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간스님이 관세음을 칭념하고 귀신의 장난을 물리치다
중국 형주(刑州)의 청사(廳舍) 동쪽에 별재(別齋) 세 칸이 있었는데, 귀신이 들끓어서 언제나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래서 아무도 거기에서 살 수가 없어 비워 두었다.
동진(東晋) 원제(元帝, 晋王)의 원년인 건무(建武 · 317년)에 왕의 주선으로 혜간(惠簡)이라는 고승을 그 별채에 거처하게 하였다.
혜간스님은 평소에 담력이 있는 선지식 이였다.
세 칸 방을 혼자 사용하게 된 그는 두 칸에는 경전과 불상을 모시고, 한 칸은 자신이 쓰기로 하였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일이 없었으나 7일째 되는 날 밤에 괴물 하나가 나타났다.
그때, 그는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벽 속으로부터 검은 옷을 입고 눈이 없는 사람이 하나 나타나 혜간스님의 이마위에 올라서는 것이었다.
혜간스님은 눈을 뜨고 정신을 말짱한데도 입이 붙은 것처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칭념하였다.
오래지 않아 그 귀신은 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정진한다는 말을 듣고 겨루어 보려고 왔는데, 신색(神色)이 변함이 없으니 어찌 오래 겨룰 수가 있는가.」
말을 끝낸 귀신은 벽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혜간스님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치와 세수를 한 다음 불상에 절하고 관세음경을 독송하고는 잠을 잤다.
꿈에 또 어떤 사람이 나타나 말하였다.
「나는 한(漢)나라 말부터 여기에서 산지가 수 백 년이 되였다. 그대의 청정한 행에 감복되어 이곳을 떠나기로 하였다. 」
그로부터 혜간스님은 그곳에서 편안하게 살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아무도 거기에 머물 수가 없었다.
<續光世音應驗記(宋 張演撰), 唐高僧傳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