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재경(佛說齋經)

불설재경(佛說齋經)

오(吳) 월자국(月氏國)거사 지겸(支謙)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동쪽에 있는 어느 재상 집에 계셨다. 그 재상의 어머니 이름은 유야(維耶)였다.

그녀는 일찍 일어나 목욕한 뒤에 비단 옷을 입고 여러 며느리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유야에게 물으셨다.

“어찌 목욕하고 이렇게 일찍 왔는가?”

유야는 대답하였다.

“여러 며느리와 함께 재계(齋戒)를 받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재(齋)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어떤 재를 즐겨 하는가?”

유야는 꿇어앉아 아뢰었다.

“어떤 것이 세 가지 재인지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째는 목동의 재[牧牛齋]요, 둘째는 니건(尼犍)의 재요, 셋째는 부처님 법의 재이니라.

목동의 재란, 마치 소 먹이는 사람이 좋은 물과 풀을 구하여 그 소를 먹이고, 저물어 돌아갈 때엔 어느 들에 풍족한 물과 풀이 있었는지를 기억했다가 날이 밝기를 기다려 다시 그리로 가려고 하는 것처럼,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미 재계를 받고도 마음은 집에 있어서 살림을 이롭게 하려 하고, 또 맛난 음식으로 몸을 기를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소 먹이는 사람의 마음과 같아서 큰 복도 얻지 못할 것이요 또 큰 지혜도 아니니라.

니건의 재란, 그달 보름날 재를 지낼 때가 되면, 땅에 엎드려 재계를 받고 10유순 안의 여러 신(神)에게 절하면서 말한다.

‘저는 오늘 재계하면서 감히 악을 저지르지 않고, 집이 있다고 뽐내지 않으며, 저와 나라고 하여 친함에 차별을 두지 않겠습니다. 처자와 노비는 내 소유가 아니요, 나도 그들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의 학문은 문채[文]를 귀히 여기고 바탕[質]은 천히 여겨 바른 마음이 없으므로 그 이튿날에 가서는 모양과 이름에 변함이 없다. 따라서 그들처럼 재를 지내는 사람은 큰 복도 얻지 못하고 또 큰 지혜도 아니니라.

불법의 재란, 도의 제자로서 매달 여섯 재일에 여덟 가지 계율을 받드는 것이다. 그 여덟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 계율은, 하루 낮 하룻밤이 다하도록 마음가짐을 참사람[眞人]처럼 하여, 살생할 생각 없이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고 미세한 곤충들도 해치지 않으며,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중생들의 안락과 이익을 생각하여 죽이지 않으며,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둘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이 다하도록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탐내고 가지려는 뜻을 없애고 보시하기를 생각하되 기쁜 마음으로 베풀고 제손으로 베풀며 깨끗이 베풀고 공손히 베풀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고 인색하고 탐내는 생각을 물리치며,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셋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음탕한 뜻을 없애 밤을 생각하지 않고 범행을 닦아 삿된 욕심으로 색(色)을 탐내지 않으며,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넷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거짓말 할 뜻을 없애고 지성을 생각하여 안정되게 천천히 말하고 거짓과 속임이 없어 마음과 입이 서로 일치되게 말하며,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다섯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술을 마시지 않고 취하지 않아, 미혹하거나 어지럽지 않고 정신을 잃지 않으며, 방탕한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여섯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편안함을 구하는 생각을 없애고 꽃이나 향을 쓰지 않으며 연지나 분을 쓰지 않고 노래나 춤 따위의 풍류를 즐기지 않으며,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일곱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편안함을 구하는 생각을 없애고 좋은 침대에 눕지 않고 낮은 평상이나 풀 자리에서 잠을 버리고 경(經)과 도(道)를 생각하면서,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여덟째 계율이란, 하루 낮 하룻밤 동안 마음가짐을 참사람처럼 하여 법을 받들고 때를 맞추어 먹되 적게 먹어 몸을 조심하고 정오가 지난 뒤에는 다시 먹지 않으며, 청정한 계율 그대로를 일심으로 익히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재를 받는 날에는 다섯 가지 생각을 익혀야 한다. 그 다섯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부처를 생각하여야 한다. 즉 부처는 여래요 지진(至眞)이며, 등정각(等正覺)이요 명행족(明行足)이며, 선서(善逝)요 세간부(世間父)며 무상사(無上士)요 경법어(經法御)며, 천인사(天人師)요 부처라고 이름한다. 이렇게 부처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음과 나쁜 뜻과 성내는 습관이 모두 없어지고 착한 마음이 저절로 생겨 부처의 업을 즐거워하게 된다.

마치 마유(麻油)나 조두(澡豆)로써 머리를 감으면 더러운 때가 없어지는 것처럼 재(齋)를 지내며 부처를 생각하는 사람도 깨끗하기가 그와 같아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좋아하고 미더워하느니라.

둘째는 법을 생각하여야 한다. 즉 부처가 말한 서른일곱 종류를 완전히 갖추어 헐지 않고 잘 명심하여 잊지 않는 것이니, 이 법은 세간의 등불임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법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음과 나쁜 생각과 성내는 습관이 모두 없어지고 착한 마음이 저절로 생겨 법의 업을 즐거워하게 된다.

마치 마유나 조두로 목욕하면 더러운 때가 없어지는 것처럼, 재를 지내며 법을 생각하는 사람도 깨끗하기가 그와 같아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좋아하고 미더워하느니라.

셋째는 승가[衆]를 생각하여야 한다. 즉 그들을 공경하고 가까이하며 의지하여 지혜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부처의 제자 중에는 구항(溝港:수다원)으로 향하는 이도 있고 구항을 증득한 이도 있으며, 빈래(頻來:사다함)로 향하는 이도 있고 빈래를 증득한 이도 있으며, 불환(不還:아나함)으로 향하는 이도 있고 불환을 증득한 이도 있으며, 응진(應眞:아라한)으로 향하는 이도 있고 응진을 증득한 이도 있다. 이것을 4쌍8배(四雙八輩)의 장부라 한다.

그들은 다 계율을 성취하고 선정을 성취하였으며 지혜를 성취하고 해탈을 성취하였으며 해탈지견을 성취하여 현성의 덕과 행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친상과 천하의 거룩한 이들이고 복밭인 그들에게 합장하여야 한다.

이렇게 승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음과 나쁜 뜻과 성내는 습관이 모두 없어지고, 기쁜 마음이 저절로 생겨 승가의 업을 즐거워하게 된다.

마치 고운 재로 옷을 빨면 더러운 때가 없어지는 것처럼, 재를 지내며 승가를 생각하는 사람도 그 덕이 그와 같아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좋아하고 미더워하느니라.

넷째는 계율을 생각하는 것이다. 즉 몸으로 부처의 계율을 받고 일심으로 그것을 받들어 가지되, 이지러지게 하지도 않고 범하지도 않으며 흔들리지도 않고 잊지도 않아야 한다. 잘 세우고 삼가 보호하여 지혜로운 사람의 칭찬을 받으며, 후회하는 일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이 평등하게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계율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음과 나쁜 뜻과 성내는 습관이 모두 없어지고 기쁜 마음이 저절로 생겨 계율의 업을 즐거워하게 된다.

마치 거울을 닦으면 때가 없어지고 환히 밝아지는 것처럼, 재를 지내며 계율을 생각하는 사람도 깨끗하기가 그와 같아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두 좋아하고 미더워하느니라.

다섯째는 하늘을 생각해야 한다. 하늘이란 즉 첫째는 사왕천이요 둘째는 도리천이며, 또 염천(鹽天:야마천)ㆍ도술천(兜術天:도솔천)ㆍ불교락천(不憍樂天)ㆍ화응성천(化應聲天)이다. 마땅히 스스로 ‘나는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보시와 지혜를 가짐으로써 몸이 죽을 때에 정신은 하늘로 올라가서, 그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보시와 지혜를 잃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늘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음과 나쁜 뜻과 성내는 습관이 모두 없어지고, 기쁜 마음이 저절로 생겨 하늘의 업을 즐거워하게 된다.

마치 보배 구슬을 항상 닦으면 맑고 밝아지는 것처럼 재를 지내며 하늘을 생각하는 사람도 깨끗하기가 그와 같으니라.

여덟 가지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 다섯 가지 생각을 익히며, 불법의 재를 닦고 하늘과 함께 덕을 같이하여 악을 없애고 선을 일으키면 죽은 뒤에는 천상에 나고 마침내는 열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힘써 행하고 마음을 내어 복을 짓느니라.

이와 같이 하면 유야여, 그 재의 복으로 지혜와 명예가 넓고 커지느니라.

비유하면 이 천하에는 열여섯 개 큰 나라가 있고 그 열여섯 큰 나라 안에 가득찬 온갖 보배는 이루 다 셀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하루 동안 불법의 재를 닦는 것보다 못한 것과 같다. 이 복에 비교하면 저 열여섯 나라는 콩알 하나 만하기 때문이니라.

저 천상은 넓고 멀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지금 이 인간의 50년은 저 첫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러므로 저 첫째 하늘인 사왕천의 수명 5백 년은 이 인간의 9백만 년에 해당한다. 불법의 재를 닦는 사람은 이 하늘에 나게 되느니라.

이 인간의 백 년은 저 도리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러므로 도리천의 수명 천 년은 인간의 3천6백만 년에 해당하느니라.

또 인간의 2백 년은 저 염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러므로 염천의 수명 2천 년은 인간의 1억 5천2백만 년에 해당하느니라.

또 인간의 4백 년은 저 도술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러므로 저 도술천의 수명 4천 년은 인간의 6억 8백만 년에 해당하느니라.

락천의 수명 8천 년은 인간의 23억 4천만 년에 해당하느니라.

또 인간의 1천 6백 년은 저 화응성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그러므로 저 화응성천의 수명 1만 6천 년은 인간의 92억 1천6백만 년에 해당하느니라.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고 계율이 있으며 들음이 있고 보시가 있으며 지혜가 있고 불법의 재를 받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그 정신이 모두 이 여섯 천상에 나서 안온하고 쾌락하리라. 편하고 좋은 일이 많지만 나는 조금 말하였을 뿐이다.

무릇 사람이 선을 행하면 그 혼은 천상으로 올라가 한량없는 복을 받을 것이다.”

유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아뢰었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재의 복덕은 매우 좋고 한량없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계율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달마다 여섯 재일을 지켜 죽을 때까지 힘을 다하여 복을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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