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장자자육과출가경(佛說長者子六過出家經)
송(宋) 사문석혜간(釋慧簡)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舍衛城의 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에 장자의 아들 승가라마(僧伽羅摩)는 여섯 번을 왕래하면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 하였다. 그는 곧 세존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와 얼굴을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편에 섰다.
장자의 아들 승가라마는 세존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승가라마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되었다.
이 때 세존께서 승가라마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두 가지 법을 행해야 한다. 무엇이 두 가지인가? 지(止)와 관(觀)이 그것이다.”
승가라마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잘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잘 알겠습니다, 여래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요점만 들어서 말하였는데 어떻게 잘 알겠다고 말하는가?”
승가라마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止)라는 것은 모든 번뇌를 영원히 쉬는 것이요, 관(觀)이라는 것은 일체의 법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승가라마야, 내가 요점만 들어서 설법한 것을 자세히 잘 분별하는구나.”
이 때 승가라마는 부처님으로부터 이런 가르침을 받고 한가하고 조용한 곳에서 이 뜻을 생각하여 보았다.
한적한 곳에서 이 뜻을 생각한 뒤에 이 족성자는 수염과 머리털을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워 위없는 청정한 행을 닦았다. 그리하여 생사의 근원을 다하고 청정한 행이 성립되며 할 일을 완성하여 다시는 어머니의 태에 들지 않게 되었다. 그 때 존자 승가라마는 곧 아라한과를 이루었다.
승가라마에게는 출가하기 전의 장모가 있었다. 그녀는 딸의 남편이 출가했다는 소식, 즉 승가라마 장자의 아들이 일곱 번을 왕래하고는 여래가 계신 곳에 출가하여 도를 배워 다시는 애욕의 법을 익히지 않고 가업과 노복을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때 승가라마의 장모는 곧 딸을 데리고 승가라마 비구의 처소로 찾아가 앞에 묵묵히 서서 두세 번 탄식하고는 말하였다.
“승가라마여, 자네는 의리도 없고 예절도 없네. 까닭없이 내 딸을 버리고 여래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 하는가? 사위성의 왕ㆍ대신ㆍ장자ㆍ바라문ㆍ찰리 누구 할 것 없이 내 딸을 본 자는 모두 미혹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항상 공경하는 생각을 품어 같이 살기를 염원한다. 자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내 딸을 버리려는가?”
존자 승가라마는 곧 게송을 읊었다.
이 밖에 다시 필요가 없고
이 밖에 다시 견줄 것 없고
이 밖에 다시 볼 것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은 것 없소.
이 때 존자 승가라마의 장모는 승가라마에게 말했다.
“내 딸에게 무슨 허물과 무슨 과실이 있기에 자네가 버리고 여래에게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가?”
존자 승가라마는 또 게송을 읊었다.
나쁜 말로 항상 비방하고
질투하여 마음에 간악을 품고
성내고 거짓말 좋아하니
여래의 말씀에 큰 죄악이라네.
이 때 존자 승가라마의 아내와 장모는 머리부터 발까지 모두 관찰하였고, 이 비구도 머리부터 발까지 모두 관찰하였다.
(아내는 생각하였다.) ‘우리 존자 승가라마님의 발이구나.’
아내는 이어서 말했다.
“원컨대 존자시여, 제가 어리석어서 진리를 분별치 못했음을 참회하나이다.”
승가라마가 말했다.
“누이는 항상 안온하고 오래도록 수(壽)를 누리기 바라오.”
승가라마의 아내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승가라마는 저를 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분명 다시는 애정이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승가라마에게 말했다.
“존자 승가라마시여, 어리석은 탓으로 진리를 분별치 못했음을 참회합니다.”
승가라마는 말하였다.
“누이여, 항상 안온하고 오래도록 수(壽)를 누리기 바라오.”
이 때 승가라마의 아내와 장모는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세 번을 돌고는 두세 번 탄식한 뒤에 곧 물러갔다.
이 때 존자 아난이 사위성에서 오다가 멀리서 승가라마의 아내와 장모를 보고는 곧 이렇게 말하였다.
“누이들이여, 승가라마는 만나보았습니까?”
승가라마의 아내가 대답했다.
“승가라마를 만나보고 또 얘기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아무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존자 아난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옷과 발우를 챙겨 두고는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尼師檀)을 어깨에 메고 세존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물러 앉아 이 인연을 낱낱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서 싹을 찾고
불 속에서 물방울을 찾고
물 속에서 불을 찾고
애욕이 없는 데서 애욕을 찾는구나.
이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성문 중에 마(魔)를 항복시킨 제일의 비구는 바로 승가라마 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