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과 함께 안거한 세 스님
고려 어느 때의 일이다. 명오·달진·혜명 세 스님이 오랫동안 정진하였으나 별로 소득이 없어서 어느 겨울 안거에는 결사적으로 용맹정진하기로 약속하고 양식을 준비하여 가지고 삼척의 태백산 심원암(深源庵)으로 갔다.
10월 14일이 되어 결재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섬짝 같은 누더기 걸망을 짊어진 노장이 와서 방부를 드린다. 결제중(結制中)에는 중이 다니지 못하는 법이었으므로 그 밤을 새면 15일이니 방부를 받지 아니 할 수도 없었다.
세 스님은 비밀리에 서로 의논하였다.
「저 노장을 받지 아니할 핑계가 없으니, 방부를 받기는 하되 정진하는 규칙을 엄하게 세워서 잠깐만 규칙을 어기어도 호되게 경책하면, 필경에 경책에 못 이겨서 자발적으로 떠날 터이니 그렇게 하자.」
그래서 방 가운데 앉혀 놓고 잠깐만 졸아도 선척으로 여지없이 때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노장은 입선만 하면 마구 조는 것이다. 약속한 대로 스님은 번갈아서 노장을 선척으로 때렸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맞던 노장도 몇 달 뒤에는 한가운데 앉아서 조금도 조는 기색이 없고, 도리어 세 사람을 경책하는 것이었다. 세 사람은 노장의 경책을 받으면서 삼동을 지났다.
해제를 하고 나서 노장이 말하기를,
「소승은 양식도 없이 와서 스님들 덕분에 겨울을 잘났습니다.」
하고는 누더기 걸망을 지고 주장자를 들고 왼쪽으로 휙 돌더니, 청사자를 만들어 타고 허공으로 올라갔다.
세 스님은 이 광경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허공을 향하여 무수히 절하고,
「문수보살이시어, 저희들에게 인연터를 가르쳐 주소서. 」
하고 애걸하였다.
어디선지 삼척동자가 나타나더니,
「명오는 갈래사로 가고 달진은 금룡사로가고 혜명은 법흥사로 가거라. 」
하였다.
<문수성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