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대왕과 문수동자

세조대왕과 문수동자

조선의 세조(世視)대장은 즉위한 후로 온 몸에 만신창이 생겨서 백약이 무효하고 괴롭기 비길 데 없었다. 등극한 지 9년 되던 해(1464)에 오대산의 문수도량에 가서 지성으로 백일기도를 마치고 월정사의 상원암(上院庵)에 갖다가 한번은 좌우를 물리치고 혼자서 시냇가에 나아가 옷을 벗고 목욕하는데 어떤 사미승이 숲 속을 지나갔다.

왕은 사미를 불러서 등을 밀어달라고 하였다. 사미가 몸을 문질러 주는데 상쾌하기 짝이 없고, 몸을 살펴보니 창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세조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사미에게 고맙다고 치사하고 부탁하였다.

「너는 혹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옥체에 손을 대었다고 말하지 말아라.」

사미는

「그러하오리다. 대왕께서도 문수보살을 친견하였노라 말씀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온데 간데가 없었다.

세조는 대경하여 화공을 불러서 만났던 문수동자의 화상을 그리게 하여 상원암에 봉안하였다.

<오대산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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