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엄등이 풍랑에 무사하다
남북조(南北朝)의 송(宋)나라 효건(孝建 · 454~456) 때에 교주자사(交州刺史)를 지냈던 비엄(費淹)이 광주목사(廣州牧使)로 부임해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패국(沛國)의 유징(劉澄)이라는 사람이 비엄을 따라 가족을 데리고 광주로 향하였다.
그들 일행이 배를 타고 궁정좌리(宮亭左里)에 이르렀을 때에 갑자기 큰 바람이 불었다.
갑작스러운 폭풍에 성난 물결이 뱃전을 치니 배는 나뭇잎처럼 흔들렸고 그 위험함은 말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배에 탄 손님 중에는 비구니(比丘尼)가 둘 있었는데, 유징의 어머니와 그 두 비구니스님이 함께 관세음보살을 크게 소리 내어 불렀다.
유징의 어머니는 일찍이 불법을 신봉하였기 때문에 이 위급함을 당하자 급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불렀던 것인데, 마침 함께 탔던 두 비구니와 합세하게 된 셈이었다.
그들의 칭념 관세음보살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잠시 후, 그들의 배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깃발을 잡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양쪽의 뱃전을 꽉 붙잡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렇게 폭풍에 뒤집힐 것 같던 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풍랑이 가라앉은 뒤에 두 사람의 그림자는 간 곳이 없고, 배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유징의 아내가 탔던 배를 비롯한 다른 배들은 모두 풍랑에 침몰되어 구제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유징과 그 어머니가 탄 배가 무사하였던 것은 오직 믿음에 의한 마음의 힘이 감응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繫觀世音應驗記(齋 陸果撰), 觀音義疏 卷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