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자가 되자마자 좋은 곳에 태어난 혜초스님제자

묘자가 되자마자 좋은 곳에 태어난 혜초스님제자

수(隨)나라 개황(開皇) 연중에 혜초(慧超)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말차 행동이 남보다 뛰어나고, 항상 법화경을 외웠다 한 제자가 나이 열다섯이 되자 병으로 죽어 태산으로 옮겨다 장사지냈다.

얼마 후에 혜초스님이 태산에 가서 분향하고, 찾아온 뜻을 말하니 목우인(本偶人)이 갑자기,

「스승께서는 계행이 특출하신데 물으시는 것을 어찌 감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까? 」

하고 부군(府君), 신 앞으로 인도해 갔다.

혜초스님이 태산부군에게 물었다.

「내 제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 곳에 없는데 아직 태어날 곳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좀 만나보고 싶습니다. 」

하니, 부군은 곧 인도해 가게 하였다.

동쪽으로 20여 걸음쯤 가니 과연 제자가 반가이 맞았다.

「괴롭고 즐거움이 어떠하냐? 」

「갇혀 있을 뿐이고 괴로움이나 즐거움이 없습니다. 그저 다시 태어날 곳이 정해지지 않은 것만이 마음에 걸립니다. 선생님께서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

「어떤 공덕을 지으면 되겠느냐? 」

「법화경 한 질을 만들고, 재를 베풀어 스님 1백 명에게 음식을 대접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혜초스님은 돌아오자 곧 법화경을 베껴 쓰고 많은 스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였다. 일이 끝나자 혜초스님은 다시 부군을 가뵈었다. 부군은 전과 다름 없이 대해 주었다. 스님이 법화경을 만들고 음식 대접한일을 말하니 부군이 말했다.

「스님의 제자는 스님이 법화경 제목의 묘(抄)자 한 자를 쓰자마자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 「어떤 곳에 태어날 것입니까? 」

「제군(齋郡) 왕무(王武)의 아들로 태어날 것입니다 세 살이 되거든 찾아가 보십시오. 」

혜초스님은 3년이 지나 그 집을 찾아갔다.

「댁의 아드님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하니 왕씨는 이를 거절하고 아들이 있다는 것조차 말하지 않았다. 스님이 부군이 하던 말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왕씨의 아내가 방에 있다가 남편에게,

「법사의 영감(靈惑)이 그처럼 기이하니 보시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하고 아이를 안고 나왔다.

아이는 스님을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겨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아이는 자라자 출가하여 다시 혜초스님을 섬겼다.

<弘賞博 第十. 現應錄 ·靈瑞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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