무상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무상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며, 내지 뜻의 경계가 곧 무상의 경계이고, 무상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무상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며, 또 눈의 경계가 곧 원(願) 없는 경계·조작 없는 경계·생멸 없는 경계이고, 원 없는 경계 내지 생멸 없는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생멸 없는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니라.

해의야, 저 선정경계 비구가 이 말씀을 들은 뒤 곧 그 법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충분히 조화롭고 막힘이 없게 하는 연고로 마음의 지혜를 닦아 네 가지 신족(神足)과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또 마음을 한 곳에 기울여 방일하지 않아서 일체 언어의 이치를 다 포섭하는 다라니문(陀羅尼門)에 들어갔노라.

해의야, 너는 이제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말라. 그 때 전륜성왕이 가장 수승한 지위를 버리고 부처님 법에 따라 출가하여 수도한 저 선정경계 비구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너의 전신이었으며, 또 왕을 따라 출가한 99억 나유다 백천의 비구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너와 함께 여기에 와서 법을 듣는 이 모임의 보살들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옛날의 인연을 말씀하실 적에 그 모임에 있던 1만 8천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고, 8천의 보살은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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