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자서삼매경(佛說自誓三昧經)

불설자서삼매경(佛說自誓三昧經)

후한(後漢) 안식(安息) 삼장 안세고(安世高) 한역

독증품(獨證品)[『비구정행경(比丘淨行經)』에서 나옴]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 국경의 범지정려(梵志精廬)의 큰 나무 사이에 있는 교로정사(露精舍)에 다니시다가 현양독증(顯颺獨證)이라고 하는 도량(道場)에 머무르셨다. 처음으로 부처가 되신 때로 그 광명은 매우 밝았고, 저절로 보배 연화좌가 생겨났다.

큰 비구 3만 2천 명과 함께 계셨는데, 모두 아라한(阿羅漢)이었다. 즉 그들은 모든 번뇌가 끊어져 마음의 지혜가 모든 감관[根]을 다 거두어들였고, 3세(世)에 자재한 신통력은 걸림이 없는 것이 마치 큰 용과 같았고, 할 일을 다 마쳤으며, 성스러운 지혜를 두루 갖추어서 중생들의 근본을 밝게 알았다.

현자 사리불과 목건련 등 무수한 보살은 모두 불가사의한 권행(權行)을 두루 갖추었고,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佛藏]에서 노닐며, 모든 마군의 행을 꾸짖고,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에서 대자대비와 6바라밀로 때를 따라 중생을 구제하여 안락을 얻게 하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멀리까지 베풀었는데, 이 때에 관세음보살과 미륵보살 등이 우두머리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신정화증(神靜化證)삼매에 드시어 항하의 모래알 같은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감응하셨다. 그러자 부처님 자리 앞에 갑자기 연화좌(蓮華座)가 땅에서 저절로 솟아났다.

그 꽃에서는 맑은 향기가 나와 시방에 떨쳤고, 그 꽃은 잎이 1,000개요, 낱낱 잎에는 화보살(化菩薩)들이 위의(威儀)를 바르게 한 모습2)으로 신묘한 그 자리인 허공에서 부처님을 호위하고 서 있었다. 그들은 각기 그 자리에서 나와 오체투지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난 뒤, 부처님 앞에 공손히 서서 모두 큰소리로 이제까지 보지 못한 모습[未曾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저희 나라에서 변화로 된 우담바라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나무는 처음에 빛을 내어 항하의 모래알 같은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면서 큰소리를 내었습니다. 그 소리는 맑고 구슬프며 인자하여 대중의 마음속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듣는 이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평등한 마음을 두루 갖추어 대승의 행을 일으키고, 6바라밀[度]과 37조도품[品]으로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佛事]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 때에 항하의 모래알 같은 세계의 낱낱 부처님께서는 불도의 가르침을 드날리고 대승을 빛내기 위하여 각기 보살을 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이 불국토에서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를 지나가면, 거기에는 사바[娑呵][한(漢)나라 말로 참는 세계라는 뜻이다]라는 불국토가 있고, 능인(能仁) 여래·무소착(無所著)·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이라는 부처님께서 계시었다. 그 부처님은 법과 계율과 신통력, 그리고 말로 하는 가르침 등으로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이 낱낱 부처님께서는 천 잎의 연꽃을 손에 들고, 그 보살들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내 이름으로 한량없는 공경을 드리고, 기쁘게 받들어라. 정사(正士)는 공을 이루고 뜻을 성취하여 도의 본체[道體]를 두루 갖추었으면서도 이 5탁악세[五濁]에 태어났다. 중생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으로 차례를 뛰어넘어 미륵보살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와 대자대비와 6바라밀로 중생들 을 두루 구제하고 있다.

너희들은 그 정사에게 가서 ‘몸은 평안하시고, 도의 가르침은 잘 되어 가고 있으십니까? 지금 이 꽃을 바치어 법다운 공양을 하오니, 부디 일체 중생이 모두 이 도량에 모이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하라.”

그 보살들은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 각기 자기 나라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는 적정삼매[定寂靜]에 마음을 기울이고 관(觀)삼매에 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사바세계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각기 자기 자리를 움직여 단정하고 공손하게 서서 거룩한 부처님의 교화에 귀의하여 오체투지하고, 옮기어 일곱 번 돌고 물러나 본래의 자리에 섰다. 그들은 신통력으로 신묘한 그 자리에서 위의를 엄숙하게 하고 법복을 바룬 뒤, 모두 큰소리를 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본국의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공경을 드리며, 기쁘게 받들어 올립니다. 세존께서는 공을 이루고 뜻을 성취하여 도의 본체를 두루 갖추셨으면서도, 이 5탁악세에 태어나셨습니다. 중생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으로 차례를 뛰어넘어 미륵보살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와 대자대비와 6바라밀로 중생들을 두루 구제하고 계십니다.

‘몸은 평안하시고, 도의 가르침은 잘 되어 가고 있으십니까? 지금 이 꽃을 바치어 법다운 공양을 하오니, 부디 일체 중생이 다 이 도량에 모이도록 해 주십시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들이여, 기쁘게 받겠소. 모든 부처님께서는 지혜의 가르침이 게으르지 않고, 삼매는 훤히 트이고 법신은 비고 깨끗하며, 밝은 지혜는 크게 갖추어 계시다. 그러한 이곳저곳의 부처님께 한결같이 거룩한 노래를 들으니, 감개무량하구나.”

그 때에 능인부처님께서 손수 그 꽃을 받고 기쁘게 웃으시니, 광명이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와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다 비추었다. 그러자 그 꽃은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님들께 고루 흩뿌려졌고, 또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님들도3) 그 광명으로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사무치게 하셨다.

그리하여 중생들 하나하나가 모두 부처님의 자비의 광명을 입고 모두 지혜의 관(觀)을 얻어 전생의 일을 환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하여 아래로 지옥 등 3악도와 8난(難)4)을 비추었고, 천상과 인간도 자비의 광명을 입어 모두 해탈을 얻었고, 백천 중생들은 다 같은 한뜻으로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에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그 광명은 이내 돌아와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정수리로 사라졌다.

그 때에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부처님들께서는 모두 서로 환히 보았고, 모든 부처님의 위신으로 중생들도 다 부처님들을 뵐 수 있었다.

이렇게 나타났던 변화가 끝나자, 그 도량은 텅 비어 평상시와 다름없이 되었다. 그 때에 그 자리에 있던 현유(賢儒)라는 보살이 곧 부처님 앞으로 나와 다음 게송으로 이를 찬탄하였다.

묘하여라, 큰 성인의 교화여.


온갖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무수한 겁 이전부터 
공덕의 행을 쌓고 쌓았네.



그 낱낱 공덕의 행에는 
여러 가지 백천의 복이 있어 
백 가지 복이 모여야 일상(一相)이 되나니 
3세의 높은 이께 예배하고파.


묘하여라, 큰 성인의 교화여.



자비와 지혜는 그 끝이 없고 
도의 가르침은 맑고 또 귀하나니 
석가 스승님은 하늘 중의 하늘이라네.



큰 지혜는 위없이 높아 
그 법의 배로 중생을 건지며 
거룩한 지혜는 한없이 맑으니 
위없는 부처님께 예배하고파.



묘하여라, 큰 성인의 교화여.


자비로운 빛은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 비추어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모두 없애 버리고 
미혹한 이 깨우치고 흐린 것을 맑게 하네.



그 혜택은 때에 걸맞고 
좋은 방편으로 중생들 인도하며 
법의 다리로 모두를 건네 주나니 
삼계의 높은 이께 예배하고파.

이에 부처님께서 현유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부처님께서 여법한 웃음에는 세 가지 인연이 있다. 그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일체종지(一切種智)는 심원하고 미묘하여 3세를 환히 알고 중생의 근원을 통달한다. 그리고 3승들이 나아가는 길은 각각 깨달음의 수행[本行]과 근기와 믿음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보살은 큰 서원에 뜻을 두고 큰 덕으로 무장하고 중생을 위하여 막중한 책임감으로, 나아가던 길을 접고 세상의 다리가 되어 오로지 6바라밀을 추구하면서 일체의 중생을 버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는 도에 머물러 차츰 용맹정진하고 상이 없는 보시를 하며, 지계와 인욕으로 행을 보호하고, 선정은 어지럽지 않고 지혜는 맑고 밝아지니, 그 보살은 불퇴전(不退轉)으로 향해 간다.

현유여, 부처님께서는 이런 것을 눈으로 모두 다 보시고 낱낱이 수기(授記)5)하신다. 이 수기는 한 부처님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방에 계시는 부처님이 다 하신다.

이것이 그 첫째 인연이다.

둘째, 현유여, 어떤 보살은 불퇴전으로 향할 때, 공덕의 근본을 심고 쌓아 거룩한 지혜를 두루 갖추고, 그리고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한량없는 부처에게 공양한다. 그리하여 부처님마다 수기하시니, 수기와 수기가 서로 명확하다. 이것으로 부처님 세계를 밝고 깨끗하게 하며, 중생들에게 똑같이 은혜를 입히고, 널리 서로 같은 한 가지 수행으로 부처님과 성현과 보살을 초청한다.

이런 보살은 4폭류(瀑流)에서 큰 법의 배가 되어 6욕(欲)의 바다와 12인연[門]을 말리고서 5도(道)에 들어가 5안(眼)을 깨끗이 하며, 마음을 그윽한 곳에 모은다. 그리고서 도솔천의 궁전에 살면서 보살과 정사와 달사(達士)들을 모아 삼계의 행을 깨끗하게 하고, 불퇴전의 바퀴에 대해 강론한다.

현재 시방에 있는 부처님과 4부 대중은 다 함께 이런 보살의 덕을 다음과 같이 찬탄한다.

‘이 세상에 내려와 부처가 될 것이며, 오래지 않아 시방 중생들이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그 둘째 인연이다.

셋째, 또 현유여, 어떤 보살은 도솔천의 궁전에서 그 천상의 목숨을 마치고 이 세간에 내려와 구경광현삼매(究竟廣現三昧)에 들게 된다. 그러면 정거천(淨居天)들은 삼천대천세계를 다음과 같이 관한다.

즉 어떤 나라가 크고 중생은 유순한지, 그리고 그 가운데 찰제리·바라문[梵志]·장자·거사가 백억이나 되는 성과 고을 가운데 어디에 살고 있는지 본다. 그러다가 그 가운데 도와 덕이 있고 청정하며 순박하고 맑으며 어질고 온화하며 인자하고 은혜로운 전륜성왕이 바로 천축에 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모여 의논하고 정거천이 세상에 내려가니, 다른 하늘들이 모시고 따른다. 그 때 전륜성왕은 궁중에서 시녀들이 모시고 살고 있으며, 속서를 모두 배우고 4비상(非常)6)을 관하고 있었는데, 정거천자는 그에게 권해 출가하게 한다.

그는 산에 들어가 패다나무[貝多樹] 밑에 앉아 골똘히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깎고, 증사(證師) 없이 자기 서원에 의하여 스스로 비구가 된다. 그는 과거의 불법을 닦아 그 법으로 스승을 삼고 정거천자를 증명으로 삼아 하룻밤에 3달(達 : 明)을 얻고 마군 권속들을 항복받으며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을 두루 갖추게 된다.

그리하여 우담바라나무가 두루 나면, 항하의 모래알과 같은 부처님 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그 세계의 8부 대중은 패다나무 밑에 앉은 보살의 공덕을 찬탄한다. 그리고 네가 조금 전에 본 바와 같이 그 부처님들이 각기 자기 세계의 보살들을 보내어 꽃을 바쳐 경의를 표하고, 그 대승법을 찬양하는 것이다.

현유여, 이와 같이 시방의 현재 부처님께서 이런 것을 다 알고 계시며, 중생들은 기뻐하면서 모두 이 도량에 모인 것이다.

이것이 그 셋째 인연이다.

여기에 오는 보살들은 부처님과 과거부터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서, 이 설법으로 인해 모두 무생법인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동진(童眞)으로 향하고, 어떤 이는 요생(了生)으로 향하며, 어떤 이는 불퇴전으로 향해 갈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이들에게 낱낱이 수기하시되, 분명하고 빠짐없이 두루 하실 것이다.

정사여, 반드시 알아야 한다. 부처는 함부로 웃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70억 나유타 보살들은 모두 동진(童眞)의 지위를 얻었고, 60억 나유타 보살들은 모두 요생(了生)의 지위를 얻었으며, 30억 나유타 보살은 불퇴전의 지위를 얻었고, 백천 비구들은 아라한을 얻었으며, 90억 나유타 사람들은 도의 자취를 밟게 되었고, 삼계의 하늘들은 모두 법안을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법계는 모두 공(空)이요 
육신은 맑고 진실하나 
다라니와 바라밀과 
삼매에 인(因)을 심지 않으면 

부처의 경계가 공(空)도 아니요 
깨끗한 지혜가 유(有)도 아니다.


세상이 가엾어 빙그레 웃었나니 
정사들은 빨리 알아야 하네.

그 때에 그 자리에 있던 명견광현(明見光賢)이라는 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내리고 꿇어앉아 합장하고서, 앞으로 나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무량한 지혜로 비추어 듣지 못한 것을 해설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다, 마음대로 물어라. 너를 위하여 그 요점을 말하리라.”

그 보살은 아뢰었다.

“어떤 것을 보살이 출가하여 원만하게 도를 깨치고 일체종지를 이룬 것이라고 합니까?”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사여, 주의하여 잘 듣고 그 요지를 잘 기억하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여 반드시 발심을 내고 단정히 앉아 그윽하고 미묘한 이치를 고요히 생각하신다. 정신을 한 곳으로 모아 도를 생각하면, 반드시 감응이 있게 마련이다.

감응이란 정거천자와 범천왕이 초자연적인 힘으로 제석천에게 분부하여 늙음·병·죽음의 4비상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하고, 이것으로 인해 출가자는 깨닫게 되고 욕심의 고난을 떠나고 청정한 도를 생각하여, 산이나 늪에 살면서 부지런히 선정을 닦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감응이 일어나면, 사천왕이 몸소 내려와 그를 시봉한다.

그는 패다나무 밑으로 가서 과거 부처님들의 출가법을 생각하고, 그 법을 스승으로 삼고 범천을 증사(證師)로 삼아 마음속에 신심이 견고해진다. 그리고 전생에 익힌 6바라밀·4무량심[等]7)·4은(恩)8)·4선(禪)·5신통·때에 걸맞는 좋은 방편·37조도품(助道品) 등으로 부처가 이루어야 할 일을 두루 갖추고, 발심한 뒤로는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게 된다.

그리하여 그가 갑자기 스스로 깨치면 제석천이 곧 그에게 삭도(削刀)를 내려 준다. 이에 보살은 왼손으로 머리털을 쥐고 오른손으로 칼을 잡고,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훈습의 괴로운 번뇌를 끊고 집착 없는 뿌리를 심어 결코 물러나지 않고 열반의 근원을 통달하리라. 처음으로 발심한 때로부터 항상 집을 떠나게 되어서는 견고한 뜻으로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결코 물러나지 않아 믿음과 깨달음을 두루 갖추고 생각을 분명하게 하리라.’

그리하여 칼이 미처 닿기도 전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살상투가 저절로 밝게 드러나게 된다.

그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한다.

‘과거의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머리를 깎으실 때에는 반드시 가사의 법복이 있었는데…….’

마음을 거두어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정거천자가 곧 색계의 하늘 비단으로 저절로 만들어진 가사를 취해 보살에게 올린다. 보살이 원하던 법복을 받아 즉시 몸에 걸치면 몸이 가지런하고 바르며 위의가 엄숙하게 된다.

이에 항하의 모래알 수같이 무량한 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이것을 환히 보고, 각기 가사를 보내어 보살에게 주며 보살은 그것들을 받는다. 그리하여 이곳 저곳의 부처님들이 두루 위신을 나타내시어 부처님들이 보낸 가사를 모두 합하여 한 개의 가사로 만드신다. 이것을 살피불두진월(薩披佛頭震越)이라고 하는데, 이 가사는 지금 범천에 있다.

그리고서 그 보살은 6년 동안 단정히 앉아 과거의 인연을 마침으로써 6년째인 새벽에 계증(戒證)이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계증이란 무엇인가?
보살은 한적한 산이나 늪에 살기로 뜻을 세우고, 법을 받아서는 참된 마음과 고상한 지조로 계율을 지니고, 도를 행할 때에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몸까지 버리면서 만물과 평등하여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공을 지키고 고요함을 닦으면서 언제나 깨끗한 법을 관한다. 그리고 자·비·희·사의 깨끗한 4무량심을 행하고, 사랑을 베풀고 남과 이익을 같이하고 끝없는 자비를 갖추어 4은을 빛내며, 어떤 더러움도 영리한 생각도 없이 하여 4선을 밝게 통하게 된다.

그리하여 눈의 빛깔을 멀리하고 귀의 소리를 버리며, 코의 냄새를 막고 입의 맛을 끊으며, 몸의 촉감을 멀리하고 뜻의 생각을 쉬게 하면, 6욕이 없어지고 과거의 훈습[本習]까지 버리게 된다.

그리고 빛깔이 빛깔을 그치고 소리가 소리를 그치며 냄새가 냄새를 그치고 맛이 맛을 그치며 감촉이 감촉을 그치고9) 생각이 생각을 그치면, 빛깔의 성품10)이 깨끗하게 되고, 귀의 소리가 끊어지게 되며, 코의 뿌리가 고요하게 되고, 입의 힘이 빠지며, 감촉이 쉬게 되고, 깨달은 뜻에 고요히 머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빛깔은 빛깔이 아니고 빛깔이 아닌 것도 없으며 없어진 빛깔도 없고 빛깔을 빛깔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으니, 4대를 버리고 과거의 훈습까지 버리게 된다.

또 소리는 소리가 아니고 소리가 아닌 것도 없으며 소리를 소리가 아니라고 할 것도 없으니, 저 감각이 유쾌하지도 불쾌하지도 않게 되고[捨受], 감각작용이 일어남도 그치어 과거에 이루었던 과보[緣對]도 없어지고, 본래의 끊어진 상태[本斷]로 돌아가게 된다.

냄새는 냄새가 아니고 냄새가 아닌 것도 아니며 냄새를 냄새가 아니라고 할 것도 없으니, 마음이 비고 고요해져서 깨끗한 마음을 얻게 된다.

맛은 맛이 아니고 맛이 아닌 것도 아니며 맛을 맛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으니, 강한 감관의 힘이 고요하고 미약하게 된다.

감촉은 감촉이 아니고 감촉이 아닌 것도 아니며 감촉을 감촉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으니, 4대가 깨끗해지고 본래의 머무르는 곳도 깨끗해진다.

마음[心]과 뜻[意]과 의식[識]이 7법(法)11)을 반연해도 그 7법이 깨끗하고 향하는 바가 깨끗하면, 마음은 마음이 아니고 마음이 아닌 것도 아니며12) 마음을 마음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다. 또한 뜻은 뜻이 아니고 뜻이 아닌 것도 아니며13) 뜻을 뜻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의식은 의식이 아니고 의식이 아닌 것도 아니며 의식을 의식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다.

뜻[意]과 의식[識]을 합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뜻과 의식을 하나로 알고 하나인 뜻과 의식을 버리므로, 그 하나에서 부동(不動)하게 된다.

그리하여 근원을 비우고 본래의 향하던 곳을 깨끗이 하여 명예를 버리고 모든 감관[六入]을 버리면, 종성(種性)이 없고 무리를 따르지 않고 외형14)을 멀리하며, 실재의 나도 없고 축생 등과 다른 인간도 없고 5온의 집합체로서의 우리도 없고 일정 기간의 목숨도 없어 목숨을 구하는 일도 버리고, 삼계라는 생각도 없다.

이렇게 하여 의식작용[識]도 없고, 실재의 나도 없고 축생 등과 다른 인간 도 없고 5온의 집합체로서의 우리도 없고 일정 기간의 목숨도 없으며, 뜻도 없고 이름도 없고 종성도 없으며, 교화도 없고 세는 것도 없고 작위도 없으며, 오는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고, 일어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며, 몸도 없고 범함도 없으며, 입도 없고 말도 없으며,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으며, 세상일도 없고 헤아림도 없으며 반연하는 일도 없고 머무르는 것도 없으며, 계율 지킴[持戒]의 계율이라고 할 것도 없고 지킴이라고 할 것도 없고, 이루었다는 생각도 없으며 소멸한다는 생각도 없다. 이것을 계율[禁戒]이라고 한다.

이는 안팎이 깨끗한 계율이며 부처님의 계율이다. 더러움도 없고 계율에 집착하지도 않는 이는 분노와 성냄이 없어 안정되고 청정하여 세상을 건지는 도에 나아가게 된다.[이것을 지계(持戒)라고 한다.]15)

보살 정사가 처음으로 나무 밑에 앉아 계증을 깨끗하게 하기 시작하자 괴로움의 근본인 욕심을 버리고 산란한 뜻이 없어졌다. 그리하여 일어나는 생각이 없고 움직이는 생각이 없고 미세한 생각도 없으며, 나라는 생각도 없고 그라는 생각도 없고, 중간이라는 생각도 없고 이곳저곳이라는 생각도 없고 안과 밖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도라는 생각도 없고 세속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멸한다는 생각도 없고 없다는 생각도 멸하고 없다는 생각이 없다는 생각도 없으며 없음이 없다는 생각도 없고 없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없어졌다.

정사여, 이와 같이 나무 밑에 앉은 보살은 깨끗한 1,800가지 근본 계율을 증득하였다. 이 1,800가지 수를 처음으로 다 마치자, 갑자기 땅이 찢어지면서 금강좌(金剛座)가 솟아났다. 그리하여 마군의 여섯 번째 궁전이 크게 흔들려 기울어졌고, 그리고 삼계의 여러 하늘들은 본래의 자리가 불안하자 모두 함께 내려와 패다나무로 가서 대접받아 마땅하신 이에게 공양하고 모시었다.

그리고 갑자기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에서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무 밑에 앉은 보살은 오늘밤에 도를 깨치셨으니, 중생들은 각각 모두 듣고 모두 보아라.’

정사여, 이것이 바로 보살이 계증을 두루 갖추어 일체종지를 이룬 것이다.

그리하여 이 보살이 3달(達)·6신통[通]·37조도품(品)·18불공법[不共]·10력신통(力神通)·4무외(無畏) 등을 두루 갖추자, 삼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그 공덕으로 마군을 항복받았다. 그리고 그 광명이 항하의 모래알 수 같은 세계를 두루 비추니, 중생들은 이 자비의 광명을 입고 일시에 편안하게 되어 모두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에 뜻을 내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800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고, 3만의 하늘 사람들은 다 법안을 얻었으며, 3,000의 선남자들은 아나함이 되었고, 현유 등 정사들은 다 요생(了生)의 지위에 이르렀으며, 거기 모인 대중은 모두 위없는 정진의 도에 뜻을 두었다.

이에 부처님께서 현유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어느 때 나는 구섬미국(句睒彌國)에서 다니었다. 그 때에 하늘 마군 무리들이 갑자기 그 권속들과 함께 대중 속으로 들어와 이상한 옷을 입고 대중과 같이 앉아 서로 다투고 또 비방하면서 머리 싸움을 하였다. 생사법 안에 있던 비구들은 마음[道體]이 편치 않아 모두 성을 내고 괴로워하면서 각기 무리를 떠나 흩어졌으나, 아라한들만은 각기 산으로 들어갔다.

그 때가 현유(賢儒)는 석 달 하안거를 끝마칠 때였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이었다. 나는 발화란(鉢和蘭)16) 14일 밤 샛별이 나올 때, 아난을 시켜 건추를 울리고 풀 자리를 깔게 하고는, 아난만을 데리고 둘이 발화란을 지내려고 하였었다.

그 때에 정거천자가 허공에서 나에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지금 비구들은 모두 흩어져 떠났습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어떻게 혼자서 수세(受歲)17)를 하려고 하십니까?’

나는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옛날 내가 출가할 때에도 그대가 증인이 되었고, 패다나무로 갈 때에도 그대가 증인이 되었으니, 지금 내가 수세할 때에도 그대가 증인이 되어 주려무나. 그러면 나는 염부제와 삼천세계를 두루 돌아 무수한 세계의 여래로서 일체종지를 이루고, 그리고 범부로부터 부처가 되어 열반에 이르는 것까지, 그대가 세 번의 증인이 되니, 나는 그 증명하는 법도를 완전히 갖추게 되겠구나.

천자여, 이것을 알아야 한다. 즉 여래같이 도의 지혜와 신통력이 삼계에 뛰어났어도 반드시 증인이 필요하거늘, 하물며 일체 범부로서 수도하는 사람에게 스승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또 정거천자에게 말하였다.

‘어떤 말세 중생이 부처님의 훌륭한 법[淸白]에 뜻을 두고 도를 향한 마음은 곧고 밝으며, 속세를 좋아하지 않아 한적한 산림에 숨어 살면서 진실로 출가할 견고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만일 그에게 법을 본받을 만한 스승이 없다고 하면, 그는 저 가섭의 출가법을 본받아야 한다.

가섭은 욕심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욕심을 버려서 증명하였고, 세속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세속을 버려서 증명하였고, 명예를 멀리해야 할 때에는 명예를 버려서 증명하였고, 외형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외형을 잊어서 증명하였고, 마음과 경계[內外]를 구함을 멀리해야 할 때에는 구함을 버려서 증명하였다.

천자여, 이와 같이 가섭은 이 다섯 가지로 증명하고는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진실한 모습 그대로인 깨끗한 법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리고 시방의 부처님들을 감동시켜 자비를 구하기 위하여 스스로 이렇게 하소연하였다.

‘부처님의 출가법만을 우러릅니다.’

이에 정거천이 증인이 되어 3증명이 분명함을 칭양하였다. 가섭은 곧 비구가 되어 12두타행을 오직 한 곬으로 행하였고, 12두타행 하나하나가 견고하면서도 증득했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 때에 가섭은 그 나무 밑에서 5신통을 갖추었고,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뵙고는 6신통을 갖추었다.

천자여, 이와 같이 말세 비구는 이 가르침을 잘 생각하고 스스로 뽐내거나 이름을 구하여 대중을 헐뜯거나 공양을 바라지 말고, 이 가르침이 있다고 하여 대중을 등지고 스승을 스승으로 섬기지 않아서도 안 된다.

이 가르침은 모든 비구승으로서 스승 삼을 만한 사람이 전혀 없을 때에 이 가르침을 사모하여 행하라는 것이니, 만일 그런 스님이 있으면 그 스님을 찾아 증사로 삼아야 한다. 이 3보는 여래와 동일한 것이니, 그러므로 여래를 계율에 밝은 비구라고 하여 비구들의 우두머리로 삼는 것이다.

천자여, 반드시 알아야 한다. 비구승에게는 틀림없이 3승(乘)이 있느니라.”

이렇게 말씀하시자, 정거천자와 8부 대중들은 이 법을 듣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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