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철성니리경(佛說鐵城泥犁經)
동진(東晋)서역(西域) 사문 축담무란(竺曇無蘭)한역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원(祗洹) 아난빈저아람(阿難邠坻阿藍)에 계실 때에 여러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 눈으로 천하 사람의 죽고 나는 것과 좋고 추한 것, 높은 이와 낮은 이, 사람이 죽어 좋은 길을 얻는 이와 나쁜 길을 얻는 이, 사람이 세상에서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며 뜻으로 악을 생각하며 언제나 죽이기를 좋아하고 귀신을 제사하여 몸이 죽어 니리(泥犁)에 들어 간 자와, 몸으로 항상 선을 행하고 입으로 항상 선을 말하며 뜻으로 항상 선을 생각하면 죽어서 곧 하늘에 올라가는 자를 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치 하늘이 비를 내리면 비는 위에서 쏟아져 내리고 물거품 하나가 부서지면 또 하나의 물거품이 생기는 것처럼, 사람이 세상에서 나고 죽는 것도 거품이 일어났다 꺼지는 것과 같다. 부처는 천안(天眼)을 가지고 온세상 사람을 보니 죽어서 하늘에 오르는 자도 있고 니리에 들어가는 자가 있으며, 가난한 자·부유한 자·귀한 자·천한 자가 있으며, 사람이 하는 선악을 모두 본다.
비유하면 어두운 밤에 성문 양쪽에서 각기 크게 타오르는 횃불을 들면 드나드는 수천만 명의 사람을 어두움 속에서부터 불빛 속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천안을 가지고 온세상 사람이 죽어서 하늘에 오르는 자도 있고 니리에 들어가는 자도 있음을 보니, 마치 사람이 어둠 속에서 불빛 속으로 드나드는 것을 보는 것과 같고, 또 높은 다락 위에 올라가 밑에 있는 수천 집을 바라보며, 위에서 모든 집을 다 보는 것과 같다.
나는 천하 사람이 죽어서 하늘에 오르는 자와 니리에 들어가는 자를 보니, 마치 사람이 높은 다락 위에서 모든 집을 보는 것과 같다. 또 마치 사람이 배를 타고 맑은 물 위로 가면서 물 속에 있는 모든 고기와 돌을 다 보는 것과 같다. 부처는 천안을 가지고 온세상 사람이 죽어서 하늘에 오르는 자와 니리에 들어가는 자를 보니, 마치 맑은 물 속에 고기와 돌을 보는 것과 같으며, 오색 실로 명월주(明月珠)를 꿰었을때 사람들이 그 구슬을 보고서 오색실을 찾아내며 또한 따로 이 구슬들이 서로 꿰인 것을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온세상 사람들이 비롯되어 온 선악과 변화를 보니, 마치 사람들이 구슬을 보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천하 사람이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문과 도인을 섬기지 않고, 어른을 공경하지 않고, 고을의 관리와 금계(禁戒)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세와 후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놀라거나 무서워하지도 않는 것을 본다. 이런 사람들은 죽으면 곧 니리에 들어가, 염라왕(閻羅王)을 만나 착함을 버리고 악으로 돌아가게 된다. 니리의 옥졸의 이름은 방(旁)이다. 방은 곧 그 사람을 끌고 염라왕에게 나아가 말한다.
‘이 사람은 세상에서 사람으로 있을 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문과 도인을 섬기지 않았으며, 어른을 공경하지 않았고 보시하지 않았으며, 현세와 후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고을의 관리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염라왕은 이 사람의 죄를 다스리소서.’
염라왕은 곧 그 사람을 불러 앞에 두고 말한다.
‘너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있으면서 부모가 너를 기를 때에, 마른 데나 진 데를 가리고, 젖을 먹여 기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너는 어찌하여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았는가.’
그 사람은 염라왕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진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염라는 말한다.
‘너를 죄 짓게 한 이는 부모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고 제왕도 아니요, 사문이나 도인도 아니다. 네 자신이 지은 것이니 마땅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물음이다. 다시 두 번째로 묻는다.
‘너는 병이 심할 때에 몹시 쇠약해져서 손발을 마음대로 놀릴 수 없었던 일이 있었는가?’ ‘나는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염라는 말한다.
‘너는 어찌하여 스스로 회개하여 착하게 되지 않았는가?’ ‘진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그 허물은 하늘이 지은 것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제왕도 아니고 사문이나 도인의 잘못도 아니며, 네 자신이 지은 것이니 마땅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염자는 세 번째로 묻는다.
‘너는 세상 남자와 여자가 늙었을 때에, 눈에는 보이는 것이 없고 귀에는 들리는 것이 없으며,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검은 머리는 백발로 변하여 젊은 시절과 같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나는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았을 때, 어찌하여 스스로 회개하여 착하게 되지 않았는가?’ ‘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그 허물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며, 제왕도 아니고 사문이나 도인의 잘못도 아니며, 네 자신이 지은 것이니 마땅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염라는 네 번째로 묻는다.
‘너는 세상에 있을 때 남자나 여자가 죽어, 하루·이틀 내지 이레가 되어, 몸은 썩어 문드러지고 얼굴은 썩어서 부서지니, 벌레와 개미에게 먹히고 뭇 사람들이 싫어하게 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너는 그것을 보고 어찌하여 스스로 회개하여 착하게 되지 않았는가?’ ‘나는 그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나이다.’
염라는 말한다.
‘너는 어찌하여, 네 마음과 네 입과 네 행동을 단정하게 하지 않았는가? 그 허물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며, 제왕도 아니고 사문이나 도인의 잘못도 아니며, 네 자신이 지은 것이니 마땅히 스스로로 받아야 한다.’
염라는 다섯 번째로 묻는다.
‘너는 사람으로 세상에 있을 때에, 혹 관리가 겁탈한 사람, 사람을 죽인 사람, 도둑질한 사람을 잡아 뒤로 묶어 감옥으로 보내어 죄를 다스려 고문한 뒤에, 혹은 성 밖으로 끌고 나가 길 한 가운데서 쳐 죽이거나, 혹은 사지를 찢어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나는 실로 보았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보시해서 착한 일을 하지 않았는가? 어찌하여 너는 사람으로 있을 때 너의 행동과 입과 마음을 바르게 하지 않았는가?’ ‘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염라는 말한다.
‘그 허물은 부모가 지은 것도 아니요 하늘도 아니며 제왕도 아니요 사문이나 도인의 잘못도 아니고 네 자신이 지은 것이니 마땅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렇게 문답을 마친 뒤에, 니리방(泥犁旁)은 곧 그를 끌고 어떤 쇠로 만든 성(城)으로 간다. 이것이 첫 번째 니리인 아비마(阿鼻摩)이다. 이 성에는 문이 네 개 있는데 둘레가 4천 리이다. 성 안에는 큰 가마솥이 있는데 길이는 40리이며 니리방이 사람을 찔러 그 안에 넣는다. 이와 같은 한량 없는 수의 솥에는 모두 불이 있는데, 사람들이 멀리서 그것을 보고 모두 겁에 질려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와 같이 하여 들어오는 사람은 수천만 명이나 되는데 니리방이 그 안으로 몰아 넣으면, 그들은 밤낮으로 나올 수 없게 되니 문이 모두 닫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수천만 년 동안 머무는데 불도 역시 꺼지지 않고 사람도 또한 죽지 않는다.
아주 오랜 뒤에, 멀리서 동문이 저절로 열리는데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달려가서 나가고자 하지만 문에 도착하는 순간 곧 다시 닫힌다. 그러면 나가려고 했던 사람들은 전부 다시 문 안에서 서로 다투면서 나가려고 한다. 아주 오랜 뒤에 다시 서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을 멀리서 보고 사람들이 모두 달려가면 문은 다시 닫히고 사람들은 문 안에서 서로 싸운다. 또다시 오랜 뒤에 다시 남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달려가지만 문은 다시 닫히고 사람들은 문 안에서 서로 싸운다. 이렇게 해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네 개의 문이 모두 열리면 사람들은 전부 나갈 수 있게 되는데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두 번째인 구연(鳩延)니리로 들어간다. 이 곳에서는 사람이 땅에 발을 대면 그 순간 타들어가고 발을 들면 살은 다시 돋아난다. 어떤 이는 동쪽으로 내달리고, 또 어떤 이는 서쪽으로, 남쪽으로, 북쪽으로 뛰어 다니는 가운데 온 땅이 뜨겁게 달아오른 채 수천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열기가 그치면, 사람들은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다시 세 번째인 미리마득(彌離萌)니리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굴훼(崛喙)라고 하는 벌레가 있는데, 부리가 뾰족한 것이 마치 쇠와 같고 검은 머리와 다리를 지녔다. 이 벌레는 멀리서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맞아들여 그들의 살과 뼈를 모조리 쪼아 먹는다. 이렇게 하여 수천 년을 지낸 뒤에 비로소 그치면, 사람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네 번째인 추라다(芻羅多)니리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산이 있는데, 돌이 날카롭기가 마치 칼과 같다. 사람들이 모두 그 꼭대기로 달려 올라갔다가 다시 밑으로 달려 내려오면서 벗어나기를 구하지만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바닥의 돌이 예리한 칼과 같으므로 발은 다 베이고 벗겨진다. 이렇게 다시 수천만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치면, 사람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다섯 번째인 아이파다환(阿夷波多桓)니리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뜨거운 바람이 불어닥쳐서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며 피하려 하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차라리 죽고자 하나 죽지도 못하고, 살아나고자 하나 역시 살지도 못한다. 이렇게 오래오래 수천만 년을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치면 사람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여섯 번째인 아유조파환(阿喩操波桓)니리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나무마다 전부 가시가 있고 나무 사이에는 귀신이 있다.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면 귀신은 머리 위에서 불을 내고 입에서 불을 내며, 몸은 16개의 가시[刺]가 된다. 그 귀신은 멀리서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크게 성을 내며 불을 뿜는데 16개의 가시가 전부 사람들의 몸을 뚫어버린다. 그러면 귀신은 그 몸들을 찢어서 먹어치우며,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달아난다. 하지만 달아나다가 이내 그 귀신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렇게 수천만 년을 지난 뒤에야 비로소 괴로움이 끝나고 벗어나게 되는데 사람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일곱 번째인 반사무(槃務)니리로 들어간다. 그 안에도 벌레가 있는데 이름은 순(鶉)이라 한다. 사람이 그 니리에 들어가면 그 벌레가 날아와서 사람 입 안으로 들어가 사람 몸을 먹어치운다. 사람들이 아무리 달아나도 벌레는 먹기를 그치지 않으며, 사람이 사방으로 도망다니며 벗어나고자 하나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수천만 년을 지낸 뒤에야 비로소 고통이 끝나 나오게 되는데, 사람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여덟 번째인 타단라니유(墮檀羅泥渝)니리로 들어간다. 그 니리에는 물이 흐르고 있는데 사람들은 물 속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물가에는 가시가 있고, 물은 세상의 끓는 솥물보다 더 뜨거운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 속에서 사람들은 다 익어 버린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언덕으로 달려가 오르고자 하지만 그곳에는 귀신이 창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을 찔러 다시 물 속에 넣는다. 결국 사람들은 나오지 못하고 모두 물을 따라 흘러 내려 간다.
다시 귀신이 있어 갈고리로 찌르면서 ‘너는 어디서 와서 어째서 여기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때 죄인들이 ‘나는 어디서 온지도 모르며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굶주렸고 목이 말를 뿐이니 음식을 먹고 싶다’고 답하면, 귀신은 곧 ‘나는 너에게 음식을 주리라’고 말하고 갈고리를 들어 그 사람의 턱을 벌리는데 이때 입이 찢어지고 만다. 그러면 귀신은 이내 끓는 구리쉿물을 쏟아 넣으니 사람의 입 안은 다 타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죽으려 해도 죽지 못하고 살고자 하나 살지 못한다. 그 사람은 세상에서 사람으로 있으면서 평생토록 죄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벗어나고자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니리 속의 사람들이 다 나오게 되는데 그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곱 번째 니리로 다시 돌아가는데 그곳의 귀신은 그들을 거부하면서 가라고 내쫒는다.
사람들은 다시 다섯 번째 니리로 들어갔다가 네 번째 니리로 들어가고, 네 번째에서 다시 세 번째 니리로 들어가고, 두 번째 니리로 들어갔다가 다시 첫 번째인 아비마니리로 들어간다. 돌아온 사람들은 멀리서 철성(鐵城)을 보고 모두 기뻐하여 큰 소리로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면 염라는 그 소리를 듣고 곧 니리방에게 묻는다.
‘저것은 무슨 소리인가?’
방은 곧 대답한다.
‘지금 환호성을 치는 저 사람들은 전에 이 니리를 거쳐간 사람입니다.’
그러자 염라는 말한다.
‘저들은 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제왕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문과 도인을 섬기지 않았으며, 금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자들이다.’
염라는 곧 다시 그들을 앞에다 불러 놓고 말한다.
‘만일 염라왕을 원망하지 않는다면 이제 너희들은 이곳을 벗어나 가리라. 다시 사람이 되어 남의 자식이 되거든 마땅히 효도하고 어른을 섬기며, 제왕과 금계를 두려워하고 사문과 도인을 받들어 섬기며, 마음과 입과 몸을 단정히 하라. 사람으로 태어나 세상에 있을 때, 지은 그 죄가 작고 가벼워도 죽어서 땅 밑의 니리에 가게 되면 그것은 크고도 무거워지게 된다. 사문과 도인을 만나거든 마땅히 그 도를 받들어 섬겨서 만일 아라한이 되면 모든 니리의 길은 모두 닫히고 막히게 된다.’
한번의 대화를 끝내고서 니리의 모든 사람들은 다 벗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성 밖 땅에 쓰러져 죽는다. 그 죽은 사람들은 과거세상에 사람이었을 때에 악을 지었으나 그대는 선을 조금 지었기에 니리에서 나와 모두 좋은 길에태어난다. 사람들이 니리에서 나와 각자 스스로 마음과 입과 행을 바르게 하면, 다시는 니리에 도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요, 니리에서도 또한 사람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니리의 추하고 지독한 고통을 제각기 생각하여 선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람으로서 죽어서 니리에 들어가는 이 가운데 왕이나 사문이나 도인이라야 비로소 염라를 서로 볼 수 있고, 다른 범부들은 다만 군중들을 따라 들어 갈 뿐이니, 염라는 지옥왕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