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해의보살소문정인법문경(佛說海意菩薩所問淨印法門經) 제09권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갖가지 훌륭한 칭찬을 받으므로
내가 그 칭찬을 대략 선설하여도
큰 바다의 한 방울 물에 지나지 않나니
그러므로 부처님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자에게
부처님 스스로 그 법장(法藏) 지닐 것을 부탁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
바로 시방 부처님을 널리 공양하는 것이므로
불안(佛眼)의 광명 얻어 불찰을 관찰하곤
미묘한 보배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그의 어느 복 보시보다 뛰어나므로
세간의 재물로 부처님께 공양하여서는
세간의 행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출세간의 수승한 법을 구할 때에
지혜로운 자 비로소 세간의 법을 여의나니
그러므로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곧 부처님의 섭수를 받음과 함께
모든 천룡도 같이 섭수하고
복의 섭수와 지혜의 섭수를 얻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선정·지혜의 두 행을 구족하므로
그 광대하고 수승한 지혜를 두루 알아
온갖 번뇌의 종자를 뽑아 버리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어떠한 마군에도 침해를 받지 않으므로
나쁜 조작과 의혹을 깨끗이 제거하여
그 모든 장애와 속박을 다 벗어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그의 태어나는 찰토 헛되이 지나지 않으므로
태어나는 곳마다 부처님 몸을 뵈옵고
뵙고는 곧 마음의 청정을 얻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전생 일 아는 큰 지혜의 법을 얻으므로
출가하여 좋은 이익과 공덕 성취하곤
진실하고도 청정한 행을 닦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계율과 범행(梵行)을 닦으므로
다섯 신통의 미묘한 지혜 얻어
선정·해탈에 다 장애 없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깊고 깊은 그 모든 법에 들어가므로
부처님의 공한 경계에 의심하지 않고
무아(無我)의 법을 믿어 중생 제도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장애 없는 이해와 예리한 지혜를 얻으며
다시 장애 없는 말과 두려움 없는 문을 얻으므로
모든 중생의 의혹의 그물을 깨뜨리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큰 다라니의 수승한 이익을 얻으니
100겁에 걸쳐 모든 경전 강설함은
그 걸림 없는 변재를 갖추었기 때문이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항상 지혜로운 이의 칭찬을 받으므로
하늘·아수라들 마음껏 기뻐하고
여러 부처님도 부처님 자식처럼 애호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제석·범왕과 전륜성왕의
그러한 몸 받기도 어렵지 않으므로
내지 보리의 수승 미묘한 즐거움 얻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특수하고 묘한 32상호를 갖추어
큰 지혜와 몸매 원만히 성취하므로
일체 보는 이마다 더욱 그리워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선지식 되기 또한 어렵지 않으므로
저 법인(法印)의 문을 선설하기 위해
다함이 없는 바른 법장을 받아 들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몸·입·마음의 업이 다 청정하고
계율·선정·지혜의 업도 그러하므로
마침내 해탈 지혜의 청정함을 얻으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항상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가 하면
또 바라밀의 행을 버리지 않으므로
그 모든 선법을 널리 포섭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호지하는 자
널리 그 많은 공덕 칭찬 받으므로
한 겁 동안 머물러 칭찬 받아도
그 끝을 말할 수 없네.
그 때 모임 가운데 있던 공덕광왕(功德光王)이란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난 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말할 수 없는 법에서 정각을 이루었노라’고 하셨는데, 세존이시여, 만약 법을 말할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이제 바른 법을 호지해야 할 것을 말씀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선남자여, 이제 너의 말처럼 나는 말할 수 없는 법으로부터 정각을 이루었노라. 그러나 선남자여, 말할 수 없는 것이란 세속의 문자 와 언어로써 이 무위법(無爲法)을 말할 수 없을 뿐, 만약 문자와 언어를 빌려 다라니문을 시설하고 건립하며, 드러내 밝히고 열어 보이기 위해서는 말로써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바른 법을 호지할 것을 강조함이니라.
또 선남자여, 어떤 법사가 이러한 깊고 깊은 경전을 설법하기 위해 널리 받아 지녀 다른 사람에게 연설함과 동시에 그 이치대로 수행할 때에 그 누구든지 이 법사를 공경하고 존중하여 받들어 섬기는 한편, 갖가지 공양으로 친절히 옹호하되 그 음식·의복·침구와 질병에 관한 의약품을 끊임없이 잘 공급하여 보시하고, 나아가서 그 선법과 선한 말씀을 옹호하여 오래도록 이 세간에 사라지지 않게 한다면, 그것이 곧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이 공(空)하고 상(相) 없고 원(願) 없고 구함이 없는 해탈문을 믿어 수순함으로써 그 더 없는 수행으로 진실한 경지에 편히 머문다면 그 또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이 스스로 쟁송(諍訟) 없는 수승한 말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법답지 않은 말을 함께 법으로 포섭한다면 그 또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장애 없는 마음으로써 끊임없이 모든 중생을 널리 포섭하여 해탈의 지혜 속에 들어가되 세간의 재물로써 이롭게 할 생각을 갖지 않고 법으로 보시한다면 그 또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이 몸과 목숨을 버려가면서라도 이 깊고 깊은 경전을 정성껏 옹호하기 위해 고요한 곳에 거처하면서 법대로 수행한다면 그 또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법을 듣기 위해서나 법을 연설하기 위해서 그러한 인연으로 내지 걸음 한 번 걷고 숨 한 번 쉬는 사이라도 전일한 마음을 기울인다면 그 또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이 모든 법은 보호할 바도 없고 취할 바도 없음을 깨닫는다면 그 또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니라.
다시 공덕광왕(功德光王)이여, 이러한 인연을 너는 알아 두라. 내가 기억하건대 과거 아승지 겁을 거듭한 겁수의 전에 그 때 세간에 출현하신 부처님으로 대지력성(大智力聲) 여래·응공·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 계셨으니, 그 세계의 명칭은 정광(淨光)이고 겁의 명칭은 희상(喜上)이었다.
선남자여, 그 정광세계는 유리(琉璃)로 이루어진 세계여서 넓고 깨끗한 광명이 시방을 비추었으며, 거기에 청정한 큰 보살마하살들이 머물고 있으면서 큰 신통력에 의지하여 유희하고 그 깊고 깊은 법으로부터 나와서 그 보살들의 모든 수용(受用)하는 바가 다 화락(化樂) 천자와 같았고, 또 그들은 모두 화락천자의 모습으로써 저 부처님께 설법을 듣고 다시는 출가 보살과 여러 보살의 다른 모습이 없었노라.
그 때 저 대지력성여래께서 항상 저 모임의 여러 보살들에게 바른 법을 호지할 것을 널리 선설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선남자는 마땅히 부지런히 수행하여 몸과 목숨을 버려가면서라도 이 바른 법을 호지해야 하리라.’
때마침 그 모임에 있던 법어(法語)라는 보살이 저 대지력성여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바른 법을 어떻게 호지해야 하며 또 호지해야 할 바른 법은 어떤 것이옵니까?’
저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물질과 마음의 두 가지 경계에서 모든 장애를 다 벗어나 한 가지 경계에 전일하여 모든 것을 조복하고 쉬게 하여 적정한 법에 머문다면, 그것이 곧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눈의 감관[眼根]과 빛깔의 경계[色境]와 눈의 알음알이[眼識] 이 셋은 법이 아니고 법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며, 귀의 감관과 소리의 경계와 귀의 알음알이· 코의 감관과 냄새의 경계와 코의 알음알이· 혀의 감관과 맛의 경계와 혀의 알음알이·몸의 감관과 접촉의 경계와 몸의 알음알이· 뜻의 감관과 법의 경계와 뜻의 알음알이도 모두가 법이 아니고 법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눈과 빛깔을 다 공한 것이라고 알고서 그 눈과 빛깔을 분별하지 않고 눈의 알음알이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바른 법이니, 보살이 이 여실한 지혜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러한 법을 얻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귀에 대한 소리와 코에 대한 냄새와 혀에 대한 맛과 몸에 대한 접촉과 뜻에 대한 법을 다 공한 것이라고 알고서 그 뜻과 법을 분별하지 않고 뜻의 알음알이에 집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바른 법이니, 보살이 이 여실한 지혜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러한 법을 얻게 한다면 그것이 바로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만약에 어떤 법이 여러 법 가운데서 변동될 수 있는 법이라면 그러한 법은 옹호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다고 아는 그것이 곧 바른 법을 호지함이며, 또 어떤 견(見)이 여러 견 가운데에서 삿된 견에 의지하는 견이라면 그러 한 견은 옹호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다고 아는 그것이 곧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다. 또 지혜가 없어 어리석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맑고 깨끗하지 못하다면 그러한 마음은 옹호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다고 아는 그것이 곧 바른 법을 호지하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만약에 어떠한 법이 쌓임[集]이 있고 흩어짐에 있다면 그러한 법은 법이 아니고 율(律)이 아니며, 쌓임도 없고 흩어짐도 없어야만 법이 되고 율이 될 수 있나니, 이른바 쌓이고 흩어지는 법이란 유위(有爲)의 도를 말미암아 그 모든 법이 쌓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여 법이 될 수 없고 율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쌓임이 없고 흩어짐도 없는 법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그 까닭을 알아 두라. 취할 바가 없으면 생길 것이 없으니 이 생길 것이 없으므로 쌓임과 흩어짐이 없고 쌓임과 흩어짐이 없으므로 그것이 곧 법이 되고 율이 되는 것이다.
또 어떤 것이 법이고 율이냐 하면, 그 자성(自性)이 생멸하지 않으므로 모든 번뇌가 일어날 수 없어 이것을 법이라고 하고 율이라 함이니, 이러한 법과 율의 생멸하지 않음은 곧 다함이 없고 다함이 없음은 곧 일어남이 없는 법이요 율이다. 이와 같이 일어남이 없는 법이므로 보호할 바가 없고, 이 보호할 바 없음이 바로 진실하게 바른 법을 호지함이니라.’
공덕광왕이여, 저 대지력성여래께서 이와 같이 설법하시자 그 때 그 모임의 3만 2천 보살이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으며, 법어보살은 저 부처님께 설법을 듣고는 마음이 너무나 상쾌하여 뛸 듯이 기뻐하면서 부처님 앞에서 이렇게 사뢰었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바른 법을 호지하기 위해 그 깊고 깊은 법문을 선설하심은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그 이치를 들은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일체의 법은 다 무위법(無爲法)이어서 함이 없는 그것이 바로 법이겠나이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일체의 법에 집착할 것이 없는 그것이 곧 무위법이기 때문입니다. 취하여 집착할 것 없는 것이 곧 법이므로 일체의 법에 그 법과 법 아닌 것의 두 가지 생각을 벗어나야 할 것을 알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일체의 법과 법 아닌 것을 벗어나서는 그것이 가장 뛰어난 진리라면 어떠한 법에도 얻을 것이 없고 어떠한 법 아닌 것에도 얻을 것이 없겠으며, 법이라는 생각이 없고 법 아니라는 생각도 없음으로써 곧 어떠한 법에도 계교하지 않고, 계교하지 않기 때문에 곧 진리의 경계에 머무는가 하면 진리의 경계에 머물기 때문에 마침내 그 경계가 없으니, 왜냐 하면 허공의 경계가 바로 모든 법의 경계여서 그 허공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경계가 없는 것처럼 모든 법도 어디에서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이 경계가 없는 것인 바 모든 법의 경계가 곧 허공의 경계라고 말하는 것이 이 때문이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어떤 보살이 이러한 진리의 법을 듣고서 여실하게 깨닫는다면, 그는 곧 모든 법에는 두 가지 상(相)이 없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또한 조그만 법에도 얻을 것이 있다고 보지 않고 아무 것도 없음을 알기 때문에 이 바른 법을 호지할 것을 제가 말씀드리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여래의 말씀에 수순한 것이라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법을 바르게 드리는 말이라 하겠습니까, 또는 바른 법을 호지하기 위해 법에 수순한 말이라 하겠습니까?
저 부처님께서 또 이렇게 대답하셨다.
‘선남자여, 이제 너의 말처럼 진실히 여래의 말씀에 수순한 것이고, 또 법에 대한 너 자신의 진실한 말이고 동시에 이 바른 법을 호지하기 위해 법에 수순한 바른 말이라 하겠노라.’
다시 공덕광왕이여, 저 법어보살이 이 법을 설할 때에 그 모임에 있던 십천(十千)의 천자들이 다 유순법인(柔順法印)의 지혜를 얻었노라.
공덕광왕이여, 너는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 그 때의 법어보살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너 공덕광왕의 전신(前身)이었다. 네가 이제 이 대중 앞에서 나에게 권청(勸請)하기 때문에 그 아승지겁에 걸쳐 모으고 쌓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법을 너에게 부촉함이니, 너 자신이 받들어 지님은 물론 널리 다른 사람에게까지 선설하고 유포해야 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고 나자 모임에 있던 60억의 큰 보살들이 모두 부처님 앞에서 이구동성으로 한꺼번에 외치기를,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희들도 이제 여래께서 말씀하신 보리의 바른 법을 호지하기 위해 널리 연설하여 유포하겠나이다’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선남자여, 너희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수행하여 여래가 아승지 겁에 걸쳐 쌓고 모은 이 보리의 법을 호지하겠는가?”
그 때 모임에 있던 산자재왕(山自在王)보살이 맨 먼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몸과 목숨을 아낀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길상봉왕(吉祥峯王)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이로움을 바란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명예와 이익 같은 것을 모두 버리고 성인께서 허락하시지 않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멀리 여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대당(大幢)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법이다, 법이 아니다 라는 두 가지 생각을 가진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두 가지 생각을 여의고 법의 평등을 얻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승밀(勝密)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번뇌의 병에 시달린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모든 성인의 지혜 힘을 얻어 번뇌를 굴복시키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지거(持炬)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리석어 어두운 경계에 처해 있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걸림 없는 지혜의 광명을 얻어 모든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여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전천(電天)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법에 대해 비량(比量)의 지혜를 일으킨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이미 현량(現量)의 지혜를 증득하여 모든 법에 다른 신심을 내지 않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보밀(普密)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세속의 근성으로 그 마음을 산란케 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이미 모든 근성과 모든 문(門)과 모든 처소를 잘 조복하여 심밀(深密)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정광(淨光)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중생의 법에 갖가지 근성과 갖가지 생각을 가진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고 또 평등한 법을 얻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최승보(最勝步)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산란하거나 평정 평등하지 않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평정 평등하고도 산란하지 않는 마음을 일으키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도사(導師)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바른 도의 법을 분명히 알지 못하고 삿된 도를 수행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이미 바른 도의 지혜로운 법을 분명히 알아 삿된 도의 중생을 진실한 도에 안치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선혜(善慧) 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망설이는 마음으로 분별하려고 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이미 망설이는 마음을 여의고 모든 분별을 끊어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그 의혹하는 병을 제거하게 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변조(遍照)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법 아닌 것에 집착하여 도를 수행하는 것을 파괴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바른 법에 머물러 진실하게 수행하 고 다시 일체 중생을 다 진실한 도에 안치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명관(明觀)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세속의 지혜에 더럽혀져서 법의 광명을 여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결정코 원만한 지혜와 훌륭한 방편을 얻어 법의 광명을 갖추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무애혜(無礙慧)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장애 되는 마음이 있어 중생들의 지혜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장애 없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보호하여 다 수승한 지혜에 머물게 하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행정혜(行淨慧)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중생들의 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 중생들의 행을 알지 못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저는 이미 일체 중생들의 그 근기와 행을 깨달았으므로 그러한 방법으로써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장엄왕(莊嚴王)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떠한 법에 분별하는 생각을 가지거나 또는 나와 남에 의지하거나 법에 의지한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일체의 분별과 분별 아닌 것을 모두 계교하지 않으며, 3륜(輪)이 청정하여 나와 남에 의지하거나 법에 의지하지 않고 또 조작함이 없는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사자당(師子幢)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의 중생들은 일체 법의 생멸 없음을 들을 때에 다 놀라고 겁내기 때문에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지만, 저는 이미 일체 법의 생멸 없음을 분명히 알아 다시 놀라거나 겁내지 않고 또 어떤 멀고 가까운 법을 다 초월하여 진리 그대로의 경지에 머물렀으므로,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다음엔 자씨(慈氏)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리에 대해 너무 현격하고 요원한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없으리니, 그러므로 어떤 보살이 ‘내가 비록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도 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몸과 마음은 화합한 것도 화합하지 않은 것도 아님을 알겠노라’고 이렇게 관찰한다면 그 보살이야말로 바른 법을 호지할 수 있겠나이다.”
다음엔 공덕광왕(功德光王)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공덕 아닌 것에 집착하여 진실한 공덕을 여의고 여래의 수승한 공덕을 구하지 않는 자라면 이 바른 법을 호지하지 못하리니, 저는 이미 모든 공덕 아닌 것을 멀리 여의고 보살의 진실한 공덕에 편히 머물러 여래의 가장 수승한 공덕을 부지런히 구했으므로, 그러한 방법으로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
맨 끝으로 묘길상(妙吉祥)보살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간에 광란(狂亂)한 사람들처럼 함부로 ‘내가 능히 여래의 바른 법을 호지하겠나이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진실로 믿을 수 없는 말이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도량에 앉아 계실 적에 어떠한 법도 얻을 것이 없고 증명할 것이 없으셨거늘, 그 중에 무슨 호지할 법이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기로는 일체 법에 도무지 호지할 것이 없으므로 다만 모든 집착을 떠나 대비(大悲)로써 그 법성을 가져야 하겠으며, 그러나 모든 법에 성취하는 것도 없는 반면 성취하지 않는 것도 없어야 할 줄 믿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묘길상동진(妙吉祥童眞)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구나, 묘길상이여, 너의 말처럼 그렇다, 그렇다. 내가 도량에 앉아 있을 적에 어떠한 법도 얻을 것이 없었나니, 얻을 것이 없는 그 때가 바로 도량에 앉았을 때라고 말할 수 있느니라.”
묘길상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어떤 때를 도량에 앉아 계실 때라 하옵니까? 만약 앉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곧 보리에 얻음이 있는 것이요, 얻음이 있다면 어떤 대애(對礙)의 분별과 보리의 분별이 있다 하겠지만, 얻을 것이 없음이란 바로 부처님과 보리가 두 가지의 대애가 없기 때문이라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묘길상이여, 보리의 자성(自性)을 내가 이미 요달하였기 때문에 보리의 도량에 앉은 것이니, 말하자면 나의 자성이 곧 보리의 자성이고 보리의 자성이 곧 일체 중생의 자성이고 일체 중생의 자성이 곧 일체 법의 자성이니라.
묘길상이여, 동일한 자성이고 평등한 맛[味]이기 때문에 내가 보리의 도량에서 정각을 성취할 때 보리를 관찰하여 어떠한 법에도 해탈하지 않는 것이 없었나니, 이는 보리가 평등하기 때문에 모든 법을 증득함도 평등하였노라. 그러나 그 평등한 법 가운데 모든 수(數)를 계교하지 않고 수와 수가 아닌 것을 모두 떠나서 평등한 법만을 깨달았으므로 여래를 무위(無爲)라고 이름하니, 여래는 이 무위를 얻어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을 초월하였느니라.”
여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그 때 묘길상보살은 깊은 신해(信解)을 내었고, 그 밖의 대중들도 여래의 해탈법을 믿고 이해하는 한편, 이 신해를 말미암아 그 평등한 법에 다 어기는 일이 없었다.
그 때 무량공덕보무구수묘장엄(無量功德寶無垢殊妙莊嚴)세계로부터 해의(海意)보살이 그 여러 큰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이 사바세계에 와서 설법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상쾌하여 뛸 듯이 기뻐하면서 함께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희들이 이 불찰에 와서 세존을 뵈옵고 또 묘길상동진보살을 보게 되므로 훌륭한 이익을 얻었으며, 다시 깊고 깊은 이 바른 법을 듣는 동시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바른 법을 세간에 머물게 하기 위해 큰 법바퀴 굴리심을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이 바른 법을 곳에 따라 널리 유포한다면 그 중생들은 매우 훌륭한 이익을 얻을 것이며, 또 부처님께서 세간에 계실 때나 열반하신 뒤에라도 어떤 사람이 이러한 바른 법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여 받아 지니고 읽어 외워 널리 다른 사람에게까지 선설한다면 이 사람 역시 큰 이익을 얻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선남자여, 보살이 몇 종류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너희들이 아는대로 말하여라.”
저 보살들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그 부사의한 선업을 닦음에 따라 열 가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그 열 가지란 세간에 출현하신 부처님을 만나 친근함으로써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첫째요, 부처님을 뵙고 나서 깊이 청정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그 둘째요, 청정한 마음을 일으킴과 함께 바른 법을 듣는 것이 그 셋째요, 바른 법을 듣고 나서 모든 의혹을 여의는 것이 그 넷째요, 의혹을 여의고 나서 출가하는 것이 그 다섯째요, 출가하고 나서 깨끗한 생활을 스스로 도모하는 것이 그 여섯째요, 깨끗한 생활을 스스로 도모하기 위해 설법을 잘 하는 것이 그 일곱째요, 설법을 잘 하고 나서 보리심을 내는 것이 그 여덟째요, 보리심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보살장(菩薩藏)의 법을 받아 듣는 것이 그 아홉째요, 보살장의 깊은 법을 듣고 나서 법대로 수행하여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법이 바로 보살의 열 가지 큰 이익을 얻는 것이오니, 이 부사의한 선업을 잘 닦는 보살이라면 그는 곧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라 하겠나이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칭찬하셨다.
“훌륭하구나. 여러 대사여, 그대들은 이 보살의 큰 이익 얻는 법을 잘 설명하였다.”
이 법을 설명할 때에 그 모임의 3만 6천 사람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