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10권
그 때 오로미라 가섭에게 두 아우가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이 나제 가섭(曩提迦葉)이요, 둘째의 이름은 아야 가섭(誐耶迦葉)이었다.
이 두 가섭은 저마다 250의 제자들을 두었고 모두가 니련하 하류의 언덕 곁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저마다 스승의 법에 애써 더욱 닦고 익히며 있었다.
이 두 가섭은 어느 날 니련하 물속에서 갑자기 오로미라 가섭이 불에 제사하는 도구, 호마ㆍ주걱 등과 사슴 가죽과 나무 가죽의 옷과 깨끗한 병ㆍ지팡이ㆍ가죽신 등의 물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니련하 물을 따라 흘러내려 오는 것을 보고서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생각하기를, ‘우리의 형님 가섭께서 왕의 재난은 없었을까? 도둑의 재난은 없었을까? 물과 불 등의 재난은 없었을까? 이 재난으로 말미암아 수행하는 데에 잘못이 있으리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불에 제사하는 도구와 갖가지 물건들이 물속에 버려져서 제멋대로 흘러내려온단 말인가. 자세히 알아보면 오늘 반드시 차이가 난 일을 보게 되리라’하고, 이에 두 아우는 생각하고 의논하기를 두 번 세 번 하다가 같이 형을 찾아 나갔다.
그 확실한 것을 캐기 위하여 형이 살던 곳에 닿았더니 가섭과 제자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살던 데만 남아서 쓸쓸하고 고요할 따름이었다.
이 때에 두 가섭은 갑절이나 더 구슬퍼져서 곧장 이웃 사람에게 나아가서 그 까닭을 물었더니, 이웃 사람은 대답하였다.
“오로미라는 신선의 도를 버리고서 제자들을 데리고 사문에게 귀의하였습니다. 우리 여러 사람들도 그 사실은 모릅니다. 스스로 거기에 나아가서 그 까닭을 물으십시오.”
이 때에 두 가섭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서로가 말하였다.
“나 역시 어떤 사문이 요사이 이곳에 왔었음을 들었습니다. 무릇 모든 거동이 다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하던데, 만약 우리 형님과 제자들이 참으로 그러하였다 하면 매우 희한한 일입니다. 이제 거기에 가서 몸소 거짓인가 참인가를 자세히 살펴야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따르며 같이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의 형 오로미라와 제자들이 가사를 입고 사문의 형상이 되어 있음을 보았는데 모두가 부처님 앞에 앉아서 우러러보며 법을 듣고 있었다.
이 때에 두 가섭은 눈으로 이 일을 직접 보고 그 진실임을 알아차리자, 마음이 놀라고 털이 곤두서서 발이 나아가지를 못하는데 부처님께서는 나제 가섭이 와서 그의 형을 찾는 것을 보셨다. 또 모임의 앞에 서서 발을 떼지 못함을 보시고서 곧 오로미라 스스로가 일어나서 영접하게 하셨다.
이 때에 두 가섭은 그의 형이 자리를 떠서 영접함을 보고 곧 앞으로 달려 나가서 발에 예배하고 문안하면서 두 가섭은 말하였다.
“우리 형님은 나이가 늙으셨고 덕이 있으며 오래부터 이미 닦고 행하여 학문이 넓고 널리 통달하여 세상에서는 같을 이가 없사오며, 마가다의 국왕과 대신이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우리 형님은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셨다 하여 언제나 갖가지의 향과 꽃과 음식과 훌륭한 의복이며 그리고 값진 보배를 가지고 와서 공양을 하며 무릇 말씀이 있으시면 진실로 믿지 않음이 없었사온데, 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자기의 도를 버리시고 남의 가르침을 따르셨나이까?
저희들이 본래 닦고 행한 것은 형의 지시에 의지한 것이며 제자들에게 이르기까지 모두가 다른 일은 없사옵니다. 형님이 이제 스스로 본래 닦고 익히던 바를 버리셨는데, 저희들은 어떻게 다시 굳게 나아가겠나이까? 큰 의심 그물에 걸려 있으니, 원컨대 깨우쳐 주옵소서.”
이렇게 말하여 마치고 엄숙히 한쪽에 서 있었다.
이 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나제 가섭 등에게 말하였다.
“지나간 세상에는 부처님께서 없어서 마치 어둔 밤과 같았다. 사람이 슬기로운 눈이 없으면 나쁜 데에 빠지는 줄 모르느니라.
나는 이 즈음에 굳은 절개로 수행하며 불 섬기는 것을 공으로 삼아 매양 거룩한 증득을 기원하였고 다시금 이 도로써 더욱 너희들을 가르쳤으며, 딴 사람으로서는 나의 도보다 지나갈 수 있는 이가 없기에 곧 스스로가 아라한을 증득하였다고 여겼었느니라.
큰 사문이 계시는데 바로 부처님ㆍ세존이시다. 몸의 길이는 한 길 여섯 자요, 금빛이 휘황하게 빛나며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지고 거룩한 덕이 특히 높으시니라.
나를 가엾이 여기셔서 일부러 가까이 와서 머무셨는데, 무릇 동정(動靜)에는 하늘이 모두 멀리서 알았나니 4천대왕과 범왕ㆍ제석에 이르기까지 다 함께 와서 법을 들었느니라.
또 신통을 보건대 찰나 동안에 4대주(大洲)와 천상에 이르기까지 오가면서 소타[蘇陀味]를 가져다 모두 다 나에게 보였느니라.
또 다시 나는 진실로 아직은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지 못하였음을 알았느니라. 이 일 때문에 나의 도는 그 분보다 못하였고 살펴 깨쳐서는 먼저 진실로 부끄러워하고 뒤에는 뉘우쳐야 되었으며, 이에 제자들과 지성으로 출가하였더니, 우리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곧 구제하시어 법복을 입게 하며 제도하여 승가를 만드셨느니라.
먼저 너희들에게 알리지 아니한 것이 나의 허물이로다.”
이 때에 나제 가섭과 아야 가섭은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되었는지라 문득 믿음과 향상(向上)을 일으키며 이 말을 듣고 나서 슬픔과 기쁨이 엇섞이면서 형에게 말하였다.
“우리의 본래 수행은 형님으로 인하여 가르쳐 받았거늘, 형님이 이제 버리신다면 우리 또한 따르기를 원하옵니다.”
또 다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이 없으면 어떻게 바른 법을 듣겠나이까. 비록 늙어 꼬부라짐에 그친다 하더라도 역시 뛰어나기를 바라겠사옵니다.”
오로미라 가섭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이니라.”
나제 가섭과 아야 가섭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두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형님 오로미라 가섭은 먼저는 바로 본래의 스승이온데, 이제 출가하여 이미 사문이 되었으니 우리도 이제 출가하려 하옵니다. 원하옵나니, 제도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을 하시면서도 도리어 그의 제자들을 인도하게 하려고 말씀하셨다.
“너희들 제자들은 모두 알고 있느냐?”
두 가섭은 말하였다.
“아직 모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알리고 돌아오면 너희들을 제도하리라.”
이 때에 두 가섭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살던 데로 돌아가서 저마다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마나바가 너희들은 곧 알겠느냐. 큰 사문이 계시는데 그 명호는 부처님이시다. 요사이 우리 스승 가섭이 사시던 데에 오셔서 누차 신통으로써 기이한 형상을 나타내시어 모두 우리의 스승에게 하나하나 눈으로 보게 하셨다. 또 법의 힘으로써 그의 하는 일을 누르셨으므로, 우리의 스승은 살펴 깨달아서 법이 그보다 못한 줄 아셨는지라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에게 나아가서 출가하셨다.
나는 그 버려진 수용한 것들이 물을 따라서 흘러내려 온 것을 보고서 스스로 찾아가서 그 까닭을 알아보려고 거기에 이르렀다가 우리의 스승 가섭과 그 4백 제자들을 보았더니, 모두가 가사를 입고 사문의 형상이 되어 모임에 앉아서 그의 법 말씀함을 들었었다.
나는 이 일을 보고 처음에는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는데, 우리의 스승 가섭께서 자리를 떠나와서 영접하며 자세히 먼저의 일을 말씀하셨다.
나는 자못 훌륭함을 듣고서 역시 출가하기를 원하였다가 이어 너희들을 생각해서 돌아와 알리는 것이다. 나의 뜻은 이와 같으니, 너희들은 생각을 하여 믿음과 진실된 마음으로써 저마다 나에게 알려라.”
그 두 가섭은 이런 말을 하여 마치자, 이 때에 마나바가 제자들은 가섭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의 닦고 배운 것을 스승으로부터 받은 바입니다. 스승께서 훌륭하고 못함을 가릴 것이요, 제자들이야 어찌 알겠습니까. 스승께서 오히려 거기에 나아가서 출가하신다면 우리들이 어찌 고집하며 지키겠습니까. 만일 결정이 되셨다면 역시 따르기를 원합니다.”
이에 나제 가섭과 아야 가섭은 저마다 제자들을 거느리고 같이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모임에 닿은 뒤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왔느냐?”
두 가섭은 대답하였다.
“왔사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저마다 제자들을 데리고 같이 부처님께 왔사옵니다.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할 수 있게 하시면 계율을 받들고 맑은 행을 닦아 지니겠사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크게 사랑하시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거두어 주셔서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시고,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오늘 아침에야 바로 참된 출가요, 바로 참된 맑은 행이니라.”
이 때에 가섭 등은 이 말씀을 듣고서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모르며 저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기를 마친 뒤에 우러러보며 서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가섭 등 천 비구를 재도하신 뒤에 곧 알맞고 기쁘셨던 땅을 떠나서 나이 늙은 가섭 등 1천 비구를 데리고 아야산(誐耶山) 꼭대기 탑의 처소를 거니시려고 나아가셨다.
아야산에 닿으신 뒤에,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세 가지 일을 나타내셨다.
첫째는 신통이요, 둘째는 법을 말씀하심이요, 셋째는 조복(調伏)이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삼마지에 드셔서 신통 변화의 모양을 나타내셨는데, 본래의 자리에서 없어져서 동쪽의 허공 가운데서 가고 서고 앉고 누우시는 네 가지 위의를 나타내시며, 또 몸 위에서 5색의 빛을 내셨나니, 이른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과 그리고 홍색이었다.
또 다시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며, 내지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모두 이런 형상을 나투셨는데 신통 변화를 보이신 뒤에는 찰나 동안에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의 마음과 뜻과 의식 등에서의 모든 법 가운데에 의심 있음[有疑]과 의심 없음[無疑]과 생각 있음[有念]과 생각 없음[無念]과 스러지게 됨[可滅]과 스러지지 아니함[不滅]의 이 모든 법을 너희들은 결정코 수행하여라.”
또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하느니라. 안식(眼識)이 반연이 되어서 모든 빛깔을 탐내며 빛깔에 닿음으로 인하여 속의 마음이 생겨나서 곧 괴로움과 즐거움이 있고 혹은 괴롭지 않기도 하고 즐겁지 않기도 하나니, 귀ㆍ코ㆍ혀ㆍ몸 뜻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탐냄의 불도 이미 그러하고 성냄과 어리석음 역시 그러하나니, 이로 말미암아 바퀴 돌듯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근심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느니라.
비구들아, 세 가지 불이 왕성함은 나[我]로 말미암아 근본이 되나니, 세 가지 불을 끄려고 하면 마땅히 나의 근본을 끊어야 하느니라. 나의 근본이 만약 끊어지면 세 가지 불이 저절로 꺼지며 이에 삼계의 바퀴돌이와 일체의 괴로움이 저절로 끊어지느니라.”
이 때에 세 가섭과 1천의 비구들은 또 세존께서 나타내신 신통 변화의 형상과 말씀하신 바른 법을 받잡고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할 일을 다 마치고 여러 무거운 짐을 버리며 바로 자기의 이익을 얻고 바퀴돌이가 끊어지며 모두가 다 아라한 도를 증득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아야산 꼭대기에서 세 가섭과 제자 천 사람을 제도하여 모두가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게 하여 마치셨으며 이 때에 민미사라왕(民彌娑羅王)과 재상 대신과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세존께서 아야산 꼭대기에 계셨고 제자들 수가 꼭 천 사람이었음도 알았었는데, 어느 한 대신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나라 사람들이 요사이 하는 말을 듣건대 저 석씨 성바지 중에서 낳은 한 동자는 처음 낳을 때에, 설산 곁 사의라체(娑儗囉體) 물가의 옛날 가비라(迦毘羅) 신선이 살던 곳에 있던 어느 한 관상을 잘하는 바라문이 관상을 보고 말하기를, ‘이제 이 동자는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지고 복과 지혜가 원만하므로 반드시 금륜성왕(金輪聖王)이 되어 4천하에 임금이요, 대해(大海)의 끝까지 모두 거느리며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들은 열 가지 선행을 하며, 다시 윤보(輪寶)ㆍ마니보(摩尼寶)ㆍ여보(女寶)ㆍ주병보(主兵寶)ㆍ주장보(主藏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가 있어서 이와 같은 여러 보배는 저절로 나타나서 항상 따를 것이며, 또 1천의 아들이 있는데 빛깔과 형상이 첫째요, 큰 용맹을 갖추어서 능히 적을 깨뜨리며 4주(洲)가 두려워하여 모두 다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나 혹시 집을 떠나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가사를 입는다 하면 바른 마음으로 닦고 행하며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루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세히 이상의 일을 모두 왕에게 아뢰고서 말하였다.
“청컨대 빨리 도모하여 후회가 없게 하십시오. 만일 죽일 수 있다면 나라가 보존되고 끝까지 길할 것입니다.”
이 때에 민미사라왕은 정전(正殿) 위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생각을 하되 언제나 다섯 가지 일을 생각하였다.
첫째는 언제나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께서 세간에 나오시기를 원하는 것이요, 둘째는 일찍 거기로 가게 되어 쳐다보며 예배하고 따라 기뻐하는 것이요, 셋째는 도착한 뒤에는 곧 법을 듣게 되는 것이요, 넷째는 말씀하신 법대로 모두를 환히 알 수 있는 것이요, 다섯째는 나에게 계율을 주게 되고 받은 뒤에는 받들어 지니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이 일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대신이 꾀하는 말을 듣고 한탄하기를 한참이나 하다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로다. 여래에게 아주 나쁜 마음을 일으키려 하다니, 바로 크게 어리석도다. 그대는 빨리 가라. 다시는 말을 내지 말라.”
그러자 그 대신은 이 말을 듣고서 허락하며 따르지 않을 것을 알고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
그 때 민미사라왕은 곧 좌우에 가까이 자리한 대신들을 돌아보며 복과 상호가 원만하고 지혜가 있는 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저 아야산 꼭대기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서 나를 대신하여 공경하면서 세존께 청하며 나처럼 말을 하되, ‘민미사라왕은 두 발에 머리 조아리고 공경하기를 한량없이 하면서 세존께 문안하옵니다. 병도 없으셨고 괴로움도 없으시며 기거가 가볍고 안락하셨나이까? 이제 세존께 청하옵니다. 궁성에 강림하시어 미미하나마 공양을 받으시옵고, 저와 저희 인민들에게 큰 이익과 즐거움을 얻게 해주십시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과 성인들이신 장로 대덕들께서는 함께 모두가 강림하옵소서. 이 삶이 다하도록 음식과 탕약과 침구ㆍ승가리(僧伽梨)에 이르기까지 받들어서 온갖 공급에 모자라거나 적지는 않게 하겠사오니, 크게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마시고 오시옵소서’라고 하시오.”
이와 같이 말한 뒤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엄숙하게 거룩한 뜻을 들으려고 하였더니, 부처님께서는 곧 잠자코 계시므로 그 심부름을 한 이는 부처님께서 청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예배하고 돌고서 작별한 뒤에 돌아왔다.
그 때 민미사라왕은 사신이 돌아왔음을 듣고 급하게 정전에 나아가 사신의 조배(朝拜)를 받고 임금과 신하의 예가 끝나자 급하게 물었다.
“세존께서는 오셨소?”
사신은 가까이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왕의 뜻을 받고 아야산에 나아가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면서 자세히왕의 뜻을 세존께 아뢰었더니,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셨나이다. 반드시 강림하시오리다.”
이 때에 왕은 좌우 대신에게 칙명을 내리어 곧 궁전과 서낭이며 네거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깨끗하게 하고, 또 갖가지 이름난 향과 아름다운 꽃을 마련하여 영접할 준비를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장로 가섭과 천의 아라한들과 함께 아야산을 떠나서 왕사성으로 나아가시다가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데에 장림탑(杖林塔)이 있었으므로 부처님과 대중들은 탑까지 이르러서 머무셨다.
민미사라왕은 세존과 여러 성인들이 장림탑까지 이르러서 편안히 정주하셨음을 듣고서 관아에게 칙령하여 엄히 수레를 정돈하여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자신의 권속들과 여러 신하들과 함께 성을 나가서 장림탑 있는 처소로 나아가려 하는데, 궁중에서 나가 아직 멀지 않은 곳에서 왕이 탄 수레가 땅에 갑자기 구덩이가 파이면서 바퀴가 빠지며 나아가지 못하는지라 왕은 생각하기를, ‘나는 반드시 옛날 일찍이 선하지 못한 일을 지었었기에 오늘 이런 일이 있게 되는구나’ 하고, 이런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바로 공중(空中)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옛날에 선하지 아니한 일이란 없습니다. 다만 현재 여러 감옥 안에 얽매어 있는 이들이 많은 뿐입니다. 수레바퀴가 빠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왕은 공중에서 하는 말을 듣고, 틀림없이 성현이 아시고 지시한 것이라 하여 마음에 아주 감격하면서 즉시 사람을 시켜서 여러 감옥에 흩어 나아가 죄의 경중으로 차등을 두어 용서하게 하였더니, 수레가 앞으로 나아갔다.
성문에 다다르자, 왕의 보배관이 또 갑자기 부서지므로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틀림없이 옛날 일찍이 선하지 못한 일을 지었었기에 오늘 거듭하여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구나’ 하고, 왕이 생각을 내었더니 공중에서 성현이 또 다시 말하였다.
“천자여, 당신은 옛날에 선하지 아니한 일이란 없습니다. 단지 앞의 일 때문인데, 석방된 갇혔던 사람으로서 가벼운 이는 이미 석방되었거니와 무거운 이는 비록 사리기는 하였다 하더라도 딴 곳에 갇혀 있습니다. 관이 부서 지는 조짐이 이 때문입니다.”
왕은 성현이 하는 공중의 말을 듣고, 곧 사람을 시켜서 여러 곳에 조칙으로 불러서 모두 수레 앞에 이르게 하여 다 용서하였더니, 죄인들이 사면을 얻고 기뻐 날뛰면서 왕의 덕을 칭송하였다.
이 때에 왕에게 따른 것과 여러 권속들이 탄 수레는 1만 2천이요, 또 나라 안의 바라문ㆍ장자며 인민들의 것 또한 백천의 수레이었는데, 같이 성문을 나가서 세존의 처소로 나아갔다.
왕은 장림탑이 다가오자 가까운 동산 안에서 가구나꽃[迦俱那花] 다섯 송이를 따서 손수 가지고 부처님에게 나아가다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서 수레에서 내리어 걸어가며 일산과 칼 등의 종류를 버리고 서로 따르게 하면서 부처님에게 닿자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세 번이나 스스로가 “저는 바로 민미사라왕이옵니다”라고 일컬으매, 부처님 또한 세 번 인가하시면서,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라고 하셨다.
그러자 왕은 곧 다섯 송이의 꽃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린 연후에야 땅에 엎드려 그의 두 발에 예배하고, 또 세 가지 언사로써 찬탄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셨다.
“왕은 앉으시오.”
왕이 자리에 오르자, 그 왕의 권속들과 바라문과 장자며 일반 평민들이 차례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기뻐 뛰놀면서 저마다 게송으로써 세존을 찬탄하였으며, 찬탄하기를 마치고서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이 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먼저는 바로 왕과 대신이며 한 나라의 인민들에게 존중을 받았던 이었는데 지금은 사문이 되어서 부처님 곁을 모시고 서 있었으므로, 왕과 인민들은 미심쩍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이 다 함께 생각하기를, ‘장로 가섭이 불을 섬겨 수행하며 애써 고행함이 퍽 오래였는지라 지혜와 도덕이 모두 뛰어나서 남의 위였다. 이제 대중의 모임에 있으니, 우리들이 의심하게 되는구나. 바로 여래가 가섭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일까, 가섭이 여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할 때에 부처님께서는 곧 아시고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 스스로가 알아야 할 때로다.”
가섭은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삼마지에 들었다가 본래의 자리에서 없어지더니 동쪽에서 나타나며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의 형상을 지었으며, 또 다시 몸에서 광명을 내쏘되 다섯 가지 빛깔이 있었나니, 이른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과 홍색이었는데 그 빛깔은 섞이어서 마치 파리와 같았다.
또 다시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었는데, 남쪽ㆍ서쪽과 북쪽에 이르기까지 모두 역시 그와 같았으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마치고 갑작스런 사이에 대중의 모임에 돌아와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본래 수행을 하되
불을 받들어 섬기었으며
더운 오랜 세월 동안에
의심하며 부지런히 수고하였습니다.
마음에 언제나 스스로 생각하되
이미 아라한을 증득했다 했으며
나라는 고집에 집착을 하여
해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크신 자비심으로
오셔서 제도를 하시느라고
불을 억제하여 타지 않게 하셨고
또 꺼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같이
불을 섬기신다 말하였더니
구하는 바도 없다 하셨고
불을 섬겨 무엇에 쓰겠느냐 하셨나니
천상과 인간에서
사랑하여 그리는 바 없었습니다.
내가 베푼 법의 모임은
이것을 구하기 위해서인데
오셨으면, 오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나의 뜻을 모두 아셨습니다.
또 네 개의 주(洲)와
그리고 저 천상계에서
과일과 밥을 가져 오셔서
다 나에게 먹게 하셨습니다.
나는 불 섬기는 데에 집착하여서
바른 수행에 헷갈린 것이
마치 눈이 먼 소경과 같고
또 죽은 사람과 같았나니
보는 바와 앎이 없었으므로
틀림없이 떨어질 데로 향했습니다.
마하 모니(摩訶牟尼)께서는
마치 큰 용과 같아서
힘써 정진(精進)의 구름을 펴며
단 이슬의 비를 뿌리시어서
온갖 정식(情識)이 있는 생물과
정식 없는 따위를 이롭게 했습니다.
나는 뛰어나려고
사문되기를 구하였더니
부처님의 큰 가엾이 여김으로
말씀하신 깨끗한 법을 받았습니다.
가장 으뜸가는 구절을
알고 깨닫게 하셨으므로
나는 이제 참으로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의 스승이시며
나는 바로 제자이므로
여러 사람들은 알아야 하며
미심쩍은 생각은 내지 마시오.
이것은 정성스런 참된 말이니
마땅히 진실로 믿어야 합니다.
그 때 가섭은 게송으로 말하여 마치고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다시 본 자리로 돌아왔다.
이 때에 모임의 대중인 왕과 인민들은 실제로 가섭이 바로 부처님의 제자인 줄 알았으며, 부처님께서는 대중의 모임에서 의심이 이미 그쳤음을 아시고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당신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연설하겠으니 당신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십시오.”
왕과 모임 대중은 분부를 받고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이제 아셔야 합니다. 만일 왕 몸의 빛깔[色]에 남이 있고 없어짐이 있다면 당연히 나고 없어지는 두 가지 형상을 자세히 살펴서 실제로 분명히 알게 하여야 하며, 다시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 역시 빛깔과 같이 자세히 살피십시오.
선남자여, 만약 이 나고 없어짐을 사실과 꼭 같이 환히 알 수 있게 된 뒤면 다시 이는 나고 없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자세히 살펴야 하며, 만약 빛깔이 나고 없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환히 알 수 있으면 곧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 역시 나고 없어짐이 아니라는 것도 알 것입니다.
선남자여,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본래 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나니, 만약 본래 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음을 사실과 꼭 같이 환히 알 수 있으면 또한 다시 난 것도 아니며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다 함에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만약 이 법을 사실대로 알면 곧 수없는 아승지 적멸(寂滅)의 법을 얻을 것입니다.”
이 때에 거기 모인 대중의 일체 바라문과 장자며 일반 서민들 가운데서 의심을 내는 이들이 있었나니, ‘세존께서는 지금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과 의식은 본래 없는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어찌하여 나라는 고집[我相]ㆍ사람이라는 고집[人相]ㆍ중생이라는 고집[衆生相]ㆍ오래 산다는 고집[壽者相]ㆍ포나아라라는 고집[布捺誐羅相]ㆍ마나바가라는 고집[摩拏嚩迦相]ㆍ주장하여 처리한다[主宰]함과 일을 받든다[承事] 하는 등의 고집이 있을까? 만약 이 나[我]라 함과 사람이라 함과 중생이라 함과 오래 산다는 등의 고집이 또한 참으로 없다 하면 어떻게 저 중생들이 짓는 선하고 악한 업의 두 가지 인과로 이 쌓임[蘊]을 버리고서 다시 다른 쌓임으로 나아가는 것을 알까?’라고 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일으키는 생각을 아시고 곧 가섭 등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나라 함과 사람이라 함과 중생이라 함과 오래 산다고 하는 등의 소견을 지니면 이는 범부요, 어리석은 사람이니라. 만약 이런 소견이 있으면 당연히 그 괴로움을 느끼리니, 만약 괴로움이 난 줄 알면 마땅히 괴로움 없애기를 바라야 할지니라.
비구들아, 갖가지 유위(有爲)의 인과법은 비로소 본래 고요함[寂]에서 점차로 생기나니,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안 뒤에는 중생들에게 나고 없어지는 법을 역시 나의 앎과 같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부처님의 눈은 깨끗하여 하늘들보다 뛰어났느니라. 모든 중생의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과, 귀하고 천한 데 태어남과, 선한 서원과 악한 서원 등은 중생들의 업을 따르나니, 나는 이제 중생들의 몸의 업[身業]은 이와 같은 일을 갖추었고 입의 업[口業]은 이와 같은 일을 갖추었고 뜻의 업[意業]은 이와 같은 일을 갖추었다 함을 낱낱이 사실대로 환히 아느니라.
간략하게 말하면, 중생들의 삿된 소견은 삿된 업을 일으켜서 혹은 부처님 법에 훼방을 부리기도 하나니, 이 업으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져서 여러 가지 고통을 갖추어 받느니라.
비구들아, 만약 어떤 중생이 그 몸과 입으로 여러 가지 선한 업을 지어서 바른 소견ㆍ바른 행위ㆍ바른 업을 갖추며 부처님 법에 언제나 기뻐하고 찬양하면 이 선업으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하늘에 가서 나느니라.
비구들아, 나에게는 이와 같은 앎과 봄[知見]이 있으므로 나라는 고집ㆍ사람이라는 고집ㆍ중생이라는 고집ㆍ오래 산다는 고집ㆍ포나아라는 고집ㆍ마나바가라는 고집을 주장하여 처리한다 함과 일을 받는다 하는 등의 고집과, 혹은 여러 지은 선악의 인과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함이 없느니라.
이 쌓임을 버리고서 다시 다른 쌓임으로 나아가는 이와 같은 일도 또한 없느니라.
내가 먼저 이미 말하였거니와 갖가지 유위의 인과의 법은 인연을 따라 발생하고 인연을 따라 없어지게 되느니라.
이른바 무명(無明)의 반연으로 인하여 지어감[行]을 내고, 지어감의 반연으로 의식[識]을 내고, 의식의 반연으로 이름과 물질[名色]을 내고, 이름과 물질의 반연으로 여섯 감관[六入]을 내고, 여섯 감관의 반연으로 닿임[觸]을 내고, 닿임의 반연으로 느낌[受]을 내고, 느낌의 반연으로 애욕[愛]을 내고, 애욕의 반연으로 취함[取]을 내고, 취함의 반연으로 존재[有]를 내고, 존재의 반연으로 태어남[生]을 내고, 태어남의 반연으로 늙음과 죽음[老死]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憂悲苦腦]을 내나니, 이 인연으로 한 큰 괴로움의 쌓임[苦蘊]이 생기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만약 그 인연이 스러지면 온갖 것이 모두 스러지느니라.
이른바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감관이 스러지면 닿임이 스러지고, 닿임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애욕이 스러지고, 욕망이 스러지면 취함이 스러지고, 취함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태어남이 스러지고, 태어남이 스러지면 늙음과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지니, 이러하면 곧 한 큰 괴로움의 쌓임이 스러지느니라.
비구들아, 쌓임[集]인 원인이 스러졌기 때문에 괴로움이 저절로 스러지나니, 만약 괴로움이 그치고 쉬면 열반의 즐거움을 얻으며, 또 다시 나라는 고집이 영원히 끊어지고 바르게 없어져서 회전하지 않으리라.
괴로움을 분명히 알면, 없어짐이 없거니 무엇이 스러진다 하겠느냐. 이것이 그치고 쉬는 것이며 이것이 맑고 시원한 것이어서 온갖 문구를 떠났나니, 바로 곧 열반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