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9권

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9권

그 때 세존께서는 저 60의 어진 이들을 제도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기를 ‘어떠한 사람이 먼저 교화를 받을 만할까’ 하시다가, 이에 서나야니(西曇野儞)의 마을 안에 난나(難那)와 그의 맏딸과 권속들이 먼저 교화를 받아낼 만함을 기억하시고, ‘기억하건대 내가 옛날 고행을 하고 떠나갈 때에 그의 집을 지나가는데, 난나와 그의 맏딸과 권속들이 함께 젖죽과 소(酥)와 꿀 등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바쳤었다. 이제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되었으므로 교화하고 제도할 만하구나.’

이렇게 생각하신 뒤에 세존의 다음 날 끼니 때를 엿보아 발우를 가지고 서나야니 마을 안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하다가 난나의 집에까지 이르렀다.

이 때에 그 난나와 맏딸 등은 부처님께서 문에 이르셨음을 보고 날뛰며 기뻐하면서 곧 부처님께 말하였다.

“잘 오셨나이다. 세존이시여, 거룩한 몸은 편안하셨나이까? 세존께서는 크게 사랑하시어 잠시 동안이나마 저의 집을 지나가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곧 문에 들으시자, 난나와 딸은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폈으므로 세존께서는 자리에 오르시니, 그 난나와 딸과 권속들은 즉시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저마다 예배하기를 마치고서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다.

“난나야, 그대들은 자세히 들어라. 보시와 계율을 지님은 하늘에 나는 원인이니라. 비록 욕심과 즐거움을 느낀다 하더라도 마침내 물러나 잃게 되므로, 너희들은 온갖 번뇌를 끊고 뛰어남을 구하여야 하리라.”

또 다시 널리 그들을 위하여 나고 없어지는 법을 분별하여 분명히 알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를 말씀하실 때에 그 난나 등은 근기와 인연이 성숙되었는지라 번뇌가 바로 없어지므로 깊은 마음으로 생각하며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즉시 또 그들을 위하여 널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 법을 말씀하셨으므로 이 때에 난나와 딸과 권속들은 바로 자리 위에서 법의 지견(知見)을 얻고 4제(諦)의 이치를 증득하여 모든 의혹이 끊어지며 탐심과 애욕이 영원히 없어지는지라 한결같이 부처님을 믿으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엎드려 예배하고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존에게서 말씀하신 모든 법에 진실로 지견을 얻었사옵니다.”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겠사오니, 원컨대 가까이 하여 섬기는 이[近事]들이 되어 영원히 살생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잡수셔야 할 때가 이미 이르렀으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큰 사랑으로 저희들의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니, 이 때에 그 난나와 권속들은 부처님께서 잠잠함을 보고 이미 청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서 갖가지 향과 꽃이며 음식을 가져다 손수 받들어 올렸다.

세존께서는 잡수시기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이 다 끝나자, 난나의 권속들은 다시 낮은 자리에서 즐거이 법을 들으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방편과 여러 가지로 법을 말씀하시니, 난나의 권속들은 다시 법을 듣게 되어 기뻐서 날뛰며 부처님께 예배하고서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서나야니 마을에서 난나 등을 교화하신 뒤에 다시 생각하시기를, ‘마갈타국에 나아가서 인연 따라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리라. 마가다에는 관상을 잘하는 이로서 오로미라 가섭(烏嚕尾螺迦葉)이라는 이가 있다. 나아가 3백 살이며 스스로가 이미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고 하면서 니련하(尼連河) 곁에 살며 제자 권속들이 5백 인이나 있는데, 마가다의 국왕과 재상과 일체 인민들이 모두가 존중하고 공양하며 다시는 더할 나위 없이 한다. 저 마갈타국에는 한량없는 사람들이 있지만 마치 소경처럼 어두컴컴하게 가려져서 언제나 오로미라에게 의지하고 길잡이로 삼는지라 그 사람들이 비록 교화와 인도를 받는다 하더라도 뛰어날 이유가 없다. 나는 이제 그 오로미라 가섭과 그 인민들을 교화하여 바른 도를 보게 하리라’ 하고, 마가다의 니련하 물 곁 오로미라 가섭이 사는 곳으로 나아가셨다.

이 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갑자기 세존께서 사는 곳에 와 닿았음을 보고, 또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거룩한 덕이 특이함을 보고서 곧 나아가 영접하며 다시 더욱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큰 사문이여, 먼저는 어디서 머무셨다가 아제 갑자기 여기에 이르셨습니까?”

그리고는 곧 세존을 위하여 자리를 펴며 앉기를 청하는지라, 세존께서 앉으시자, 그 오로미라 가섭 역시 스스로 자리에 나아가서 곧 갖가지 언사로써 세존을 위문하므로, 세존 역시 갖가지 방편으로써 깨우쳐 인도하고 교화하였는데, 담론(談論)이 아직 끝나기 전에 해가 이미 졌는지라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셨다.

“이제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나는 당신의 집에 고요한 곳이 있으면 하룻밤을 묵고 싶습니다.”

오로미라 가섭은 아뢰었다.

“큰 사문이여, 나의 여러 방에는 권속들이 안에 있고 오직 하나의 고요한 곳만이 사문께서 묵으실 만합니다. 그러나 이 고요한 곳에는 독룡이 안에 있으므로 비록 아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시는 해가 있을까 두려워서이니, 청컨대 스스로 생각하여 하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오로미라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빌려만 주십시오. 반드시 상해는 없으리다.”

오로미라 가섭은 말하였다.

“만약 그러실 수만 있다면 뜻대로 하십시오.”

이에 세존께서는 바로 용의 집에 나가셔서, 부처님께서는 집 바깥에서 발을 씻으신 뒤에 용의 집에 들어가 스스로 깨끗한 풀을 깔고 가부하고 앉아서 부처님께서는 곧 삼마지에 드셨다.

이 때에 그 독룡은 갑자기 세존께서 집안에 앉아 계심을 보고서 곧 성을 내며 연기와 안개를 뿜어서 집의 안팎이 두루하게 하였으므로 이에 세존께서는 신통의 힘으로써 역시 연기와 안개로 변화하시자, 독룡은 더욱 성을 내어 집안에 불이 붙게 하는지라, 부처님께서는 신통의 힘으로 역시 그런 불로 변화를 하시니, 부처님과 독룡의 두 개의 불이 함께 훨훨 탔었다.

이 때에 그 용의 집은 두루 안팎이 큰 불더미로 이루어져서 불꽃이 위로 오르며 멀고 가까운 데를 밝게 비췄으므로, 그 가섭은 언제나 밤이면 나가서 별의 형상을 자세히 살피던 차라 이에 다시 용의 집에 큰 불더미로 되어 있음을 보고서는 곧 한탄을 하였다.

“안 되었도다, 안 되었도다. 저 단정한 사문이 나의 말을 듣지 않더니, 용의 불이 아주 왕성하여 보통보다 백배나 더하는구나. 애석하도다. 사문은 반드시 상해를 입었으리라.”

이 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권속들과 함께 큰 불이 훨훨 타는 형상을 보았었다. 그 독룡은 세존을 상해할 수 없음을 알고, 또 자신이 역시 크게 고달파지자 비로소 나쁜 독을 쉬어 버리므로 불은 곧 꺼지는지라, 세존께서는 이 때에 또한 신통력을 거두시면서 독룡을 항복 받아 발우 안에 넣으셨다.

날이 밝은 뒤에 오로미라 가섭은 권속들과 함께 용의 집으로 사문을 살피어 나아가서 용의 집에 닿아서는 부처님의 단정하신 모양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보시오, 큰 사문이여. 어제 밤에는 편안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편안하였습니다.” “여보시오. 큰 사문이여, 발우 안의 물건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이 집에 있는 독룡이야말로 남이 감히 막지 못한다고 말하였으나 나는 이제 항복시켜서 발우 안에 붙잡아 놓았으니 당신은 자세히 살펴서 그 진실인가를 분명히 아셔야 하오리다.”

오로미라 가섭은 스스로 나이가 늙고 덕이 중하며 고행을 행하고 배움이 넉넉한지라 무릇 보며 아는 바가 더 나을 이가 없으리라 여겼다가 세존께서 용의 불에도 상하지 않았을 뿐더러 항복을 시켜서 발우 안에 놓아두었음을 보고서야 비로소 찬탄을 하였다.

“기특하십니다. 사문이여, 크고 거룩한 힘을 지니셨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바로서도 있기 드문 일이십니다.”

그리고는 ‘이는 큰 사문이요, 이는 큰 대장부며, 역시 아라한이로구나’라고 생각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독룡을 항복시킨 뒤에 둘째 날에는 오로미라 가섭이 살고 있는 데서 멀지 않은 하나의 나무 아래로 나아가서 거니시다가 편안히 계시는데, 바로 이 밤에 4대천왕이 내려와서 법을 들었다.

이 때에 가섭은 밤에 나가서 별의 모양을 살피다가 부처님의 앞에 네 개의 큰 불더미가 있음을 보고서, 가섭은 곧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저 큰 사문 역시 불을 섬겼느니라.”

제자들이 말하였다.

“스승께서는 어떻게 아십니까?”

가섭은 말하였다.

“나는 밤에 별의 형상을 보다가 큰 사문 앞에 네 개의 큰 불더미가 있음을 보았기에 나는 사문이 불을 섬김에 틀림없는 줄 아느니라.”

이 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새벽이 되자마자 빨리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보시오. 큰 사문이여, 역시 불을 섬기십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나는 불을 섬기지 않습니다.”

가섭은 또 말하였다.

“나는 밤중에 별을 살피다가 사문의 앞에 네 개의 불더미가 있음을 보았었습니다. 만약 불을 섬김이 아니라면 이는 무엇에 쓰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이는 바로 불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4대천왕이 내려와서 법을 들었는데 이는 그 4천왕의 몸의 빛이었습니다.”

가섭은 놀라면서 말하였다.

“기특하십니다. 사문이여, 그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그러면서 ‘이 또한 사문에게 이런 거룩한 덕이 있는지라 천왕이 감응되어 함께 와서는 법을 들었었구나. 이 분 역시 아라한일까’라고 생각하였다.

셋째 날에는 제석 천주가 밤에 부처님에게 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자, 부처님께서는 제석을 위하여 알맞게 법을 말씀하셨다.

제석 천주는 법을 듣고 나서 기뻐 뛰놀며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이 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밤에 별의 형상을 살피다가 또 나무 아래의 세존 앞에 하나의 불무더기가 있음을 보았는데 아주 커서 훨훨 타며 광명이 빛나는 것이 마치 해가 처음 돋음과 같은지라, 그 가섭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문이 틀림없이 불을 섬기리라.”

날이 밝자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급히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보시오. 큰 사문이여, 나는 어제 밤에 나가서 별의 형상을 살피다가 또 불더미가 훨훨 자리 앞에서 타는 것을 보았는데, 불빛이 위로 오르며 마치 해가 처음 돋은 것과 같나이다. 나는 이제 틀림없이 사문이 불을 섬기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불을 섬기지 않습니다. 어제 밤에는 제석이 내려와서 법을 들었는데 바로 그의 몸빛에서 비추었던 것입니다.”

가섭은 찬탄하였다.

“기특하십니다. 사문이여, 크고 거룩한 덕을 지니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실로 있기 드문 일이로다. 나는 이제 틀림없이 역시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는 줄 알겠구나’라고 하였다.

넷째 날에 오로미라 가섭은 문을 나가서 별을 살피다가 또 다시 사문의 자 앞에 큰 불더미가 있음을 보았는데 광명이 빛나는 것이 마치 해의 한낮임과 같은지라, 이 때에 가섭은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오늘 밤에 또 별의 형상을 살피다가 또 사문의 자리 앞에 불이 있음을 보았는데 광명이 빛나는 것이 먼저보다 더욱 갑절이나 되어서 마치 해의 한낮과 같아서 다름이 없더구나. 이 형상을 자세히 살폈더니, 반드시 불을 섬겼느니라.”

날이 밝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나는 밤에 별을 살피다가 역시 사문의 자리 앞에 불이 있음을 보았습니다. 나는 사문이 틀림없이 불을 섬기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구하는 바가 없거니 무엇 하러 불을 썼겠소? 어젯밤에는 저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이 내려와서 법을 들으며 나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당신이 보았던 것은 바로 그의 몸빛입니다.”

이 때에 그 가섭은 다시 찬탄하였다.

“이 크신 사문에게 이러한 크고 거룩한 덕의 힘이 있었구나. 범왕이 감응되어 내려와서 법을 듣다니, 참으로 있기 드문 일이로다. 나는 틀림없이 역시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다 함을 알 수 있겠도다.”

다섯째 날에 오로미라 가섭의 제자 마나바가(摩拏嚩迦)등 5백 인들은 모두가 세 가지 불을 섬겼으므로 저마다 화로가 있었으며, 그 화로는 합쳐서 1,500개가 있었는데, 이 때에 세존께서는 그 나무 아래 계시면서 또 그들이 불을 사용하여 하늘에 제사하는 것을 만나셨다.

그 5백 인들은 통상 하는 방식으로 불을 붙이는데도 불이 타지 않는지라 그의 제자들은 속히 스승에게 알리려고 오로미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스승께서는 아시겠습니까? 저희들이 불을 피우는데도 불이 끝끝내 타지 않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이런 줄 모르겠습니다.”

오로미라 가섭은 이 일을 생각하다가, ‘저 사문이 이 근방에 머무르고 있는지라 그의 위력이 두려워서 억눌림이 있는 것이로구나’ 하고, 곧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아뢰었다.

“여보시오. 큰 사문이여, 나의 제자 마나바가 등 5백 인들이 통상의 방식대로 불을 사용하여 불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오늘 아침에 불을 피웠는데도 끝끝내 붙지 않습니다. 나는 이 일이 틀림없이 사문의 거룩한 힘에 억눌리는 바라 의심이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당신들은 불을 피우려고 하십니까?”

가섭은 대답하였다.

“피우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가십시오. 불은 저절로 탈 것입니다.”

가섭은 집에 돌아갔더니 불은 이미 타고 있었으므로, 그 가섭과 제자들은 모두가 찬탄하였다.

“이 큰 사문이 지닌 힘이 이러하구나. 반드시 역시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으리라.”

불을 사용하여 제사를 지내고서, 그 불을 끄려 하는데 불이 꺼지지 않는지라, 그들의 힘을 다하였었으나 끝끝내 끌 수 없으므로, 마나바가 등 여러 제자들은 빨리 오로미라 가섭에게 나아가서 말하였다.

“우리 스승께서는 아시겠습니까? 불은 비록 태우기는 하였으나 이제는 끌 수가 없습니다.”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는 반드시 이 사문의 하는 짓이리라.”

가섭은 세존에게 와서 아뢰었다.

“사문이여, 불은 비록 태울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끌 수가 없습니다. 이는 사문이 또 금제한 것이 아닐까요?”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불을 끄려고 하십니까?”

가섭은 말하였다.

“불을 끄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그만 돌아가시오. 반드시 저절로 꺼지리다.”

가섭은 돌아왔더니 불은 이미 꺼졌으므로, 또 다시 찬탄하였다.

“이 큰 사문이야말로 이런 큰 신통력을 지니셨으니, 역시 아라한이리라.”

여섯째의 날에 오로미라 가섭은 스스로 불을 피워 그 불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 하는데 불이 또 타지 않는지라 스스로가 선정에 들어서 불을 피우려 하였으나 불은 역시 타지 않으므로, 부처님께 와서 아뢰었다.

“저 스스로 불을 통상의 방식대로 피우려 하는데도 이제 피울 수가 없습니다. 이는 사문의 힘에 억눌림이 아닐까요?”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당신은 불을 피우려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피우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가십시오. 불은 반드시 저절로 피었으리다.”

가섭은 돌아왔더니, 불은 이미 타고 있었으므로 불을 사용하여 섬기기를 마치고 그 불을 끄려 하였는데, 불은 또 꺼지지 않는지라, 또 다시 선정에 들어서 불을 끄려 하였지만 불은 끝끝내 꺼지지 않으므로 어쩔 수가 없어서 와서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은 비록 태울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또 꺼지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는 사문의 힘에 억눌리는 바이리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끄고 싶어 하십니까?”

가섭은 말하였다.

“불을 끄고 싶어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가십시오. 불은 반드시 저절로 꺼졌으리다.”

집에 돌아왔더니, 불이 이미 꺼졌는지라 불이 꺼진 뒤에 그 나머지의 숯을 한 군데에 쌓아 놓았는데 옮겨진 뒤에 그 숯은 저절로 타는지라 제자들과 같이 그 불을 끄며 그의 힘들을 다하였으나 마침내 끌 수가 없었으므로, 또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보시오. 큰 사문이여, 불은 마침 꺼졌는데 이제는 도로 저절로 타며 보통의 갑절이나 훨훨 탑니다. 우리는 끌 수가 없는데 이는 반드시 사문의 힘에 억눌리는 바이리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불은 또 탑니까?”

대답하였다.

“불은 탑니다.” “당신은 끌 수가 없었습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는 끌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셨다.

“당신은 그만 돌아가십시오. 불은 저절로 꺼졌으리라.”

가섭은 바로 돌아왔더니, 불은 이미 저절로 꺼졌으므로 가섭은 찬탄하였다.

“기특하십니다. 사문이여, 이런 힘을 지니셨구려. 우리가 불을 피우려 하면 불이 타지 않는지라 알리면 피울 수가 있었고, 우리가 불을 끄려 하면 불이 꺼지지 않는지라 알리면 끌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불이 재차 붙어서도 재차 끌 수가 없었다가 이제 불이 꺼지게 됨도 역시 그의 힘 때문이었도다. 이 큰 사문에게 크고 거룩한 덕이 있었으니, 이는 참으로 있기 드문 일이었소. 반드시 역시 이는 아라한이어야 하리다.”

이 날이 지나고 나서, 오로미라 가섭은 외도의 법을 지어 이레 동안의 모임을 베풀므로 그 마갈타국의 왕과 일반 평민들의 모두가 다 듣고 알게 되는데 가섭은 생각하기를, ‘이제 큰 사문이 이 근방에 머무르고 있는지라 먼저의 불 제사에도 모두 힘으로 억누를 수 있었는데, 이제 지으려는 법에 다시 억누르지 아니할까? 만약 저 사문이 이레 동안만 오지 않으면 나의 법은 반드시 이룩될 것이로되, 만약 다시 온다면 혹시 억누름을 당할까 두렵구나’라고 하고서, 또 생각하기를 ‘저 큰 사문의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거룩한 덕이 매우 뛰어났음을 보면 혹시 나를 버리고 그를 섬길까 두렵다’ 하며 이런 일 때문에 두 번 세 번을 생각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아시고서 이레 동안이나 다른 곳에서 노닐며 교화하셨다.

비록 근방에 머물러 계시기는 하였으나 가섭과 대중들은 이레 동안이나 세존께서 보이지 않는지라, 그 가섭은 이레 동안의 법을 짓자 나라 안의 일반 평민들이 모두 향과 꽃이며 재보들을 가져다 널리 공양하였다.

법 짓기를 마치자 베푼 모임 역시 끝났으므로 다시 생각하기를, ‘저 큰 사문이 이레 동안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제 모임을 베풀었었고 많은 여유가 있게 되었다. 사문이 만약 오면 크게 공양하리라’ 하고 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자, 부처님께서는 그의 뜻을 아시고 곧 가섭이 머무르는 곳으로 나아가셨다.

가섭은 보자마자 마음에 기뻐하면서, ‘내가 이 큰 사문을 생각하였더니, 바로 이르는구나’ 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문이여,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왔습니다.”

또 말하였다.

“이레 동안이나 무엇 때문에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이 생각하기를, ‘내가 베푸는 이레 동안의 법 모임에 만약 그 사문이 온다 하면 법이 이룩되지 않을까 두렵구나’라고 하기에 나는 당신의 뜻을 알고 그 때문에 오지 않았소. 이제는 당신이 생각하기를, ‘법을 지어 이미 마쳤으니, 사문이 만약 온다면 크게 공양을 하리라’ 하므로, 나도 역시 그런 줄 알고 그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가섭은 생각하기를, ‘이 큰 사문야말로 바로 큰 성인인지라 나의 뜻을 모두 아시는구나. 반드시 역시 아라한이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섭과 함께 논의하기를 마치고서 곧 계시던 데로 돌아가셨다. 가섭은 그 뒤에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으로써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며 매우 향기롭고 맛있게 하여 그 평상의 품수와는 다르게 하고서는 다음 날이 되기를 기다리다가 스스로 부처님께 나아가서 아뢰었다.

“사문이여, 내가 마음을 오로지하여 음식을 마련하였으니, 나의 집을 지나면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청을 받으시고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그만 먼저 가십시오. 나도 곧 가겠습니다.”

가섭이 떠나가자, 세존께서는 삼마지에 드셔서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만큼 동안에 섬부주(贍部洲)에 가서 섬부수(贍部樹)의 열매를 가져다 발우에 가득히 담으신 뒤에 돌아와서는 먼저 가섭이 살고 있는 곳에 닿아서 가부하고 앉아 계시자, 가섭은 뒤에 이르러서 부처님께서 먼저 도착하였음을 보고 놀라면서 말하였다.

“사문이여,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온 지 오래입니다.”

가섭은 또 말하였다.

“어느 길을 따라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셨다.

“나는 살고 있던 곳으로부터 섬부주에 가서 섬부수 열매를 가지고 여기에 돌아왔습니다.”

가섭은 말하였다.

“큰 사문은 이런 신통을 지니어서 빠르기도 하구나. 잠깐 동안에 거기에 가서 과일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큰 사문은 역시 아라한이리라.”

부처님께서는 곧 과일을 보이시면서, “가섭이여, 당신은 전에 본 일이 있습니까?”

가섭은 말하였다.

“나는 아직 본 일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당신은 먹어 보시겠습니까?”

대답하였다.

“먹어 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십시오.”

가섭은 과일을 먹고서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였는데, 과일을 다 먹고서는 곧 마련했던 갖가지 음식을 손수 받들어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잡수신 뒤에 손을 씻고 양치질까지 마치시고 곧 가섭을 위하여 게송으로 축원하기를 마치자, 곧 나무 아래로 돌아가셨다.

또 둘째 날에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청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예전과 같이 삼마지에 드셔서 불바제(弗婆提)에 가서 암마라 열매[菴滅果]를 가지고 가섭이 살고 있는 데에 먼저 이르셨다.

또 셋째 날에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청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삼마지에 드셔서 서쪽 구타주(衢陀洲)에 가서 미라가폐타(尾螺迦閉他) 열매를 가지고 돌아와서 가섭이 살고 있는 곳에 먼저 이르셨다.

넷째 날이 되어서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청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삼마지에 드셔서 마치 팔을 굽혔다 펼 만큼 동안에 북쪽의 구로주(俱盧洲)에 가서 저절로 된 쌀밥을 발우 안에 가지고 와서 가섭이 살고 있는 곳에 먼저 이르러서는 편안히 앉아 계신 지 오래되어서야 가섭은 바야흐로 와서 또 물었다.

“어느 길로부터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마침 저 북쪽의 구로주에 가서 저절로 된 쌀밥을 가지고 여기에 왔습니다.”

가섭은 찬탄하였다.

“이 큰 사문에서는 이런 신통이 계셨구나. 반드시 이 분 역시 아라한의 과위를 얻으셨으리라.”

부처님께서는 도리어 물으셨다.

“북쪽의 밥을 당신은 먹어 보겠습니까?”

대답하였다.

“먹어 보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십시오.”

가섭은 먹은 뒤에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이에 자신이 마련했던 갖가지 음식을 받들어 올리자, 부처님께서는 받아 잡수신 뒤에 손을 씻고 양치질까지 하시고서 곧 가섭을 위하여 게송으로 축원을 하여 마치고 나무 아래로 돌아가셨다.

세존께서는 다음 날에 손수 발우를 가지시고 4천왕의 하늘에 가셨다가 똑바로 도리천에 이르시어 하늘의 소미(酥味)를 가지고 머무시던 나무 아래로 돌아와서 잡수셨다.

잡수시기를 마치고서 손을 씻고 양치질할 물을 생각하시자, 제석 천주가 부처님께서 물을 생각하신 줄 알고 마치 팔을 굽혔다 펼 만큼 동안에 부처님께 와서 세존께 아뢰었다.

“물을 쓰시려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물을 쓰려 하느니라.”

제석은 곧 근방의 땅에 먼저 마른 못이 있음을 보고 손으로 가리키자 물이 곧 솟아나왔는데 깨끗하고 향기로워서 견줄 데 없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손을 씻고 양치질하며 뜻을 따라 받아 쓰시자 제석 천주는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가섭은 갑작스레 보고 놀라 괴이 여기며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 하면서, ‘이 마른 못에는 물이 없는 지 오래였었다. 지금 물이 가득 찼으니, 어디서 온 것인 줄 모르겠구나’ 하고서, 빨리 부처님께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사문이여, 이 못은 오랜 동안 말랐었는데, 물이 어떻게 하여 있을까요?”

부처님께서는 곧 대답하였다.

“오늘 밥을 먹고 나서 손을 씻고 양치질할 물이 없자, 제석이 멀리서 알고 하늘에서 내려와 나를 위하여 물을 낸 것입니다.”

가섭은 감탄하였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로다. 밤은 하늘에서 가져오고 물은 하늘이 내게 하니, 이렇게 감응할 수가 있을까. 이 분은 반드시 역시 아라한을 얻었으리라.”

가섭은 못의 이름을 파니구다(播抳佉多)라고 지었다.

부처님께서는 뒤에 못에 들어가 목욕을 하시면서 못의 언덕 가에 아조라나(阿祖囉曩)라는 큰 나무가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나무 위에 걸어놓으셨는데, 가섭이 와서 부처님의 가사가 나무 위에 걸렸음을 보고서 부처님께서 목욕하시는 줄 알고 와서 쳐다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목욕하여 마쳤는지라 물 위의 언덕으로 나오셔서 곧 그 손을 펴며 나뭇가지를 잡으려 하자, 이 때에 아조라나의 가지는 문득 아래로 숙여지므로 가섭은 보고서 또 다시 감탄하였다.

“이 큰 사문이야말로 참으로 불가사의로다. 감정이 없는 것조차 감응하여 저절로 숙여 내려오다니, 사문은 역시 아라한을 얻었으리라.”

세존께서는 뒷날에 옷을 빨려 하면서, ‘어떻게 돌을 얻어서 사용할까’라고 하는데, 제석이 멀리서 알고 곧 부처님께 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옷을 씻으려 하시면서 돌을 쓰시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돌이 필요하니라.”

제석은 곧 야차를 시켜서 큰 산중에서 돌 한 덩이를 가져다 다듬어서 편편하고 바르게 만들고, 다시 빛이 깨끗하게 하여서 못가에 놓았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옷을 빠셨으며, 빤 뒤에 널려고 하자 제석이 또 야차를 시켜서 따로 하나의 돌을 가져다 못가에 놓아두는지라, 부처님께서는 빤 옷을 돌에다 말리셨다. 가섭이 와서는 또 못가에 갑작스레 돌이 있음을 보고서 저절로 놀라며 괴이하게 여기면서, ‘못 언덕에 먼저는 없었는데 이제 어디서 온 것일까?’ 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사문이여, 못 언덕의 돌이 저절로 어떻게 하여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내가 옷을 빨려 하는데 돌이 없었으므로 곧 생각을 일으켰더니, 제석이 내려와서 나를 위하여 놓아둔 것이오. 나는 또 생각에 ‘옷을 널 데가 없구나’ 하였더니, 제석이 또 하나의 돌을 놓아두었으므로, 두 개의 돌이 온 것은 모두 제석 때문입니다.”

가섭은 크게 감탄하였다.

“이 큰 사문의 무릇 하는 일이란 세상에서는 있는 것이 아니로타. 반드시 이미 아라한을 증득하였으리라. 그러나 그가 증득한 바는 나보다 뛰어나지 못하였으리라.”

가섭의 마음을 살펴 깨달음이 있는 것 같으므로, 세존께서는 또 방편을 써서 다시 기이한 형상을 나타내어 가섭을 교화하며 바른 도에 들게 하려고 부처님께서는 곧 변화로 저 니련하의 물을 갑자기 넘쳐흐르게 하여 강물의 좌우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빠져서 떠내려가게 하며 말랐던 못은 곳곳마다 모두 가득히 차게 하되, 부처님의 계신 곳은 바로 그 안에 있게 하면서 부처님께서는 신통의 힘으로 물이 빙빙 돌게 하며 사면은 벽이 서 있고 그 중간에서는 티끌이 일게 하였다.

가섭은 이 때에 강물이 넘쳐흐르며 보통보다 아주 더함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 큰 사문이 떠내려가지는 아니할까’ 하며, 이로 말미암아 배를 타고 속히 부처님께 이르렀더니, 세존께서는 나무 아래서 거니시는데 걸음걸이에 티끌이 일어남이 보이고, 또 소용돌이치는 물에 벽이 서 있어서 배를 내릴 수는 없는지라 감탄하기를 평상보다 갑절이나 하면서 멀리서 위로하였다.

“사문이여, 편안하십니까? 근심과 괴로움은 없으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근심과 괴로움이 없습니다. 일러주느라고 수고하셨소.”

그러자 다시 생각하기를, ‘이 큰 사문이 스스로 신통을 지녔었다면 어찌하여 거기에서 떠나지를 아니할까’ 하면서, 가섭은 또 말하였다.

“배를 타고 거기를 떠나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떠나고 싶습니다.”

이에 가섭은 아뢰었다.

“떠나고 싶다면 스스로 배에 오르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마치 손가락을 튀길 만큼 동안에 벌써 배 안에서 가부하고 앉아 계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벌써 앉아 계심을 보았으나 온 곳과 드신 곳을 못 보았으므로 가섭은 감탄하며 말하였다.

“사문이야말로 바로 대장부요, 크고 거룩한 덕을 지니셨습니다. 신통을 지녔기에 이러할 수 있으리라.”

가섭은 아뢰었다.

“나 자신 역시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거니와, 그러나 사문께서 증득하신 도에는 미치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이 틀림없이 마음을 돌린 줄 아시고 곧 말씀하셨다.

“그대 스스로가 아라한을 증득하였다 하거니와 진실인 증득이 아니니라.”

가섭은 갑자기 세존께서 하신 이러한 말을 듣자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는지라 더욱 스스로 꾸짖으면서, ‘이 큰 사문은 나의 갖가지 일을 모두 잘 안다. 이제 스승으로 섬기면서 그의 도로 나아가야겠구나’ 하며 생각을 이미 결정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큰 사문이시여, 저의 뜻을 알아주소서. 이제 큰 사문의 법 중에 출가하여 승가가 되어서 가르침과 신칙을 받들며 맑은 행을 닦아 지니려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자비로 특히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가섭이 도를 증득할 때가 이르렀음을 알면서도, 또 방편으로 그의 제자들을 교화하려고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사문이 되려 하면, 도리어 먼저 제자들에게는 다 알렸는가?”

가섭은 대답하였다.

“제자들은 아직 모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남의 스승이 되어 있는지라 갑작스럽게 할 수는 없으나, 잠시 돌아가서 제자들과 상의를 하여야 하리라. 만약 일러서 허락되면 곧 재차 올 것이니, 그리하여도 아직 늦지 않느니라.”

가섭은 분부를 받들고 살던 데로 돌아가서 마나바가 등 5백의 제자들을 한군데에 같이 모아놓고 말하였다.

“저 큰 사문께서는 상호가 보통과 다르고 신통이 미치기 어려우며 무릇 거동을 하늘이 다 멀리서 알고 혹은 자리 앞에 와서 그의 법을 듣기도 하고 혹은 필요하게 쓸 것이 있으면 모두들 보내주기도 하였다. 누차 신통 변화를 보았지만 나는 실로 그보다 못하다. 이제 그를 스승으로 하며 출가하여 그의 도에 나아가려 한다. 나는 이미 결정하였거니와 진실을 나에게 알릴지니라.”

마나바가 등은 가섭에게 아뢰었다.

“저 화룡(火龍)이 포악하였는데도 맨 첫 번째 항복하셨고, 신통 변화며 다른 이의 마음을 앎은 뭇 사람들이 보았었습니다. 저희들이 하는 일은 모두가 스승으로부터 전해졌으므로, 스승께서 아직 그분보다 못하다면 제자들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스승께서 만약 뜻이 결정되었다면 저희들은 모두 따르겠사오니, 스승께서 만약 그 종파의 근원을 통달하시면 또한 제도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은 이미 결정되어 대중이 똑같은 한마음이오니, 이제는 어떤 이라도 가야 할 것이요, 놓칠 수는 없습니다.”

이에 가섭은 대중의 정성스런 소원임을 알고서야 제자들에게 불을 섬기는 도구인 호마 주걱[護摩杓] 등의 갖가지 기구와 사슴 가죽옷ㆍ나무 가죽옷ㆍ깨끗한 병ㆍ지팡이와 가죽신 등의 물건을 가져다 니련하 물속에 모두 버리게 하고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행상을 보이며 스승과 제자들은 서로가 따르며 같이 부처님에게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다시 왔는가?”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제 제자들과 같이 왔나이다. 큰 사문의 법 중에 출가하여 닦으며 배우려 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멀리서 아셨으면서도 다시 살피며 말씀하셨다.

“그대의 제자들은 마음이 정성스럽던가?”

가섭은 대답하였다.

“저와 제자들은 모두가 다 정성스러운 마음이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사랑하며 가엾이 여기셔서 모두를 제도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잠자코 허락하시며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고서, 또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오늘 아침에야 바로 참된 출가요, 바로 참된 맑은 행이며, 가사를 입었으니 진실로 사문이니라.”

그 때 오로미라 가섭은 몸에 가사를 입고 사문의 형상이 되어서 또 부처님의 말씀에, ‘너희는 지금에야 바로 참된 출가요, 바로 참된 맑은 행이니라’ 함을 듣고, 혼자 스스로 기뻐하며 나[我]라는 마음이 온전히 스러져서 또 다시 생각하기를, ‘옛날에 큰 신선께서 일찍이 이런 일을 말씀하셨다. (세상에 서 있기 드문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오셔서 위없는 깨달음을 얻고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신다. 이 큰 성인이야말로 천상과 인간을 다 능히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느니라)고. ‘나는 예전에 밤에 나가서 별을 보다가 큰 불더미가 있는지라 그는 불을 섬기며, 나와 같은 종파라고 여겼더니, 이는 범왕과 제석이며 사천왕 등이 서로가 와서 법을 듣고 있었다. 이제 이 일만으로도 바로 큰 성인이시다. 이 분이 큰 성인이 아니라면 누가 성인이 되겠느냐’하고, 이에 가섭은 ‘사문’이란 칭호를 받고 부처님을 ‘세존’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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